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snatcher입니다.
직장에서 잔여연차를 연말에 다 소모하라고 해서, 그 김에 숙원으로 삼아왔던 도쿄-요코하마 기행을 다녀왔습니다.
총 3박 4일로, 첫날 저녁에 하네다 도착해서 아나모리이나리 측에 있는 숙소에 묵었던 걸 생각하면 사실상 3일 여행이라고 봐야겠네요.
둘째날에는 센소지-시부야 스크램블-명치신궁-키타로 공원 이렇게 갔습니다.
이게 스이카 만드는 걸 까먹어서 카마타역에서 30분 절기는 했는데, 그것을 제외하고는 많이 형통했네요.
역무원 아저씨께서도 친절하게 대해주신 데다가 바로 코앞에 구매소가 있어서 한결 나았습니다.
친구들이 시부야 스크램블은 꼭 가보라고 해서, 저도 가 보았습니다.
최상층 관람대는 47층, 해발 240m의 높이를 자랑하는만큼 꽤 무서운데다가, 빌딩숲 사이에서 불어오는 칼바람 때문에 더욱 오금이 저립니다.
그래도 도쿄 중심부의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는 것은 참 즐거웠습니다. 다만 고층 식당은 비싸고 사람도 많아서 지하 빵집에서 간단히 요기를 했어요.
예전에 '요괴도감' 무료공개본을 일부 본 적이 있어서 미즈키 시게루 선생님의 자취를 따라가려고 마음먹었는데, 도쿄에는 키타로 공원이 있었습니다.
유의점: 키타로 공원은 두 곳이 있습니다. 쵸후역에서 가까운 쪽은 키타로 캐릭터들이 많고, 먼 쪽은 팻말을 제외하면 평범한 공터인 그 팻말이 선생님 휘호인듯 합니다. 먼 쪽은 따로 버스를 타셔야 해요.
해가 의외로 일찍 떨어져서, 더 이상은 다니지 않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 근처가 네리마, 아다치인데 여긴 무서워요.
저녁은 숙소 근처 라멘집에서 백미소 차슈라멘을 먹었습니다. 고진많(고기가 진짜 많구나)은 이런 데 붙여야 합니다.
둘째날 여행을 지도로 나타내 보았습니다.
셋째날에는 요코하마 일대를 돌아다니기로 했습니다.
원래는 아침에 핫케이지마 시 파라다이스를 가려 했는데, 열 시 개장이라는 사실을 안 순간 이미 카나자와문고 역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1시간 기다리는 것도 무의미하다 싶어서 '묻고 케이큐선 종점까지 가!' 란 마음으로 가즈아를 외쳤지요.
그러기 전에 요코스카에 있는 전함 미카사를 보러 갔습니다.
사실 요코스카 쪽은 한국인으로서 좀 씁쓸했습니다.
토고가 '이 일전이 황국의 흥망을 좌우한다'고 말한 후 미카사를 이끌고 러일전쟁에서 이겼지만, 승전 이후 우리나라는 본격적으로 일본에 수난당했기 때문이죠. 그래도 미카사의 모습은 보는 사람을 압도했습니다
검색해보니 우라가는 페리 제독이 흑선을 이끌고 일본을 개항시킨 시발점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라가역 출구에는 '개국의 마을에 어서오세요'라는 종이 팻말이 있습니다.
역을 나서면 2014년에 그려진 흑선개항도가 반겨주고 있습니다.
잘 모르는 사실이었는데, 일본 축구 국대인 이토 준야 선수가 우라가 출신이라 초중교 동창들과 고향 친지들이 현수막을 만들어주었습니다.
검색해보니 월드컵 무대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는데도, '평범한 내가 밑을 내려다볼 여유는 없다'라는 투지에 저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나라를 불문하고 저런 사내다운 기백은 사람을 불타게 만듭니다.
버스를 타면 칸논자카까지 갈 수 있습니다,
칸논자키는 일본 내에 여러 곳이 있지만, 요코하마 칸논자키의 경우에는 등대가 있어서 등산을 하면서 올라가 볼 수 있습니다.
이역만리 타향에서 등산하는 기분
개항하고 얼마 안 되어 만든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등대이고, 프랑스인 기술자들을 초빙해서 지었다고 합니다. 현존하는 등대는 자연재해로 인해 두 번 파괴된 후 개축한 것입니다.
우라가역 앞에 있는 지역 상점에서 친지들 선물로 화과자를 사고 저도 숙소에서 하나 먹었습니다.
사진은 츠부앙이 들어간 쑥찹쌀떡인 모양인데, 달콤하고 맛있었습니다.
점심에는 핫케이지마에 다녀왔습니다.
밥을 거기서 먹었는데, 인도인 요리사분들이 경영하는 음식점에서 소고기 스테이크 필라프를 먹었습니다.
맛에 문외한인 저도 향신료를 쓸 줄 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위에는 마늘 플레이크, 아래에는 마늘과 다른 향신료 조합이었는데 얼얼한 향취가 소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더군요.
핫케이지마 시 파라다이스에는 여러 시설이 있었습니다.
사진은 시 뮤지엄에서 찍은 펭귄입니다.
어릴 때 만화 같은데에서 에키벤을 먹는 게 멋져보여서, 하나 먹어보려 했습니다.
지하철역에서 샀던 차항 도시락. 역시나 차내취식은 꺼려지기 때문에 숙소에 가서 먹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어찌되었건 오타쿠웨이를 걷는 사람으로서, 요코하마 건담은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는 2월까지이나 3월 31일까지 연장한다고 하니, 요코하마 가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아이고 어른이고 '와 건담!'을 연호하는 모습을 보고, 이런 로망 앞에서 국적도 남녀노소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흘차 여행 경로를 지도로 찍어보았습니다.
1. 케이큐카마타>우라가 2. 우라가역> 칸논자키 버스 3. 우라카>시사이드를 통해 시 파라다이스행 4. 건담팩토리>미나토미라이>케이큐카마타
경급선 케이큐카마타-우라가가 편도로 46km 남짓 되고, 거슬러 올라가면서 시사이드, 네기시선도 탔던 것을 생각하면 열차만으로도 100km를 찍었네요. 게다가 저 날 인생 처음으로 도보로 30000보를 찍어봤습니다. 숙소 돌아가니 다리가 오들거리더군요.
오늘은 비행기를 타기 전에 오다이바에 다녀왔습니다.
어린 시절 동네 병원에서 우리들의 워게임을 틀어주었는데, 제한시간 1초를 남겨두고 오메가몬이 디아볼로몬을 모두 토벌하여 불발된 핵미사일이 오다이바에 떨어지는 장면이 인상깊었습니다.
자유의 여신상과 오다이바 해안가를 거닐다보니 그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나더군요.
여러분 라스트 원 세컨드는 로망입니다.
이거 말고도 갓오하 2부 제주도 팀전에서 모리가 무고통 제한시간이 끝나기 전에 무쌍을 찍은 것도 라스트 원 세컨드 아니겠습니까.
사실상 사흘 동안 이렇게 많이 돌아다닌 것은 굿즈와 식사를 대부분 포기했기 때문...
농담입니다. 볼 것 많아서 좋았는데 막상 숙소에 들어오니 피곤은 한데 아드레날린 때문에 잠은 안 오고, 겨우 도시락 정도나 먹어서인지 허기가 심하게 지더군요. 여러분은 저처럼 하지 마세요.
※1월 4일 추신: 전 사실 명치신궁 가서 안창호 선생님 유언이기도 한 '목인아 네가 큰 죄를 지었다'를 속으로 외쳤습니다.
그래도 일본에 내재된 국가신토의 망령은 항상 경계하길 바라며, 센소지 사진은 지웠습니다. 지적해주신 ericjay님 감사합니다.
※ 수정: 음식 사진과 여행 경로 사진을 추가합니다. 베스트 등록 감사합니다.
루리웹 여러분도 다사다난한 22년은 잊고 23년 새해를 행복하게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
어이 왜 자꾸 내 글 지우나? 찌질한 넘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