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드는 자신이 태어나고 발걸음을 떼고 말문을 떼기 시작하였을 즈음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어렸을 적부터 이미 많이 노쇠하셨기에 때가 되어 돌아가신 것이라고 들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에는 같은 반 급우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사유는 급성 심근경색이라고 하였다. 다만 원래부터 심장 질환을 앓고 계셨었다고 하였다.
중학교에 들어설 즈음엔 외삼촌이 돌아가셨고, 고등학교에 들어갈 즈음엔 옆 집에 살던 이웃집 여학생 한 명이 죽었다. 삼촌은 조국 팔레스타인을 배신했다는 이유만으로 집을 찾아온 과격파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에 의해 매질을 맞았고, 이웃집 여학생은 하교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그 자리에서 즉사하였다.
대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할 즈음에는 누가 죽었다거나 돌아가셨다는 소식은 안 듣는 대신, 매일을 랩실에 앉아 죽은 사람의 사체 표본을 해부하곤 하였다. 그들은 어제 죽었거나, 혹은 아무리 늦어도 근 일주일 사이 내에 죽은 사람들이라고 하였다.
그렇게 다우드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죽음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좌우지간 이유야 어찌되었든 인간은 죽는다.
노환으로 죽든, 병으로 죽든, 누군가에게 살해를 당하든, 혹은 사고를 당하든.
사람들은 언젠가 죽는 순간이 오며, 죽는 순간은 언제가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다우드는 생각했다.
인류가 번영함에 따라 인류 사회는 자신들의 과학기술을 발전시켜나갔다.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인류 사회는 자신들의 문명을 더욱 드 높게 이룩해 나갔다.
인류 문명의 발전은 하늘 높을 줄을 모르고 더 높이 치솟았고, 사람들은 그것을 문명의 이기라고 불렀다.
그렇게 기술과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인류는 전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는 분명 긍정적인 발전이었으리라.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죽음을 정복할 수 없었다.
여전히 사람들은 노세해서, 병에 들어서, 사고를 당해서, 죽어갔다.
어째서인가?
어째서 인류의 발전에 끝에는 언제나 죽음이 도래하는가?
다우드는 의문이 들었다.
왜 인간의 운명의 굴레는 죽음으로 직결되는가?
왜 수명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만 사는 것만을 허락받았는가?
왜 인간은 자신의 죽음마저도 막지 못할 정도로 이리도 한 없이 나약하게 태어난 건가?
사람들은 이를 더러 ‘자연의 섭리’ 라고 가르쳤다.
그럼 자연의 섭리의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가?
그것은 꼭 지켜져야만 하는 법칙인가?
왜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육체라는 감옥 안에 갇혀, 언제 죽을 지도 모를 정해진 운명을 거부하지 못한 채 살아야만 하는가?
…… 인간의 육신은,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것이란 말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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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다, 다, 다, 다우드……????”
“그, 그, 그, 그, 그 모습은 대, 대, 대체……?!?!?!”
오메가는 다우드를 보고 충격에 빠졌다.
인간의 피부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는 새하얗게 빛나는 딱딱한 형질을 가진 피부에 앙상하게 골격만 남은 듯한 형상.
군데군데 붉게 빛나는 형체에 얼굴은 입과 코가 사라진 대신 시뻘겋게 빛나는 눈만이 남아있었고, 거기에 머리에는 마치 면류관을 연상시키는 것 같은 무언가가 자리를 잡았다.
인간이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는 그 모습에, 오메가는 충격을 받다 못해 두려움과 공포에 휩쌓이기 시작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그 모습은 마치 “괴물”.
철충에게도 인간형태가 있다면 아마도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기괴하게 생긴 괴물의 모습이었다. 그 몸집조차, 인간을 아득히 넘어 거인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크기였다.
“두려워 말아요, 내 사랑. 난 언제나 그대와 함께하니까요.”
“그저, 나에게 조금의 변화를 줬을 뿐이예요.”
“벼, 변화요……?!”
“네, 변화.”
감히 인간의 형상이라고 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기괴하게 뒤틀린 모양의 “괴물” 로 변해버린 다우드는, 자신을 보고 충격과 공포에 휩쌓인 오메가를 안심시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괴물로 변하면서 목소리도 심히 듣기 거슬릴 정도로 에코가 들어간 하울링으로 바뀐 것은 덤이었다.
“오메가, 난 늘 궁금했어요. 왜 인간은 주어진 수명 안에서 정해진 운명을 벗어날 수 없는지를. 인간은 병에 걸려서 죽기도 하고,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죽기도 하고, 때론 누군가가 저지른 폭력에 의해 죽기도 하죠. 그 모든 죽음으로부터 벗어나더라도 결국 인간은 나이가 들어가며 노쇠하기 마련이고, 그 끝에는 결국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죠.”
“인류가 발견한 부드러운 돌 ‘오리진더스트’ 로 인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고, 수 많은 사람들의 병을 치료하고, 나아가서 우리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우리의 반려자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오리진더스트로도 인간의 영원한 삶을 완성해내지는 못했습니다. 바이오로이드 인간도, 수명이 아무리 길다 한 들, 인류의 수명은 한정적이라는 사실은 언제나 변함이 없었죠. 어머니 자궁에서 태어났던, 인공관에서 태어났던 인간이라면 모두 태어난 순간부터 언젠가 죽음에 도래를 하고 맙니다.”
“왜 인간은 죽음이라는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요? 오메가.”
“…….”
“하하하하, 내가 물었지만, 사실 나도 아직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하여 다른 답을 도출해낼 수 있었죠.”
“그래서 나는 생각했습니다. 인간이 죽음이라는 정해진 운명에 도달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결국 나약한 육체 때문이었음을. 인간이 죽지 않을 영원한 생명을 가지기 위해서는 바로 육체, 아니 육신을 갈아타야 한다는 것을. 그 결과가, 바로 이겁니다. 인간의 영혼을 사람의 육신과 분리해 내서, 영원히 고통받지 않고, 또 영원히 늙지 않는 그런 새로운 육신에 옮겨담는 것.”
“하지만 현실적으로 인간의 영혼을 분리하여 새로운 육신에 담는다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인간의 영혼이란 눈에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는 추상적인 개념이니까요. 인격을 데이터화해서 AGS에 담아내는 방법도 생각했지만, 내가 말했죠, 오메가. 영원히 늙지 않는 새로운 육신을 원한다고. AGS도 결국 세월이 흐르면 녹이 슬고 언젠가 작동을 멈추겠지요.”
“난 그런 단편적인 결과를 원했던 것이 아니예요. 인격을 데이터화해서 AGS에 담아봤자, 그건 AGS지 인간이라곤 할 수 없겠죠, 안 그래요?”
“그러던 그 때 제 앞에 나타났죠. 철충이라는 존재가.”
다우드가 말하는 순간, 하늘 위로 철충들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우드는 마치 철충들을 지휘하듯, 오른팔을 앞으로 천천히 내려보였다.
철충들은 다우드의 지시에 앞으로 진격하기 시작했다.
“설마……?!?!”
“멸망 전 삼안 그룹이 고비 사막에서 발견한 철충의 생명체…….”
“나는 그 샘플을 빼돌려 그것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거기서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철충의 신경구조는, 인간의 신경구조와 놀라우리만큼 유사하다는 사실을.”
“말 도 안 돼……!”
“아니, 이건 절대적으로 말이 된답니다. 인간과 99.99%로 유사한 구조와 형질을 가진 외계 생명체. 난 그 속에서, 인류의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죠. 늙고 병들어갈 수 밖에 없는 육신을 벗어나, 인간의 유전자와 철충의 유전자를 합친 새로운 육신을 창조해내는 것.”
“그래요, 내가 한 것은 인간의 영혼을 또 다른 그릇에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 새로운 그릇, 그 자체를 창조해내는 것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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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중 삽화로 사용되는 그림과 사진의 출처는 구글링과 핀터레스트입니다.
좋아, 이제 이 챕터도 얼마 남지 않았군요!
모바일겜이라 캐릭 팔아야되서 주인공이 인간인거지 패키지게임이었으면 철충 세력이나 철의 왕자가 주인공 포지션으로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을거같아요. 바이오로이드와 철충 스토리가 번갈아가며 같이 나오는 것도 가능했을테고.
그라도 인기는 없었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