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와 난 바에서 나왔다.
A는 아직 뭔가 더 말하고 싶은 듯 했지만 나는 무시하고 자전거에 탔다.
마지막에 A는 "조심해서 들어가라"고 말했다.
나는 "남말할 처지냐"라고 말했다.
웃으며 받아칠 줄 알았던 A는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난 당황해서 시선을 피했다. 뭔지 모르겠지만 나쁜 기분이 들었다.
자전거를 한손으로 운전하며 집에 도착.
도착하자마자 누군가가 내 등을 툭하고 밀었다.
그 직후 휴대폰에 전화가 왔고, 내가 뒤를 돌아봤을 땐 아무도 없었다.
내 폰에 전화를 건 사람은 A였다.
"뭐야? 무슨 일인데?"
"뭐하고 있나 해서."
몹시도 밝은 목소리에 아까 그건 거짓말이었단 걸 직감했다.
이게 장난을 쳐? A에게 뭐라 따지고 싶었다.
"뭐가 '뭐하고 있나 해서'냐?"
"괜찮냐? 어제 엄청 취했잖아. 우리 둘 다."
"어, 응....그래서?"
"잘 돌아갔나 해서."
뭔가 다르다. 이번엔 다르단 걸 깨달았다.
나는 아까 만난 A가 아니란 걸 알아챘다.
분위기라고 해야 하나? 공기 같은 게 다르단 기분이 들었다..
"너 뭔 말하는 거냐? ....너 말야.....A?"
"...마중 나갈까?"
"안와도 돼, 안와도 돼!"
"맞이하러 갈까!?"
"오지 마! 오지 마!"
폰으로 얘기하고 있을 터인데 도중부터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뱅글 뱅글 돌았다. (낮에 그랬듯이)
아마, 기절했던 것 같다.
아침에 현관문 안쪽 근처에서 자고 있던 나를 깨우며 어머니가 한마디 하셨다.
"너 그 나이 먹고 자면서 오줌을 싼 거야?"
검정색 바지가 허리 부근부터 아래로 잔뜩 젖어있었다.
냄새는 없었다.
폰의 통화 기록을 보았다. A의 이름은 역시라고 해야 할까 없었다.
그날 늦은 낮쯤에 난 직장에 있는 쓰레기장에 갔다.
한손으로 자전거를 운전하며 역까지 가고 지하철을 탄 뒤, 직장의 쓰레기장을 향했다.
돌은 상자째로 건물의 쓰레기장에 버리기로 했다.
마지막에 무섭지만 궁금해서 상자 안을 본 나는 기겁해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돌은 깨져서 2개가 되어 있었다.
색은 바깥쪽이 새까만 색이었고 안은 새빨갛게 되어 있었다.
엄청나게 무서웠다.
손이 굉장히 떨리기 시작했고 멈추질 않았다.
처음 이 시간대에 발견했을 땐 파란끼가 돌았는데 말이지...
너무나도 무서운 바람에 혼란스러워져서 그런 걸 생각할 정도였다.
갑자기 떨림이 멈췄다. 몸이 꽤나 차가워졌다.
돌이 들어 있는 상자를 쓰레기장에 놔두고 역까지 빠른 걸음으로 갔다.
역까지 가긴 갔는데 돌을 버렸단 해방감? 이 있어도 뭔가 후련하지 않아서 평소엔 해본 적도 없는 파칭코를 하러 갔다.
멍하니 구슬을 치니까 다른 쓸데없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날은 저물어 있었고 돈은 거의 다 잃은 상태였다.
밤. 집에 돌아와 저녁밥을 먹고 목욕을 하던 중, 저녁 때부터 볼일이 있어 외출하셨던 어머니가 돌아오셨다.
"너 어딜 싸돌아 다닌 거야! 몇 번이나 전화해도 받질 않고! 부재중 음성 듣지 않았어?
너 A군이라고 알지? 걔 죽었다더라. 전화로 A군의 엄마가 전화 한통 달라 하던데."
A가? 그럴 리가! 라고 생각하면서 A의 집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ㅇㅇ(내 이름)라고 하는데요."
"아...ㅇㅇ군....잠깐 지금 정신이 없거든. 잠깐만 기다려. 전화 바꿔줄게."
뭔가 전화 너머에서 웅성 웅성하는 소리가 들렸다.
A의 어머니 "ㅇㅇ군? A가...."
"어머니에게 들었습니다. 지금부터 그쪽으로 갈게요."
"아니, 장례식 밤새는 건 좀 더 나중이니까. 오늘은 됐고 내일 와도 돼. 본인도 없으니까."
"아뇨, 오늘인 편이 좋습니다. 실은 저 어제 A랑 만났거든요."
"아마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그럼 조심해서 오렴."
전화를 끊자마자 곧바로 택시를 잡고 A의 집으로 갔다.
옛날엔 종종 가던 곳이다.
A의 집에 도착하자 A의 어머님이 "보여주고 싶은 게 있으니까"라며 A의 방까지 안내해주셨다.
방문을 열자 조금 나쁜 느낌이 들었다.
유리로 된 책상엔 낙서장? 도화지가 달랑 놓아져 있었고, A의 어머님이 "그거 열어봐"라고 하셨다.
안에 써있던 건, 나와 A의 어머님께 보내는 편지였다.
내용은 이런 느낌(모든 내용을 다 쓴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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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엄마, 이걸 보면 ㅇㅇ에게 전화해서 이걸 읽게 해줘. 반드시!
ㅇㅇ에게
어젠 이상한 말을 해서 미안했다.
하지만 너도 꽤나 이상한 말을 했어. 나랑 만났다든가, 꽤 기분 나쁜 말을 했지.
그래서 꿈의 내용 말인데, 그 후로 집에 돌아와서 본 건 하반신 전부가 빨간 거였어.
그 후 천천히 점점 목 부근까지 빨갛게 되어 갔어. 물론 나도 그랬고.
신경 쓰이는 게 있었는데, 넌 까만색의 뭔가를 가지고 있었고 그 주변이 이상할 정도로 새빨간 색이었어.
뭔가의 덩어리 같은 것. 거기까지밖에 모르겠다.
오늘은 내 동생이 죽은 날이지만, 어쩌면 내가 죽은 날도 될 거 같아.
바보 같은 소리지만.
우리들 생일도 같잖아.
엄마에겐 미안하지만 먼저 갈지도 모르니까 미리 말해둘게. 낳아줘서 고마워요.
뭘까 이건. 이렇게, 잡아당겨지는 느낌. 최근 뭔가에 잡아 당겨지는 느낌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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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는 여기까지밖에 적혀있지 않았다.
후반은 약간 유언? 같은 걸로 되어 있었다.
죽는 걸 알고 있었는지 어땠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A의 어머님은 차라도 가지고 온다며 부엌으로 가셨다.
그러는 동안, 편지 말고는 아무 것도 적혀 있지 않은 낙서장을 펄럭 펄럭 넘기다 나도 모르게 손이 멈췄다.
거기엔 그것이 있었다.
새까맣고 커다란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중심은 크레파스의 새빨간 색으로 찐하게 칠해져 있었다.
몇 번이고 겹쳐 칠해서 까만색이 되어 있었다.
페이지의 끝자락엔 작은 글씨로 뭔가 적혀 있었다.
아니, 그렇다기보단 연필로 적고 지우개로 지운 느낌?
적혀 있지 않지만, 적은 흔적.
'찾고 있는 것'이라고.
그런데 누가 봐도 A의 필체와는 확연히 다른 필체였다.
확실히 말해서 지금도 제일 선명하게 기억하는 곳이다.
나머지는 뭐가 뭔지 모르는 소리지만...
어떤 상황이었는진 모르겠지만 A는 침대 위에서 자는 것처럼 죽었다고 한다.
A의 어머님이 낮이 되어도 일어나지 않는 A를 깨우려고 했더니 숨을 쉬고 있지 않았다고.
병원에 실려갔을 땐 이미 죽어있었다고 한다.
병원에서 옷을 벗겼을 때, "발에서 목까지 몇 개인가 빨간 색으로 부은 선 같은 게 있었다"고.
A는 꿈에서 깨고 곧바로 편지를 쓴 뒤, 도중에 졸음이 와서 잔 걸까.
돌의 일까지 포함해서 아무 것도 모르겠지만 어째선가 이 모든 게 돌을 줍고 난 뒤에 생긴 일이다.
돌에게 도움을 받은 걸까, 아니면 A가 날 구한 걸까?
돌과 A 사이에 뭔가 관계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후 12월 31일 밤부터 1월 2일의 아침까지 40도 정도의 고열이 났다.
꿈에서 몇 번이고 A가 나왔다. 뭔가 외치는 것 같았지만 뭐였는지 모르겠다.
쓰레기장에도 가보았지만 돌은 이미 없어져 있었다.
내 팔은 정월이 끝날 때쯤인 1월 5일(아마)에 갑자기 올릴 수 있게 됐다.
그 이후로는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A의 어머님으로부터 나중에 들은 얘긴데 우연히도, 동생이 죽었을 때도 그랬던 거 같다고 하셨다.
A의 사인은 ㅈㅏ살이 아닌가 했지만 심부전 같은 걸로 된 것 같다(꽤나 괴사라고 생각하지만)
그래서 A 어머님에게 경찰 관계자가 와서 얘기(사정 청취)를 하고 갔다던데
외상(부은 선은 어째선가 금방 나아졌다 한다)이나 약물(독?)의 반응도 없고, 살인은 아니라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A의 아버님은 A가 5살이었을 때 돌아가셨는데 아버님도 사람이 죽을 때를 아는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덧붙여 편지에 써있던 대로 A와 A의 동생은 생일 날짜가 같다.
그리고 나도 실은 같은 날이 생일이다.
지금도 연말이 조금 무섭다.
날림 번역이지만 이걸로 주워온 돌 이야기는 끝입니다. 원문을 보면 뭔 말인지 알겠는데 이걸 자연스런 한국어로 번역하자니 아직도 모자른 점이 많네요 ㅠㅠ 이해하기 쉽도록 일부러 의역하기도 해서 원문이랑 쪼끔 다른 곳도 있긴 한데 너그러히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결말이 좀 흐지부지하는 감이 있군요. 재밌었습니다.
번역해주시는 분들 언제나 감사합니다
날림 번역이지만 이걸로 주워온 돌 이야기는 끝입니다. 원문을 보면 뭔 말인지 알겠는데 이걸 자연스런 한국어로 번역하자니 아직도 모자른 점이 많네요 ㅠㅠ 이해하기 쉽도록 일부러 의역하기도 해서 원문이랑 쪼끔 다른 곳도 있긴 한데 너그러히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결말이 좀 흐지부지하는 감이 있군요. 재밌었습니다.
번역해주시는 분들 언제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