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판타지 XII: 더 조디악 에이지>
기종 : 닌텐도 스위치
구입 : 2019.05.29.
클리어 : 2019.06.15.
플레이시간 : 대략 34시간
분명 어제 '노가다를 위한 노가다 해야해요 징징' 글을 올렸는데 하루만에 클리어글을 올리네요 ㅎㅎ;;; 저도 이렇게 빨리 클리어할 줄은 몰랐어요...
※ 밑으로 글에 스토리에 대한 스포가 있습니다. 스포당하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뒤로가기 눌러주세요.
저는 이 게임을 즐겁게 했을까요?
네. 저는 즐겁게 했습니다. 그것도 꽤나요. 그리고 그 즐거움의 중심에는 역시나 '갬비트 시스템'이 자리했습니다. 저는 노가다라는 것을 싫어합니다. 적이 약하든 강하든 전투화면 돌입해서 '싸우기' 커맨드 누르고 적 선택하고 전투 모션을 보고 승리 포즈까지 보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정말 싫었습니다. 제가 파판10를 생각보다 즐겁지 않게 플레이했던 이유가 거기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파판12는 전투에서만큼은 그보다 편할 수 없었습니다. 갬빗만 잘 설정해놨으면 왼쪽 아날로그 스틱만 조종하면 되는, RPG의 혁신과도 같은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레벨/라이센스/돈 노가다 하는 것에 스트레스가 최소화되었습니다. 스토리 클리어를 34시간 만에 했는데 노가다만 10시간 가까이 했습니다. 파판10에서 노가다한 시간이 1시간이 채 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었습니다. 더군다나 리마스터 버전은 4배속으로 플레이가 가능해서 게임 플레이의 80% 이상의 시간을 4배속으로 돌려 질질 끄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더욱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편한 시스템을 접하고 나니 한 가지 두려움이 생기더군요.
"내가 과연 다른 파이널 판타지를 할 수 있을까?"
이 갬빗 시스템이 없는 파이널 판타지에 제가 과연 재미를 붙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들었습니다. 파판12에서 노가다를 많이 했다하더라도 일반 턴제 RPG에서의 노가다는 여전히 싫어하거든요. 그만큼 저는 이 갬빗 시스템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파판12에 대한 게이머들의 이미지를 따지자면, 절반은 '갬빗 시스템'에 대한 것일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캐릭터 & 스토리 문제'에 대한 것일 겁니다.
이미 파판12의 디렉터 사임 및 분량 축소, 이야기 급전개에 대한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직접 해본 결과 후반부에는 정말 이야기가 성큼성큼 뛰어갔고 '해피엔딩으로 끝나긴 했다'라는 것이 기억에 남는 정도였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엔딩을 보면서 '용케 마무리를 잘 지었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보다 암울할 수 없는 오프닝에서 아쉐가 여왕이 되고 모두 밝은 햇살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엔딩만 보자면 감동적이었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큰일을 겪었음에도 마무리를 용케 지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절대적 열세였던 달마스카와 주인공 일행이 단지 바하무트에 침투해서 적의 수장을 공격해서 이겼다는 이유로 모든 전세가 역전되는 것을 보면서 '얘네 급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물들에 대한 것도 비슷했습니다. 조연들이 제대로 설명도 되지 않고 제대로 등장한 것 같지도 않지만 나중에 보면 되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습니다. 가브라스나 알시드, 레다스 등...
조연들은 그렇다치더라도 주역들도 비슷했습니다.
이 게임의 주인공은 정말 반과 판네로일까요? 물론 반과 판네로가 있음에 주인공 일행의 분위기가 무거워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원동력을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쉐 공주였습니다. 비극적인 시작에 내적 갈등, 그리고 극복...아무리봐도 아쉐가 주인공 같았습니다.
제작자들은 다른 생각도 했나 봅니다. 이야기 중에 발프레아가 최소 3~4번 자기 입으로 자기가 주인공이라고 말합니다. 반과 판네로가 주인공처럼 보이지만 주인공은 발프레아라고, 착각하지 말라는 제작자들의 배려였을까요?
발프레아와 프란은 어떤 관계인지, 어떻게 만났는지도 잘 설명이 안 되어있고, 도대체 발프레아와 아쉐는 썸을 타는 건지 아닌 건지... 마지막에 있었던 아쉐의 외침을 보면서 저는 헛웃음을 지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에게 파판12는 전투 시스템 외에 정돈되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고 극단으로 치닫는 것이 없어 무난하다는 느낌마저 들게 만드는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무난함이 평범하다는 느낌과는 또 달랐습니다. 극단으로 나아가지 못해 어정쩡해보이지만 그 어정쩡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이 있고 특색이 된 게임이라고 느꼈습니다.
후속작이나 스토리 보완이 필요해보이지만 지금의 '파이널 판타지 12' 만으로도 완성도가 있고 완결성을 갖추고 있다고 개인적으로 판단합니다.
파판6~8,X과 13,15에 이르는 현대적인 파판의 느낌과 확실히 다르지만, 그렇다고 고전 파판들과도 분위기가 다른 참 독특한 파판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런 파판도 하나 정도는 있어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굳 클리어 축하해요. 걱정되긴했는데 빠르게 클리어 하셨네여 12탄은 디렉터가 바뀌면 이렇게 바뀐다는 걸 잘 보여준거 같아요.(프로듀서에 사카구치있냐없냐로 보는 관점도 있는것 같지만..) 잘 만든 시스템 살려서 계속 이어갔으면 하는데 이후에 없는게 아쉽긴 합니다. 그리고 저 역시 사임은 안타깝네요. 파판택틱스 잼나게 했었죠. 최근 파판을 보면 뭔가 맘에 안들긴 합니다. 스에가 기본적으로 RPG 잘만드기는 한데...뭔가 하나씩 나사가 빠져있죠. 12탄도 13탄도 그렇구...15탄은(...) 그저 7탄 리메가 잘 뽑히기를 바라는 중입니다. 개인적으로 리메는 성검이나...로맨싱사가....크로노트리거 요런 라인으로 밀고...(이미 진행중일듯?ㅎ) 파판 정규작은 신작이나 후속스토리작 위주로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요.
조언 덕분에 원활히 클리어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D 7리메이크 소식에 게시판을 보면 "파판은 12부터 미완성작을 출시했다 or 나사가 빠졌다" 라는 얘기를 많이들 하시더라구요... 아직 13과 15를 안해봐서 그쪽은 잘 모르지만, 12까지 거기에 속한다는 것이 납득이 되면서도 안타깝네요. 그래도 재밌게 했는데... 이번 파판12가 파판3(DS판)과 파판10(vita)에 이어 세 번째 클리어한 파판이었는데 앞으로 다른 파판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만들긴 했습니다. 이번 e3 할인 때 파판 15를 샀고(플스판) 스위치로는 파판7 이식판을 구입했네요... 파판7은 리메이크 되기 전에 스토리는 알아봐야겠다 싶어서... 파판15는 말이 참 많지만 그래도 직접 해보고 느껴보려고 합니다. 어찌되었든 10년 동안 개발된(실개발은 3년이지만;;) 파판의 최신작이니까요. 지난 며칠 간 친절히 도와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