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이라는 책인데
관련 글 몇개 올라오는 거 보면 약간 핵심을 잘못 짚고있는 거 같더라
의미없이 대량의 요구자료 남발하고 여론 따라 외압 넣는 정치인도 비판하는 건 맞는데
사실 이 책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공직사회(공무원) 비판"
아래 인용문만 봐도 확실하게 드러남
공직사회는 블랙리스트를 지시받고 실행할 때도 무기력했지만, 처벌과 조사가 끝난 이후에도 그에 대한 반응을 최대한 자제하는 걸 어떤 미덕처럼 여겼다. 사석에서라도 블랙리스트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다든가, 원치 않은 일을 해야 했던 억울함을 토로한다든가, 그 일에 관하여 통렬한 반성을 하는 사람은 대단히 찾기 어려웠다. 모두가 그 사건은 잊기로 약속한 듯이 말이다. 시간이 좀 지나 공직사회를 자세히 알게 된 이후 느낀 사실이지만, 그런 침묵은 사실 체념과 냉소에 가까웠다. 공무원이 공익에 헌신하고 나라의 발전을 위해 일한다고? 그건 정말 이 사회를 모르는 사람들의 낭만적인 소리였다.
― 「1부 공직사회라는 이상한 세계, ‘2장 나는 운이 좋았지’」 중에서
하지만 반대로, 관료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진짜 일을 잘해보려고 노력하였는가? 혹은 어려운 상황을 능숙하게 헤쳐 나갈 실력을 갖춘 인재를 키우고 있는가? 나는, 모두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윗사람의 심기를 보좌하는 데 익숙하고 남이 써 준 자료에 의존하며 진짜 일은 등한시하는 공무원은 어려운 정책적 환경과 관계없이 공직사회의 무능한 시스템이 길러내는 결과물이다. 옛 동료들에게 대단히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정치인의 실력과 선의를 믿지 않는 만큼 관료의 그것 역시 믿지 않는다.
― 「에필로그: 우리는 모두 서해대교를 건너고 있다」 중에서
공직자들이 사실 쉬쉬하고 그래서 뉴스 장식하는 정치권에 묻어 지나가는 느낌이 있지만
공직사회 병폐는 보통 사람들의 생각보다 아주 심각함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