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리를 놀려 봐라! 할 말이 있냐, 이 깃털 뭉치 자식아!”
그을린발은 아무 대꾸 없이 병사들을 찬찬히 바라보기만 했다. 마치 네 수치를 알라는 듯한 눈길은 수교위를 언짢게 함과 동시에 불안하게 만들었다. 어쨌든 먼 곳에서 물장구를 치며 폭언을 퍼붓는 것을 가리켜 용감한 행동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부끄러움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수교위의 감정은 불안감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섬에 갇힌 레콘이 침묵으로 상대를 비난할 정도의 침착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그로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수교위는 부하들의 폭언이 잠시 줄어든 틈을 타서 외쳤다.
“거기 멍청히 서서 뭐 하고 있는 거냐!”
그을린발이 부리를 열었다. 그는 다른 곳에 정신을 팔고 있는 사람처럼 멍한 어조로 말했다.
“기억하고 있다.”
“뭐?”
“너희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
강변에 갑작스러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물을 직접적으로 안 뿌리고
인위적으로 고립시킨 땅에 가둬놔도 저런 소리 들음
레콘 입에서 살인명부 소리나오면 그냥 자살하는게 덜아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