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발표가 되겠습니다. 학생자치연구회 부회장이자, 학생회장인 미나미사와 센리 씨, 잘 부탁드립니다."
사회의 목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히나에는 스테이지 옆에서 연설대로 향했다.
곧바로 웅성거리는 소리가 학생들 사이에서 들려왔다. 히나에와 센리의 얼굴과 이름을 모르는 보호자들도, 학생들을 보며 의아해하는 모양이었다.
스테이지 밑 구석에 하나네와 함께 있던 센리에게, 사회를 보던 교사가 당황하며 뭔가를 속삭였다. 하지만 센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히나에 쪽을 보며 눈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히나에는 끄덕이며 인사하고, 마이크로 다가갔다.
"학생자치연구회 회원인 아리무라 히나에입니다. 미나미사와 씨를 대신해, 겨우 한 달 밖에 활동하지 않았지만, 회원으로서의 소감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웅성거림이 더욱 커져, 센리의 곁에 다른 교사들이 달려왔다.
센리는 침착하게 대응하면서, 역시나 "빨리 하도록"이라는 느낌으로 손을 훠이훠이 흔들었다. 멈출 수는 없었다.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면 좋을까 생각했을 때, 학생들의 열 안에서 아연해하고 있는 이시와타의 모습이 히나에의 눈에 들어왔다.
그래, 거기부터 시작할까, 히나에는 가슴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찌 됐든, 지금 자신의 안 쪽에 응어리진 이 감정은, 그와 그의 모친이 하나의 원인이었다. 보호자석의 모친과, 그 옆에 있는 2인조의 기자에게 시선을 옮기자, 불온한 눈으로 히나에를 바라보고 있었다.
좋다 이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히나에는 센리의 말을 떠올렸다.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때 필요한 것은, 스토리와 구체적 예시".
한 바탕 해 주지. 불씨를 붙였다.
"전에, 저는 친구 3명과 함께 외출했습니다. 솔직하게 말해버리면, 데이트 였습니다. 더블 데이트 입니다."
이야깃거리로 삼아서 미안 이라고, 이시와타와, 열 안의 어딘가에 있을 마스다에게 히나에는 머릿속으로 사죄했다. 곁눈질로 센리를 보자, 어안이 벙벙한 모양이었다.
한층 더 회장 여기저기서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히나에는 신경쓰지 않고 계속했다.
"여성인 친구는 같은 연구회 회원으로, 몇 번이나 함께 외출했었지만, 남성 쪽 친구 2명과는 그 때 처음으로 함께 외출했습니다. 목적지는 시부야. 그렇게 정한 것은 남성진으로, 역 앞에서 집합했을 때 바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안, 우리들 다른 장소는 잘 몰라서.' 굉장히 미안해하고 있었습니다. 학생 여러분은 그 때의 기분을 알거라고 생각합니다. 여기 계신 보호자 분들, 선생님들은 기분을 알겠나요?"
갑자기 학생들 일부가 입을 다물었다.
"현재, 헤키호우 학생이 놀러 나갈 때면, 적극적으로 시부야를 고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증후군과 관련된 영향이 여기저기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의 증상에 대해 떠올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장소 그 자체의 풍경은 당연하고, 관련서적은 아직까지 시부야의 서점에 늘어져있고, 그 사건의 현장을 구경 삼아 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게 데이트의 시작이었습니다."
이시와타에게 눈길을 주었다.
아연해하던 표정은 없어지고, 그저 히나에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빌딩에 들어서있는 잡화점에 가기 위해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했을 때였습니다. 전원이 타려고 하는 순간에, 잠시 몸을 움츠렸습니다. 누구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느끼고 있었던 건 같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를 아시겠습니까? 거울입니다. 엘리베이터 안의 커다란 거울에 비친 자신에게, 저희는 한 순간이지만 확실히 긴장했습니다. 병원에서 거울을 봤을 때의 일은 절대로 잊을 수 없습니다. 여기 있는 학생 전원이 그렇습니다. 그 때의 일이 원인으로, 거울에 대한 공포증을 앓게 돼 버린 사람들도 있고, 퇴원하지 못한 채 병원에서 치료를 계속 받는 사람도 있습니다. 증상이 심한 사람은 유리나 잘 벼려진 금속 등, 약간이나마 모습이 반사되는 물건조차 볼 수 없습니다. 선생님들은, 이전보다 교실의 블라인드나 커텐이 닫혀있는 일이 많은 것을 눈치채고 계십니까."
히나에는 확실하게 교사들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따라하듯이 학생들의 일부가 같은 방향으로 시선을 던졌다. 센리의 곁에 있던 교사들은 갑자기 거북한 듯이, 센리에의 질문 공세를 멈추고 조금 거리를 띄우듯이 물러났다.
"남성진이 단골이라고 하던, 조금 멋부린 가게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근처 자리에, 같은 연령의 커풀이 앉아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진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여자아이는 진학할 셈인 모양이었지만, 남자아이 쪽은 망설이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남자아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별로 취직이든 진학이든 어느 쪽이든 상관 없잖아.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회사 들어가도 사축인데다, 갑자기 취직해봤자 어디든 블랙 기업이고." 자기 이야기를 예로 들게 됩니다만, 애들이구나- 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은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에, 전교생에게 진로희망조사를 실행해서, 거의 전원이 진학을 희망하고 있다고 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유는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전 증후군자가 사회에 나가서 일을 하기 위한 준비가, 법적으로도 올바른 인식 면에서도 되어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커플에게 화가 났습니다. 우리는 그딴 소리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행복한 고민이나 하고 앉아서 라고 생각했습니다. 질투도 적잖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미리 말해둡니다만, 이런 건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저희의 일상입니다. 데이트는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데이트 도중에 그런 걸 생각해버리는 것이, 저희의 일상인 겁니다."
학생들은 어느새 조용해져 있었다.
히나에는 센리의 원고에 눈을 떨구었다. 그 자리에서 자기 자신의 말로 변환하면서 이어갔다.
"방금 전에 회장인 카즈키 하나도 간단히 설명했습니다만, 학생자치연구회 설립 때에, 많은 보호자 분들께 의견을 받아, 활동내용에 관한 구체적인 제안도 몇 가지 받았습니다. 그 중에, 다음과 같은 제안이 있었습니다. '증후군의 비참함을 호소하는 강연회를 병원과 공동으로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것은 어떤가'. '증후군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발신하는 모체의 작성이나, 증후군에 대한 연구협력 등을 통해, 장래에는 전 증후군자 만으로 운영, 경영할 수 있는 단체를 목표로 하면 어떤가'. 과연, 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선생님들께 확인하자, 학교에서도 이 제안을 마음에 들어하고, 긍정적으로 진행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는 모양이었습니다. 저는 또다시, 과연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히나에는 원고에서 얼굴을 들었다.
보호자석에 있는 이시와타의 모친을 확실하게 시야에 잡았다. 이 쪽을 보고 있었다. 주위의 보호자들도 그 제안에 대해 납득한 듯이 끄덕이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입니다만. 실례인 줄 알면서도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과연, 이 사람들은 지금의 우리들을 전혀, 무엇 하나, 이해하지 못한다고."
직후 보호자석과 교사들이 술렁거렸다.
모친의 표정이 분노로 바뀌며, 꼬고 있던 다리를 풀며 한 순간 자리에서 약간 일어나는 것을 히나에는 보았다.
센리를 확인하자, 몰래 사회자용 스탠드마이크 앞에 진을 치고 있었다. 막지 못하게 하려는 거겠지.
지금의 말은, 이전에 히나에가 모친의 제안에 대해서, 감상을 물어보았을 때 센리가 한 말이었다.
완전히 동감이었다.
"다시 말하겠습니다만, 저의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재활로 입원해 있을 때, 저희는 간호사들한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열심히 하면 전부 원래대로 돌아갈거야'. 그건 거짓말이라고, 말을 들은 전원이 알고 있었을 겁니다. 굳이 모멸적인 말을 쓰겠습니다만, 전 증후군자라는 낙인, 헤키호우 학원에 다니고 있다는 낙인이 붙어 있는 이상, 원래대로 따위 되지 않습니다. 멋들어진 가게에 있던 그 커플이 서 있는 자리에, 저희는 돌아가는 것 따위 평생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제안 중에, '증후군의 비참함을 호소한다', '증후군자 만으로 운영, 경영할 수 있다'라는 부분. 이것은 병원에서 들은 말과 완전히 반대입니다. 전 증후군자임을 자각하고, 이용해서, 저희 이외와는 선을 그은 채 교류하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저희들 이외에 같은 증상을 가진 사람이 없는 이 증후군의 비참함을 호소해서, 마치 스스로 감옥 안에 틀어박히는 것처럼 동족끼리 원을 굳히고 그 외의 사람들과 상대하는 것에, 저는 의의를 발견할 수 없습니다.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겠습니다. 그런 것에,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진심으로 달려들 생각이, 지금의 저에게는 들지 않습니다."
어디선가, "잠깐!"이라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시와타의 모친인가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모친은 엄한 표정으로, 그저 히나에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쩌면, 모친과 같이 활동하고 있다는 보호자의 목소리일지도 몰랐다.
뒤를 쫓듯이 "그게 뭐야" "무슨 뜻이야"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히나에가 보는 한, 학생들은 누구 하나 말을 하지 않았다.
"정숙 부탁드립니다."
돌연, 엄청나게 딱딱한 센리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진을 치고 있던 사회자용 마이크를 사용하고 있었다.
히나에는 눈으로 센리에게 인사하며, 잠깐 조용해진 틈에 말을 이어나갔다.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저의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혹시 앞서 나온 제안에 진심으로 찬성하고, 같이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학생 분이 있으시다면, 연구회 쪽에 들러 주십시오. 환영하겠습니다. 연구회로서 도움을 줄 것을 약속합니다. 하지만, 당사자인 저희 중 누군가가 진심으로 하고 싶다고 말하지 않는 한, 저는 거부하겠습니다. 보호자 분들이나 선생님들의 제안만으로 연구회를 움직이는 일은, 단호히 거부합니다. 얼마나 잘난 놈이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저희는 보호받으며 키워지고 있지만, 살아가는 것은 저희들 자신입니다. 일반인과 똑같이 살라고 말해지고, 일반인과 다르게 살아가라고 말해져서, 일반인 속에서 생활하면서도 일반인과는 다른 자신을, 다름아닌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지금의 저에게는, 앞서의 제안에 진심으로 찬성할 수가 없습니다."
히나에는 한 번 더 이시와타를 보았다.
변합없이 똑바로 봐 주고 있었다.
"데이트의 상대인 남자아이가, 편의점의 아르바이트 면접에 떨어졌다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편의점 측이 채용하지 않은 이유는 확실히 말하지 않은 모양이지만, 전 증후군자이기 때문이라는 느낌을 준 모양이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회원인 여자아이와 연구회로서 움직일 수는 없을지 상담해 보았습니다. 결론은 금방 나왔습니다. 없었습니다. 고용된 상태에서 부당해고된 것이면 몰라도, 그 시점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계실 겁니다. 그럼 대체, 저희들 학생자치연구회는 무엇을 하는 연구회인가."
한 박자 쉬고, 이번엔 모친 쪽을 보았다.
분노의 표정이 혼란과 뒤섞인 무언가가 되어 있었다. 이시와타와 데이트를 한 것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설립 때 개요에 명기하였습니다. 전 카오스 차일드 증후군자를 둘러싼 환경에 대해 생각하는 연구회라고. 이것은 생각하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하지만 저희들 헤키호우 학원의 학생은, 우선 첫 번째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커플을 질투했습니다. 부러웠습니다. 아마도 지금 보더라도 그렇겠지요. 행복한 고민이나 하고 앉아서 라고 반드시 생각할겁니다. 그럼 왜 저는 질투하고 부러워하는가. 상대가 전 증후군자가 아니니까. 그 괴로움을 모르니까. 저희와 달리 자유롭게 진학인가 취직인가를 선택할 수 있으니까. 아마도 전부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두 사람의 이름도 연령도 모릅니다. 행복한지 어떤지도 알 방법이 없습니다. 혹시 두 사람이 제가 모르는 난치병을 극복하고 맺어진 커플이었다고 한다면, 질투도 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진 않지만, 상대의 상황 하나만 듣고서 인상이 바뀐다면, 저는 애초에 부러워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저희는 생각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거울이나 유리를 무서워하고, 같은 연령의 일반인을 보면서 기분이 들끓는 것이 싫다면, 그런 자신을 바꾸고 싶다면, 생각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근본적인 부분에는, 저희가 일반인에 비해 불리한 입장에 있다는 것이 있겠지요. 하지만 저희가 '너희보다 불행한, 오늘 먹을 것도 못 구하는 사람들이 세계에는 널려 있다'라는 말을 듣는다해도, 그래서 어쩌라고 란 식으로 멋대로 생각해 버리듯이, 저희가 이렇게 불행하다는 것을 늘어놓아봤자, 주위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센리의 원고의 본문은 여기서 끝나 있었다.
회장은 조용해져 있었다.
히나에는 원고에서 얼굴을 들고, 자신의 기분을 나타내는 말을 찾아, 눈 앞의 학생들에게 이야기했다.
"......학생 여러분. 증후군의 원인은 잘 모릅니다. 앞으로도 알아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실로서, 저희는 스스로의 증상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보고도 못 본 채 했습니다. 비록 그것이 증후군 탓이었다고 해도, 그 때와 같은 자신이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입맛에 맞는 소리만을 받아들인 결과가, 그 때의 자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생각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저희가 지금부터 어떻게 장래와 마주 보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저희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마지막으로 히나에는 회장 전체를 둘러보았다.
전원이 단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에 대해 히나에는, 머리를 숙이면서 고했다.
"보호자 여러분, 교사 여러분, 이것저것 실례인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부디, 저희들 전 증후군자 자신이, 한 사람 남김없이 제대로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도록, 힘을 빌려 주십시오. 이걸로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우, 숨을 내쉬며 히나에는 머리를 들었다.
긴장과 침묵이 남아있었다.
그대로 빠져나가려 했을 때였다.
작게 박수가 울려퍼졌다.
놀란 히나에는 발을 멈추고, 박수가 들려오는 쪽을 바라보았다.
이시와타였다. 손뼉을 쳐 주고 있었다.
수 초 늦게, 명백히 장소에 안 어울리는 휘파람과 박수가 이어졌다. 바라보자, 마스다였다. 끝 쪽에 서 있어서, 눈치채지 못했다.
할 수 없이 쓴웃음을 지으며, 히나에는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갑자기 학생들 전체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큰 박수였다. 울려퍼진 마스다의 휘파람에 분위기를 탄 건지, 반 친구 놈들이 각자 장난치듯 "히나-!" "아리무라-!"라며 새된 목소리로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제정신이 돌아온 교사들이 당황하며, 센리가 진을 치고 있던 마이크를 빼앗으며 "조용히!"라고 소리쳤지만 박수와 떠들어대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히나에는 스테이지 옆으로 가지 않고, 단상에서 그대로 피용 하고 뛰어내려 센리네 곁으로 향했다.
센리는 기가 막힌 듯이 웃고 있었다.
"말했슴다. 말하고 왔슴다."
히나에는 손을 들어올렸다. 가볍게 흔들자, 센리가 "정말이지......"라고 한숨을 쉬며 손을 들어주었다.
찰싹 하고 하이터치를 하듯 손뼉을 맞부딪히자, 뒤에 잇던 하나네도 손을 들어올렸다. 그대로 찰싹 찰싹 히나에가 손을 마주쳤다.
보호자들은 회장의 상태에 어안이 벙벙한 모양이었다.
교사들은 "조용히 하세요!"라고 반복하고 있었지만, 학생들은 히나에를 포함해 누구 하나 듣고 있지 않았다.
"......결국, 진학인가."
종업식 종료 후.
히나에는 교무실에 불려갔다. 센리나 하나네도 각각 담임에게 불려가, 연구회의 발표에 대해 설교를 듣고 있는 모양이었다.
한껏 잔소리를 들은 후, 히나에는 진로희망조사표를 꺼내 담임에게 건넸다.
진학에 표시를 해 두었다.
방금 막 쓴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어느 학교로 지망할지는 아직 못 정했어요."
종업식이 시작하기 전까지는 진학인가 취직인가 결국 정하지 못하고, 담임에게 머리를 숙이며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말할 셈이었다. 하지만 스스로 일장연설을 하고 난 뒤, 신기하게도 히나에는 자신의 기분이 정해진 것을 깨달았다.
스스로 말한 대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걸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과, 올바르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선생님들은 연말까지, 좀 더 출근하시죠? 그때까지는 정해올테니까요."
그러자 담임은, 아니, 라고 고개를 저었다.
"연초로 괜찮아. 랄까, 겨울방학 끝날 때도 좋아. 그때까지 천천히 생각해봐."
"......에."
히나에가 벙찐 표정을 띠자, 담임은 시원치 못한 기색으로 머리를 긁적긁적 긁었다. 그리고 마침 생각났다는 듯이 일어나서, 창가로 향했다.
돌아보지 않은 채 담임이 말했다.
"......종업식 뒤에 말이다. 몇 명인가 학생들이 물으러 왔더라고. 제출한 진로희망조사표, 돌려줄 수 있냐고 말이야."
"......진짭니까."
"귀찮다고 생각했지만, 돌려줬어. 그 녀석들은 겨울방학 끝날 때 다시 제출하도록 해 놨어. 그러니까 너도 그걸로 괜찮아."
담임은 커튼을 쳤다.
창문의 반사가 막혔다.
"감사합니다."
히나에는 머리를 숙이며, 자신의 진로희망조사표를 들고 교무실을 나왔다.
걸어가면서 팔락팔락 조사표를 흔들자, 그러고보니 어딘가의 소설에 이런 서류로 종이비행기를 접어서날리는 묘사가 있었구나-, 라고 히나에는 떠올렸다.
그 정도의 자유는 없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담임은 커튼을 쳐 주었다.
이런 곳에서부터 시작하도록 할까, 히나에는 생각했다.
다음 날, 겨울방학 첫 날.
히나에는 이시와타를 불러 내었다.
더블 데이트로 사용한 그 멋들어진 가게였다. 시부야 이외로 하려고 히나에는 생각했지만, 이 뒤에 용무가 있다는 이시와타가 근처의 이 가게를 제안해왔다.
"고백 말이지만. 당신과는 사귈 수 없습니다. 미안합니다."
히나에는 똑바로 이시와타를 보며 그렇게 고하며, 머리를 숙였다.
씁쓸하고 거북한 감정이 있었지만, 이전처럼 적당적당한 분위기로 넘어갈 수는 없었다.
"......그런가."
히나에가 머리를 들자, 이시와타가 희미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괜찮아. 알고 있었으니까."
"에."
실례긴 하지만 의외라고 생각한 히나에가 놀랐다.
이시와타의 모친에 대한 일로 이것저것 있긴 했지만, 언뜻 보기엔 그걸 계기로 그럭저럭 거리가 줄어든 것처럼 생각했었다.
"전에 말야, 아리무라를 병원으로 불러냈던 적 있었잖아. 돌아가는 길에, 공원에 들렀을 때 그렇게 생각했었어."
"......나, 뭔가 쌀쌀맞게 굴었었나."
"미야시로 선배지?"
아, 라고 히나에가 떠올렸다. 그러고보니 헤어질 때, 전에 미야시로의 캠핑카가 있던 장소를 바라보고 있었을 때, 이시와타가 뭔가를 말하려고 했던 기분이 들었다.
"그 때, 병원에 불러낸 데 대한 사과를 구실로, 주말 데이트를 신청할 셈이었어. '주말에 시간 있어?'라고 물어봤었어."
"미, 미안, 무시한 게 아니라--"
"아니, 알고 있어. 그러니까, 미야시로 선배지? 거기 살고 있었던 것 정도는 누구라도 알고 있어. 그 때의 아리무라의 얼굴을 보니까, 어쩐지 알 것 같았으니까."
"아니아니아니, 그건 성급한 판단이고."
"그래?"
되물어보자, 히나에는 말을 흐렸다.
확실히 그건 성급한 판단이다. 하지만, 미야시로가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은 틀림없었다.
자신과는 다른 장소에 있는 전우인 그와, 이시와타가 아닌 자기 자신을 비교했을 때, 지금의 자신이 누군가와 사귄다는 것을, 히나에는 도저히 제대로 납득할 수 없었다.
"아니......뭐, 미야시로 선배일지도."
아주 약간이지만 체념한 듯이 웃은 히나에가 말하자, 이시와타가 끄덕였다.
"그럼, 나 갈게."
돌연 자리에서 일어난 이시와타에게, "에, 벌써?"라고 말을 걸다 히나에는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말하는 건 너무나도 배려가 부족하다.
미묘한 표정을 하고 있던 히나에에게, 이시와타가 당황하며 손을 저었다.
"아냐아냐, 그, 화났거나 한 게 아니라. 지금부터 엄마 직장에 가 볼거야. 공부를 위해서도."
"......공부?"
아아, 라고 끄덕인 이시와타가 웃었다.
"어제 엄마한테 말했거든. 장래, 엄마가 있는 데서 일할지 어떨지는 좀 더 생각해보겠다고. 오랜만에 한바탕 싸웠어. 그래서 결국, 실제로 직장을 한 번 보기로 해서. 그 밖에도 이것저것 볼 수 있는 게 있으면 보고 다니려고 생각해. 어쩌면, 취직이 아니라 진학하게 될 지도 몰라."
"......그런가."
"아리무라의 발표, 좋았어. 엄마는 꽤나 화를 내고 있었지만, 뭔가 생각하는 부분은 있는 모양이었어. 어제 집에서 기자들한테, 아리무라의 발표는 일언일구 틀리지 않게 그대로 실으라고 전화로 고함치고 있었으니까."
"......진짜로?"
들은 적 없었다. 온건한 내용은 아니었을 터다. 또 성가신 일이 될 것 같네, 라고 히나에는 생각했다.
이시와타가 손을 흔들었다.
"그럼, 또 학교에서."
"응. 아, 그래 이시와타 군. 발표 때, 고마웠어."
"......뭐가?"
"처음으로 박수 쳐 줬잖아."
아아, 라고 이시와타가 생각해 낸 모양이었다. 쑥쓰러워하고 있었다.
"별로, 대단한 일도"
"--아니. 그건 틀렸다고, 이시와타 소년."
수상쩍게 쳐다보는 이시와타에게, 히나에가 말했다.
"어느 때든, 처음인 사람이 제일 힘든 거야."
히나에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전우에게 해 주지 못한 말이다. 직접 전하지 못한 말이다.
"너는 대단한 일을 한 거야."
잠시 간의 기분 좋은 침묵 뒤, 이시와타는 "그런 걸까나."라고 중얼거렸다. 히나에는 "그렇고말고"라고 끄덕였다.
"그럼."
"응. 아디오스 그라시아."
다시금 손을 든 이시와타에게, 히나에는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
가게를 나오자, 히나에는 역을 향해 걸으면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센리에게 이시와타의 고백을 거절한 것을 메일로 보내고, 문득 생각이 나서 "그 쪽은 어떻게 됐어요? 마스다 씨."라고 덧붙였다.
기온은 용서 없이 추위를 몰아치고 있었지만, 겨울방학 첫 날에 알맞은 상쾌함이 펼쳐져 있었다.
올해는 내일의 크리스마스가 주말과 겹쳐 있었다. 길바닥은 어쩐지 평소보다 들떠있었고, 빨갛고 하얀 장식이 그것을 조장하고 있었다.
돌연, 몸을 움직이고 싶은, 크게 소리치고 싶은 간질간질한 기분이 히나에의 안에서 부풀어 올랐다.
그리운 기분에 히나에는 미소를 지었다.
지금이라면 오랜만에 뭔가를 쓸 수 있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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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거어어어업나 길어!!!! 게다가 쓸데없이 돌려말해대서 번역에 애로사항이 꽃 폈습니다.
아마 이번 단락이 최고로 읽기 힘든 부분이 되겠네요. 애시당초 비문인 문장도 많고 중의적인 문장도 많아서 노력했지만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뭐 드디어 히나에 편도 끝. 이번에는 하나가 신 스틸러였습니다. 역시 친우 관계인 만큼 서로가 서로의 챕터에서 활약을 하는군요.
사잇장 올리고 4장 넘어가겠습니다.
그 쪽은 어떻게 됐어요? 마스다 씨!!!!!!!! 으아아 센리쟝 돌리도!!!!!! 번밀레 감사합니다 핫산!
곧 나오는 부분이지만 어떻게도 안 되었다 하니 안심을..
퍄
아디오스 그라시아 ㅠㅠ
본편에서는 참 가벼운 인사였을 뿐인데 ㅜㅜ
아디오스 그라시아! 참 인상깊은 파트네요.
마냥 행복한 삶일 순 없는 게 씁쓸하더군요
늘 감사합니다!!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