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P4D는 구매 타겟층이 확실한 게임입니다.
1. 페르소나4와 그 파생작들(P4G나 P4U 등)을 좋아하는 게임 본가 시리즈의 팬들,
2. 게임은 해보지 않았어도 P4A 등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등장 캐릭터들이 팬이 된 게이머들,
3. 혹은 메구로 쇼지로 대표되는 양질의 작곡가들의 페르소나 시리즈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4. 아니면 비타를 가지고 있는 리듬게임 매니아들
이 그 대상이 되겠죠.
저 개인적으로는 위의 분류들 중 1,3,4에 모두 해당하는 케이스로 본 게임에 대한 공개가 시작된 시점에서-발표 당시의 제작사가 개판 오분전 퀄리티로 많은 이들로 하여금 경악케 한 DINGO였음에도 불구하고- '아 이 게임은 당연히 사야 하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실제로 발매 즉시 매장에 가서 구매했을 정도로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온 팬입니다.
함께 사 온 파이어엠블렘 if마저 뒷전으로 미루고 4일 정도를 투자하여 스토리 모드를 완주하고 악곡들을 해금했으며 올나이트 난이도의 곡들도 얼추 브릴리언트 이상으로 메워 온 시점에서 간단하게나마 소감을 써보겠습니다.
(1) 음악
리듬게임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누가 뭐래도 수록곡들의 퀄리티입니다. 아무리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시선을 빼앗는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리듬게임일지라도 결국 수록곡들의 퀄리티가 수준 이하면 그 누구도 훌륭한 리겜이라고 말해주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P4D는 다른 요소들을 떠나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다져진 기반 위에서 출발하는 게임입니다.
위에도 적었듯이 메구로 쇼지로 대표되는 페르소나 개발진의 사운드팀은 이미 명성이 자자하죠. 이미 수많은 페르소나 시리즈 파생 앨범들이 나와있고 라이브 공연까지 진행하는 등 사운드에 있어서 정평이 난 뮤지션들이 기본적으로 깔려있고 일본 최고의 키보디스트로 꼽히는 아사쿠라 다이스케, 철권 시리즈의 사운드 디렉터인 미야케 유 등, 외주 뮤지션들의 이름도 쟁쟁합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댄스풍으로 리믹스하다보니 원곡에 비해 조금 어색해진 곡들이 적지 않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 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헤븐(원작 나나코 던전 BGM) 리믹스는 도통 적응이 되지 않더군요)
(2) 그래픽
댄스를 메인으로 한 게임인만큼 등장 캐릭터들의 모습이나 화려한 동작은 메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일단 시각적인 즐거움에 있어서 P4D는 완벽에 가까운 '캐릭터 게임'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플스2라는 기기의 성능탓도 있지만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해야 했기에 캐릭터 모델링은 그야말로 엉성하고 두루뭉실하기 짝이 없었던 원작에 비해 P4D는 캐릭터를 제외한 데이터라고 해 봐야 음악 몇 곡, 용량 얼마 차지하지도 않는 스토리 파트 스크립트 정도를 제외한 모든 기기의 성능을 캐릭터 구현과 댄스 모델링에 쏟아부었습니다. 그야말로 소에지마 시게노리의 일러스트를 그대로 쉘셰이딩으로 박아 넣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캐릭터 특징을 잘 살린 대응곡에 대한 댄스 모션도 매우 부드럽고 자연스럽습니다.
반면 해당 악곡에 대해 기본 캐릭터가 대응되어 있고 변경이 불가한 점은 실망스럽습니다. 모델링 용량의 탓이겠지만 그래도 명색이 댄스게임이고 캐릭터 게임인데 본인이 원하는 캐릭터의 춤을 감상하고 싶으면 그 곡을 플레이 해야 한다는 점은 크나 큰 감점요소가 아닐 수 없습니다.
(3) 인터페이스
앞서 말씀드렸듯이 캐릭터의 구현도는 굉장한 수준이고 그래픽도 매우 화려해서 게임을 플레이하면 눈이 참 즐겁습니다. 그렇다면 인터페이스 역시 훌륭한 게임일까요?
아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P4D는 위의 장점이 오히려 크나 큰 단점으로 다가오는 게임입니다.
기본적으로 화려하고 번쩍번쩍한 게임이다보니 참 현란합니다. 그 현란함은 '노트를 보고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야 하는 리듬게임'의 입장에서는 '산만함'으로 치환되기도 합니다.
게다가 P4D는 노트 판정라인이 원형으로 넓게 퍼져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눈이 좌우로 왔다갔다 하는 게임인데 정작 노트가 나오는 중앙에선 캐릭터들이 정신없이 춤을 추고 있어서 날아오는 노트가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왼쪽 노트들 처리하고 나서 오른쪽으로 시선을 이동해보니 이미 miss가 떠 있습니다. 그나마 곡을 잘 알고 있어서 이 박자 타이밍에 노트가 나오겠다라는 예상이 가능하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타이밍 잡기가 정말 어려운 리듬게임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노트가 좀 더 눈에 잘 띄도록 모종의 수단을 마련해줬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네요.
(4) 컨텐츠
가장 큰 단점이라고 보는 부분입니다. 이 게임은 컨텐츠가 너무 빈약합니다.
리듬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수록곡이 서른 곡이 채 되지 않는다는 건 그 어떤 말로도 해명이 불가능한 치명타입니다. 게다가 그 얼마 되지도 않는 기본곡의 태반은 또 같은 곡의 다른 리믹스입니다.추후 DLC로 점점 규모가 커지기야 하겠지만 그 중 상당수가 유료로 팔릴 것을 생각하면 변명조차 되지 않죠. 개인적으로는 원작의 엔딩곡인 'Never more'가 유료 DLC 곡으로 할당된 것은 유저에 대한 농락이라고까지 봅니다.
또 외전격이 아닌 정식 스토리라인에 포함된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한 스토리 모드도 지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무의미한 선택지의 향연에 굉장히 익숙한 플롯, 반복되는 전개, 원작을 해 봤다면 누구나 예상가능한 뻔한 시나리오 등은 결코 자랑거리가 되지 못합니다. 한 번 클리어하고 나면 두번 다시 하고 싶을 생각조차 들지 않을거라 생각되는군요.
총평
서두에 썼던 글을 반복하지만 이 게임을 관통하는 두 가지의 키워드는 '캐릭터 게임'과 '리듬 게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캐릭터 게임으로서의 본작은 완벽한 게임은 아니지만 팬들을 충분히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수작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수록곡 대응 캐릭터의 고정은 너무도 큰 디메리트이지만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페르소나4의 캐릭터들이 훌륭한 퀄리티로 재현되어 춤을 추는 것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그야말로 눈이 즐거운 게임이죠.
반면 '리듬게임'으로서의 P4D는 낙제점에 가깝습니다. 리듬게임의 기본 뼈대인 곡의 퀄리티는 훌륭하지만 터무니없이 적은 수록곡 수, 그마저도 돌려막기 리믹스로 배가까이 불린 물풍선같은 볼륨, 리듬게임에 집중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산만한 인터페이스 등은 농담으로라도 잘만든 리듬게임이라고 불러주기 힘듭니다.
아무래도 리듬게임을 처음 만드는 제작사인만큼 첫 술에 배부를 수야 없는 노릇이겠죠. 부디 후속작에서는-혹은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서라도- 이런 점 등을 개선해서 더 좋은 게임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동감합니다. 아틀러스에, 페르소나라서 고민없이 구입했지만 아마 트로피 따고나면 안건드리게 될거같네요
다른건 몰라도 파트너 및 메인케릭터의 추가와 곡 추가만큼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고 인터페이스의 경우에는 기본 컨셉은 나쁘지 않으니 약간의 변경으로 충분히 좋게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되네요
리듬게임은 젬통이지만, 어렵단 생각은 들지 않더라고요. 노트(라고 부르는 게 맞나요?)가 사방으로 퍼지는 형태라 정신없긴 한데, 어려운 거랑은 별개라는 느낌이랄까요. 페르소나 팬이라 질러버렸는데, 저같은 시리즈 팬에겐 만족스러울지 몰라도, 리듬게임 매니아 분들껜 여러모로 아쉽지 싶습니다.
공감되는 소감글이네요. 이번 P4D는 페르소나4 팬들을 위한 서비스의 하나로 완벽한 p4 캐릭터 게임에 그냥 리듬게임의 옷만 입힌 정도의 게임 같습니다. 플레티넘따고 저의 기억에 남는건 기존 주인공 캐릭터들의 지나친 추임새로 인한 캐릭터 붕괴와 새로나온 카나밍 팀 캐릭터들 그리고 나나코는 춤출땐 천사가 된다. 정도 밖에 머리에 안남네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리믹스한 곡들중 몇몇 곡을 빼곤 나름 대부분 괜찮은 느낌이어서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만족하네요. 캐릭터게임의 BGM으로 분위기 딱맞는 느낌입니다.
흠. 전 오히려 팬서비스 + 리듬게임이기에 적은 곡수가 그렇게까지 나쁘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해온 리듬게임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전세대 게임기인 psp의 디맥 시리즈와 비교하자면, 디맥 시리즈가 확실히 수록곡이 많죠. 하지만 디맥시리즈의 경우 음악의 장르와 아티스트가 다양해서, 필연적으로 호불호가 갈리게 되죠. 아무리 많은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고 해도 결국 리듬게임을 파는 입장에선 마음에 드는 곡과 재미있게 두드릴 수 있는 곡의 교집합 수 정도 밖에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디맥은 수록곡이 4~50곡이었지만 전 그중 10곡 내외만 반복 플레이했습니다. 아마 P4D도 마찬가지 일것 같네요. 아니 사실 P4D에서 더 많은 곡을 돌리게 될것 같습니다. 일단 P4D의 경우 P4를 한사람은 익숙해질수밖에 없는 곡들로 구성이 되어있으니까요. 애초부터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것이니만큼 호불호의 영역에서 조금 자유롭죠. 또 P4D의 경우 곡들의 난이도가 단계별로 일정하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맘에 듭니다. 노멀을 하는 사람이라면 노멀 곡들을 대부분은 깰 수가 있고, 하드에 진입할 실력이 되면 대부분의 하드 곡들을 할 수 있죠. 각 곡들의 난이도 격차가 심하지 않다는 것이 그나마 있는 곡들 중에서 여러 곡들을 할 수 있게 만드는것 같네요. 또 P4D의 가장 큰 단점인 '메인댄서 변경 불가'인데, 사실 이걸 좋게 볼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래도 관점에 따라선 그나마 나쁘지 않게 볼 수는 있죠. 현재 케릭터가 춤을 추는 댄스곡이 총 25곡(군무 곡 하나 뺌)인데, 이 곡들을 메인댄서 별로 다르게 춤을 추고 대응하게 하려면 25X10케릭입니다. 여기서 마가렛과 마리, 아다치까지 합치면 13케릭인데, 케릭을 하나 만들때마다 기존의 댄스곡에 모두 대응할 수 있게 매인댄서 춤을 만든다는건... 솔직히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팬으로서 바랄 수야 있는데, 이루어지긴 힘들죠. 이와 비슷한 다른 리듬게임의 경우 매인댄서는 바꿀 수 있지만 케릭을 바꿔도 춤의 모션은 그대로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식으로 남자, 여자 케릭 두분류로 모션을 나누고 매인댄서를 교체할 수 있게 만들면 제작사의 부담은 훨씬 줄어들겠죠. 하지만 각자 개성이 다른 케릭터들이 성별마다 다 똑같은 모션에 똑같은 춤을 춘다고 생각하면, 차라리 특징이 확연하게 들어오도록 지금처럼 매인댄서를 나눠서 내는게 훨씬 현명했다고 생각하네요. 그래도 지금 당장 바꿀수 있는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면, 바로 '배경'이랄까요. 배경만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고 주위의 쉐도우들을 없애고 무대만 남길 수 있다면 그나마 좀 자유로워보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저 역시 현재 다른 케릭터들의 댄스곡들이 한두곡 정도는 더 나와줬으면 싶지만, 여러가지를 고려해봤을때 그렇게 창렬스럽다고 생각하지는 않네요. 특히 플레이 때 프레임 드랍 같은 것이 없다는걸 개인적으로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메인댄서 변경불가는 꼭 풀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쥬네스테마곡을 미역칸지로 플레이하고 싶습니다..
관점의 차이겠죠. 페르소나의 캐릭터성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이라면 현재의 형태가 나름 만족스럽겠지만 음악을 즐기고 싶어하는 페르소나의 팬이라면 부족한 기본 수록곡에 향후 DLC의 전개는 불만족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천생신무님의 말씀도 충분히 일리가 있구요 글쓴분의 소감도 120% 공감하는 바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저는 악곡의 숫자가 적은게 아쉬운 입장이구요. 결국 이 게임은 디제이맥스 스타일이 아닌 스페이스 채널5나 응원단 스타일의 게임으로 봐야할 듯 합니다.
스토리모드가 지루하다는건 쉽게 공감가지 않네요 물론 P4D의 스토리모드가 리듬게임을 위한 부가 컨텐츠라는 느낌을 주는건 맞지만 페르소나 4의 스토리에 사람들이 좋은 평가를 준 부분을 잘 빼와서 캐릭터 게임 치고는 괜찮은 퀄리티로 스토리모드를 구상했다고 생각했거든요. 본편과의 볼륨 차이야 어쩔수 없는것이지만 그건 RPG와 리듬게임의 장르차이로 봐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