작년에 만들다 만 MG Z 건담 Ver.Ka 이후 거의 1 년만에 프라모델에 또 손을 대 보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 문방구에서 샀던 조립식 장난감 건담을 최신 기술을 적용하여 완벽한 파츠 분할로 설정색을 재현한 물건이 나왔는데 암만해도 그냥 넘어갈 수가 없더군요. 더구나 별다른 조립 도구 없이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하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
헌데 만만한 마음으로 시작했건만, 메뉴얼을 잘못 보고 머리부터 만들면서 설명대로 런너에서 손으로 파츠를 잡아 뜯었더니만 런너 자국이 움푹 들어가 버리는군요. 튀어나온 런너 자국은 깍아내기라도 한다지만 움푹 파인 런너 자국은, 프라모델에서 손을 뗀 지 한참이나 지난 제 입장에서는 도저히 어찌할 방법이 없는 법. 하여 살짝 녹이 슬어가려고 하는 닛퍼를 사용했더니 파츠와 런너 사이의 유격이 너무 없는 관계로 이번에는 파츠에 닛퍼 날이 긁고 들어간 자국이 남는 참사까지!
도리 없이 아트 나이프로 조심조심 런너 하나하나 또각또각 끊어내면서 조립 완성. 박스에서 비닐 포장된 런너를 꺼내서 건담의 양 손에 빔 라이플과 실드를 들려 줄 때까지 30 분만에 끝을 냈다는 분들이 계시기에 만만하게 생각을 했는데, 은근히 시간이 좀 들었습니다. 어쨌거나 이리저리 가지고 있는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서 완성.
눈과 빔 사벨 날 부분은 형광색을 사용해서 칠해 주었는데, 형광도료 역시 하도 오래 사용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형광 분홍만 너무 많이 사용해서인지 빔 사벨 날이 조금 얼룩덜룩해졌습니다.
모든 파츠의 색분할을 완벽하게 했다면서 왜 건담 뒤통수에 달린 리어 카메라와 빔 라이플 조준용 센서는 색분할 없이 내놓은 것인지, 가끔 반다이의 정책은 조금 이해하기가 어려운 면이 없지 않은 편입니다. 빔 사벨 날 부분이야 그렇다고 해도 나머지 부분들은 분명히 파츠별로 색분할이 가능한 부분인데 말이지요.
관절 가동은 조금 뻣뻣한 편이기는 하지만, 생각보다는 잘 움직여주는 편이로군요. 어깨와 발목은 볼관절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나름 포징에도 도움이 되는 편이기는 합니다. 다만 이 녀석을 며칠 붙잡고 있다보니 비교적 TV 화면상의 모습을 잘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던 로봇혼 A.N.I.M.E. 건담이 갑자기 못생겨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렇게 빈약한 체격으로 어찌 지온 공국 악의 무리로부터 선량한 어스노이드들을 지켜 줄 수 있단 말일까요?
그야말로 지구의 보라매 건담입니다. 이 녀석을 보고 있노라니 이 프로포션 그대로 최신 기술을 조금 더 적용해서 가동까지 최신 제품 수준의 물건이 나와 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이 녀석 말고 1/100 스케일로 뱃속에 코어 파이터까지 수납 가능했던 그 녀석이 이렇게 나와 주었으면 더 좋을 것 같고 말입니다.
아니면 정말 설정화의 이 모습 그대로 최신 기술을 적용한 물건이 나와 주면 더 좋을 것 같군요. 반다이의 기술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나와 주지 않는 것은 역시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겠지만요.
천개산
이미 본문에 비교용 액션피규어로 등장했네요.
분명 최초의 건프라라는 사정상 구닥다리일 수 밖에 없는 그 녀석의 외형을 철저하게 재현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액션만 추가되면 참 매력적이라는 게 신기합니다. ㅎㅎ 사진출처- 본인
개발자 인터뷰를 읽어 보니 초기 기획 당시 말씀하신 이 프로포션에 뛰어난 가동폭 적용도 개발진에서 제안 되었지만 이 기획자 (건프라 잘 모름, 여성이며 게다가 거의 신인급)가 컨샙 자체가 옛 모델에 현대적 기술을 가미한다 란 컨셈을 유지하고 싶다 해서 지금의 제품이 나왔다 하네요. 지금 현 반다이 기술이라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가동 영역이 넓은 퍼스트는 그레이드 별로 많아서 이것도 괜찮다 싶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말씀하신 1/100으로 그 구판 프로포션에 가동폭도 엄청난 녀석이 나왔으면 좋겠다 싶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