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내릴 커피는 미얀마 누 슈엘리, 네!! 미얀마 커피입니다.
동남아 커피죠!! 동남아라면... 다들 베트남을 먼저 떠 올리실텐데, 얘는 미얀마,
참 커피 씬에서는 마이너하면서도 마이너한 동네네요.
이런 동네에서 스페셜티를???
주로 인스턴트 커피 원료용으로 재배하는 로부스타들이 대부분인 동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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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저 또한 이런 의문을 동일하게 가집니다.
하지만 얘도 엘카페 로스터스에서 판매중인 원두입니다. 일정 이상의 품질이 보장되니까 판다는 소리죠.
그니까, 출신지를 두고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이야깁니다. 뭐, 일단 내려보면 답은 나올테고...
우선, 커피의 정보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름 : 미얀마 ‘누 슈엘리’Myanmar ‘Ngu Shweli’
국가 : Myanmar
지역 : Pyin Oo Lwin, Mandalay
농장 : Ngu Shweli
농장주 : U Kyaw Sein
재배고도 : 1,030m
품종 : S795
가공방식 : Washed
컵노트 : 카모마일, 갈색설탕, 감귤초콜렛
일단 엘카페 발 정보에 따르면 미얀마 내에서도 굉장히 오랫 동안 커피 농사를 지어온 오래되고 규모있는 농장이고
어느 시점에서부턴가, 품질 또한 스페셜티의 기준을 충분히 충족시켜주고 있는,
한 마디로 가능성이 보이는 커피라고 합니다....만
일단 재배고도가 낮다는 점...
품종 또한 병충해에 특화된, 생산편의를 위한 종이라는 점... 등이 조금 걸리긴 합니다.
컵노트야... 갠적으로 추출변수를 조율하기 위한 정보 이상의 가치는 없다 보는 편입니다.
일단 카모마일과 초콜렛(그것도 감귤초콜렛이라...) 둘이 동시에 들어간 것으로 보아 질감과 향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할 듯합니다.
만약, 진짜로 그런 맛이 나냐? 라고 질문하신다면 저는 해맑은 표정으로 절대로요!!! 라고 말할 자신이 있습니다!
커피의 컵노트는 진짜 그런 맛이 나서가 아니라 커피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향미가 연상시키는
이미지라고 보는 것이 훨씬 정확합니다.
이번에도 역시 하리오 v60를 이용해서 추출할 예정입니다. 저울 또한 하리오제인데...
개인적으로 강력하게 비추천합니다. 저울의 반응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제가 사용하는 커피용품 중에 얘가 최악이네요. 솔직히, 일반 베이커리저울만도 못합니다.
혹시 짝퉁인가? 라는 의심도 짙게 드리운 그런 물건입니다.
사용할 그라인더는 제가 애정해 마지않는 코만단테 수동 그라인더.
워낙 명품이고 하니 잠깐 자랑 좀 하고 넘어가 볼까요?
저는 꽤 오래 전에 이것저것 다 포함해서 27만원 주고 구매한 물건이지만...
지금은 40만원 밑으로는 구할 길이 애매해지는, 그런 친구입니다.
제가 쓰고 있는 건 MK3 모델이고 현재 판매중인건 MK4 되겠습니다.
그런데 구형이나 신형이나 40만원 하는 건 별반 차이 없네요.
분쇄원두를 담기 위해 분해한 상태입니다. 이 사진을 보여드리는 이유는...
구형과 신형 차이를 알려드리기 위해섭니다.
구형에서는 저 축이 결합하는 부위에 원두가 종종 끼곤 하는데....
굉장히 짜증이 납니다. 그러니 만약 구매하신다면 무조건 신형을 사셔야 한다는 겁니다.
가격차이도 안 나고... 가격 차이 안 난다고 구형에 뭐 장점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닙니다.
색상도 신형이 훨씬 다양함.
물론 구형을 보유 중이라면 굳이 신형으로 업그레이드할 이유도 별반 없습니다.
원두가 낀다면 빼면 그만이잖아요. ㅎㅎㅎ
손잡이는 우드로 되어 있습니다. 이게 그립이 상당히 훌륭합니다.
보통 비싼 제품은 성능보다는 이러한 사용감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법이더군요.
그라인더의 밑둥 부분입니다. 가운데의 검은색 장치를 돌려서 분쇄도 조절을 합니다.
오른쪽으로 감으면 잠기는 거고 왼쪽으로 감으면 열리는 겁니다. 돌릴 때마다 딸깍딸깍하는 구분감이 있습니다.
당연, 한 번의 딸깍이 1클릭입니다.
분쇄도를 수치화하려면 오른쪽으로 더 이상 감기지 않을 때까지 완전히 잠근 후에 왼쪽으로 푼 횟수를 세시면 됩니다.
보통 에스프레소 기준으로는 8클릭, 브루잉 기준으로는 25클릭이 일반적입니다.
이번 미얀마 원두는 바디와 향미를 모두 추구해야 하는 스페셜티 커피이므로 분쇄도를 조금 더 가늘게 가져겠습니다.
따라서 22클릭으로 맞춥니다.
분쇄할 원두를 담기 위해 코만단테의 글라스 부분을 저울 위에 올립니다.
원두는 최대 40그램까지는 분쇄가 가능합니다. 머그잔 기준 2인분 이상은 힘들다는 거죠.
영점을 맞추고 원두를 담습니다. 원두는 34그램을 사용할 겁니다. 두 잔을 만들기 위해섭니다.
스페셜티 커피들은 원두 성분이 꽉꽉 차 있기 때문에 일반 블렌딩 원두보다는 원두소비량이 적은 편이거든요.
암튼, 원두 상태는 중배전 정도로 색은 충분히 어둡지만 겉에 기름이 돌 정도로 로스팅되지는 않았네요.
분쇄 원두는 위와 같은 방식으로 글라스를 이용해서 그라인더에 옮겨 담습니다.
이래야 줄줄 흘릴 일이 없고, 그러라고 저렇게 만든 거기도 합니다. ㅎㅎㅎ
원두가 담긴 상태입니다. 원두 색깔이 참 예쁘네요.
다행히 축이 결합하는 홀 부분에 원두가 끼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다시 분해되어 있던 그라인더를 모두 재결합하여....
...쉐킷쉐킷해줄 차례입니다.
가운데 핑크색 밴드는 마마무 굿즈입니다.
원래 용도는 모르겠습니다. 왜 내가 저걸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어딘가에서 주워다가 고무그립 대용으로 코만단테에 끼워둔 것 뿐입니다.
그런데... 제가 손이 워낙 작은 편이라 그립 만으로는 손에 힘이 제대로 실리지를 않더라구요.
그래서 위와 같이 손을 밴드에 감고 고정한 상태로 원두 분쇄를 합니다.
이 방식, 강추 드립니다. 관절 건강을 위해서는 최고더군요.
원두 분쇄가 완료되었습니다. 원두가 그렇게까지 단단하지는 않은 편이라 그리 힘들지는 않았네요.
물론 고가 그라인더인 탓에 분쇄가 수월하긴 합니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수동은 수동입니다. 빡세요.
원두를 옮겨 담습니다.
워시드 가공 특유의 체프날림이 있네요. 이래서 제가 워시드를 싫어하는 겁니다. ㅎㅎㅎ
물이 끓고 있는 막간을 이용해서 그라인더 청소를 합니다.
청소도구는 큐라프록스 칫솔입니다. 이거 강추 드립니다.
왜 이걸 이를 닦는 용도로 판매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요. 아무리 봐도 얘는 커피용품입니다.
구매처는 근처의 약국이 되겠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커피를 내리기 시작하겠습니다.
92도 내외의 뜨거운 물로 일단 뜸부터 들입니다. 뜸물의 양은 60ml입니다.
뜸은 40초 정도 들일 생각입니다. 향과 바디를 충분히 뽑아내기 위해서는
뜸 시간이 조금 더 길어져야 한다 봤거든요.
125-125-50 순으로 조금 강한 물줄기로 부었습니다.
뜸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었던 만큼 성분추출이 용이할 것으로 추정,
추출 속도를 조금 빠르게 하기 위함입니다.
물의 총 사용량은 360ml. 추출시간은 2분30초.
그리고 200ml의 뜨거운 물을 가수하는 것으로 추출을 마무리.
저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2인분 이상의 커피를 만들려면 가수를 통한 바이패스 방식이 거의 필수입니다.
안 그러면 커피가 많이 텁텁해짐.
또 다시 커피 한 잔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럼, 맛을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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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충분히 훌륭한 스페셜티가 맞습니다.
산뜻한 산미, 그리고 수수하지만 부담없는 애프터 모두 꽤 근사합니다.
인도네시아 커피를 연상케하는 스파이시함 또한 느껴지구요.
하지만 이걸 내 돈 내고 또 구매하게 될 거 같지는... 않네요.
비슷한 가격대의 아프리카, 중남미 커피의 훌륭함에 대비해 보면
굳이 이 친구를 찾아야 할 특별한 강점은... 잘 모르겠어요.
동남아에도 이 정도의 커피가 있다는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서 커피를 마시는 건 아니니까요.
사실, 제가 이 커피를 받아들게 된 이유도 엘카페 커피를 정기구독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지
제가 직접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커피를 진짜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경험해봄직 하지만 아니시라면 아프리카나 중남미 커피 쪽으로 가시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봅니다. 하지만 충분히 즐거운 커피였어요. 그런 의미에서 제 컵노트는...
"맑고 쌉쌀하고 기분 좋은 첫인상.
내일의 아침에도 만나고픈 소박한 산미."
- 끝 -
수동 그라인더가 코만단테 였다니요 ㄷ ㄷ
돈값은 확실히 하는 친구인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지금 가격이면 그냥 전동 그라인더로 가는게 정답이라고 보지만요. ㅎㅎ
코만 탐나요, 사실 몇번 시도했다가 순식간에 매진되어서 포기했어요 ㅎㅎ 그라인더 아래 칫솔로 터는것도 저랑 비슷하네요 ㅎㅎㅎ 그나저나 커피 맛 궁금합니다 아이스는 어떨지 ㅎㅎ 맛있어 보입니다
제가 구매한 시기가 절묘하긴 했습니다. 20만원 중반대에 구했으니. 무슨 재테크도 아니고 그라인더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뛰어버리네요. 헐. 그리고 위의 커피는 아이스는 그다지..였습니다. 비슷한 배전도 기준에서 따져보자면... 향미가 팡팡 터지는 아프리카 커피 쪽이 낫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