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70시간 했네요.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플레이 한 거라곤 13밖에 없습니다. 상당히 올드 게이머인데도 불구하고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접할 기회가 전혀 없었습니다. 물론 7편ㅇㅣ 발매되었을 때의 명성은 콘솔에 별로 관심이 없던 대학생이었던 저조차 혹하게 할만큼 대단했지만요. 몇 년 전에 문득 할 게임이 없어서 한 번 해볼까...라는 마음으로 접했던 13은 실망스러워서 후반부까지 꾸역꾸역 참으며 하다가 엔딩도 못 보고 던져버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또 게임 할만 한 게 없어서(15 사고 나니 할만한 게임이 쏟아져 나오는 군요....) 속는 셈치고 15를 사서 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만족스럽지도 않지만, 아주 실망스럽지도 않은...그렇지만 다시 플레이 할 의욕은 별로 안 생기는 그런 작품이네요. 일단 엔딩까지 보았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어요.
어느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던 서사의 구멍에 대한 문제점은 오히려 저에겐 별로 크게 다가오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캐릭터네요. 매력적인 캐릭터가 하나도 없고, 악역의 행동에 전혀 개연성이나 공감대도 없고.... 진짜 현실에서는 싸이코나 정신병자가 일반인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범죄를 저지르곤 하지만, 최소한 이야기를 만들려면 뭔가 행동에 그럴 듯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악역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데 실패하다보니 모든 이야기가 그냥 겉돕니다. 거기다가 주인공을 비롯한 모든 주변 인물들의 행동이나 감정, 생각이 너무나 전형적이거나, 오글거리거나, 이해할 수 없거나, 이랬다 저랬다 하거나...
심지어 이야기에 있어서 핵심 중 하나인 신들조차도 그 행동에 이상한 부분이 너무나 많습니다. 결국은 주인공과 억지로 싸우게 만들려는 제작진의 의도만 반영된 허술한 캐릭터들로 점철되어 버렸고, 보는 내내 이야기에 몰입이 안되었습니다. 물론 그 허술한 캐릭터나 구멍 투성이인 이야기를 보완해 주는 화려한 연출이나 그래픽 등이 있어서 참 다행이었습니다만....
아무튼 초, 중반까지의 밝은 분위기도 되도록 신경 안 쓰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작품의 큰 줄기에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서브 퀘스트나 게임 내의 요소를 수집하려는 저의 플레이 특성 상, 메인 스토리와 전혀 상반된 분위기들의 부가 요소들은 ...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도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상당히 많았는데, 그나마 이 작품에서 호평받는 전투에서 가장 짜증 나는 것이 웨이트 모드. 웨이트 모드에서만 라이브라를 할 수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웨이트 모드를 사용했는데, 이 놈의 웨이트 모드는 왜 활성 버튼이 따로 없는 건지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 버튼도 누르지 않았을 때 일시 정지가 되게 만들면 어쩌자는 건가요..? 내 의도대로 멈출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전투 중간 중간 공격하는 타이밍에 자꾸 웨이트 모드 걸려서 전투 자체의 재미를 깎아먹는 요소가 되고 말았습니다. 기껏 전투 잘 만들어놓고 말이죠. 물론 액티브 모드로 하면 그런 문제 없습니다만, 그렇게 하면 라이브라를 포기해야 합니다. 심지어 AP 소모해서 찍을 수 있는 스킬트리에 웨이트 모드 관련 항목도 만들어 놓았는데도요. 액티브, 웨이트 모드를 버튼 눌러서 전환할 수 있게만 해 놨어도 이렇게 짜증이 나진 않았을텐데... 게임하는 내내 웨이트 모드 때문에 인내심 테스트 하는 기분이었네요.
그 외의 전투에서의 요소들은 재미있는 것들도 많았습니다. 링크 어택이라든지, 무기 전환, 커맨드 어택, 특히 쉬프트를 이용한 여러 요소들... 그렇지만 빌어먹을 저 웨이트 모드와 사용이 불편한 마법 때문에...전투에서의 점수도 일정부분 깎을 수 밖에 없네요.
이래저래 단점 위주로만 썼는데, 그래도 감각적인 부분에서는 점수를 높게 줄 수 밖에 없는 게임이어서 개인적으로는 엔딩까지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광활한 자연의 표현이나, 메카닉 디자인(특히 레갈리아..캬), 여러 캐릭터 외모의 세부묘사, 그 외 여러 시각적 요소들. 배경이 너무 좋아서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한동안은 즐거웠네요. 또 음악도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나름 차 타고 다니면서 감상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예쁜 루나 얼굴 보는 재미 약간....
그나마 비슷한 류의 일본 RPG에 비해서는 나까마 타령이라든지 오글거리는 신념 타령이 좀 덜하긴 했습니다만, 탈피할 거였으면 아예 배제를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놈의 나까마, 토모타치는 역시...벗어날 수 없는 굴레였나봅니다. 그래도 가끔은 녹티스를 비롯한 4명의 우정이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도 있었다는 것 때문에 이 부분은 중립 평가 하겠습니다.
전체적으로는 불만점이 많았는데, 전투나 시청각적인 부분에서 만족스러워서 그냥 좋은 경험한 것 같은 기분을 주는 게임.
본인생각이 존중받길 원한다면 다른사람들의 생각도 존중해야겠죠?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개인마다 취향의 차이가 있고 그에따라 이 게임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차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글거린다 만화적이다 겉멋과 허세와 객기 등등 부정적인 단어들로 재밌게플레이하고 스토리도 잘 받아들인사람들을 마치 수준이 낮은양 폄하하는건 좋지않다고생각되네요. 본인이 그런걸 좋아하시는 성격이라면 뭐 할말은 없습니다만
부족한 개연성, 공감이 안가는 일부 캐릭터,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감정선, 현실적인 차림새의 주인공 일행과 대비되는 몇몇 악역의 만화적인 디자인, 오글거리고 과장된 표현, 겉멋과 허세와 객기로 점철된 플롯 등 일본 특유의 갈라파고스틱한 테이스트가(13편에 비하면 그래도 양반이지만) 너무 많이 들어가있어서 평소에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서브컬쳐를 많이 접해서 익숙한 사람들이 아니고서야 받아들이기 어려운거 같습니다. 그래픽과 배경은 현실적이고 멋진데 이야기는 10대 초중반때나 재밌게 읽을법한 소년만화 수준이다 보니 거기서 오는 괴리도 심하구요.
루리웹-1345756186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개인마다 취향의 차이가 있고 그에따라 이 게임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차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글거린다 만화적이다 겉멋과 허세와 객기 등등 부정적인 단어들로 재밌게플레이하고 스토리도 잘 받아들인사람들을 마치 수준이 낮은양 폄하하는건 좋지않다고생각되네요. 본인이 그런걸 좋아하시는 성격이라면 뭐 할말은 없습니다만
루리웹-1345756186
본인생각이 존중받길 원한다면 다른사람들의 생각도 존중해야겠죠?
그나저나 모니터옆 두루마리 휴지는...
루리웹 필수품이라 넣어봤어요 ㅎ
저에게는 어떤 게임보다 나은 역작입니다. 평화롭지만 긴장감있는 느낌과 감정을 잘 표현해놔서 너무 신기했어요. 더불어 그래픽도 너무 좋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