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새끼들...”
“기업 자식들 만도 못한 새끼들 같으니라고...”
“아니, 아무도 안 도와줬나, 그래서??”
“남의 가정사에는 쓸데 없이 참견하지 말라는 기조가 있었거든, 우리나라는.”
“가정폭력도 남의 가정사라고 치부하고 아무도 도와주려 하지 않았지.”
“아니, 그래도 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기관은 있었을 거 아닌가.”
“그 두 사람은 상당히 교활한 사람들이었다. 학교나 시설에다 말하면 나한테 언제 그랬냐는 듯 가면을 쓰고 세상 착한 부모인 척 다 하고 그랬지.”
“그러다 뒤돌아서서는 나더러 왜 집 밖의 사람들에다가 일러받쳤느냐며, 부모 쪽팔리게 만들 생각 있느냐며 내게 폭력을 휘두르셨다.”
“각인된 무기력함... 이라고 말하는게 옳겠군.”
“그게 사회적으로 용납이 된단 말인가, 도대체가...?!?!”
모닥불 앞에서, 하준이 들려주는 자신의 옛 이야기에 칸은 차마 맨 정신으로 들을 수가 없었다. 이건 뭐 제1차 연합전쟁 이후 노예만도 못한 물건으로 전락해버린, 바이오로이드들을 마구잡이로 대하던 그 시대의 인간들과 거의 다를 바가 없지 않는가. 그것도 바이오로이드가 아니고 한창 자라야 할 어린 아이에게 그런 짓을 서슴치 않고 자행했다는 것이, 칸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피가 날 정도로 아이를 두들겨 팬 것으로도 모자라, 그 추운 바깥에 내쫓은 것은 가히 다시 생각해봐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리고 그 행동의 이면에, 부모로서 자식이 잘 되라는 일말의 자식을 향한 마음조차 없고, 오로지 자식이 자신들의 성공을 위한 도구로서, 자신들이 정해놓은 기준을 조금이라도 충족하지 못한 것에 대한 화풀이었다는 것이, 칸은 도저히 그들을 용서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면서도, 늦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잘 자라준 하준에게 감사함과, 그런 그를 한 때나마 같은 기업인 출신 인간이라며 적대하고 오해하려고 했던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함께 들었다.
이 정도 들을 즈음이 되니 궁금했다. 이럴 거면 어째서 그들은 하준을 낳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칸은 그 질문이 자칫 잘못하면 하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질까 조심스럽게 그에게 질문하였다. 그러자 하준은 담담한 어조로 칸에게 말했다.
“두 사람부터 딱히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 게 아니었거든.”
“둘 다... 서로가 필요에 의해서 결혼했지.”
“그게...”
“대체 무슨 말인가...?”
칸이 되묻자, 하준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침묵하였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땐 이번엔 칸이 아닌 눈 앞에 모닥불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아버지란 사람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직업군인이셨고, 어머니란 사람은 여대의 정치외교확과를 나온 정치인 지망생이셨다.”
“아버지는 별을 달아서 장군이 되기를 원하셨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의 후광을 받아 이 나라의 정치인이 되기를 원하셨지. 정확히는 두 번째 여성 대통령이 되기를 원하셨어.”
“왜 두 번째지?”
“첫 번째는 이미 나왔었거든.”
“아하... 그렇구만...”
정확히 말하자면 하준의 두 부모가 서로 만났을 즈음에는 아직 여자 대통령이 나오지 않았을 시기였지만, 그 이후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최초로 제18대 대통령으로 여성 대통령이 나왔었기에, 그 후에는 두 번째 여성 대통령이 되기를 강력하게 소원하였다. 특히나 어머니란 사람은 그 첫 번째라는 타이틀에 유달리 목숨을 걸었는데,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나오던 날에는 제 분에 못 이겨 그 화풀이를 자기 아들에게 했을 정도였다. 그래서 두 번째 여성 대통령이라도 자신이 꼭 되어야 한다는 강박증을 가지고 있었고, 그로 인해서 남편의 힘을 빌리고자 하였으나, 이게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으나 아버지 조차도 육군사관학교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장성으로의 진급이 좌절되어 끝내는 군문을 나와야만 했었다. 나중에서야 듣게 된 건데, 아무리 두 사람이 집 밖에서는 사람 좋은 부모 가면을 쓴다고 하지만, 안에서 세는 바가지 밖에서도 센다고, 휘하 부하들에게 인격 모독과 폭행 및 가혹 행위를 일삼고 하던 것이 적발되어 군법재판에 휘부될 뻔한 것을 스스로 군문을 나오게 된 것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아버지란 사람은 자신의 잘못은 늘 인정하지 않고, 그 대신 요즘 병사 새끼들은 옛날처럼 몽둥이가지고 개패듯이 패야한다는 둥, 휴대폰 싹 다 거둬서 외부랑 소통을 단절시켜야 한다는 둥, 의지가 약해서 그렇다는 둥 등의 발언을 입에다 달고 사셨다. 그래도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면 아무리 못해도 대령까지는 보장이 될 지언데, 중령도 아니고 소령 나부랭이에서 전역하게 된 것을 보면 출신 성분으로도 도저히 커버를 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저지레를 하고 다녔던 모양이었다.
아버지란 작자가 자신이 저지른 범죄로 군문을 나오게 되니, 집 안에서 늘 좋은 분위기가 날 래야 날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아버지 덕분에 장성급 장교의 남편을 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가지지 못하게 되어 허구한 날 부부싸움을 하기 일수였고, 그런 와중에 또 자식을 혼 낼때는 둘이서 의기투합하여 괴롭히기 일수였다. 자식에게 이럴진데, 아버지란 작자가 부대에선 어떤 인간이었을지 안 봐도 비디오였다. 그러니깐 육군사관학교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소령으로 전역할 수 밖에 없었겠지. 어머니는 아버지 덕분에 자신의 꿈을 좌절할 순 없다며 지역 내에 지방선거에 과감하게 출사표를 던지는 한 편, 더욱 자신의 아들을 가혹하게 대하였다. 아버지 만큼도 자식에게 무자비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 만큼은 언제나 어머니와 함꼐 일심동체였다. 그렇게 어머니인 자신을 위해서, 장차 이 나라의 위대한 두 번째 대통령이 될 자신을 위해서 그에 걸 맞는 자식이 되어야 한다며 가혹하게 몰아부쳤는데, 그 과정에서 전혀 예상치도 못한 둘 째가 태어났으니...
“... 어쩌면 원치 않던 자식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한다.”
“동생이 태어난 게...?”
“어.”
“그래도 자식은 하나보다 그래도 둘이 더 부려먹기 좋지 않겠느냐며 말하긴 하셨었는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갓 태어난 갓난아기 한 번 품에 안지 않는 것은 이 세상 어딜 둘러봐도 우리 부모밖에 없을 거다.”
“... 동생 애기때부터 젖병 물리고 재우고 돌본 건 오로지 내 몫이었어.”
“동생이 울면 부모란 것들은 달래기는커녕 나한테 화를 내고 주먹을 들어올렸지. 넌 동생 우는데 넌 뭐하고 있었냐면서.”
“정작... 정작 지들은 아무것도 안 했으면서...!
”
“애 온 몸이 그렇게 불덩이처럼 뜨거워서... 아파서 울고 있는데도...!!!”
“뭐...?!”
“지들은 그저 욕하고 때리고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손 놓고 있었던 주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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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ovelpia.com/viewer/3055272
15화입니다. 본편 올라왔구용. 링크를 타고 가셔서 나머지 읽어주시고 댓글과 추천 부탁드리겠습니당.
감사합니당.
말할 필요도 없지만, 굳이 소설에서까지 악인들에게 구실 만들어주고 싶진 않읍니당
앙헬, 오메가, 김지석 가정도 제대로 굴러갔을거라는 생각 들지 않긴한데 어땠을지 궁금하긴하네요. 인게임에 나올거같지는 않지만.
말할 필요도 없지만, 굳이 소설에서까지 악인들에게 구실 만들어주고 싶진 않읍니당
처음 덧글을 보충하자면, 걔네가 어떻게 자랐냐보다는 걔네가 가정은 제대로 꾸렸을지가 궁금하네요. 정신상태 생각하면 부모 역할 제대로 하기는 할지 의심되니.
결혼을 안했을 듯 하빈다 허헣...
이거 과거 이은석이 생각나네요. 아빠가 군인 출신에 엄마도 영부인이 되기 위한 목적으로 아빠랑 결혼해서 애까지 낳았는데 아빠는 대통령 못 되서 엄마는 화풀이로 자식들 괴롭히고....아빠도 그 폭력에 가담하고.... 그러다가 이은석이 나중에 폭발해서 망치로 둘다 죽인 사건이요......
모티브가 이은석 씨의 부모가 맞습니다. 결정적으로 하준이 육사 출신들을 싫어하는 계기기이도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