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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분이 안 풀린 분노 조절 장애 환자.
이번엔 지옥을 거니는 자, 해방된 포식자, 지옥의 재앙-파멸의 학살자와 관련된 것들을 좀 더 깊이 탐구해봅시다.
1. 이 양반이 정말 고대 화성인인지, 아니면 천계와 연관이 있는 종족인지, 그도 아니면 설마 클래식 시리즈에서 구른 끝에 외전(둠 64)에서 영원히 지옥을 떠돌며 악마를 조지다 봉인당한 평행세계의 해병인지는 불분명하나, 한가지는 확실합니다. 이 양반의 전성기때, 지옥 최강의 전사 타이탄을 쓰러뜨릴 무렵엔, 둠 슬레이어에게 무력으로 대항할 악마는 지옥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1.1. 타이탄이 뭐하던 악마냐면, 이미 본편에서 뼈다구로 나온,
이 악마입니다. 크기가 거의 일개 맵 수준이죠. 둠 슬레이어와 타이탄은 지옥의 황야에서 결전을 벌였다고 합니다. 괜히 타이탄이 지옥의 마지막 희망이 아니었어요. 그리고 이걸 역으로 뒤집어 생각하면, 저런 대악마를 쓰러뜨릴 당시의 둠 슬레이어는 얼마나 강했을까, 하는 점입니다.
2. 악마 사관이 남긴 기록-지옥 기록소를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사관의 서술방식은 비유가 많이 섞여 있기 때문에 사람마다 천차만별의 해석이 나오겠지만, 저는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제 1시대에, 첫 번째 싸움이 일어났을 때, 그림자가 처음으로 드리워졌을 때'=
아주 오랜 옛날, 지옥의 악마 군단과 그 적대 세력이 처음으로 맞붙었고, 지옥의 세력권이 서서히 이들 적대 세력을 침범하기 시작합니다. 둠 슬레이어는 이 무렵에 지옥불을 비롯한 저주에 걸려 혼이 더럽혀졌고, 승천할 수 없는 몸이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모든 것을 잃었기에 이 남자는 영원한 고통의 길-퇴마를 선택합니다. 정말 말 그대로 아무런 희망도 얻을 수 없어 끝없이 분노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그림자 평원(Umbral plain)으로 뛰쳐나가 자신을 저주한 어둠의 군주들을 끔살합니다.
'그는 밤의 감시단의 왕관을 썼으니.'=
그리고 나중에, 밤의 감시단의 수장이 됩니다. 악마를 조지는 선봉장이 됐죠. 제1시대부터 파멸의 학살자(Doom Slayer)라는 별칭을 얻은 걸 보면 어지간히 숙청을 하고 다닌 모양입니다. 그것도 검으로요. 저기 옆동네 마법 세계의 변태 아재 버그 캐릭터(Jack Rakan)처럼 맨손이 제일 셀 것 같은 양반이지만, 알다시피 이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습니다. 이 무렵에 썼던 검이 크루시블처럼 광선검인지, 그냥 검인지는 모르겠군요. 확실한 건 악마들이 셀 수 없이 썰렸다는 겁니다.
3. 퇴마행의 선봉장이자 감시단의 수장인만큼, 전투력은 감시자들 사이에서 정점입니다.
둠 슬레이어의 뒤를 따르던 수많은 기사들은 그 퇴마행에서 대부분 목숨을 잃은 듯하며, 몇 안되는 소수만(적어도 10명 내외) 살아남아 그를 끝까지 따릅니다. 그렇게 살아남은 기사들은 작위 악마인 바론 오브 헬(지옥 남작) 무더기와 맞짱을 뜰 수 있는 무력을 가지는데(아래 이미지 참조), 바론 오브 헬의 전단계인 헬 나이트가 프레이터 전투복 복사판을 입은 해병을 말 그대로 찢어 죽일 정도이니(챕터 3 주조공장의 홀로그램 참조), 작위 악마의 힘이 어떤지 짐작이 가실 테죠. 그런 악마와 대등하게 다수와 근접전으로 겨룰 만큼 기사들은 강한데, 수장인 둠 슬레이어는 이미 아득히 저 앞에 있습니다ㅋㅋㅋㅋ
4. 두 번째 지옥 기록소의 내용을 봅시다.
'오직 그만이 지옥을 거니는 자(Hell Walker)요, 해방된 포식자(Unchained Predator)이니,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빛과 어둠, 불과 얼음, 시작과 끝에 복수하는 자였다. 그는 무자비하게 파멸의 노예들을 사냥한 끝에, 마침내 악마 말고는 누구도 넘은 적 없는 경계를 넘었다.'=
빛과 어둠, 불과 얼음-이는 원초의 신화 세계를 상징하죠. 이로 미뤄보아 확실한 건 제1시대는 악마들에게도 신화 시절이었다는 겁니다.
그 찬란한 시절. 신화답게 위대한 악마나 군주, 악신들도 불지옥에서 피를 들이켜고 두개골을 뜯으며, 해골과 근육과 시체로 주춧돌을 세워 신전을 만들던, 하하호호 하던 시절일 텐데, 웬 불청객이 찾아옵니다. 바로 둠 슬레이어죠. 이 남자는 이때부터 이미 9계층 지옥을 왔다 갔다 하면서 악마들의 영지에 똑똑, 노크한 모양입니다. 누구세요? 나야! 나 나 나 나 나!
5. 치천사에게 축복을 받은 필멸자여!
...대체 얼마나 강했던가? 악마 사관은 이 때를 기점으로 둠 슬레이어가 미쳐 날뛰었다고 합니다.
'타락한 파멸의 노예들을 유린할 무렵, 그는 용맹함을 세상에 떨쳤다. 그가 치르는 성전을 눈여긴 치천사가 가공할 힘과 속도를 그에게 선사하니, 그는 전능한 힘으로 혈신전의 흑요석 기둥을 무너뜨리고, 9계층 지옥의 야수들을 무자비하게 사냥했다. 그는 꺾이지 않고 굴하지 않으며 당당했으니, 파멸의 학살자는 어둠의 왕국의 치세를 끝내려 하고 있었다.'=
지옥은 평화롭게 오래도록 치세를 누렸건만, 웬 재앙이 빌어먹을 천사의 축복을 받더니 온 계층을 피바다로 물들였습니다.
6. 위 이미지를 잘 봅시다. 밑에 있는 12개의 룬은 기억하시죠? 저것들은 악마의 룬이며, 본편에선 미니 게임을 거쳐 룬을 얻습니다. 제가 추측해보건대, 이 12룬은 나중에 둠 슬레이어를 봉인할 때 빼앗아 다른 차원에 봉인했을 겁니다(본편의 룬 미니 게임은 다른 차원으로 갔다오는 겁니다). 그 차원에 경비역 악마나 시련을 심어두고, 그 차원에서 시험을 거쳐야만 룬을 얻을 수 있는 거죠. UAC 곳곳에 이게 널린 건, 스토리 상으로 파고들면 그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어쨌든. 둠 슬레이어는 치천사의 축복을 받고 날뛸 무렵에, 적의 힘인 악마의 룬도 거리낌 없이 써먹었던 모양입니다. 불구대천의 원쑤인 악마를 찢고 죽일 수 있다면 이런 힘인들 어떠하리 저런 힘인들 어떠하리?
6.1. 모든 룬의 능력을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최종 업그레이드 기준)
1) 적을 죽여 얻은, 생존과 전투에 필요한 에너지를 원거리에서 빠르게 흡수한다.
2) 적에게 크나큰 고통을 줘서 무력화해 마무리 할(글로리 킬) 시간을 늘려준다.
3) 악마를 쥐어짜서 전투에 필요한 에너지를 더 뽑아먹는다. 결전병기(BFG9000)의 탄약도 가끔 얻을 수 있다.
4) 보조 장비의 효과를 늘린다.
5) 순발력을 매우 빠르게 늘려 적을 효과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
6) 매우 민첩하게 적과 백병전을 벌일 수 있다. 5번 룬과 함께 쓰면 상승 효과를 얻으며, 여기에 광폭화(Berserk) 유물을 함께 쓰면 보스몹이 아닌 모든 악마를 원펀치로 순식간에 청소한다.
7) 허공에서 몸의 방향을 자유롭게 튼다. 난전을 벌일 때 아주 유용하다.
8) 적을 죽여 얻은 에너지를 흡수하여 갑주를 수리한다.
9) 적을 죽일 수록 민첩해진다. 5, 6번 룬+광폭화 유물 조합은 더 이상 말 할 필요가 없다.
10) 무력화 된 악마의 목숨줄을 붙들어둬, 생존 에너지를 둠 슬레이어가 적절한 시기에 흡수하도록 돕는다.
11) 갑주의 내구도를 일정 수치 이상 유지하면 투사체 무기를 쓸 때 무제한으로 보급받는다.(BFG9000은 예외)
12) 치명적인 공격을 받아 죽음이 임박할 시 고유시제어를 쓸 수 있다.
전성기의 둠 슬레이어는 저 최종 업그레이드된 룬 12개를 다 끼고 지옥에서 깽판을 쳤을 겁니다. 분명합니다. 본편에선 밸런스 붕괴를 우려해 3개만 낄 수 있지만요.
덧붙여 우리는 이를 통해, 악마의 기술력은 차원 제일----------!임을 알 수 있습니다.
7. 네 번째 지옥 기록소의 서두를 봅시다.
'그의 복수극이 얼마나 길었는지 헤아릴 길은 없다. 그의 이름은 지옥 깊숙이, 영원토록 명판에 새겨져 있었다.'=
이 또한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전 글자 그대로 해석하겠습니다. 둠 슬레이어는 지난 글에서 말했듯, 영원한 투쟁을 벌여 무한한 시간 동안 악마를 찢고 죽였습니다.
8. 지옥의 세력권이 차원 곳곳에서 밀려나고 악마 군단도 둠 슬레이어에게 모조리 쳐발린 끝에 악마들은 깊고 깊은 어둠으로 도망쳐버립니다. 사관은 악마들 사이에서 퍼지는 절망과 공포를 역병 수준이라 평할 정도였습니다.
그때 지옥의 희망이 나타납니다. 대망의, 위대한 악마이자 지옥 최강의 전사 타이탄이.
타이탄과 둠 슬레이어는 황야에서 끝이 안 날 것 같은, 위대한 결전을 벌입니다.(이거 중요합니다. 타이탄은 비록 졌으나 둠 슬레이어를 죽일 가능성이 일말이나마 있었단 겁니다)
하지만 결국, 둠 슬레이어가 이겼죠.
이 결전 당시 둠 슬레이어가 위에서 말한 12룬과, 강화 유물(Power Up Artifact) 4개(버서크, 헤이스트, 무적, 쿼드 대미지)를 비롯한 무장을 모두 챙기고 타이탄과 붙었을 거라 추측하는 분이 계셨는데, 저도 비슷하게 생각 중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저 맵만한 크기의 대악마와 밑도 끝도 없이 싸울까요?
...아니지, 둠 슬레이어라면 굳이 저게 없어도 잘 싸웠을지도 모릅니다.
8.1. 무서운 사실 하나.
둠 슬레이어가 타이탄과 싸웠을 땐, 프레이터 전투복을 배교자에게 선물 받기 이전이었습니다.
9. 불난 집에 기름 붓기.
그날도 둠 슬레이어는 9계층 지옥을 오가며 악마들의 즙을 짜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름을 말해선 안 될 견공자제 악마를 만나는데, 바로 악마 대장장이요, 배교자였습니다.
이 악마 대장장이가 둠 슬레이어에게 전투복을 선물하니, 이름하여 프레이터 전투복(Praetor Suit)입니다. 여기서 프레이터란 라틴어로 법무관, 선봉장(앞서는 자)을 뜻합니다만, 저는 법무관으로 해석하겠습니다. 법무관이란 로마 시대 당시 현장에서 재판, 판결, 처분을 모두 담당하는, 오늘날로 치면 경찰+검찰+판사를 한꺼번에 맡던 관리직입니다. 그에 따라, 프레이터 전투복을 원문에 가깝게, 이 바닥식으로 번역하자면 '심판자의 갑주'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도 아니면 '집행자의 갑주'라거나.
9.1. 뭣에 쓰는 물건인고?
1) 도색과 전체적인 형상(특히 헬멧)은 클래식 둠가이의 완벽한 오마쥬다.
2) 백병전이 아닌 총격전도 벌일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설계됐다(총기의 끈을 뒤로 넘기기 쉽게 어깨 부분은 매끈하며, 오른쪽 어깨 장갑은 정조준시 거치적거리지 않게 둥글며, 장갑 부분은 총기를 섬세하게 다룰 수 있도록 파지가 잘되는 디자인이다).
3) 아주 높은 낭떠러지가 아닌 이상 전투 중에 낙하해도 충격을 상쇄한다.
4) 관절부분은 유연성 있는 부품으로 만들어 움직이기 수월하게 했다. 이는 곧 백병전에 유리하다.
5) 손과 가슴(붉은 삽입구)의 수용기로 적의 에너지(지옥 에너지, 아전트 에너지)를 빨아들여 생존과 전투에 활용한다.
6) 아전트 전지(Argent Cache)를 아무 문제 없이 수용하여 써먹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프레이터 전투복은 핵무기급 에너지(아전트 에너지는 원자로를 12개월 돌려 얻을 에너지를 몇 초만에 만든다)를 지장없이 활용할 수 있다.
7) 선술한 아전트 전지 같은 외부 동력원이 있다면, 영구적으로 흡수하여 체력, 방어력, 장탄량을 늘린다.
8) 적을 죽이면 죽일 수록 강해져, 갑주의 주인이 쓰는 무기를 향상하는 에너지를 제공한다(무기 업그레이드 포인트).
9) 폭발 방어 및 면역, 전장에 분포한 보급 물자 탐색, 보조 장비 수납, 강화 유물 능력치 향상, 민첩성 향상.(프레이터 징표로 업그레이드 가능한 것들)
9.2. 둠 슬레이어는 일반인이 쓰면 극렬한 폭력성을 견디지 못해 자해하고 미치거나(버서크), 신체능력이 극대화되다 못해 심장이 터져 죽거나(헤이스트), 아무런 피해도 받지 않는 상태가 되지만, 그 대가로 극심한 통증을 겪는 나머지 물불 가릴 것 없이 상대방을 공격하거나(무적), 주머니 칼로 사람 셋의 목을 뜯어낼 수 있는(쿼드 대미지) 유물, 또는 전장에서 생존력을 높이지만 결과적으론 수명이 현저히 단축되는 약물(메가헬스)를 아무런 부작용 없이 몇 번이고 쓰는데, 프레이터 전투복이 이 부작용을 없애주는 건지 아닌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둠 슬레이어가 10점 만점의 12점 짜리인 진짜 사나이라 가능하다 봅니다ㅋㅋㅋ
9.3. 결론: 프레이터 전투복은 조건만 성립하면, 사관이 논한대로 절대 부숴지지 않는 전투복이다.
9.4. 망할 놈의 배교자 Shake it이(악마 사관이 이런 어조로 고급지게 배교자를 욕합니다 아잌ㅋㅋㅋ) 왜 둠 슬레이어에게 이 갑주를 줬는가. 그건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어느 분이 그러시더라구요. '야, 당신 개쩌는 망할놈이네 이거? 이 갑주 줄 테니까 더 날뛰어봐.' 라고요. 사실이라면 이 대장장이는 진짜...ㅎㅎㅎㅎㅎ
9.5. 그런데 아이고, 호랑이에게 날개만 달아줬으면 좋았을걸, 둠 슬레이어는 강력한 검과 방패로 무장하고 악마와 지옥을 이번에야말로 멸망시키려 마지막 여정을 떠납니다! 여기서 말하는 방패가 어떤 방패인지 우린 알 수 없습니다. 정보가 아예 없거든요. 다만 강력한 검의 정체가 뭔지는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바로 본편에서 새뮤얼이 빼앗아간 크루시블(도가니)이죠. 크루시블은 프레이터 전투복처럼 그 이름답게, 적의 에너지를 흡수하여 뽑아들 수 있는 광선검입니다. 왜 이리 추측하냐면 라자루스 연구소에서 둠 슬레이어의 문양이 새겨진 헬릭스 비석을 조사할 때 크루시블이 떡하니 나오고, 네크로폴리스 챕터 인트로는 대놓고 당신의 것을 되찾으라 지시하며(You must crush the Crucible guardians and retrieve what is yours), 막바지에서 봉인장소로 가는 마법진 위에는 주인공의 문양이 새겨져 있거든요.
어째서 이 크루시블이 강력한가? 본편 마지막 챕터에서 둠 슬레이어는 지옥문을 유지하는 원천 3개를 크루시블로 닫아버립니다. 여기에 축적된 지옥 에너지는 엄청날 거예요. 새뮤얼은 VEGA를 자폭시켜 발생한 동력을 써서 둠 슬레이어를 지옥에 보냈어요. VEGA를 가동하는 동력은 2.4TW였는데, 그걸로 단방향 관문(A→B)만 열 수 있었죠. 반면 원천 3개는 양방향 관문(A←→B)을 유지하는 동력-악령(Wraith)의 힘으로 열렸습니다. 그럼 대체 어느 정도의 힘을 원천이 가졌을까요? 그 원천을 모조리 흡수한 크루시블은? 괜히 엔딩에서 새뮤얼이 이걸 갖고 개판이 된 연구를 계속할 수 있다, 자신한 게 아니죠. 이런 걸 광선검으로 만들어 휘두르면 물질의 강성을 무시하고 걍 뭐든지 다 잘라버릴 것 같은데요. 스타크래프트 광전사의 사이오닉 검처럼요. 그야말로 지옥판 전기톱 아닌가요? 아 참...저는 문송하니 이 부분에 문제가 있다면 이공계 종사자들께서 지적해주세요. 수정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선술했듯, 욜라 짱쎈 둠 슬레이어가 마지막 여정을 떠납니다!
10. 알다시피 그러고는 봉인당했죠.
악마 처단에 한 눈 판 둠 슬레이어는 봉인당하기 직전까지도, 타이탄과 동급의 위대한 악마를 곤죽으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한편, 오래전에 신전을 날려먹어 이를 바득바득 갈던 혈신전의 사제들이 꾀를 내어, 둠 슬레이어를 유인해 사원째로 무너뜨리고 가둬서 그걸 그대로 석관으로 바꾼 뒤, 프레이터 전투복을 홀랑 벗겨 따로 보관하고, 12개 룬도 숨겨두고, 특제 룬이 새겨진 쇠사슬로 둠 슬레이어를 속박해 영원히 가둬버립니다.
여기서, 그럼 이때 둠 슬레이어를 죽였으면 됐지 않느냐 하는 의견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게 안 됐으니까 둠 슬레이어도 전투복도 멀쩡했죠. 둠 슬레이어가 해쳐먹은 아전트 에너지의 양이 어찌나 많았던지, 전투복도 벗겨지고 석관에 봉인됐는데도 흘러나오는 둠 슬레이어의 아전트 장벽 때문에, 물리적으로 해칠 방도가 없어 관뚜껑을 도로 닫아버립니다. 일백번을 갈아마셔도 시원찮은 태초의 원쑤가 눈 앞에 있는데도 방도가 없는 거예요.
이렇게 지옥의 암흑기는 끝났습니다. 악마들은 마침내, 기나긴 악몽에서 깨어납니다. 그런데도 이들은 언젠가 둠 슬레이어가 다시 깨어나는 건 아닐까 너무나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후손들에게 절대 이 관짝을 열지말라고 신신당부하려 둠 슬레이어가 전투복에 새겼던 아전트 문양(원래는 감시단의 문양으로 보입니다. 기사들도 헬멧 오른쪽과 가슴 부근에 이 문양을 새겼거든요. 근데 둠 슬레이어가 이 문양을 찍고 악명을 떨치다보니 의미가 끔찍하게 변질된 듯합니다)을 프레이터 전투복 헬멧에 낙인찍고, 그의 일대기를 담은 기록소를 세워 경고하고, 거대 조각상을 감시자들의 고향이었던 아전트 드'누르에 세웁니다. 기사들의 거대 조각상도 함께 세운 건 덤입니다.
11. 본편 시점. 우주항공 산업연합-UAC는 아전트 균열을 발견하고 진상을 파악해 지옥으로 탐사를 나옵니다. 그리고 둠 슬레이어의 석관을 발견하죠. 이 과정에서 악마들은 전에 없이 격렬하고 흉폭하게 석관이 있었던 무덤을 지키며 UAC의 탐사대와 박터지게 싸웁니다. 양 쪽 다 크나큰 손실을 입었으나, 새뮤얼 헤이든은 끝끝내 둠 슬레이어의 석관+프레이터 전투복을 갖고 화성으로 귀환합니다.
12. 일났다!!!!!!!!
지옥은 초비상이 걸립니다. 초조해진 지옥의 고위 사념(아이콘 오브 신으로 추정)은 때마침, 아전트 에너지에 노출되어 불치병(특발성 척추측만증)을 앓고 끔찍한 고통을 달고사는 지옥 연구자, 올리비아 피어스를 발견하고 구슬립니다. 너의 고통은 우리가 안배한 것이다. 우리가 너에게 많은 것을 내려줄 테니 둠 슬레이어의 석관을 빼돌려라. 딜? 딜.
그러나 멍청하게도 올리비아는 경계를 소홀히하여, 원래 라자루스 연구소에 있던 석관과 전투복을 새뮤얼이 또 쌔벼가게 냅두고 나중에 욕을 쳐먹습니다. 그래서 이걸 만회할 작정으로 올리비아가 실천한 것은 라자루스 파동을 UAC에 퍼뜨리는 것.
파동이 퍼진 뒤 24시간 동안 UAC의 애꿎은 직원 61,337명이 죽거나 망령이 되고 피떡이 되며 인간 오브제가 될 무렵, 새뮤얼은 석관을 개방하도록 조치하고, 둠 슬레이어는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잠든 끝에 깨어납니다.
13. 여기가 어디죠? 난 지금 왜 석관에 누워있나효?
가래 끓는 소리가 들리길래 보니 망령입니다. 악마입니다! 머리통을 쿨하게 박살내고 나머지 정리하고, 건넌방에 가서 전투복을 입고 사태를 파악합니다.
13.1. 둠 슬레이어가 전투복의 헬멧을 쓰는 순간, 악마 룬으로 정보가 HUD에 표시되더니 모조리 영문 알파벳으로 바뀝니다. 저는 이걸, 착용자가 현재 있는 문명과 문화권을 분석하여 번역해주는 프레이터 전투복의 기능이라 봅니다. 이 전투복이 평행세계의 UAC가 마련해준 인류제 전투복이 아니라면 말이죠.
13.1.1. 그런데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둠 슬레이어의 전투복 곳곳엔 알파벳과 아라비아 문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D22'-오른쪽 어깨 장갑. 이 코드명은 클래식 둠가이의 군번이 아닌가 양덕들이 추론 중.
'8623'-등짝. 어느 양덕은 이를 제조일자로 추측했습니다. 8일 6월, 2123년=8623
'I/O LOGISTICS MANUFACTURE'-등짝. UAC 시설 곳곳과 무기에 찍혀 있는 문구입니다.
진상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정보는 제한됐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추측하는 의견도 확실하게 갈리고 있거든요.
솔직히 저는 둠 슬레이어가 클래식 둠가이이든, 새로운 캐릭터이든 둘 다 개쩔으니 상관 않겠습니다. 정말로요.
14. 사태를 파악하려는데 이 시설의 최고 책임자라는 쇳덩이-새뮤얼 헤이든이 연락을 합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둠 슬레이어는 언제나 홀로 무쌍을 찍었으므로 누군지도 모를 개뼈다귀의 명령은 듣지 않습니다. 쿨하게 통신 모니터를 던집니다.
15. 신참내기 악마들 교육 좀 하고(망령, 임프) 엘리베이터 타서 지상으로 나가려는데, 쇳덩이가 또 말을 겁니다. 이 사고에 책임을 통감하지만 이건 알아달라고-지옥에 관심을 가졌던 건 인류를-인간을 위해서였다고 변명해요.
근데 문제는.
둠 슬레이어가 탄 엘리베이터엔 마침, 이번 악마 침공에 휘말려 무고하게 죽은 사람의 시체가 있었어요.
그런데 뭐. 인류를 위해서?
뻐큐머겅 두 번 머겅하고 너무나 분노한 나머지 둠 슬레이어는 주먹을 풀고 통신 패널을 통쾌하게 깨부숩니다. 둠 슬레이어의 성품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장면 중 하나죠. 이 남자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악에 희생당한 무고한 이들을 위하는 정의로움입니다. 왜냐면 본인이 그 슬픔과 고통을 너무나 잘 알테니까요.
15.1. 개인적으로 이거 정말 인상적인 인트로였어요. 얼마나 짜릿하고 시원했는지 모릅니다. 그 직후에 뜨는 로고 DOOM!!! HELL YEAH!!!!
16. 둠보이 인형 주먹 인사. 생각보다 귀여운 남잡니다. 둠 슬레이어.
17. 우리가 글로킬 할 때 멀리 있으면 파란색, 적정거리면 노란색으로 빛나죠? 그리고 글로리 킬의 종류도 다양하고요. 둠 슬레이어는 언제, 어떻게 상대를 효율적으로 마무리 할지 몸에 완전히 밴 모양입니다. 피와 선지의 향연!
19. 챕터 3 주조 공장. 시체를 가볍게 들 힘을 가졌는데도 귀찮으니까 경비원의 팔만 뜯어서 보안을 풉니다. 편리함!
20. 챕터 4 아전트 시설. 이 챕터의 목표는 아전트 시설을 무력화해서 올리비아의 지옥문 개방을 막는 건데, 새뮤얼은 그 지옥문 개방에 필요한, 아전트 탑으로 가는 에너지를 막기 위해 필터를 정지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둠 슬레이어는 파괴해서 정지해버리죠.
첫 번째 필터 부술 때의 새뮤얼: 아전트 에너지를 제거할 필요는 없네.
두 번째 필터 부술 때의 새뮤얼: 당장 멈추게! 지옥 에너지는 필터 없이 쓸 수 없단 말일세!
입조심 했어야지ㅋㅋㅋㅋㅋㅋㅋ
둠 슬레이어는 이 에너지의 실상이 지옥 에너지인 걸 알고 바로 빡돌아서 필터를 부숴버리며,
마지막 필터 부술 때의 새뮤얼: 이거 부수면 태양계에서 아전트 에너지는 쫑난다네.
당연히 둠 슬레이어는 지옥의 부산물인 아전트 에너지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박살냅니다. 본인이 악마 조질 때 쓰는 거 빼고. 내로남불...
21. 크루시블을 되찾았을 때 인사하는 동료들. 승천했는가, 아니면 기다리고 있는가...둠 슬레이어는 겉으론 차가웠지만(퇴마행 시절 동료가 죽어나가도 제 갈 길 묵묵히 갔죠)가슴이 아릿했을 거예요.
22. 나는 차가운 밤의 상남자. 하지만 내 A.I에겐 따뜻하겠지...
냉정하게 보자면 순전히 보험을 위해서이고, 인간적으로 보자면 자기 자신을 자각한 '인격체'를 죽게 둘 순 없었어요. 그것도 수단을 마련하기 위해 희생하는 거라면 더욱이. 그래서 둠 슬레이어는 잠시 망설이더니, 인공지능 VEGA를 백업하여 챙겨둡니다. 새뮤얼에게 실망한 것이 많았다는 VEGA의 마지막 말을 들으며.
후속작에서 전투복에 꽂고, 아전트 에너지를 마련해서 가동하여 오퍼레이터로 데리고 다닐 것 같아요.
23. 원천을 파괴할 때마다 기사들이 임무를 완수하라고 목표를 가리킵니다. 이 때 어느 양덕은, 둠 슬레이어가 아전트 드'누르의 배신자였다는 설과 엮어서, [http://bbs.ruliweb.com/ps/board/176640/read/9299051?search_type=subject&search_key=%EC%BD%94%EB%8D%B1%EC%8A%A4 참조]기사들은 그를 죽도록 원망했으나 죗값을 치르고자 영원한 고통의 길을 선택한 둠 슬레이어를 용서하여, 결국엔 경의를 표하는 것이라고. 어느 쪽이라고 보시나요?
24. 쭉 생각해봤어요. 악마와 지옥을 마침내 멸망시키면 둠 슬레이어는 뭘 할 것인가.
종족의 부흥 아닐까요? 멀티플레이 DLC의 Empyrian 맵처럼, 가망성은 있어 보여요. 멸망한 문명을 다시 일으켜세우고 종족을 번성하는 거예요. 모든 것을 다 이루고나서 그는 종족의 유일무이한 수호자로서 음지에서 평화를 추구하는, 영원한 어둠의 기사가 되는 거예요. 그 누구보다 찬란한 어둠이 되어서요.
25. 이 양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승천해서 다 내려놓고 푹 쉬든가. 제발ㅠㅠ
잘못되고 근거 없는 정보, 오류, 추론이 있다면 지적하고 반박해주세요. 함께 이야기를 나눕시다.
갓-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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