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개월만에 복귀해서 굉장히 오랜만에 스토리를 클리어했다.
좋았던 점
1. 캐릭터들을 개성있게, 훌륭하게 살려냈다.
아무래도 작품 외적인 이유로(픽업과 매출) 최대한 많은 캐릭터를 등장시키려고 하는 페그오 특성상,
뜬금없이 튀어나오거나 (5장에 갑자기 튀어나온 흑창밥같이), 왜 나왔는지 알 수 없는 공기비중 서번트가 자주있는데
이번 장은 주역진이 전부 다 훌륭하게 제 역할을 마치고 퇴장했단 점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팬들에게는 럭키 신지 정도로 인식되던 이아손의 훌륭한 데뷔, 순정남 초리온, 호감캐 만드리카르도 등등
2. 클라이막스가 좋았다.
오리온은 아르테미스를 쏴야하는 이유가 있었고 그 과정은 꽤 긴장감 있었으며 사랑이 담긴 일격이기에 맞아줄 수 밖에 없었다, 라고 해석하는 나레이션과 독백으로 독자에게 감동을 확실하게 줬다.
3. 착실하게 복선을 쌓고 그게 나중에 풀리는 것들이 괜찮았다.
들쑥날쑥한 페그오 퀄리티 특성상 대체 이 새1끼들은 왜 이런다냐...하다가 그대로 끝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세일럼이라던가)
상당히 안정적으로 복선이 투입되고 회수되었다.
전체적으로 2부 1~5부중에서는 제일 손에 꼽고 싶을정도로 좋은 스토리였다.
안 좋았던 점
1. 오디세우스 퇴장씬이 허접하다.
오디세우스는 시작부터 철두철미하고 완벽한 계책가여서 칼데아가 이문대에 오자마자 개박살을 내버리고 와 대체 애를 어떻게 이기지? 하고 나를 기대하게 했는데
"그정도 기습은 예상했다!(푹)"
"사실 나는 거츠가 있었다(푹)"
"크악 그건 예상못했다!(사망)"
이 정도 계책? 으로 퇴장하는데, 이러면 좀 안되지 않나....싶다.
칼데아를 궁지에 내몬 천재 전략가가 자기 서번트 상태도 모르고 있다가 뒈짓하는걸 보니
오디세우스를 어떻게 무찌를지 긴장하면서 보고 있던 내가 굉장히 초라해지는 듯한 느낌....
2. 스토리 배분에 대한 의문
올림포스로 향하는 세가지 관문 중 하나인 아르테미스는 스토리 거의 전체를 할애하여 대응을 준비하고, 처리에 성공하지만
정작 그 다음인 포세이돈은 으아아아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 아르테미스 조지고 가자! 란 태도로 포세이돈에게 돌진했고
네모 캡틴의 신들린 컨트롤과 갑자기 생각해낸 대응 방안으로 코어 세개를 처리하고 올림포스에 진입한다.
복선이나 개연성을 떠나서 아르테미스와 동급이나 그 이상의 관문이어야할 포세이돈 처리에 26절 스토리중 겨우 딱 1개의 절만 소비한건
뭔가 작품 외적인 이유가 난항이 있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3. 헥토르는 어떻게 소환된건가?
페그오 설정이야 뭐 스토리 흐름 따라서, 나스나 기타 시나리오 라이터 취향따라서 휙휙 바뀌는거야 이미 알고있지만
아킬레우스가 죽고 갑자기 헥토르가 어떻게 혼자 소환된건지 이해하기 힘들다.
나름 경력있는 달빠인 내가 알기론 서번트 소환하려면 영맥, 소환 의식(약식으로나마), 마스터가 필요할텐데
갑자기 아킬레우스 혼자 간절히 우주에 빌었다고 헥토르가 소환된건지 이해하기 힘들다.
그럼 대체 시작부분에서 그리스 영맥을 죄다 부수고 다녔던 오디세우스는 뭔 뻘짓을 한것이란 말인가??
마침 거기가 오디세우스가 부수지 못한 영맥이 있었단 말인가???
4. 특정 사건을 고정시키고 시나리오를 쓴 듯한 다소의 어색함
이것도 작품 외적인 이유로 어쩔 수 없겠지만, 몇몇 사건들을 일단 픽스 해놓고 세부 시나리오를 짠 것 처럼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다.
앞서 말한 천재 전략가 오디세우스의 갑작스런 퇴장이라던가, 1절만에 박살나는 포세이돈이라던가 등등.
분량을 정해놓고 특정 사건은 무조건 넣어야하기 떄문에 일어난 현상이라 생각되지만,
올림포스에 입성하려니까 함께했던 서번트들이 한 명도 안 남아있는 상황은 아무래도 나에게 "쓰여졌다" 란 인상을 줬다.
5장에 나왔던 애들을 6장 픽업에 또 팔아먹을 수는 없으니 퇴장시킬 수 밖에 없다는 작품 외적인 이유도 이해가고
서번트들 퇴장이 억지로 이뤄졌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다소 갑작스러운 감은 있지 않을까 싶다.
번외
이제 무사시는 메인 스토리에 좀 그만 내보내도 되지 않을까....?
헥토르 소환은 그리스 이문대에서 헥토르와 가장 연이 깊은 영령인 아킬레우스가 자신을 촉매로 삼은 것에 대충 억지력 같은 게 반응해준 결과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헥토르도 소환 당시 "오직 아르테미스의 포격을 (잠시) 막기 위해 소환되었다"고 말했죠. 대놓고 말하면 주인공측 보정이지만 마침 주인공측에도 헥토르의 친동생 그리고 헥토르 신화와 연이 있는 만드리카르도가 있었고 이들이 헥토르의 도움 덕에 각성해서 오리온의 보구 사용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좋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