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평택 황소집 - 부대 근처에서 먹는 부대 찌개

[운동꾸주니]



평택은 용산(동두천)에 있던

미군 기지가(험프리스) 이전해 있는 곳이죠.

미군 부대 주변을 보면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데

평택도 자리를 잡은 지 꽤 된지라

앞서 말한 분위기가 제법 나고 있더라고요.

돌아다니는 미군들도 많이 보이고요.

생각보다 상권도 넓었습니다.

군부대 주변 음식을 떠올리면

어떤 게 떠오르시나요?

다양한 음식이 있겠지만

저는 단연 부대찌개가 떠오릅니다.

가슴 아픈 역사에서 만들어진 부대찌개는

온 국민을 넘어 동서고금 관계없이

사랑받고 있는 음식이 됐죠.

부대찌개는 의정부식, 송탄식, 용산식, 파주식 등이 있는데

사실 이건 후대에 넘어와서 생긴

구분 법이라고 생각해요.

여타 유명 음식점들의 마케팅과

매스컴의 프레임 짓기가 연결되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굳이 의정부와 송탄식 파주식을 구분 짓자면

의정부식 : 김치와 파, 맑은 육수를 넣어 끓인 대중적인 맛

송탄식 : 사골 육수와 치즈 등을 넣어 묵직한 맛

 파주식 : 쑥갓이나 여타 채소가 들어가 개운한 맛

크게 보면 이 정도 차이랄까요.

이것도 뭐 업장의 개성이 다 다르니

명확한 잣대를 잡긴 어렵고

굳이 구분 지어 볼 필요도 없을 거 같아요.

하나의 재미 요소로만 보면 될 거 같습니다.

그 양반도 먹고 싶어 지목한 평택의 부대찌개(?)

잡설이 길었고 그래서 평택을 가리킨 이유는?
 평택에 오면 꼭 먹고 싶었던 게 부대찌개입니다. 

이날 방문한 곳은 황소집이란 곳인데요.

85년부터 황소처럼 우직하게

평택 시내를 지키고 있습니다.

부대찌개, 베이컨 구이 스테이크 구이 등이

대표 메뉴입니다.



군부대 주변 부대찌개 집에 있는 스테이크나

베이컨 구이가 은근 별미입니다.

밑반찬이 깔리고.

오랜 친구들과 소주를 시작합니다.



줄기 미역과 김치, 고추장아찌, 물김치가 나옵니다.

밑반찬이 모두 괜찮아요.

일단 김치가 모두 국내산이라 좋았고요.

스테이크나 베이컨 구이 등

다소 느끼할 수 있는 메뉴들에

물김치가 클렌저 역할을 톡톡히 해줍니다.

적당히 익어서 시원하고 새콤했어요.



베이컨 구이는 자주 먹어본 지라

단백질 보충도 할 겸

스테이크 2인분을 주문했습니다.

스테이크 1인분 (200G, 17,000원)



소고기는 냉동이었고 미국산 같아 보였는데

초이스쯤 될 거 같아요.(어쩌면 프라임)

가격이 이만하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최근 금액을 올리신 것이라 하더라고요.

가성비가 좋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돼지고기 가격인지라…



아쉬운 건 소고기를 팬프라잉 하듯 높은 열에

바짝 구워 먹을 수가 없다는 정도랄까요?

그래도 최대한 높은 열로 익혀

반 한국식(?)으로 구워 맛있게 먹었습니다.

냉동 고기라 오버 쿡 되면 너무 질길 거 같아서

살짝 덜 익은 미디엄 상태로 먹기 시작했는데

딱히 잡내가 나지 않고 괜찮았습니다.

오버 쿡 되는 걸 어떻게든 막아보려

상추로 방석 깔아주고 불을 꺼버렸습니다.

고기 구워 먹는 방식도 왠지 정겹고,

노포에서,

오랜 친구들과

추억을 곱씹으며

술 한 잔 기울이니

학창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이슬이 달던 이때...

뒷자리 화구에서 부대찌개를 예열해 주십니다.

먹는 게 끊기지 않게 챙겨주시는 센스.

바로 고기 완식하고 부대찌개로 걸음 바꿔~ 갓!



이곳 부대찌개는 시원함을 강조한 맛입니다.

대파와 마늘, 김치가 들어가 묵직한 맛보다는

시원함과 개운함을 강조한 맛이랄까요.

조미료도 다소 절제한 느낌.

그래서 처음엔 탁!하고 쳐주는 맛이

없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끓이다 보면 소시지 안의 조미료 맛과

각종 재료 맛이 우러나와

적당히 두툼한 맛으로 변신합니다.

햄 재료가 다양하게 들어가지 않고

소세지와 민스만 들어간 부대찌개입니다.

다양한 햄을 골라 먹는 재미도 있지만

때론 이렇게 단순한 게 마음에 들 때도 있더라고요.



탄수화물이랑 조화를 이뤘을 때

가장 큰 시너지를 발휘하는 부대찌개 ㅎㅎ

쌀밥은 못 참죠...





부대찌개를 먹는데 라면 사리를 안 넣을 순 없죠.

이미 배가 빵빵해질 대로 빵빵해졌지만

사리를 투하시켜

부대찌개 전투의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

'완'



'성'

이쯤 되니 국물도 자작하게 졸고,

면과 떡에서 나온 전분들이 국물을 껴안기 시작...

끓일수록 재료에서 우러나온 맛이 더해져

마성의 국물이 완성됩니다.

이쯤부턴 대화의 장도 열리고,

소주 뚜껑도 열리고,

벨트도 열리고,

모든 게 열려버리는...



부대찌개가 이런저런 재료들이 한 데서

바글바글 끓어 하나가 되듯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른, 어느덧 다 늙어버린

어릴 적 친구들이 하나 되어 끓어갔습니다.

밤 공기 찬 평택 시내에서 따뜻하게 먹고 갑니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육체노동자]

소주 3병각하셨을듯

[운동꾸주니]

안 취할 정도만 딱 마셨습니다! ㅎㅎㅎ

[MadMaxx]

글 잘 읽고 갑니다 ㅎ

[운동꾸주니]

감사합니다 ㅎㅎ

[루리웹-6303226979]

과식해도 좋을듯!

[운동꾸주니]

네... 이날 과식해버렸습니다 ㅠ

[돌아와사쿠야유아]

참 글이 좋네요 ㅋㅋ 잘보고 갑니다.

[운동꾸주니]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ㅎㅎ

[국민탤런트]

같은 평택~~전 송탄 토박이 입니다. 반갑슴돠~~

[운동꾸주니]

반갑습니다 ㅎㅎㅎ

[37594497]

제가 가는 부대찌개집도 스테이크 먹고 있으면 찌개 나오는 스타일인데 종이깔고 굽는 거 까지 똑같네요 ㅎㅎ

[운동꾸주니]

네 부대찌개와 베이컨구이 등을 파는 곳은 거의 비슷한 포맷인거 같더라고요 ㅎㅎ

[공허의 금새록]

우동사리도 넣어줘요잉

[운동꾸주니]

우동 사리도 다음엔 도저언!

[루니카™]

평택사는데 저긴 그냥 패스패스한 것 같네요.
(맛없어서가 아니라 같이 가자고 한 사람이 없어서ㅠ)

차 있으면 추천할만 데가 팽성 쪽에 모티마할이요.
빅 바이트도 괜찮고요. 폐계닭은 술 좋아한다면 추천?

[운동꾸주니]

빅바이트 체크해두겠습니다. 폐계닭은 현지인이 비추해서 못 가봤습니다. 다음에 가게 되면 도전 해보겠습니다.ㅎㅎㅎ

[LCH]

소고기에 버터(?) 올려 주는거 좋으네요~

[운동꾸주니]

소고기 위에 버터 올려 먹으니 괜스레 운치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