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어 : 오토마타 감상정리
트위터에 적었던 것을 정리한 버젼입니다. 1부는 총평, 2부는 이 게임의 매력 포인트.
총평
먼저 볼륨부터.
1주차 13시간, 2주차가 18시간, 3주차가 8시간 정도입니다. 실제로 주차라고 해도 레벨이나 서브퀘스트까지 전부 계승되고, 1주차-2주차가 1부, 3주차가 2부에 가깝습니다. 사실상 하나의 시나리오. 서브퀘스트를 75%정도인 상태에서 진 엔딩을 보았으니, 전부 다 하면 약 50시간 정도 되겠지요.
진엔딩을 본 것, 혹은 진엔딩의 내용보다는 진엔딩을 보기 위한 과정 중에 “이 게임을 깨야지, 이 게임을 이겨야지”하고 생각하면서 플레이했습니다. 이게 사정이 있어서 밤을 새면서 했는데, 밤새도록 그 짓을 하면서도 전혀 바보 같다고 생각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진지하게 했습니다.
해서, 니어 : 오토마타는 무슨 게임인가. 확실히 말해서 RPG요소가 있는 “액션 게임”입니다. 즉, RPG보단 액션 요소가 더 커요. 그러니 약점이 있는 부분도 있지만, 액션 게임이라 생각하면 납득이 가는 편이지요.
그래서 바로 그 액션 부분. 배틀은 꽤나 재밌습니다. DMC나 베요네타 같은 액션인데, 4종류의 무기 — 건틀렛/대도/소검/창을 두 개씩 콤비네이션해서 플레이하게 됩니다. 콤비네이션에 따라서 모션이 조금씩 바뀌고, 무기에 따라 조금씩 부가효과가 달라집니다. 적의 패턴은 실은 근거리/원거리/대형 세 종류가 조합된 걸 기본으로 하지만, 지역에 따라 디자인도 다르고 종류도 몇 가지 있어서 그리 질리지는 않는 구성입니다.
DMC나 베요네타와 같은 액션 뿐 아니라, 원거리 공격이 대 부분 탄막 슈팅화한다던지, 보스전에서 갑자기 탑뷰 시점이 된다던지, 지역에 따라 사이드뷰 횡스크롤 게임으로 바뀌기도 해요. 그러다보니 비교적 다양한 느낌이죠. 문제는 지역인데요, 일단 오픈월드이긴 합니다만 스테이지 스타일이라고 보는 편이 더 맞습니다. 오픈월드의 큰 장점을 살리기보다는, 구분된 스테이지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라고 생각하시면 좋으려나요. <메트로 프라임>이나 <악마성 캐슬배니아> 시리즈를 해보신 분들은 알 겁니다. 해외에선 이걸 메트로배니아 스타일이라 하더군요.
특히나 1회차의 경우에는 각 지역을 새로 방문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계속해서 사건이 터지면서 스토리가 진행되기 때문에 (TV드라마보단 영화 같은 이야기 구조지요) 그렇게 지역의 볼륨이 크단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위에서 RPG 요소도 얘기했는데, 플래티넘 칩이라고 불리는, 다른 게임으로 치면 강화석이라고나 할까 룬이라고나 할까 하는 것들이 존재합니다. 근접 공격을 높이거나 회피 거리를 높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저스트 회피를 성공시키면 시간이 느려진다던가 해킹을 성공시키면 화상데미지를 준다던가 하는 것까지 효과는 다양합니다. 이게 UI조절메뉴와도 하나로 합쳐져 있기 때문에 (UI옵션들이 플래티넘 칩으로 되어 있습니다) 자신이 필요한 UI만 남기고 플래티넘 칩을 넣은 스토리지를 확보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플레이하는 게 좋습니다. 이걸 매니지먼트하는 재미도 나름 쏠쏠합니다.
에일리언과 인류의 대리전쟁을 인형들(기계생명체 VS 안드로이드)가 폐허가 된 지구에서 반복한단 이야기로, 기본적으로 인형과 마음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들은 기본적으로 감정을 갖고 있지만 (체험판에서 “감정을 갖는 게 금지되어 있다”라고만 했지만 뭐랄까, 사내 연애 금지 같은 느낌이랄까요…) 기계생명체들은 점점 감정을 잘 표현하게 되므로 적으로써도 꽤 재밌습니다.
서브퀘스트에서는 이러한 기계생명체들의 유머러스한 면이나 감정적인 면들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캐릭터적으론 2B가 “보면 알아”, 하는 과묵한 성격으로 나오기 때문에, 오히려 주목받았던 2B보다는 까불까불하면서도 꽤나 깎듯하게 경어를 사용하는 9S가 소년다운 귀여움이 있단 느낌입니다. 어찌보면 레옹과 마틸다의 성별 전환처럼도 느껴지는데, 나름대로 케미가 있어요.
다만, 액션도 슈팅도, 일부러 어느정도 깊이를 얕게 한 인상이 있습니다. 이러한 장르를 잘 못 하는 사람이더라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정도로 깊이를 맞췄달까요. 이지모드의 경우에는 플래티넘 칩에 오토 회피나 오토 사격, 오토 공격(!) 등등도 넣긴 했지만. 하드 모드로는 아직 플레이를 못했기에 또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노멀모드에서는 좀 패턴이 지루하다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종합해보면 “그냥 그런” 게임입니다만, 역시 니어 특유의 매력이 발휘되어 “좋은 게임”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제 자신의 착각일지도 모릅니다만, “귀찮은 부분인 슈팅이나 톱뷰 등등은 제 페튀시일 뿐입니다. 저를 욕하세요”라고 디렉터 요코타로 씨가 말했습니다만, 그야말로 게임이란 예전에는 이런 부분도 있었지, 하는 부분을 의식하면서 만들었단 느낌입니다. 지금에는 기술적인 이유로 굳이 2D로 만들지 않지만, <악마성>같은 부분을 굳이 만들어서 플레이하게 한다던가, 비행유닛으로 완전히 <1945>같은 슈팅게임을 방불케한다던가, 서브퀘스트 중에 기계생명체의 게임의 디버그를 돕는 ‘버그 찾아내기’라던가, 주차 플레이가 기본이라던가, 여러가지 “게임을 즐기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여 만들지 않았나 싶어요.
이건, 제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초기 실사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와도 이어져 있는데요, 그 실사영화들은 오시이 애니메이션 작품들과 달리 매우 컬트합니다. 하지만 그 영화가 컬트한 이유는, 영화란 이런 거였다, 영화는 지금과는 다른 것들이 여러 개 존재했다, 그렇다면 영화의 정체란 대체 뭔가, 하는 의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즉, 니어 : 오토마타도 그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해서 저로서는 만족했단 것입니다.
물론 그러한 메타적인 의식이 있다는 것만으로 전부 좋아지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오코 타로 씨의 작품은 항상 이래왔다고 지적한다면 그건 정당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니어 오토마타는 그 내용물이 “그냥 저냥 괜찮네”라고 할 만한 수준까지 끌어올렸기에 (이건 플래티넘 게임즈 덕분이지만) 드디어 완벽한 형태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말을 듣고 니어 시리즈는 컬트한 것으로 유명하니 불친절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안드로이드란 설정 덕분에 메뉴를 게임 내에서 설명하기에 적당하고, 게임 진행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NPC중엔 심지어 “3D멀미 해결법”같은 걸 알려주는 친구도 있어요.
저에게 있어선 MGS시리즈처럼 테마나 그걸 형성하는 메커니즘에 크게 공명한다던가, 데몬즈 소울 시리즈처럼 몇번이고 몇번이고 반복해서 야리코미 플레이를 할 정도로 빠지진 않았지만, 역시 주인공들과 함께 싸우고 작별인사를 할 때 ‘게임인 걸 알면서도 필사적으로 진지하게’ 되었던 것은 사실이니까요. 캐릭터와 플레이어가 스쳐지나가는 짧은 순간을 멋지게 장식했단 점에서, 역시 좋은 게임이었습니다. 여러분도 꼭 해보셨으면 합니다.
매력적인 부분
이건 사실, 검색해도 2B 엉덩이만 잔뜩 나와서 (저도 결국 스크린 샷 한 장 찍었지만…) 그런 섹슈얼한 어필 말고! 도대체 이 게임엔 어떤 매력이 있는가! 그걸 설파하기 위해 트위터에 적었던 일련의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1) 이미 폐허가 된 배경이 좋다.
게임을 하면 알겠지만, 인류는 달로 도피한지 꽤 지났습니다만 아직 흔적은 남았습니다. 거대화된 식물로 뒤덮여 있습니다만, 백화점이라던가 유원지라던가 하는 것들이 녹이 슨 채로 남아 있어요. 이런 쓸쓸한 분위기,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의 배경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좋아할만한 부분이 많아요.
2) 그 안에서 끝없는 대리전쟁을 하는 인형들
위에서 인류가 달로 도망쳤다고 썼습니다만, 그건 달로 쫓아낸 에일리언도 마찬가지로 니어 : 오토마타 시점에서는 폐허가 된 지구에서 <안드로이드>와 <기계생명체>들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기계들만이 남은 미래, 인간은 없어진 서버에서 의미 없는 프로그램을 반복하는 NPC, 영원히 반복되는 관객 없는 인형극. 이런 말을 들으면 가슴이 뛰시는 분들이 있지요. 그런 분들에게 딱입니다!
3) 역시 2B와 9S의 콤비가 좋습니다. 제세한 건 위에서도 설명했으니 생략. 서브 퀘스트를 할 때마다 나오는 9S의 코멘터리라던가, 메인 스토리에서 둘의 애절한 내용이라던가 하는 걸 직접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4) 유머와 시리어스가 절묘한 비율의 서브퀘
끝없는 싸움이 계속되는 무거운 전개인 메인스토리와 달리, 그 안에서 서브퀘스트들은 다양한 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게임 플레이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베리에이션이 많지 않은 퀘스트가 대부분입니다만 (재료수집, 적 파괴, 에스코트 정도) 그것만다 제대로된 스토리가 붙은 게 좋은 점입니다. 예를 들면 소재 모으기여도 수리 소재를 모아오면 점점 기억이 돌아와 과거 얘기를 해주는 로봇이라던가, <숲의 나라>에 숨겨진 비밀을 알려준 로봇(과 그의 목적) 등등.
5) 충격적인 전개가 좋은 분도, 끔찍한 건 못보는 분도 안심.
2)에서 말했듯이 모두 기계나 인형입니다. 절단을 포함한 폭력적 장면은 물론 심지어 성적인 장면도 있습니다만 역시 기계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생생한 묘사는 나오지 않습니다. 일본에서는 17세 이용가를 받았습니다만, 정말 아슬아슬하게 17세 이용가구나~ 하는 곳까지 가고 있습니다.
6) 메카를 좋아한다면…
기본 적은 로봇이며, 근거리/원거리/거대형이라고 했는데… 즉, 거대이족보행로봇을 마음껏 볼 수있습니다! 물론 사족 보행이나 기묘한 형태의 보스들도 있어요. 9S로 플레이할 경우엔 해킹이 가능한데, 보통은 전투 도중 폭발시켜서 데미지를 먹이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들키지 않고 뒤에서 해킹을 했을 경우에는 종속화(우리편으로 만들기)나 리모트 컨트롤이 가능합니다. 즉 당신이 하는 것에 따라서 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거대 이족 보행 로봇을 조종할 수 있습니다!
7) 종합 선물 세트
이건 싫어하는 분도 있지만, 칼이나 창 건틀렛의 3인칭 액션에서 2D 횡스크롤 탐색, 탑뷰와 같은 탄막 액션 등등 다양한 액션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플레이 도중에 사운드 노벨같은 형태로 바뀌기도 하고요!
스팀에서는 3월 17일 발매 (아마 아시아는 우회해야할 것 같아요 ㅠ), 한국에서는 4월 27일에 한글판으로 정식발매한다더군요.
ps. 2B의 캐스팅은 이시카와 유이, 진격의 거인 “미카사” 성우입니다. 연기하는 톤도 비슷해서 생각나더라구요 ㅎㅎ
좋은 감상문이였습니다. 스팀판으로 구매할려고 하는데 아시아는 우회해야한다니...많이 아쉽네요.
리뷰 감사합니다 한글판 나올때까지 기다리는 중인데, 그 사이동안 두고두고 읽을것 같습니다ㅎㅎㅎ
중간에 도서관은 전작에 나온 장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