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휘몰아친다.
바람결에 몸뚱이가 살짝 밀려나 균형을 잃을 뻔한 것을, 겨우겨우 되잡아 똑바로 서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황당함에 픽 웃음을 흘린다.
죽겠다고 선 놈이 떨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안도하는 꼴이라니.
크게 웃음이라도 터뜨리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애석하게도 품속에 남아 있던 유쾌함은 조금 전의 짧은 비소를 마지막으로 결국 바닥을 드러내고야 만 모양이었다.
잠깐이나마 끌어올렸던 입꼬리가 파르르 떨어지고, 입안이 바싹바싹 말라가는 것을 느꼈다.
바람이 무척이나 세다.
이 난간 아래에 서 있을 때만 해도 날씨가 참으로 덥다고 생각했었다.
하다못해 죽기 전에는 시원한 바람이라도 불어주면 좀 좋으냐며 하늘에 대고 소리치기까지 했다.
그런데 막상 난간 위에 올라서고 보니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었다.
사람 키만도 못한 난간에 무슨 대단한 마법이라도 깃든 것일까.
실없이 그런 생각을 떠올리다가 문득 그럴싸한 답을 떠올리고야 말았다.
그래, 다른 세상인 것이다.
난간 아래는 이승이고, 이 난간은 저승에 가는 문턱쯤 되는 거겠지.
그렇다면야 갑자기 싸늘한 공기가 몸을 훑는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바람이 끊임없이 등을 떠민다.
뭘 망설이냐는 듯, 볼품없이 찌그러진 등짝을 연신 밀어내고 있다.
마치 저승사자가 짜증을 내며 재촉하는 것만 같다.
이 자식이 모처럼 데리러 왔더니 뭘 하고 있는 거야.
그렇게 신경질을 내는 해골바가지가 바로 눈앞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
잠깐, 저승사자가 해골처럼 생겼던가?
아니다. 해골은 서양 사신이었지.
내가 아는 저승사자라면 검은 도포에 갓을 눌러 쓴 옛날 사람 같은 모습이다.
왜 난데없이 거적때기를 뒤집어쓴 해골을 떠올렸을까.
어쩌면 그쪽이 좀 더 죽음이라는 이미지가 강렬해서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정말 저승사자가 내 곁에서 재촉하고 있는 것이라면 차라리 다행일 것이다.
애매하게 목숨줄이 붙어 저 까마득한 아래서 끔찍한 고통을 느낄 일도 없을 것이고, 무엇보다 사후세계란 것이 정말로 존재한다는 증거가 되어줄 테니까.
물론 저승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인간을 좋게 대우해주지 않는다지만, 아무것도 없이 그저 사라져버린다는 것보다야 낫겠지.
것보다, 자-살이 왜? 그게 왜 죄야.
저들이 직접 겪어보면 그런 말 안 나오지.
하늘 윈지 땅 아랜지 편하게 눌러앉아서 남의 잘못이나 까뒤집는 것들이 뭘 안다고 자-살을 욕해.
애초에 그런 놈들이 그 많은 사람들을 데려다가 천국에 보낼지, 지옥에 보낼지를 정한다는 게 말이나 돼? 자격이나 있어?
그런 놈들부터 지옥에 처박아버려야 할 텐데.
쓸데없는 망상이 계속해서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정말로 사후세계가 있고, 정말로 자-살자를 무차별적으로 지옥에 보내버리는지는 모르겠다만, 방금 생각으로 확실히 한 발짝 더 지옥에 가까이 다가갔을 것이다.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내가 지옥에 간다면, 적어도 지옥에 순 나쁜 놈들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거겠지.
마음 잘 맞는 자-살자를 찾을 수 있다면 거기도 썩 못 지낼 세상은 아닐지도 모른다.
잡설이 길었다.
유언 같은 것 없이 깔끔하게 자리를 뜨자고 생각했건만, 그 결과가 이거다.
결국은 제 머릿속에 의미도 모를 유언을 줄줄이 길게 써 내리고 말았다.
그래도 괜찮겠지.
돌바닥에 머리통이 뭉개지고 나면 이 유언장도 흔적 없이 사라져버릴 것이다.
아무도 읽지 못하는 유언장이라고 생각하니 괜히 가슴이 들떴다.
그것이 삶을 마무리하기에는 가장 완벽한 기분이라고 생각했기에, 이번에는 등을 떠미는 바람에 저항하지 않고서 그대로 저승을 향해 추락해 내렸다.
저승의 날카로운 풍압이 살갗을 갈기갈기 찢어발기는 것만 같다.
바람은 바닥을 내려다보는 눈동자를 후벼 파듯 긁어댔으나 눈을 감지는 않았다.
죽음을 놓쳐 버둥거리는 고통을 걱정하기는 했으나, 고통 없는 죽음을 바란 적은 없다.
저승의 문턱을 넘는 데에 고통이 없다면 그거야말로 이상한 일이겠지.
순식간에 말라버린 망막에 아스팔트 바닥이 불쑥 다가왔다.
마침내 다가온 죽음의 순간에도 눈을 감지 않았다.
도리어 눈을 크게 뜨고 이 희뿌연 시야가 핏물로 암전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가장 먼저 바닥에 박살 나야 했을 이마는 여전히 눈썹에 살가죽이 밀려 주름을 지고 있었고, 칼바람에 말라붙은 눈동자는 여전히 한 뼘도 채 남지 않은 거리 위의 아스팔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만 같다.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찾아온다는 마지막 생각의 시간일까.
최후의 순간에 뇌가 극도로 활성화되어 주변의 시간이 천천히 흘러간다는 그것일까.
그렇다기에는 너무나 길게 이어졌고, 너무나 느리게 흘러갔다.
저승의 문턱을 넘는 마지막 순간에 나는 멈춰버리고 만 것이다.
시간이 멈춰 있으니, 얼마나 오랫동안 그 상태로 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정도면 생각도 모두 정리했다고 생각해.
이 정도면 내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모두 이해했다고 생각해.
그렇게 항의하듯 사고를 질러보았지만 그 누구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저승사자는 뭘 하고 있는 거야. 이거, 행정사고 아니야?
저승사자 역시 침묵을 끝마치지 않았다.
하루가 지났을까, 한 달이 지났을까, 일 년이 지났을까.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하겠다는 비명을 떠올린 그 순간에야 그럴싸한 대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자-살자는 지옥에 간다고 했지.
하지만 이 복잡한 세상 어디에 지옥을 따로 마련할 수 있겠어.
그러니 저승의 높으신 분들은 이런 식으로 간이 지옥을 만든 것이다.
영원히, 내가 바라던 죽음을 맞이하지 못한 채, 저승의 문턱에 걸쳐 서서 그저 그 너머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지옥.
너무하다면 너무했다.
누구도 그 지옥이 이런 거라고는 알려주지 않았잖아.
억울함과 괴로움에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어쩔 수 없지. 죽은 이는 말이 없으니까.
마음속으로 혀를 차며 대답했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에 대한 대답마저도 스스로 생각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죽은 이는 말이 없으니까.
어둠에다크에서 죽음의데스를 느끼며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윈드를 맞았다. 그것은 운명의데스티니. 그는 인생의 라이프를 끝내기 위해 디엔드. 모든것을 옭아매는 폭풍같은 스톰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국 자신 스스로를 죽음에데스로 몰아갔다. 후에 전설의 레전드로써 기억에 메모리 기적에미라클 길이길이 가슴속의하트에 기억될 리멤버.
루리웹이 자-살을 필터링해서 난감했습니다.
어둠에다크에서 죽음의데스를 느끼며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윈드를 맞았다. 그것은 운명의데스티니. 그는 인생의 라이프를 끝내기 위해 디엔드. 모든것을 옭아매는 폭풍같은 스톰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국 자신 스스로를 죽음에데스로 몰아갔다. 후에 전설의 레전드로써 기억에 메모리 기적에미라클 길이길이 가슴속의하트에 기억될 리멤버.
스스로 목숨 끊는 이는 지옥에 간다더라
필체가 좋네요,,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