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용두석 |
빛나는 용체석 |
불멸하는 고룡의 힘이 깃든 돌
사람의 머리를 용의 그것으로 바꿔 고룡의 환상과 함께
그 환상은 사람이 처음으로 얻은 고룡을 닮은 모습이며 |
불멸하는 고룡의 힘이 깃든 돌
사람의 몸을 용의 그것으로 바꿔 고룡의 환상과 함께 포효를 내지른다
하지만 용체는 용 머리와 함께 있을 때 고룡을 닮은 모습이 된다 |
오래간만에 호크우드 이벤트를 챙겨봤습니다. 그리고 빛용두/빛용체의 설명을 유심히 읽어보았습니다.
우선 맨 첫 부분에 언급되는 '태산과도 같은 고룡'은, 분명 빛용체석을 얻는 제단 너머, 설산에 화석처럼 잠들어있는 거대한 고룡의 유해를 말하는 것이겠죠. 서두에서 '불멸하는 고룡'이라고 언급하면서도 이미 쇠락해버린 고룡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상당히 씁쓸한 대조입니다.
다음으로 용두석쪽의 설명이 굉장히 의미심장합니다.
* 사람이 처음으로 얻은 고룡을 닮은 모습
* 자신의 용체의 보잘것 없음을 드러냄
트릴로지를 쭉 해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유난히 용인화만은 시리즈 내내 조금의 유사점도 찾을 수 없습니다.
1편의 경우 계약을 주선하는 바위의 고룡과 제법 닮았지만, 정작 잿빛 호수에 있는 바위고룡은 오프닝에 등장한 오리지널 고룡과 생김새가 상당히 차이가 납니다. 이는 바위고룡이 고룡전쟁시대의 고룡이 아니기 때문이죠. '예로부터 쇠락하지 않은 고룡의 후손'. 고룡의 대검과 빛용두석의 설정을 합쳐보면, 바위고룡은 고룡의 후예이나 고룡 자체는 아닌셈입니다. 말하자면 비룡과 형제뻘이되, 조금 더 고룡에 가까운 정도인 듯 하군요.
2편의 경우, 흑룡세트라는 전용 갑옷을 입은 형태로 변이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점은, 흑룡세트의 경우 미간에 제 3의 황갈색 눈이 있다는 겁니다. 이는 흑룡 카라미트의 특성이죠. 흑룡세트를 얻기 위해 계약의 주선자(?)가 되는건 알 화석. 어쩌면 카라미트의 자식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오히려 고룡병이 자신들을 거느리던 오래된 용과는 닮지 않았다는점에서 카라미트의 영향을 좀 더 점쳐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러나 왜 갑옷인가? 육체를 변이시켰다기에는 지나치게 금속질의 느낌이 납니다. 이는 힘을 빌려주는 '주인'이 정상적인 형태가 아니기에, 갑옷으로 일종의 '그릇'을 만들어 용의 힘을 부여한 것이 아닐까요?
2편 용인의 모습이 단순히 '그릇'이라 추측한 이유는 3편의 모습 때문입니다. 용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왜소하고, 삐쩍 말라있죠. 심지어 3편에서는 1편 오프닝에 나온 그대로의 모습을 지닌 고룡을 볼 수 있는데, 정작 용인의 모습은 그와 조금도 닮지 않았습니다. 빛나는 용두석/용체석으로 나타나는 고룡의 환영은 미디르와 매우 흡사하고, 빛용두의 설명을 감안해보면 이것이야말로 고룡화의 완전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3편의 고룡 숭배자들은 스스로도 보잘것없다고 칭하는 모습으로밖에 변하지 못했습니다. 어째서?
3편에서 계약을 주선한다고 할 수 있는 거대한 고룡의 사체. 카라미트와 마찬가지로 죽은채 화석으로 변해버린 모습이지만, 거기에 더해 세상이 종말에 한없이 가까운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본래 무의 세계는 불과 어둠이 한데 뒤섞인 세계. 여기서 불이 사라져버리고 어둠만이 남는다면, 오히려 무의 세계와 더 멀어지게 돼죠. 따라서 고룡이라는 개념이 더이상 불변의 존재가 아니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어볼까요?
* 태산과도 같은 고룡에게 바쳐진 이것은 내부에 빛을 깃들이기 시작하고 있다.
분명 용들은 힘을 잃었습니다. 최후의 고룡 미디르마저도 심연을 삼키다못해 역으로 잠식되어가고, 그 후예인 비룡들은 추악한 순례자 나비나 로스릭의 천사들에게 하늘을 빼앗긴 채 지상에 쳐박혀 죽어있죠. 그럼에도 빛나는 용두석의 설명을 보면 빛을 깃들이기 '시작한다'고 언급합니다.
무의 시대가 끝나고 찾아온 불의 시대. 그러나 그 불이 꺼지고 어둠이 깊어가며 기존의 질서가 무너집니다. 그러나 화방녀는 말합니다.
The First Flame quickly fades.
태초의 불이 사그라들고 있습니다.
Darkness will shortly settle.
이제 곧 암흑이 찾아오겠지요.
But one day, tiny flames will dance across the darkness.
그리고, 언젠가 반드시 암흑 속에 작은 불꽃들이 나타날 겁니다.
Like embers, linked by lords past.
왕들이 계승해온 잔불이...
비록 불씨는 꺼지더라도, 언젠가 다시 피어날 수 있다는 희망. 불꽃이 어둠속에서 다시 피어오를 수 있을진대, 불과 어둠을 아울렀던 잿빛의 안개라고 다시금 나타나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을겁니다. 그윈 이래로 재의 귀인에 이르기까지 세계가 끝없이 불과 어둠을 반복해왔다면, 무의 시대로부터 불의 종말까지의 기나긴 여정 또한 하나의 순환을 이루지 않았을까요.
오래간만에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의 귀인들께 태양 있으리. 좋은 밤 되세요 :)
흥미롭게 잘읽었습니당 추추!
재미있으셨다니 다행입니다:)
흑 뒤늦게 보고 갑니다. 프롬뇌추~ 오랫동안 마무리를 못 짓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순환의 또다른 힌트는 게일에게 있다고 생각 중입니다 ㅎㅎ 그리고 즉흥환상곡님의 이 글로 제대로 보게 된 것이지만 [내부에 빛을 깃들이기 시작하고 있다]는 의미심장하군요...
다른 것으로 아트워크북에서 클래스 마지막 항목이 드래곤인데, 이런 게임 안에 없는 드래곤이 들어가 있습니다. 아마도 용체석으로 소환되는 고룡의 원화가 아닐까 하지만요. 고룡의 환상=사람이 처음으로 얻은 고룡을 닮은 모습...
옆모습은 무명왕 보스룸의 용석상과도 비슷하네요. 빛나는 용석으로 소환되는 용이 맞다면 혹시 설산에 버려진 고룡 화석의 주인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