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9년차 고양이의 집사..긴합니다.. 하소연하고 싶어서 여기에 글을 남깁니다
지금도 한 아이는 남아있습니다
저희 집은 9년 전에 3,4개월 텀을 두고 두 아이를 입양을 해왔어요
하나는 스코티쉬 폴드, 하나는 뱅갈고양이로...
뱅갈고양이를 이제부터 편의상 "작은아이"로 칭하겠습니다
3일 전..그러니까 10월 2일이죠
작은 아이를 안락사 시키는 결정을 내리게되었습니다...
작은 아이는 원래부터 몸이 약해서 잔병치레가 많았어요
새끼때부터 만성비염이라 항상 콧물이 새어나오고 코가 막혀서 매번 물티슈나 물에 적신 휴지로 코를 뚫어주고
병원에서 약을 받아서 먹이는게 일상이였고
2년 전 추석 연휴에는 뇌수막염이 생겨 걷다가 쓰러지는 경우도 있어서 그 떄도 죽을뻔 했습니다
이번 추석 연휴 3주 전쯤부터도 장염증세를 보이더군요
이번에도 잔병치레를 하는 줄 알았죠
병원에 가서 자세히 검진도 받을 수 없었어요.. 몸이 약한것도 있지만
이전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엑스레이를 찍으면 그대로 숨이 넘어갈 수도 있고
마취를 하고 검사하면 아이가 다시는 꺠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소리를 병원에서 했습니다
그 뒤로는 검사를 할 수가 없었어요.. 아이 치료하겠다고 검사하다가 떠나버리면 안되니까요
연휴 전쯤에는 상태가 악화되서 병원에 다시 문의를 헀습니다
증상을 의사분께 말하니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게 좋을것 같다는 충격적인 소리를 들었습니다
반려동물 사랑으로 키우시는분들은 다 아실거에요
이런 말 들었다고 "그래, 우리 아이 갈 때 됐지" 하고 체념하고 포기하실분은 없을겁니다
식음을 전폐해서 말라갔고.. 사료도 물도 아무것도 먹지 않아 주사로 강제급여도 하고..
약도 먹이고 별 짓을 다했더니 4,5일전에는 호전되는것처럼 보이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도 우리 아이 살았다! 하고 좋아했어요
근데..10월1일 18시경부터 애가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아이가 그런 고통에 찬 소리를 내는걸 9년동안 같이 살면서 처음 들어봤어요
자기가 너무 고통스러운지 자기 앞발을 물어뜯고 자리에 가만히 누워 있지 못하고
일어나면 힘이 없어서 몇걸음 가다가 주저앉고 머리를 떨며 들지 못했습니다
네이버에 고양이 죽음 증상 같은걸 쳐보면 믿고 싶지 않았지만
작은 아이의 증상과 전부 일치하는것들 뿐이였습니다
작은 아이 죽는걸 볼 수가 없어서 다음 날인 10월 2일이 연휴긴 해도 대체공휴일이라
병원이 열때 까지만 버텨주기를 빌고 또 빌었습니다
새벽 내내 아이가 아파하는걸 보는데 제가 너무 아팠습니다.. 차라리 내가 대신 아팠더라면..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아이는 우리의 바램에 답해주듯이 병원 오픈시간까지는 어떻게 버텨주었습니다
하지만 병원에 문의하면 돌아오는 답변은..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였습니다
편하게 갈 수 있도록 알약 형태의 진통제나 주사를 놔줄 수는 있다고는 하더군요...
식음을 전폐해서 음식도 물도 거부하는 아이가 알약을 어떻게 삼키겠어요..
주사도 불과 몇시간의 고통을 없애 줄 뿐이지 그 뒤엔 계속 고통 받을게 뻔했습니다
작은 아이의 비명은 점점 커지고 심각해져갔습니다
결국... 우리 가족은 결정했습니다
우리의 이기심으로 인해 진작에 떠나갔어야 할 아이가 고통에 몸부림치고있다... 이제 보내주자...
그 날.. 반려동물 장례식장에서 안락사까지 하겠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진짜 진짜 진짜 너무 너무 너무 말하기 싫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고통을 해방시켜줄 방법이 이것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장례식장 픽업밴이 오기 전.. 마지막으로 작은 아이가 집을 떠나기 전
작은 아이가 좋아했던 집안 장소를 품에 안고 돌아다녔어요
평소에 건강할 때는 품에 안기는거 싫어서 어떻게든 벗어날라고 안간힘을 쓰던 아이가...
이젠 품에 꼬옥 안겨서 어머니의 팔을 잡는 앞발만 힘을 주더군요
장례업체가 도착하고 집에서 떠날라고 하는데.. 이불 위에 둔 작은 아이가 죽음을 예감한건지
떠나가기 싫었던건지 없는 힘에 이불에서 떨어지지 않을라고 하는걸 보고 너무 아팠습니다...
밴에 탑승하고 장례식장으로 가는데 어머니 품속에서 작은 아이가 창밖을 보면서 가는데
저도 품에 안아주고 싶었지만 작은 아이는 유독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자란지라.. 여기서 제 욕심에
끌어안으면 어머니가 차후에 슬퍼하실거 같아 양보해 드렸습니다
원래 차에 타면 병원에 간다는걸 알아 난리를 치던 아이가
힘이 없어서인지 마지막을 직감한건지 어머니 품속에서 조용히 꼬옥 안겨서 가더군요
가는 길에 차가 막혔습니다... 우리 아이의 고통이 길어져서 욕이 나왔어요
근데 다른 한편으로는 이승에서 같이 있을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려줘서 만감이 교차했어요
장례식장으로 가는길에 애써 눈물을 참아보였지만 도착하지 정말 끝이 다가옴을 느껴
참아왔던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아이를 눕히고... 의사분께서 오시길 기다렸습니다
아이가 너무 가쁜 숨을 쉬고 강아지 처럼 헥헥거리며 힘겨워 했습니다
분명 먹은것도 별로 없어서 뼈만 만져지는 아이가 배만 이상하게 빵빵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의사분께 정확한 진단을 받은건 아닙니다만.. 아마 복막염이 아니였을까싶습니다
의사분께서 도착하고.. 처음엔 마취제를 주사하더군요
고양이에게 마취제를 주사하면 높은 확률로 토를 한다던데 정말 말 그대로 토를 하더군요
보는 우리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요... 근데 먼저 겪은 분들 말로는 이 모습에서 눈을 돌리면
평생 후회할거라해서 이를 악물고 지켜봤어요
심장에 안락사 주사가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인사를 고하는 시간을 주셨어요
여태까지 미안해... 우리집에 와주어서 고마워... 사랑해... 그런 말들요..
아이의 심장에 주사가 들어가고.. 정말 대성통곡했습니다
의사분께서는 마취를 해서 고통없이 영면에 들어갔을거라 하셨습니다
그래도 그 짧은 순간동안 아이가 불안하지 않도록 평소처럼 밝은 톤으로 이름을 불러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머리에 입맞춤을 해주었습니다...
사후경직을 보는것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아이의 눈을 감겨주고
좋은 곳으로 갔을거다... 우리도 명대로 살다가 넘어가면 저쪽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이건 영원한 이별이 아니다... 저쪽에선 맛있는것도 먹고 뛰고싶은대로 뛰고 놀고 싶은대로 놀고
건강하게 있을 수 있어! 라고 말하며 어머니를 위로하고 애써 자신에게도 그런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승에서 마지막인데 웃으면서 보내주자! 해서 그 순간에는 애써 웃어보였어요
근데... 아이가 관뚜껑을 덮고 소각로에 들어가는 그 순간 만큼은 참을 수 없었어요...
소각이 끝나니 장례업체 분이 유골을 확인시켜주더군요..
우리 작은 아이... 식음을 전폐해서 3kg도 안되던 아이를 태우니 종이컵에 담아도 될 정도만 남더군요...
우리 작은 아이... 너무 미안해... 그 뒤 분골을 했는데
유골함의 1/3정도나 찼을까요... 정말 한 줌만 남더군요
집에 돌아오는길에도 아까 말했던것처럼 좋은것만 말하며 웃었어요
근데... 집에 돌아와서 문을 여니... 있어야 할 아이가 없어요
문을 열면 야옹 거리며 종종 걸음으로 달려와서 왜 이제 왔냐고 화내던 아이가...
사람이 뭘 먹으면 옆에서 지는 못먹으면서 계속 달라고 애교부리던 아이가...
굳이 다른 장소 많은데 꼭 상자 위에서 졸고 있던 그 아이가...
자다가도 츄르 먹자는 소리하면 졸린 눈으로 달려오던 아이가...
자려고 불을 끄고 누으면 머리카락 쪽으로 와서 꾹꾹이 하며 골골송을 내던 그 아이가...
울대뼈라고 해야될까.. 턱쪽의 뼈를 만져주면 시원하다는듯이 혀를 내밀며 내 손을 핥아주던 아이가...
이제 없어요... 실감이 나기 시작했어요
돌아오는 차에서부터 9년동안 살면서 작은 아이가 내던 소리들의 환청이 들리기 시작했어요
만성 비염으로 코가 막혀 매번 내던 코맹맹이 소리가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작은 아이의 비명같은 울음소리가...
이름 부르면 이쁘게 "야옹" 하고 대답했던 소리가...
그것과 비슷한 소리가 들리기만해도 그 쪽을 쳐다보게 돼요
근데... 아무리 다시봐도 있을리가 없어요
3일이 지났지만 어디에 있어도 괴롭지만 집에 있는게 가장 괴롭습니다
집안 구석구석 작은 아이와 함께한 추억과 흔적이 남아있어서
볼 때 마다 작은 아이가 떠오릅니다
장례식장에서 준... 유골함, 액자만 봐도 슬프고
핸드폰에 가장 최근에 저장된 작은 아이의 마지막 모습을 봐서 슬퍼서
스크롤을 내리면 작은아이의 생전모습을 봐서 또 슬픕니다
그 흔적들을 최대한 치운다고 치웠지만 그 장소를 다시보면 생각납니다
오늘... 작은 아이를 보내고 연휴가 끝나 출근을 했어요
집에 있을 때는 생각이 나서 괴로우니 일을 하면 잊을 수 있겠지 싶었는데
그렇지 않더군요... 오히려 일에 집중이 안돼서 여러가지 생각만 하게됩니다
왜... 우리 아이가 떠나가야만 했던거지?
안락사는 정말 옳은 선택이였을까요?
아이는 좀 더 살고싶어하지 않았을까요?
우리가 그 아이의 바램을 거두어버린건 아닐까요?
퇴근해서 집에 오면... 반겨주면서 나올거같은데 없어요...
큰 아이가 있지만 큰 아이는 원래 그런 성격도 아니였구요
집에 와서 유골함을 보면 불과 3일전까지는 눈에 넣어도 안아팠을 아이가
이젠 한 줌의 재와 액자로 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듭니다
액자는 제 pc 테이블 옆 장식장 상단에서 저를 볼 수 있게끔 놓았습니다
작은 아이가 높은 위치에서 내려다보는걸 좋아할거 같아... 언제든지 저희 집에 찾아와서 쉴 수 있도록...
우리 작은 아이... 성체여도 그렇게 크지 않았는데... 없어지니 집안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이 이토록 커다랬다는걸
다시금 깨닫습니다
따듯한 우리 작은아이... 말랑하고 부드럽고 꼬순내나던 그 앞발... 애교 부리던 그 모습
다시한번 꼬옥 안아주고 싶은데
이젠 씨부랄 차갑게 식은 유골함과 액자 밖에 안아줄 수가 없습니다
이번 주 주말이 되면 남은건 액자밖에 없겠죠... 유골은 주말에 저희 집안 땅에 묻어주기로 하였습니다
유골함을 계속 가지고 있을까도했지만... 9년동안 집에서만 기르던 아이가 유골함에 갇혀서
죽어서도 갇힌 기분이 들어서 매장해주기로 했습니다... 사실 한편으론 걱정입니다
유골을 멀리에 매장하면 아이의 혼이 저희 집을 찾아오지 못할까봐..
뭐가 옳은 선택이고 뭐가 정답이였는지 저는 제 명을 다할 때 까지 영원히 알 수 없겠죠
그저 그 선택이 최선이였길 바라고 아이도 그걸 원했길 바랄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잊어버리고 털어내라","가슴에 묻는다" 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아요...
아마 죽기 전 까지 평생 잊지 못할거에요 그저 무뎌지고 덤덤해지는거지
가슴에 묻는다 라는 말은.. 안그래도 땅에 매장하는 아이.. 2번 묻는거 같아서 싫습니다
지금은 그저 무지개 다리를 건넌 작은 아이 생각에 시름시름 앓으면
남아있는 큰 아이를 등한시 하는거 같아 악에 받치지만 이를 악물고 견디고 있습니다
펫로스를 이겨내보고자 평소 하지도 않던 술을 해보기도 하고
친구들와 얘기 자리를 마련해보기도 하고... 신앙을 가져보기도 하고
여러가지를 해보고 있습니다
사실 작은 아이를 생각하며 슬퍼하는 이 시간도 소중이 여겨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내가 아프다고... 일부러 무뎌지게하면
슬픔과 상실감 뿐만 아니라 작은 아이와 함께해서 행복했던 시간 또한 무뎌질거같아 두렵습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을정도로 전문가도 아니고 저 또한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감히 말씀드리자면 살아 있을 때 더욱 더 많은 추억을 쌓아주고 기록을 많이 남겨주세요
아무리 많이한다 한들... 떠나보내고 나면 자책과 후회가 남습니다
어차피 남는다면... 최대한 아프지 않게 웃어 보내줘야 떠나보낸 아이도 밝게 웃으며
저쪽으로 넘어가겠죠...
혹시 저와 같이 펫로스를 겪고 힘들어 하시는분이 있으면
울고 싶으면 우셔도됩니다... 저는 일부러 참고 있지 않습니다
울면 이 그리움과 고통이 조금은 눈물과 함께 흘러 내려가는 기분이듭니다
사실 이 글을 적으면서도 그리움에 사무쳐서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작은 아이에게 말하겠습니다
"토리야... 형이 구박하고 피곤하다고 놀아주지 않은 날도 있어서 미안해...
너가 우리집안에 와줘서 9년동안 너무 행복했어... 내가 저쪽으로 넘어갈 떄도
마중나와줄 수 있겠니...? 다시 한번만 너를 품안에 꼬옥 안고 싶어... 사랑해"
사랑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고마웠어....
기운 내세요. 고양이별로 가서 행복하게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모든 것을 하고 잘 지낼 겁니다. 저도 고양이 집사이며 4녀석이랑 같이 살고 있습니다. 첫째가 심장과 신부전으로 1년 넘게 집에서 케어하다가 최근에 고양이 별로 떠나보내게 되었네요. 병원에서도 신장에서 더 이상 걸러주질 못하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을 때 세상 힘들더군요. 저속으로 하루 온종일 수액 맞추는 것도 힘들고 흉수가 차면서 아이 숨이 차면서 돌아다니는 것도 힘들어했습니다. 산소방에서 헐떡이는 모습 생각하니 우리 욕심으로 아이에게 못할 짓 하는 건가 싶어도 보내는 게 쉽지 않더군요. 아이가 떠나고 장례식장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소각장에 들어가서 탈만큼 타서 한 줌 백골로 되어 집에 돌아오게 되니 그제야 정신이 돌아오더군요. 와이프는 힘들어해도 저는 되도록 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안 하려고 합니다. 저마저 이야기하게 되면 참아냈던 것이 다 터질 거 같아서 무섭습니다. 아이 가기전에 못해준거, 먹고싶다던거, 하고싶다는거 못해준게 생각만납니다. 아픈 아이에게 신경만쓰고 다른아이들에게 신경못써준게 많아서 다른 아이들에게도 미안하네요. 토리도 좋은기억만 가지고 고양이 별로 가고있을거예요. 너무 자책은 하지마세요
위로 감사합니다... 글 쓰신분도 아이를 잃은 상실감에 마음 곪고 있을텐데 와이프분이 힘들어하실 순 있지만 서로 솔직한 아이를 잃은것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슬픔이 줄어들거에요... 힘들 때 가장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게 가족이잖아요? 감정을 쌓아두지 말고 터뜨려서 흘려 보내는 시간도 이따금씩은 필요할거에요... 가족을 위해서 참는것도 좋지만 그걸 위해서 답변자 분의 마음이 썩어가질 않길 바랍니다... 요새 뼈저리게 느끼는게 참으면 병이 되어 버릴 것 같네요
힘내시라는 말 밖에는 ㅠㅠㅠㅠ
감사합니다... 내일 아침 유골을 매장해주러 시골로 출발할 예정입니다 안그래도 허전한 집안이 내일 갔다오면 더욱 더 허전하게 느껴질거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