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소울 3편은 개발 과정에서 달라진게 아주 많은 게임이었습니다. 화톳불 생성 시스템을 비롯해 굉장히 다양한 디자인과 게임 기능.
그리고 스토리와 인물들의 설정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죠. 프롬 소프트웨어도 그것을 인지한 것인지 게임 파일 내에서 다크소울 3편의
초기 빌드는 전부 싹 잘라낸채 발매하였습니다. 자신들의 게임이 미완성처럼 보이는건 싫었을테고, 그 중에는 분명 이건 대체 왜 넣지
않은거냐? 싶은 것도 있었을테니까요. 당장 황금빛 잔광만 봐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감추고 싶은 흑역사라고 하더라도 단서는
남기 마련입니다. 저희 유저들에게 남은 단서는 아트북에서 몇몇 그림이 보여주는 사라진 설정의 흔적과, 발매전의 유출샷 정도입니
다. 가장 첫번째로 생각해볼건 역시 주요 시스템 중 하나였던 "화톳불 생성" 시스템과 피의 계약, 그리고 사라진 웨펀아츠입니다.
현재 발매된 다크소울 3편에서 화톳불 생성 시스템의 흔적을 보여주는 것은 튜토리얼 구간이라고 불리우는 재의 묘소와 보스인 재의 심판자, 군다.
그리고 로스릭의 높은 벽으로 전송하고 나서 뒤를 돌아보면 떡하니 놓여있는 그릇과 나선검입니다. 분명 제사장에 나선검을 꽂음으로써 "화톳불을
생성하는게 구라샷은 아니었다구요!!" 라는 느낌을 받긴 했지만 발매 전에 유출되었던 유기적인 형태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이벤트성 화톳불 생성
이었습니다. 유저가 예상하고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고, 이에 실망한 유저들도 많았죠. 제가 생각하기에 이런 흔적을 보여주는 것은 높은 벽
에 있는 나선검을 비롯한 지역 곳곳에 있는 "왕의 그릇" 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제 생각에 초기 빌드의 다크소울 3편은 지금처럼 화톳불이
이곳 저곳에 정해진 채로 박혀있는 형식이 아니라, 유저가 죽인 망자의 시체를 매게체로 삼아 화톳불을 생성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을 것
입니다. 아마도 양산형 왕의 그릇들에 놓여있는 나선검을 루팅하여 화톳불을 생성하는 방식이었겠죠. 실제로 다음과 같이 유출된 내용의
스크린샷엔 재의 귀인이 직접 화톳불을 생성하는 모습도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아무 곳에 화톳불을 박게 되면 밸런스상 문제가 생길 것이고, 심지어 화톳불 생성은 제가 생각하건데 횟수 제한이 있었을 것입니다.
즉, 나선검을 획득하고 그것으로 화톳불을 생성하면 나선검은 땅에 박혀 있으니 그대로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죠. 일종의 소모성 아이템으로써 자신
만의 체크 포인트를 개척해나갈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컷씬까지 만들어놓은 프롬 소프트웨어이지만, 막상 본 게임
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의 흔적조차 지우려는 노력이 보일 정도로 완전히 게임 내에서 그것을 지워 버렸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런 시스템 변화에 대해서 주인공의 설정 변화때문에 바뀐 것이라는 의견도 다수 존재했었는데, 본래 재의 귀인의 초기 컨셉은
예전 장작의 왕이었기 때문에 화톳불 생성이 가능했으나, 지금은 불꺼진 재라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두번째로 짚고 넘어갈 것은 피의 계약 입니다. 아무래도 새로운 PVP 시스템으로 기획하다가 취소된 컨텐츠인것 같은데, 사실 이 시스템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어서 뭐라 말하기가 힘듭니다. 아마도 화톳불 생성과 마찬가지로 망자의 시체로부터 무언가를 끄집어내면 그때부터 PVP를 가능
하게 된다는 예상만 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유출샷에서 보여주는 진행 구간은 오로지 "로스릭의 높은 벽" 과 "요왕의 정원" 이
라는 사실입니다. 위의 스크린샷을 자세히 보면 요왕의 정원 보스룸 앞에 있는 원형 투기장같은 구역입니다. 요왕의 정원은 기획 초기 빌드부터
만들어져 있었던 지역이라는 뜻이 되는 것이죠. 다크소울 2편의 "거인의 기억" 구간처럼요. 이것을 증명하는 스크린샷이 더 있습니다.
바로 군다의 보스전이 진행되는 곳입니다. 땅에 박혀있는 소울의 검들을 제외하면 요왕의 정원의 오스로에스 보스룸과 완전히 같습니다.
즉, 요왕의 정원은 초반 진행 구간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불의 계승의 제사장의 과거로 보이는 무연고 묘지는 요왕의 정
원과 연결되어 있는데, 제 생각에 다크소울 3편의 초기 빌드에서는 로스릭의 높은 벽을 지나 NPC 무희를 접한 뒤, 요왕의 정원에서 군
다를 죽인 후에야 제사장에 입성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했습니다. 심지어 아트북을 봐야만 알 수 있는 사실도 있습니다.
위가 재의 묘소의 컨셉아트이고 아래가 요왕의 정원에서 무연고 묘지로 넘어가는 그 부분의 컨셉아트인데, 지금 현재 버전이랑 너무나도
다른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분명 요왕의 정원 파트에 속해있는 그림이고 바로 위에 수록된 그림은 뱀 인간들이 그릇 주위에서 기도를 올
리는 그림이 올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비석이 박힌 모양새나 길의 모양을 보면 오스로에스를 죽이고 난 후에 나오는 그 길이 확실합니다.
그런데... 날씨가 다릅니다. 재의 묘소의 컨셉아트처럼 잿빛의 빛이 쬐이고 있죠. 무연고 묘지와 다르게 날씨가 존재합니다. 이것으로 봤
을때 본래 요왕의 정원은 초반 진행 구간이었으며, 다크소울 1편처럼 불의 계승의 제사장이 온갖 맵과 연결되어 있는 구조였으리라고
추측을 해볼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취소된 이유는 아무래도 초보자 편의적인 구성때문일 것입니다. 본래 미야자키는 다크
소울 1편 스타일의 지역 디자인에 화톳불 생성까지 넣어서 더욱 복잡하게 만들 생각이었겠지만, 이러면 초보자들은 엄청나게
힘들어 할 것이 분명했겠죠. 심지어 시리즈를 전부 플레이해온 유저들도 바뀐 시스템에 당황하며 죽어나갔을 것입니다.
결국 익숙한 것이 좋다는 결론을 내려 지금과 같은 전송 시스템으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요왕의 정원에 아노르론도에 등장했던 거인 기사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비록 잘리고 말았지만요. Legend Never Dies...)
세번째로 말할 주제는 사라진 "웨펀아츠" 시스템입니다. 유출샷을 살펴보면 알 수 있는 점이 하나 있는데, 주인공 캐릭터는 무조건 등에
대검을 한자루 차고 있습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실제 게임 내에서는 저런게 불가능했습니다. 저런 식의 룩이 가능한건 발로하트같
은 쌍수 무기 밖에 없죠. 한마디로 웨펀아츠 시스템이 지금과는 전혀 달랐을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저 대검의 디자인... 게임 내
에서 혹시 저렇게 생긴 대검을 본 적이 있으십니까?
아뇨. 아마 없으실겁니다. 왜냐하면 저 대검은 실제 게임 내에 들어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로스릭 기사의 대검으로 추정되는
무기인데, 실제로 아트북에서 로스릭 기사들의 무기와 함께 전시되어 있습니다. 지금 게임 내에서의 로스릭 기사들은 오로지 직검과
장창, 그리고 특대검만을 사용하는데 사실 대검을 사용하는 로스릭 기사가 있었고, 저 대검은 극 초기 빌드부터 웨펀아츠의 초기 형
태로써 사용되었던 물건이라는 뜻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획 초기의 우리가 알 수 없는 웨펀아츠 시스템이 사장되고 현재의 웨
펀아츠가 새롭게 만들어지면서 왠지 모르게 저 대검의 디자인은 게임 내에서 등장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유출샷의 날씨 또
한 짚고 넘어갈 점인데, 아트북을 살펴보면 실제 게임하고는 다르게 "어두운" 지역이 많습니다. 책형의 숲 지역이 특히 그런데, 실
제론 따스하게 햇볕이 내리쬐고 있는 지역이지만 아트북을 보면 그냥 어두컴컴한 밤으로 되어 있습니다. 블러드본처럼 초중반에
날씨 변화를 하나둘씩 더 넣어줄 예정이었지만 취소되고, 오로지 두가지 타입의 날씨로 고정되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죠. 사실
이건 게을러 빠졌다고 생각합니다. 블러드본에서는 스토리가 막 진행되기 시작하는 "붉은 달" 이 뜨기 이전에도 날씨 변화가 아
주 사소하게 계속 있었습니다. 가스코인을 죽이면 태양이 점점 노을지기 시작하고, 아멜리아를 죽이면 밤이 찾아왔었죠. 아마
개발 초기의 다크소울 3편도 같았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아트북의 그림들도 어두운 날씨의 그림이 많았던 것이겠죠. 하지만
반남이 제촉을 한건지 뭔지 이런 날씨 변화 요소까지 취소되었습니다.
아트북 NPC란에 개재되어 있는 "탈주기사 셋" 입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실제 게임 내에서 탈주기사 셋은 NPC는 커녕 그저
책형의 숲의 시체로 등장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한명, 탈주기사 셋과 같은 별명을 가진 NPC가 있죠. 바로 호크우드입니다. 등에
지고 있는 방패도 호크우드의 것이고, 위의 디자인은 호크우드의 초기 디자인이었지만 버리기 아까워서 책형의 숲에 루팅 아이
템으로 박아뒀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심지어 폐기된 대검과 방패를 등에 맨 채로 직검을 오른손에 들고 있는데, 이것
또한 폐기된 웨펀아츠 시스템이 남아있던 시절에 그려진 그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컨셉아트들 중에서 굉장히 오래된 것
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죠. 요왕의 정원 관련 컨셉아트도 그렇습니다. 마지막으로 등장 인물 한명의 스토리상 변화를
살펴 보겠습니다.
스토리상 인물의 설정 변화에 대해서 제가 가장 말하고 싶은 인물은 설리번입니다. 사실 설리번 외에는 추측을 할 수 있는 인물이
무희 정도 밖에 없는데, 무희마저도 NPC였다는 사실 외에는 이렇다할 무언가가 없습니다. 하지만 설리번은 다릅니다. 초기 계획
의 증거물이 많이 남아있죠. 먼저 설리번과 엘드리치의 게임 내 코드 네임이 굉장히 의미심장합니다. 설리번은 "오래된 검은 색
의 왕" 이고, 엘드리치는 "설리번" 입니다. 그리고 설리번의 옷을 실제로 유저가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만들 생각이 있었
던것 같은데, 이때문에 그 시절의 텍스트가 남아 있습니다. 그 아이템 텍스트를 살펴보면 Frigid Valley에 세워진 성당의 왕
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습니다. Frigid Valley는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차가운 골짜기의 이루실의 과거 이름입니다. 무
희도 Dancer of Frigid Valley 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로 변경되었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첫번째로 제
가 올려둔 컨셉아트를 보면 설리번 보스방에 "왕좌" 가 세워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은 그저 설리번 투기장으로
가는 입구만이 뚫려 있을 뿐이지만 컨셉아트 상으로는 무려 왕좌가 놓여 있습니다. 설리번의 왕좌가 말이죠. 이러한
진행 구간의 디자인 변경이 있는 보스룸은 또 한가지가 있는데, 바로 무희의 보스방입니다. 무희의 보스방은 설
리번의 보스방과 마찬가지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가 없는 막힌 공간이었으며, 이것은 컨셉
아트 상으로도 그렇습니다. 사다리가 그려져 있지가 않죠. 설리번도 마찬가지로 왕이라는 설정이 폐기
되면서 왕좌를 지웠다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설리번은 엘드리치를 대신할 전 장작의 왕
중 하나였을지도 모릅니다. 엘드리치의 코드네임이 설리번인 것도 그렇고, 본래 깊은 곳의 성당
의 주인이 설리번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죠. 심지어 둘의 행적과 설정이 겹치는 부분도 많습니
다. 둘 다 회화세계와 접점이 있고, 깊은 곳의 성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죠.
굉장히 두서없이 정리가 안된 글이라는 점 죄송합니다. 그만큼 이 주제에 대해서 다루어 보고 싶었지만 단서가 너무나도 적은 편이었고
정말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얼마 안되서 글로 적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난 김에 일단
적어두자고 생각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너무나도 궁금합니다. 미야자키와 프롬 소프트웨어가 본래 만들려고 했던 다크
소울 3편이 어땠었는지, 궁금해서 미치겠습니다. 당장 저 위의 최초의 화로 유출샷만 봐도 현재와 너무나도 다릅니다. 태양에
서 이상한 피가 쏟아지질 않나 온 세상이 불타 퇴적지가 되어가면서 이상한 검은색 생명체가 꿈틀거리지를 않나... 하지만
우리가 플레이 할 수 있었던 최초의 화로에 저런 것은 없었죠. 지금이 나쁘다는건 아닙니다. 하지만 예전 것도 너무나
좋아 보인다는게 문제입니다. 화톳불 생성, 날씨 변화, 폐기된 설정의 에셋들. 전부 잘만 재활용하면 다크소울 3편
회차에서 아쉬운 점 중 하나인 "회차 요소가 부족하다" 를 충족할만한 새로운 컨텐츠가 만들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프롬은 이제 간신히 게임을 완성했다는 느낌으로 다크소울 3편을 내버려둔채 차기작 개발로 넘어가
버렸죠. 나쁜 새끼들. 더미 데이터라도 풀어줬음 했지만 그런 것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일줄은 몰랐네요.
엘드리치보다는 설리번이 포스로보나 외관으로로나 장작의 왕으로 더 적절한거같은데 말이지요.
확실히 개발초기버전은 좀더 어두운 분위기였을것같네요,개인적으로는 초기버전을 나중에라도 좋으니 내주었으면 좋겠지만,프롬이 그럴리가 없겠죠ㅠ
탈주기사 셋을 입은 망자는 본편에 있죠. 노야를 잡고 진행해서 나오는 화툿불 근처 성기사의 재 옆에요. 좀 특이한게 직검+단검이라는 매우 드문 조합을 가진..
화톳불을 직접 아무데나 생성할 수 있다는 컨셉은 참신하긴 한데 그랬다면 유저 간 화톳불의 위치는 중구난방이 됐을테고 백령 코옵 사인을 남길만한 위치 또한 지금처럼 정해진 화톳불 주변이 아닌 여기저기 널려있었을 가능성이 크겠죠 다시 말해 아이디어는 재미있지만 게임 내에 구현해내기엔 현실적으로 뭔가 조금 안맞았던거 같네요 날씨와 시간변화 시스템은 정말로 아쉽습니다
화톳불은 사실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보고 날씨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사소한 부분. 다만 더미로 남겨둔 아이템과 모션들은 아쉽네요. 게임이 초기기획과 달라지는 경우는 부지기수이지만 지금의 결과물이 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이 나온게 아니라면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거라 생각합니다.
캐쥬얼하게 쉽게 편하게를 위해서 자른 시스템도 있고 기술의 부족함 때문에 짜른것도 있을것이며 시간이 부족해서 잘린 곳도 있을것이지만 우리는 시간이 오래걸렸다 하더해도 더 완벽한 3를 하고싶었는게 프롬의 AS는 최악이네요
항상 더미가 문제야 더미가
뭔가 흥미롭네요 특히 화톳불이랑 관련해서 변경된 진행구간의 흔적이 재미있어보이네요 뭐 프롬에서 알아서 지금버전이 더 좋으니 지금버전으로 내놨겠지만 이 전 버전이 어떤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저는 불가능할, 흥미로운 분석들 잘 읽었습니다!! 마지막 아트워크는 다시 봐도 아쉽군요. 아마도 데몬즈 소울의 짐승을 오마쥬한 초거대 보스전의 기획이었을 것 같은데... 미사용곡 중에 그위네비아 관련의 최종보스곡으로 짐작되는 엄청난 퀄리티의 곡도 아쉽고...
화톳불 생성 시스템은 솔트 앤 생츄어리 느낌이네요. 거기서도 전송은 아이템을 따로 소모해야 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