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때
휴일이면 아부지는 안방에 누워서 티비 보시고
엄마가 청소하고 빨래하고 밥하고 설거지하고
집안일 다 하셨지.
전업주부가 아니라 맞벌이였음.
어린 나이에도 뭔가 좀 이상해서 아부지에게
'아빠는 왜 집안일 안 하고 엄마 혼자 해요?' 했더니
아부지가 씩 웃으면서
'인마, 남자는 그런 일 하는 거 아니야.' 라고 하셨음.
아마 82년생 김모씨 건으로 시끌시끌할 때였던 것 같은데
엄마한테 '엄마도 맞벌이면서 집안일은 엄마 혼자 다했잖아?' 했더니
엄마가 킥킥대면서
'야, 니네 아빠가 니네 남자라고 설거지 같은 거 못하게 말린 적 있니?' 하더라.
생각해 보니 그러네? 하니까
- 니 아빠가 뭐 대단해서 집안일을 안 한 게 아니고
뭐가 됐든 손만 대면 일이 더 늘어나는 양반이라
엄마가 못하게 한 거야.
아부지는 그저 티비만 바라보시고 말이 없음...
엄마가 '오늘은 방바닥만 쓸고 가구는 내일 닦아야겠다' 이렇게 정했는데
아부지가 방바닥 쓸고 나면 방바닥은 바닥대로 한 번 더 쓸어야 되고
가구에도 먼지가 더 앉아서 닦아야 되는 판이라고 ㅋㅋㅋ
계획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