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습니다. 사실 되게 평가가 안좋고, 저도 객관적으로는 왜 그런지 알 것 같습니다만...
저에게 섬궤 2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해낼 수 없는 이야기요.
아무것도 못하는 무기력한 소년소녀들이, 그래도 어떻게든 해낼 수 있을거라고 힘을 모으고, 심지어 힘도 한순간 가져봤지만
그걸 어떻게 휘둘러야하는지도 모르고 이랬다 저랬다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이용만 당하는 무기력한 이야기.
그게, 어쩐지 너무 슬프고, 분하고 원통해서, 종장 클리어한 다음에 막 울었습니다. 진짜 뭐 하다가 운 적이 없는데. 그것도 화나서 운건 처음이네요.
마치 전원이 크로우 같았어요. 그저 말없이, 앞으로 나갔는데,
힘을 가졌다고 착각하고, 우리 7반이라면 무언가 해낼 수 있으리라 믿었던 시절도 있었는데,
기다리는건 ㅅㅂ 철혈 새끼한테 이용당한 거였어. 너네는 그저 어린애일 뿐이었던거야.
이렇게 해석해놓고나니 청춘물스러운 오글거리는 전개마저도, '그런 식으로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것 같더군요.
너네는 중2병에 빠졌을 뿐이다. 특별한 힘이라도 있는 것처럼 그렇게 열혈스럽게 나가봐야, 기다리는건 아무것도 변하지 못하는 현실 뿐이다.
마치 비꼬는 것 같았습니다.
뭐, 다 제 주관에 불과합니다만.
후일담은 사족입니다. 직접 말하듯, 아무런 의미도 없이 '공허한' 시험일 뿐입니다. 그런데도 시험에 나아갑니다.
비록 공허할 뿐이지만, 우리는 100시간이라는 플레이타임동안 결국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지만,
그래도 시험을 치룹니다.
끝나니 울 수밖에요, 1년간 그렇게 노력했는데(아니 노력해왔다 믿었는데) 해놓은 걸 보고나니 정말 아무것도 없었던 겁니다.
마지막에 올리비에의 편지가 있더군요.
특별한 '영웅'은 없을거라고. 스스로 특별하다고 믿어왔지만, 결국 그런 건 아니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할 뿐이죠.
그래서 7반 애들은 '영웅'이 아니었지만, 스스로 성장했다고, 자기위안이라도 해가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허무했어요. 그런데도 얘들은 걸어갑니다. 그래서 더 슬펐습니다.
그냥 제 해석이고, 제 감상입니다.
어쨌든 객관적으로는, 정말 '별 진전도 없었던' 이야기입니다. 떡밥도 그대로고요.
다만, 이걸 몰입해서 봐놓고 나니 그 '진전도 없었다'라는 부분이 너무 허무해서, 그리고 그걸 캐릭터들이 어떻게 느꼈을지 생각하니 막 울게 되더라고요.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제 감상은 여기 분들이랑 비교하면 너무 괴리가 심한 거 같아요.
그래도, 저는 정말 얘네들한테 애착이 있었나봅니다.
2회차는, 역시 내년이나 가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처음 플레이할때는 2회차 요소가 제법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감정으로는 뭘 어떻게 해보질 못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런 이야기였죠.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 섬궤1편을 6회차를 했는데 2편은 2회차 할 엄두도 안나네요 =_=ㅋ
감성이 풍부하시네요..이 글 읽어보니 저도 그 감정이 이해돼서 울먹해 지네요.ㅊㅊ
실제로 그런 이야기였죠.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 섬궤1편을 6회차를 했는데 2편은 2회차 할 엄두도 안나네요 =_=ㅋ
저도 오히려 이 분 글이 더 공감가네요
다만 7반이 같이 지내면서 서로 쌓아온 유대감만이 남았죠. 전 배웅후 뒤돌아서는 린의 모습에서 군입대할때만큼의 먹먹함을 느꼈거든요. 후속작에서 어찌 등장하느냐가 관건이 돼겠죠.
저같은경우도 게임을할떄 그것도 스토리 위주의 게임을 할때는 감정을 몰입해서 하다보니.. 아무리 다른사람들이 스토리가 똥이다 밸런스가안맞는다 열심히 신나게 까대도 저는 재밌게 하게 되네요..
이글에 완전 공감하는건 아니지만 분명 엔딩에서 허무함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그때는 단순히 RPG게임을 클리어했을때 나타나는 보통의 허무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글 읽고 생각해보니 아니었던듯...
신기한 관점이다. 난 스토리 어중간 했던거 까기에 바빴는데... 이렇게 보니까 진짜 장대한 뻘짓이었네. 새로운 관점 감사요. 덕분에(?) 색다른 관점에서 되짚어 볼 꺼리가 생김.
단점만 찾아내며 까기만 하는사람들도 있는반면 몰입해서 하다보니 단점이 눈에 안들어오는 사람들도 있는거죵
그러고보니 후일담 최종보스 BGM도 로어 에레보니우스전 처럼 진중한 맛이 없었음. 마치 엔딩 스탭롤 같은 '수고하셨습니다' 느낌.
공감갑니다.
이글을 공지로.. 제가 후일담까지 보고나서 느낀점을 아주 잘 표현해주셨네요.
와 작품의 불완전성을 소재로 이렇게 재해석할수도 있구나(...) 개인적으로는 꿈보다 해몽급 해석이라 보지만, 그런 관점도 있을 수는 있겠네요. 그리고 사실 허무할 수도 있다고는 생각하는데, 저에게 있어선 이걸 묘사하는 과정 자체에 무리수를 많이 둔 점이 근본적인 문제라...
크로우 죽으면 맥 빠짐
섬궤 2 하면서 운게 동료들 무사한거 봤을 때 종장의 그 장면에서 마지막 싸움에서 울 뻔 했네요..... 나쁜놈! 이 나쁜 놈! 을 외치면서 2회차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