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티마 온라인에 대해서는 그다지 설명할 필요가 없겠죠
바람의 나라와 거의 동년배일 정도로 연식이 오래된 1세대 온라인 게임입니다
운영주체는 오리진 -> EA -> 미씩 -> 브로드소드를 거쳐 아직 서비스중
그리고 이 패키지는 울티마 온라인의 최전성기를 자랑했던 세컨드 에이지(이하 T2A) 패키지입니다
상단을 보면 아시겠지만 이 패키지는 원래 '사단법인 한국 인터넷 멀티문화협회 회원 업소용' 패키지입니다
즉 일반 소매점에 풀린게 아니라 협회원들에게만 판매했습니다
이 사단법인... 이하생략이라는 단체는 간단하게 말해서 PC방 연합회입니다
아직도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라는 이름으로 존속 중입니다
대체 이 패키지가 어떤 경로를 통해 일반에 풀린건지는 뭐 알길이 없습니다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뭐 대체로 망한 PC방에서 유출된 게 아니었을까...
아마 연식이 좀 된 분들은 아시겠지만 예전 PC방들은 싱글 게임 패키지들을 쌓아놓은 곳이 있었죠
아직 멀티플레이 문화가 정착되기 전의 초창기 PC방은 말 그대로 컴퓨터 대여해주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PC방에서 파이널 판타지 7 하는 사람도 본 적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때 동네 PC방엔 어쩐지 메타녀2 패키지가 쌓여있었고
망한 PC방에서 언리얼1 패키지를 저렴하게 구했던 적도 있습니다
전 아직도 이런 엘도라도가... 어딘가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패키지 뒷면입니다
구성품은 꽤 많습니다. 클라이언트 CD, 게임 가이드북만 2종류, 키맵 등이 적인 레퍼런스 카드, 인스톨 가이드
팜플렛이나 뭐 다들 안 읽는 온라인 사용 계약서도 있고 게임 지도도 있습니다
패키지에 지도를 넣어주는 건 울티마 시리즈에 있어서 일종의 전통입니다. 안타깝게도 천은 아니고 종이입니다만
CD는 T2A 클라이언트와 함께 울티마 온라인 데모라는 것도 들어있습니다
데모는 싱글 플레이 버전으로 말 그대로 울티마 온라인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실제 리테일 클라이언트와 달리 NPC들이 말을 더 풍부하게 하는 등 초창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NPC 대화문 상당수는 다른 언어 버전들이 추가되면서 로컬라이징 비용 문제 때문인지 모두 잘렸다고 합니다)
지도는 앞뒷면이 다른데
한쪽 면에는 브리타니아 전도, 또 한쪽 면에는 T2A의 무대인 신대륙 잊힌 대륙(The Lost Lands)의 지도가 있습니다
우선 이건 완전 초보자용 가이드북입니다
이 가이드북은 꽤 재미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을 피해야 하고 사람들과 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초반의 막막한 시기에 뭘 하면서 게임에 익숙해지고 푼돈을 쥐어서 새로운 뭔가를 할 수 있는지 등등
아직 온라인 게임이라는 개념 자체도 생소했던 시기인 90년대 후반에 '어떻게 하면 플레이어들에게 이 게임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가상 공간에서 생활하는 게임이라는 걸 알려줄 수 있는가' 를 열심히 고뇌한 흔적이 보이죠
그후 2000년대에 ADSL망이 전국에 깔리고 대 온라인게임 시대가 오면서 '저건 NPC가 아니라 나와 함께 게임하는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과 온라인 매너란 걸 자연스럽게 습득하긴 했지만
물론 이건 대체로 그렇다는 거고, 그로부터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개매너를 기본장착한 인간들은 수두룩합니다
불행히도 저 시대에는 정자와 난자로 나뉘어 있었거나 응애였던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죠
지도도 있습니다
사실 초창기 울온의 지도는 꽤 불친절했습니다. 이건 순전히 개발자 리처드 개리엇이 RP를 중시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인데
이때문에 게임 내에 존재하는 지도 아이템은 매우 추상적으로 생겨먹었습니다
레이다같은 작은 미니맵도 있긴 한데 이건 보이는 반경이 자기 주변으로만 제한되어 있어서 금방 어디있는지 알기 힘들고
그래서 이 지도는 꽤 도움이 됐을거라고 봅니다
지도가 너무 불편하니까 오죽하면 EA에서도 서드파티 지도 애드온인 UOAM을 묵인할 정도였습니다
참고로 UOAM은 2007년을 마지막으로 업데이트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지금은 울온 기본 클라이언트가 UOAM 수준의 지도를 제공합니다)
지금 보면 매우 쁘띠한 권장사양입니다
통신속도까지 사양이 있는 부분이 지금 보면 특이한 부분이죠
레퍼런스 카드
양면으로 되어있습니다
이건 플레이 가이드와는 또 별개로 있는 왕초보 가이드입니다
뭐 이것도 읽어보면 꽤 재미있습니다
당시의 여러 울온 웹사이트들을 소개하는 페이지도 있습니다
참고로 아직 살아있는 사이트도 있습니다
이 분야의 전설인 imanewbie나 Bone's 같은 곳은 아직도 검색해보면 나옵니다
사실 전 지금은 울온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싫어한다는 건 아니고 그냥 지금 와서 할 필요는 없는 게임이라고 봅니다
울온의 등장 이후 30년을 바라보는 지금 와서는 이보다 훨씬 게임성이 뛰어난 게임들도 많이 나왔고
무엇보다 MMO 자체가 저물어가는 장르입니다
당시에는 온라인 세계에서 생활하며 다른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습니다만
지금 사람들은 어지간하면 온라인에서 다른 사람들하고 피곤하게 엮이고 싶지 않아하죠
당장 원신이 2023년 현재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손꼽히는 패권작인걸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시대가 많이 바뀐 겁니다
사실 이 게임은 지금 해보면 별로 재미도 없습니다. 거의 모든 게 지루한 노가다의 연속이죠
이게 초창기 온라인 게임들이 대부분 가진 한계이기도 합니다
가상 세계에서의 생활을 소재로 한 게임인데, 원래 생활이라는 것 자체가 끊임없이 뭔가를 반복하고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법이니까요
그 증거로 몇년 전에 부분유료화 되면서 기본적으로 무료 플레이로 변했는데도 하는 사람 별로 없잖아요
그러니까 '굳이 지금 와서' 이 게임을 레퍼런스로 삼거나 환상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그 시간에 뭐 다른 재밌는 최신 게임이나 하시면 좋습니다
위 문단은 너무 비판적으로 쓴 것 같아서 첨언하자면, 거꾸로 말해 한 번 정도는 해도 괜찮은 게임입니다
일단 온라인 게임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고
해보면 '왜 당시의 사람들이 이 게임을 그렇게 좋아했나' 이해되는 부분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90년대 후반으로 타임머신 타고 가서 당시의 온라인 게임이라는 걸 체험해보고 싶다면 추천드립니다
이상입니다
세컨에이지로 시작해서 르네상스까지 진짜 미친듯이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서드던 나올때쯤 접었던거같은데... 열심히 돈 모아서 처음 집 샀을때의 그 뿌듯함이란
In Lor
제가 신용카드를 이 게임 덕분에 처음으로 만든... 진짜 그냥 게임안에서 생활을 했습니다...
세컨에이지로 시작해서 르네상스까지 진짜 미친듯이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서드던 나올때쯤 접었던거같은데... 열심히 돈 모아서 처음 집 샀을때의 그 뿌듯함이란
게임잡지 부록으로 중급자용 핸드북도 나왔었죠.
찾아보니 있네요
이것도 있네요
고3 때 컴퓨터 게임을 거의 못해서 수능만 끝나면 잠 안자고 미친듯이 울온만 하겠다는 심정으로 메뉴얼 열독했던 기억이 납니다. 추억이네요..ㅎㅎ
저 시절 pc방을 했었는데 ea쪽에서 그 시절에 pc방마다 다니면서 홍보용으로 3달 쿠폰이랑 클라 몇개씩 뿌리고 다녔습니다 (저 있던 동네에는 리니지를 주로 하는 pc방 빼곤 다 다녔더라구요) 그 시절에 받아서 단골들이랑 좀 돌렸는데 우선 돈이 있어야 멀하니 열심히 생산노가다를 했다가 집이 털려서 접어버린... 비운의 게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