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을 나와 바로 보이는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한 번 끝까지 가보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대단한 풍경은 따로 없었습니다.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마을 끝까지 가보기로 했고
미야지마 수족관 있는 곳까지 갔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 가는 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어
여기서 멈추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근처에 있는 오모토 공원에 들렸습니다.
이곳에서 사슴 무리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 건초들이 쌓여있는 걸 봐서
사슴들의 휴식처처럼 보였습니다.
사실 미야지마는 사슴의 섬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마치 나라처럼 사슴들이 돌아다니고 있으니까요.
그나마 다행인 건 나라의 사슴보다 덜 공격적입니다.
사람 손에 있던 말던 마구잡이로 공격하진 않습니다.
안된다는 제스처만 취해도 그냥 지나가더라구요.
물론 바닥에 있는 거라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돌격하지만요.
진짜 어딜가나 사슴이 보입니다.
게다가 사람을 겁내지도 않아,
만지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만질 수도 있습니다.
몇몇 사슴은 뿔이 문제가 되어 있는지
잘려있는 것도 보였습니다.
아마, 섬에서 사슴을 관리하는 것 같습니다.
만약 섬 트레킹을 하는 중이라면 좋은 휴식처가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공원 자체는 크게 볼 건 없었습니다.
사실 저는 궁금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일정이 촉박하다면 굳이 들리지 않아도 됩니다.
다시 이쓰쿠시마 신사 출구 쪽으로 돌아왔습니다.
마침 그곳에서 굴구이를 팔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렇게 직화로 구운
굴구이에 로망이 있어서 바로 사먹었습니다.
미야지마 섬에서는 굴구이를 파는 곳이 제법 있었습니다.
우선 2개 단위로 파는 건 가게 공통이고
가격은 500~600엔 사이 정도 됩니다.
굴이 진짜 크고 맛있었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굴은 처음 먹어봅니다.
그래서 생각했죠.
오늘 굴, 모두 조져 주겠다고.
하지만...
조져지는 건 저였습니다...
굴구이를 먹고 바로 근처에 있는 절에 갔습니다.
신사가 아니라 대원사라 불리는 작은 절이었습니다.
이쓰쿠시마 신사 출구 쪽에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큰 절이 아니라 적당히 구경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이 길은 뭐랄까...
단순한 길인데 뭔가 일본스러운 길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풍경,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길을 올라가면 작은 계곡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 옆에 절이 있습니다.
다이쇼인이라고 불리는 절인데
특이한 건 한국에서 보기 힘든 밀교의 진언종파 절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문에 밀교에서 자주 보이는
금강저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절은 계곡 위에 지어져 있어
경사도 있고 계단도 많이 있습니다.
등산 하는 기분은 아니라도
올라가는데 제법 땀이 많이 났습니다.
절은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뭔가 체험할 수 있는 곳도 많았습니다.
빛 한 줄기 없는 어두운 곳을 걷는 다던가
큰 종을 친다던가 말이죠.
세계문화유산인 이쓰쿠시마 신사보다
오히려 이 다이쇼인이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제법 넓은데다가 이렇게 계곡 옆에 있으니
마치 숲 속에 있는 듯한 운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멀리 보이는 바다의 모습도
그 풍경에 일조하고 있었습니다.
입구 근처에 있는 불상들.
물안개를 뿌리고 있었는데
제법 그럴싸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불상이 맞는 건지 모르겠네요.
다이쇼인 절 옆에는 작은 계곡이 있었습니다.
날도 제법 더워서인지 물장구 치는 아이들도 보였습니다.
저도 너무 더워 발이라도 담가 볼까 하다가
솔직히 귀찮아서 그냥 손만 담그는 걸로 만족했습니다.
계곡 옆에 있는 도리이.
미야지마 섬에는 하이킹을 할 수 있는
코스도 제법 많이 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걸어서 미센산 정상에도 가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제 절에서 내려왔습니다.
이 내려오는 길이
개인적으로 미야지마에서
가장 일본스러운 길처럼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길이 미야지마 베스트 풍경이었습니다.
미야지마 섬에는 이런 작은 수로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물이 상당히 깨끗했습니다.
이런 곳은 사람도 좋아하지만
사슴도 좋아하는 듯 보였습니다.
물론 저도 좋았고요.
수로는 제법 길게 뻗어있었습니다.
끝까지 가본 건 아니지만
산속까지 이어져 있는 걸로 봐서
산에서 흐르는 실개천을 수로로 만든 게 아닐까 추측합니다.
이제 도요쿠니 신사로 향했습니다.
미야지마에는 생각보다
많은 절과 신사들이 있었습니다.
도요쿠니 신사는 언덕 위에 있어서
미야지마 풍경을 내려다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미야지마 섬은 생각보다 복잡했습니다.
정확히는 관광을 할 수 있는 마을이 복잡했습니다.
계획없이 돌아다니면 헤매기 십상이었습니다.
특히, 길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동선을 잘 짜는 게 중요했는데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 했습니다.
도요쿠니 신사에서 더 위로 올라가니
작은 사당과 공터가 나왔습니다.
벚꽃이 질 시기라 그런지
바닥이 벚꽃잎으로 가득했습니다.
좀 더 빨리 방문했다면 만개한 벚꽃을 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그래도 이렇게 바닥에 융단처럼 깔린 벚꽃도 제법 운치가 있었습니다.
이제 늦은 점심을 위해 오모테산도 상점가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많았습니다.
너무 많았습니다.
러시아워의 지하철 마냥 사람이 많았습니다.
한 번 인파에 휩쓸리니 멈출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원래 봐뒀던 가게도 사람들로 가득했고
줄까지 서있었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 건 결국 포기했습니다.
우선 상점가부터 벗어나기로 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상점가의 아케이드를 벗어나자
놀랍게도 사람이 없었습니다.
고작 한 블럭 차이일 뿐인데 말이죠.
너무 힘들고 지쳤습니다.
지금까지 먹은 거라곤 아침이랑 굴구이 뿐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우선 맥주나 한 잔 하면서
다시 계획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원래 제가 먹고 싶은 건 굴밥이었습니다.
이때 지나가면서 다른 굴밥 가게를 본 게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거기서 굴밥을 먹기로 했죠.
그리고 마침내 먹었습니다.
진짜 굴이 토실토실하고 향이 강했습니다.
한국에도 이만한 크기의 굴을 본 적이 없는데 말이죠.
그런데....
음...
약간... 문제가 생겼습니다.
굴밥을 먹기 직전부터 속이 니글거렸고
원인을 알 수 없는 구역질이 계속 느껴졌었죠.
다행히 그 느낌이 심하지 않아
무시하고 굴밥을 다 먹었습니다.
하지만 그 느낌 때문인지 몰라도
이상하게 굴밥맛이 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때부터 속도 안 좋아지고 기분도 찝찝해졌지만
애써 그 느낌을 무시하고 다시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미야지마 이곳저곳들.
사람이 많은 곳은 대단히 많았지만
조용한 곳은 또 대단히 조용했습니다.
미야지마 섬의 분위기는
마치 교토나 가마쿠라 같은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그런 마을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대단히 좋았습니다.
이런 풍경, 분위기 정말 좋아하니까요.
하지만 이때 굴밥을 먹었을 때 무시했던 신호가
저를 정말 괴롭혔습니다.
이렇게 괴로울 바에 그냥 차라리 토하자.
결국 위 안에 있는 걸 모두 게워냈었죠.
그렇게 게워내고 나니 속이 편해졌습니다.
하지만 몸의 기운도 함께 게워져 버렸습니다.
시간은 충분히 있었지만
더 구경하는 걸 포기했습니다.
패스가 있어서 로프웨이 할인을 받아 미센산 정상에도 가고 싶었고
정상 근처에 있는 전망대랑 사찰도 가고 싶었고
모미지다니 공원도 가고 싶었는데 모두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그냥 빨리 숙소에 가서 쉬고 싶은 생각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돌아가면 이번 여행은 사실상 종료니까요.
그래서 힘들지만 좀 쉬었다가 둘러볼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망설이는 사이에 배에 타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한 가지 실수한 걸 깨달았습니다.
다른 곳이야 원래 갈까말까 고민했던 곳이었지만
썰물 때, 이쓰쿠시마 신사의 도리이는 무조건 가볼 생각이었거든요.
몸상태가 나빠지자 여기에 가야한다는 걸
깜빡하고 잊어버렸던 겁니다.
배에서 보니 제법 물이 빠져 사람들이 도리이 주변을
서성이는 게 보였습니다.
이건 지금도 아쉬울 정도입니다.
이렇게 다시 본토로 돌아왔습니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곳은 미야지마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줄 준 몰랐습니다.
심지어 날씨마저 정말 좋았습니다.
다만, 제 건강은 그렇지 않았었죠.
그래서 미야지마 여행에서 만족감과 아쉬움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쉬움 때문에 그런지도 몰라도
다음에 다시 한 번 미야지마에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땐, 꼭 썰물의 도리이도 가보고 미센산 정상에도 가보고 싶군요.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이긴 한데 여행지에서 나를 향해 카메라가 향하는걸 싫어하는 사람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촬영하시는 분들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시기 때문에 촬영하시는 거겠지만요
어이쿠,굴이 좀 문제가 있었나 보네요. 미야지마는 저도 좋아하는 곳인데, 정상은 여러번 가봤지만, 정작 저런 절들은 못가봤네요. 다음번에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굴이 문제였는지, 전날부터 좋지 않은 속 때문인지, 어쩌면 둘 다인지도 모르겠어요. 절에는 꼭 가보세요~ 이번 미야지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 중 하나였어요.
굴이 원래 맛있는 음식이고 히로시마굴이 유명하긴 하지만 한번 잘못 먹으면 진짜 작살나는 음식이라... 저희 아버지도 오타루 여행 때 점심으로 혼자서 굴튀김을 드셨는데 그냥 저녁에 바로 노로바이러스로 게워내셨죠... 다른건 몰라도 어딜가나 굴요리는 조심하는게 좋을거 같아요 좋은데 여행 가셨는데 음식으로 탈이 나셨다니 고생 많으셨습니다ㅠㅠ
감사합니다~ 그래도 당시 심하지 않아서 다행이었요~~~
여행기 잘보고 갑니다. 히로시마 랜선여행 감사합니다. ^^ 히로시마의 다이쇼인(大聖院)은 일본의 밀교종단인 진언종 소속입니다. 개산조 공해(空海 쿠카이)스님이 당에 유학가서 배워온 밀교를 기반으로 창종되어 후대에 여러 분파가 생겼고, 다이쇼인은 오무로(御室)파 입니다. 오무로파는 주로 덴노계 출신 스님들이 출가 & 주된 소임을 맡던 파 입니다. 물안개 사진속 다수의 불상들은 오백나한상 입니다. 일본 신중에 사소명신(四所明神 & 四社明神)이라 불리는 신들이 있는데, 진언종과 관련이 깊습니다. 공해스님이 고야산에 밀교도량을 건립하기 전부터 고야산 일대의 지주신(地主神)들 입니다. 이쓰쿠시마 묘진(嚴島明神)도 사소명신중 한 명 입니다. 고야산에도 사소명신의 전각이 따로 있고, 의례를 거행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도량과 수행하는 스님들, 참배객들을 수호하는 역할의 산신 & 산신각 역할과 비슷합니다.
와~ 정말 자세하게 알고 계시네요. 혹시 진짜 스님이신가요???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이긴 한데 여행지에서 나를 향해 카메라가 향하는걸 싫어하는 사람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촬영하시는 분들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시기 때문에 촬영하시는 거겠지만요
네. 다음부터는 정면 사진은 가능한 블러처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저렇게 정면 사진이 나온 분들은 이모티콘이나 이런 걸로 가려주시는 게 좋긴 하죠 관광사진 잘 봤습니다 전국시대 역사 좋아해서 이쓰쿠시마 신사 버킷 리스트로 넣어만 두고 갈 엄두를 못 내고 있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현재 제주항공 직항편이 생겨 접근성이 매주 좋아졌습니다. 만약 가보고 싶다면 지금이 바로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4월에 히로시마 갔다왔는데, 첫날 미야지마 오후에 갔다가 이쓰쿠시마 신사와 수족관, 다이쇼인 정도만 보고 왔는데도 섬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다음날 다시 가서 로프웨이 타고 전망대까지 갔다왔네요. 3박 4일 여행이었는데 2일을 미야지마에 썼는데 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다음에 또 가려구요 ㅎㅎ
저도 기회가 되면 또 가보고 싶어요. 그땐 꼭 전망대도 들려보려고요~
2014년 제 첫 해외여행이었던 히로시마! 그립네요
아... 전망대는 못 가도 썰물인 도리이는 봤어야 하는 건데... 이걸 직접 못 본 게 정말 아쉬웠어요.
솥에 끓는 따뜻한 물을 마실 수 있던 절입니다. 미센산 정상에서 내려오다가 찾은 곳이에요
정상 부근에도 제법 큰 절이 있군요. 다음에 전망대에 가게 된다면 꼭 방문해봐야겠어요~
히로시마에 갈때마다 올라가는 미센야마 정상입니다 사진을 올리다보니 그립네요... 그때가 그리운 건지... 저기가 그리운 건지
아마 둘 다일 것 같아요.
사슴 풀어놓는곳이 나라뿐인줄 알았는데 다른곳도 있군요 신기하네요
나라에서 사슴이 공격한다는 흉흉한 소문과 달리, 미야지마에 있는 사슴은 제법 얌전했어요.
여행지에서 어패류는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물갈이 마냥 많이 달라서 현지인들은 잘먹는데 외지인들은 탈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나가사키에서 반년을 살았는데 먹는 어패류들 족족 다 탈이났는데 어느순간 희안하게 탈이 안나더군요;; 현지 식당 사장이 말하길 적응되면 안그런다고;;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그래도 단발성으로 가는거면 거의 죽음의 가챠 해야하니 참는게 좋을것 같네여
어패류가 완전 복불복이었군요. 나름 불에 구워서 먹은 거라 너무 안심했던 거 같아요.
아 도리이를 어제 봤던 수퍼 도라이 기억 나는 바람에 도라이로 본.... 큽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히로시마가 동양인들한테는 인기 없지만 서양인들은 엄청 많이 가더라구요
특히, 원폭돔 공원에 서양인들이 정말 많이 보였죠. 동양인보다 서양인이 더 많이 보일 정도로 말이죠.
그야말로 이국적이네요.
일본에 가면서 정말 일본다운 곳이라고 느낀 곳이 세 군데가 있었는데 교토, 가마쿠라 그리고 바로 이곳 미야지마였습니다.
히로시마-미야지마 참 좋으네요~` 사진 정말좋습니다. 대구에서 갈려면 어떻게 가야하나요~`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인천공항에 가셔서 가시는 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저렴하고 가장 좋은 방법처럼 보여집니다.
올해 설에 부모님 모시고 갔다왔던 기억이 있네요 ㅎ 다만 로프웨이가 수리 중이라 못 올라갔던 아쉬운 기억이 ㅠㅠ
저도 로프웨이 할인권까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못 간 게 많이 아쉬웠어요.
일본은 골목에 불법주차가 없어서 좋아요
제가 일본 골목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에요. 다만, 일본 골목은 정말 생각보다 좁은 곳이 많아 차가 한 대라도 주차했다간 어떤 차도 지나갈 수 없는 곳이 많아서 그런지 더더욱 주차를 하지 않은 거 같기도 합니다. 물론 주차단속을 자주하고 불법주차 벌금이 쎈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