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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핑해줘.”
오메가가 오르카에게 협력함으로써 전세가 유리해진 것도 잠시, 전선은 다시금 정체 상태로 돌아갔다. 사령관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략 회의를 긴급히 소집했고, 오르카의 참모진들과 오메가는 원탁에 둥글게 둘러앉았다.
“최근 2주간 철충 개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정찰비행대의 지상 관측 자료를 공유해드리겠습니다.”
자리에 모인 이들에게 여러 장의 이미지가 공유된다. 최근 며칠간 찍힌 철충들의 분포도였다. 날짜순으로 확인해 보니 과연 개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이 명확히 보였다.
“펙스 측의 지원으로 순조롭게 철충들을 격퇴하고 있었으나, 철충들의 개체수 증가로 인해 다시금 방어선이 후퇴하고 있습니다.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극단적으로는 유럽을 포기해야 할지도….”
오르카의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그것만으로도 부족해 펙스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었음에도 부족할 정도라니. 이 이상 전력을 끌어모을 방법도 없다. 이 미증유의 재앙 앞에서, 필사적으로 확보한 유럽을 순순히 내 주는 것 말고는 정녕 선택지가 없다는 말인가? 막사 내에 침통한 분위기가 감돈다.
“몇 개 포인트를 정해서 무차별 폭격으로 육로를 끊으면 어때?”
“의도적으로 철충들끼리 내분을 일으킬 방법은 없을까? 몇 차례 관찰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가짜 신호를 내는 눈속임용 진지를 만들어서 유인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진격을 어느정도는 늦출 수 있을겁니다. 분산된 틈에 각개격파도 노릴 수 있을 거고요.”
“평원 지대에서 기동전으로 소모시키는 작전을 제안한다. 위험부담은 커지겠지만, 정찰대와 연계하면 충분히 효과를 거둘 수 있을거다.”
“수적 열세가 있을 때야말로 포병대가 활약할 타이밍 아니겠나! 우리에게 맡겨주게!”
각 부대의 필두가 의견을 개진한다. 하지만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결정적인 아이디어는 나오지 않았다.
“흐음….”
한편, 오메가는 참모진의 이야기를 뒤로하고 관측자료를 빤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왜 그래요, 오메가?”
“아니, 철충의 흐름이 조금 이상해 보여서 말야.”
오메가가 알파의 물음에 관측 자료의 특정 위치를 손가락으로 짚는다.
“철충들, 여기 부근에서부터 나오는 것 같지 않아?”
“잠깐, 그러고 보니 정말…!”
오메가의 말을 듣고 다시 자료를 살펴보자, 정말 그녀가 가리킨 곳에서부터 철충들이 나타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었다. 알파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무심코 큰 목소리를 내었다.
“....”
“....”
“앗, 죄송합니다. 큰 소리를 내서….”
순간 정적이 찾아왔다. 주위를 살펴보니 모두의 시선이 알파와 오메가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알파는 불필요하게 주의를 끌었음을 사과했다.
“무슨 일이야, 알파?”
사령관이 알파에게 물었다. 알파의 성격상 이유 없이 소리쳤을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아, 주인님. 다름이 아니라…”
“알파가 뭘 좀 발견해서.”
알파가 사실대로 오메가의 발견을 보고하려던 그때, 오메가가 선수를 쳐서 알파에게 공을 돌렸다. 외부인인 오메가보다는 모두에게 신뢰받는 알파가 의견을 내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메가는 당황한 알파에게 눈빛으로 적당히 맞춰달라는 신호를 보냈고, 알파는 그 진의를 어렵지 않게 알아챘다.
“아, 아, 네. 다들 10일 전의 자료부터 순서대로 늘어놔 주시겠어요? 일자별로 확인해 보면, 이 부근에서 철충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구역에 비해 철충의 개체 수가 많고, 이곳에서부터 방사형으로 퍼져나가는 흐름도 보여요.”
“흐음.”
“과연.”
알파의 설명을 듣고 참모진들의 눈빛이 바뀐다. 해일처럼 끝없이 밀려오는 철충을 언제까지고 막는 것은 더없이 어렵지만, 그 근원이 특정되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현재 병력의 질 측면에서 압도하는 것은 오르카 쪽이니 철충이 더이상 충원되지 않게만 할 수 있다면 이 고통스러운 싸움에 종지부를 찍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여기 어딘가에 대규모 제조시설이라도 있는 건가? 시설 자체가 철충에 감염되어서 철충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
사령관이 조심스레 의견을 내놓는다.
“이 비정상적인 개체수의 증가 자체를 막을 수 있다면 다시 승기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요? 전 이 철충 발생 지점을 특정한 후 최우선적으로 타격해 파괴하는 작전을 제안합니다!”
알파가 희망에 찬 목소리로 외친다.
“잠깐. 그 위치는 그야말로 적진 한복판인데, 어떻게 그곳을 타격할 생각이야?”
레오나가 손을 들어 발언한다. 그녀 역시 철충의 충원을 막는 것이 가장 승산 높은 방안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근본적으로 그곳에 어떻게 접근하여 공격할지가 문제다. 당장 지척에서 몰려드는 철충을 막아내는 데도 벅찬 이 상황에 말이다.
“맞는 말입니다. 어떻게든 겹겹이 둘러싼 철충들을 뚫고 도달한다 해도, 지속적인 철충의 출현으로 가장 밀도가 높은 저 곳에 피해를 주는 것은 어려울 겁니다.”
마리가 레오나의 의견에 힘을 싣는다. 기적적으로 저 위치에 도달한다 한들, 철충이 끝없이 튀어나오고 있는 곳에 어떻게 타격을 할 수 있을까?
“지키고 있는 철충 째로 날려버리면 되지.”
메이가 자신만만하게 받아친다. 둠브링어가 가진 화력이라면 방어병력의 존재와 상관없이 심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이다.
“철충의 대공화력을 무력화하는 것이 선제 조건이다. 내가 호드를 이끌고 일점돌파하여 주요 병력을 타격하도록 하지.”
하지만 제아무리 강력한 창을 지녔다 한들 빽빽한 대공포화를 뚫고 지나갈 수는 없다. 그렇기에 칸이 자진해서 길을 열겠다 나섰다.
“후후, 그 빈약한 무기로 충분하겠는가? 캐노니어즈가 기꺼이 조력하지. 언제든 의지하라고.”
아스널은 호쾌한 웃음과 함께 가슴을 탕 치며 칸을 돕겠노라 말했다. 휘하 부대원들에 대한 굳은 신뢰가 엿보였다.
‘과연…. 이것이 오르카의 저력인가.’
오메가는 말없이 그 모든 대화를 지켜보며 감탄했다. 오직 정점에 선 자신 하나만이 의견을 낼 수 있는 펙스와는 달리, 오르카는 모든 이가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누고 있지 않은가. 형식상 가장 높은 이는 사령관이지만, 이곳에서만은 지위의 고저따위 나누지 않고 동등한 입장에서 모두를 위한 최선의 선택지를 찾는데 여념이 없었다.
궤멸 직전까지 몰렸던 오르카 저항군이 수없이 많은 강적들을 물리치고 펙스와 어깨를 견줄만큼 강대해진 데에 이러한 시스템이 분명 적잖은 공헌을 했으리라. 자신이 다치는 것따위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나서는 바이오로이드들의 충성심 역시.
“저기, 나도 한 마디 해도 될까?”
이곳에 있는 이상 자신 역시 그들의 방식에 어울려 주어야겠지. 오메가는 손을 들어 발언권을 요청했다.
“내가 보기에는 병력들을 최대한 유인해 분산하고 발을 묶은 뒤 공중에서 강습하는 것이 가장 나을 것 같아.
앵거 오브 호드의 속도와 돌파력은 인정하지만, 이렇게나 겹겹이 진을 치고 있는 철충을 뚫는건 불가능해. 아무리 AA캐노니어즈가 포격 지원을 해준다 해도 말야. 절반… 아니, 1/3도 격파하지 못하고 그대로 포위섬멸당할거야. 이곳 지형은 호드의 기동성을 살리는 데에 부적합하기도 하고.
그럴 바에는 차라리 철충을 바깥으로 꾀어낸 뒤 전력을 깎아내는 동시에 잡아두는 역할이 나아. 철충들이 밀집해 있으면 목표에 대한 화력 투사의 효용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방어를 흩트러뜨리고 목표 지점을 파괴한 이후 각개격파를 유도하는거야.
그리고 철충끼리 내분을 유도하는 신호기는 우리 쪽에서 내줄 수 있어.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고 철충들의 호전성과 화력을 약 40% 증가시키는 부작용이 있어서 굳이 먼저 말해주지는 않았는데, 이번 작전에서는 발을 묶는 것이 최우선이니 부작용을 감수하고 사용해봐도 괜찮겠지. 신호기 설치는 후방 침투에 능숙한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가 맡아주었으면 해.
눈속임용 진지는 최소한의 시간과 자원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얻어내는게 중요해. 내가 가져온 공병지원용 AGS 1기당 스틸라인 1개 분대를 붙여 미리 봐 둔 위치에 임시 진지를 설치하자. 임시 진지는 구색만 갖추면 되니 천막 2개만 세우고, 철충을 유인하는 데 쓰일 광원과 전파발생기, 소음발생기 정도만 있으면 돼. 지뢰도 조금 매설하면 좋고.
설치가 끝나면 부대원들은 후퇴, AGS는 남는다. 남은 AGS는 임시 통신기 및 관측기 역할을 해줄거야. 제한적으로나마 전장의 상황을 알려주겠지. 철충이 나타나면 AGS가 응사해 더 많은 철충 병력을 불러모으고, 충분히 많이 모였다면 그대로 자폭. 간단하지?
AA캐노니어즈는 당연히 포격 지원.
앵거 오브 호드가 철충을 유인하고 교전할 때, 그리고 혹시라도 포위될 위험이 있을 때 포격으로 길을 열어줘야 해.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가 침투할 때는 포격으로 시선을 돌리고, 신호기로 철충들이 광분했을 때 싸움이 끝나고 상처입은 철충 개체들을 무력화하는 역할도 맡아줘.
마지막으로 스틸라인 부대가 이동할 때 교전을 최소화해야 하니 경로상에 있는 철충들을 미리 요격해주고, 임시진지에 철충들이 접근해 교전이 시작되면 마찬가지로 포격지원. AGS의 파괴를 늦추고 철충들이 더욱 몰려들 정도의 화력을 유지하는게 중요해.
둠브링어는 다른 부대가 이렇게 타격목표의 경계 수준을 낮추면 최대의 화력을 단숨에 투사해줘. 철충 입장에서도 중요한 시설이니 분명 파괴를 막기 위한 철충들이 상주하고 있을 거야. 그런 철충들을 단숨에 무력화시킬 수 있는 화력이 필요해.
둠브링어의 공격 이후에는 내 소유의 AGS들을 보낼게. 전에 봤던 것처럼 날려서 공중 강하시킬거야. 폭격의 결과를 확인해 살아남은 철충이 있다면 제거하고 시설이 파괴되었는지 체크. 만일 전략목표가 완전히 파괴되지 않았다면 강하한 AGS의 무장을 통해 무력화. 그걸로 철충의 증원을 막고 잔존한 철충을 제거하면 이번 사태는 끝.”
오메가는 각 부대가 제안한 내용과 그들의 능력을 기반으로 작전을 구상해 간략히 설명했다. 그 자리의 모두는 잠시 말을 잃고 오메가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래서, 어때?”
침묵이 불편했는지 재차 물으며 대답을 요구하는 오메가.
“디테일한 부분은 조금 더 논의해 봐야겠지만, 큰 틀은 유지해도 좋겠군.”
“괜찮은데? 제법이야. 자매들도 마음에 들어하겠어.”
“나도 이견 없어. 화력 쪽은 걱정마. 그 어떤 철충이라도 가루로 만들어 버릴테니까!”
“원 없이 달릴 수 있겠군. 포격 지원에 대해서는 미리 감사의 말을 전해두지.”
“이거참, 어깨가 무거운데. 세 부대나 지원해야 한다니.”
각 대장들은 별다른 반대 의견 없이 오메가의 작전을 받아들였다.
“좋아. 그렇다면 오메가의 작전을 채용할게. 다들 알겠지만, 이번 작전은 지금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을 모조리 동원해서라도 성공시켜야만 해. 이대로라면 결국 소모전에서 밀려 확실한 패배를 맞이할 수밖에 없으니까.”
사령관의 발언에 모두가 결의를 다진다.
“반드시 이기자! 모두의 힘을 모아서!”
사령관이 벌떡 일어나 원탁의 가운데 손을 뻗는다. 그의 의도를 곧바로 알아챈 모두가 그의 손 위에 차례로 손을 얹었다. 오메가 하나만을 제외하고.
“...참나, 애도 아니고.”
오메가는 기대하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모두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다가 코웃음을 치며 못이기는 척 손을 올렸다.
모두와 손을 한데 모은 그 한순간만은, 자신 역시 오르카의 일원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쩐지 마음이 간질이고 입꼬리가 멋대로 꿈틀대는 통에 숨기는데 적잖은 노력이 필요했지만, 어쩐지 들켜도 상관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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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개좇된부분: 느낌상 15화로도 안끝날것같음
20화까지 가는거 아니야? 개시부랄거
오메가 스토리로만 지역 4개는 먹겠다 ㅋㅋㅋㅋㅋㅋ
오메가 스토리로만 지역 4개는 먹겠다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