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거, 아무래도 제가 아는 사람일 것 같군요.”
“네????”
유미 소령의 말에 제4해병원정군 제4해병사단 리콘 제4대대 B중대 제4소대원들이 되물었다.
하지만 제4소대의 반응은 놀라거나 당혹감이 보여지는 반응이 아니었다. 오히려 유미 소령의 말에, 어이가 없고 얼탱이가 나간 듯한 그런 반응이었다. 거대 철충 괴수가 아는 사람이라니. 그리고 반대로 말하면, 이는 저 거대 철충 괴수가 사람이라는 소리이기도 하였다. 사뭇 진지한 얼굴로 거대 철충 괴수가 아는 사람인 것 같다고 말 하는 것이, 드라큐리나 중위는 혹시 그녀가 갑자기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우리에게 개그를 친 건가? 하는 의문마저 들 정도였다.
유미 소령의 말에 이건 뭔 댕댕이 소리인가 하면서 어색한 침묵이 흐르다가 먼저 정적을 깬 것은 드라큐리나 중위였다.
“마, 말도 안 됩니다, 소령님. 철충이 사람이랑 똑같은 뇌파를 뿜어내니깐 혹시 착각하고 계시는 거 아닙니까?”
“뭔 소리예요, 저도 모듈 제거했잖아요. 저도 뇌파 못 느껴요, 이제.”
“아, 그러셨지 참, 죄송합니다…….”
“…… 가, 아니잖아요!!!!”
“그럼 그거대로 더 이상하죠! 뭘 믿고 저게 사람이라고 하는 거예요????”
“저 철충 괴수한테서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거든요.”
“익숙한 목소리요?”
“잘 들어보세요. 에코가 잔뜩 껴서 눈치채기 힘드시겠지만, 분명 남자의 목소리가 같이 섞여있어요.”
유미 소령의 말에 드라큐리나는 자신의 뾰족한 두 귀를 쫑긋 세워서 거대 철충 괴수를 향하였다.
“으으으으- 젠장할!!!!!!!!!!!!!!!!!!! 어서!!!!!!!!!!!!!!!!!!!!!!!! 어서 움직이란 말이다!!!!!!!!!!!!!!!!!!!!!!!!!!!!!!!!!!!!!”
“오메가!!!!!!!!!!!!!!!!!!!!!! 대체 날 버리고 어디로 간 거예요!!!!!!!!!!!!!!!!!!!!!!!!!!!!!!!!!!!!!!!!!!!!”
“와, 진짜네요? 에코가 잔뜩 껴서 그냥 기계음인가 했는데 확실히 남자 목소리가 들리네요. 진짜 애절하게도 부른다, 정말.”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는 거죠?”
“저 거대 철충 괴수가 원정군의 최우선 목표인 다우드 알 누마리아인 것 같거든요.”
“같거든요, 라고 말씀하시는 거 보면 소령님도 확실치는 않으시단 말씀이시네요.”
“저도 사람이 철충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사례는 듣도보도 못했으니까요. 솔직히 반쯤은 제 추측이 틀리기를 바라고 있어요. 만약 제 추측이 맞아떨어졌다간 제가 알고 있는 상식에 개변이 와버릴 것 같거든요.”
“오메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이미 와버린 것 같네요.”
“이야, 근데 저렇게 애타게 부르는 것도 진짜 순애다, 정말. 아니 도대체 나 없는 사이에 둘이서 어디까지 진도가 나갔던 거야? 허, 참나.”
거대 철충 괴수, 그러니깐 일단은 다우드가 오메가를 애타게 부르짖는 모습을 보며, 유미 소령은 기가 찼는지 혀를 찼다.
“그럼 그 다우드 알 누마이라랑 레모네이드 오메가가 서로 사귀고 있었다는 말인가요?”
“제가 봤었을 땐 둘이 집무실 안에서 서로 부둥켜 안고 별의 별 생난리는 다 피우고 있었는걸요, 뭐. 저 없는 사이에 물고, 빨고, 넣고, 싸고, 볼장 다 봤을 지도 모르겠네요. 하기사, 제가 오메가 같아도 늙은 노계나 모시다가 젊은 남정네 보면 헤까닥 돌 것 것 같긴 하겠……?!?!?!”
“크흠!!!! 크흠!!!!…….”
“에????”
“소령님?”
유미는 순간 세인트 루이스에서 철충 신호 유도기를 설치했을 때 자신이 저지른 일이 떠올랐다.
자신도 오랜 세월을 성에 굶주렸던 짐승 아니었던가? 그래서 174번 고블린을 덮쳤었지 않았던가? 다른 건 몰라도 남자 문제로 자기가 오메가를 탓할 자격이나 있나 싶었다.
그래서 유미는 말하면서 순간 174번 고블린이 생각나 말 문이 턱-! 하고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선 괜히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려고 목에 뭐가 걸린 것 마냥 헛기침을 하였다. 다우드 알 누마이라는 최소한 멸망 전 사람이라 나이가 레모네이드 오메가보다 더 차기라도 했지, 태어난 지 겨우 한 달 밖에 안 되었을 애를 탐한 자신이야말로 도둑 놈이 아니고 뭘까?
이야, 나도 생각해보니 엄청 발랑까진 년이었구나.
“괜찮으십니까?”
“아, 아무것도 아니예요…… 신경쓰지 마세요.”
“근데 저러면 펙스는 족보가 어떻게 꼬여버린 거야, 대체.”
“아무튼 레모네이드 오메가의 순애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하고, 문제는 진짜 저기까지 어떻게 가죠?”
그 때였다.
- 삐비빅!!
“음? 뭐지?”
유미의 플레이트 캐리어 가슴팍에 달려있던 작전용 스마트폰 단말기가 울렸다.
단말기 거치대를 펼치고 터치패널을 밀자, 헤드셋으로 연결된 통화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셰퍼드로부터 걸려온 통화였다. 그것도 전장 한 복판에서 말이다.
- “아, 그 말하기 전에 이것부터 먼저 보여줄게, 한 번 봐봐.”
셰퍼드는 유미가 통화를 받기 무섭게 그녀의 야전 스마트폰 화면에 반복재생되는 짧은 영상 하나를 전송하였다.
무인 정찰기인 RQ-4 글로벌 호크에서 찍은 듯한 거대 철충 괴수의 확대 촬영 영상이었다. 거대 철충 괴수를, 정확히는 괴수의 발 부분을 집중적으로 짧게 촬영한 것을 반복재생하는 영상이었다. 철충 괴수의 영향 때문인지 영상이 지지직- 거리면서 촬영되어있었지만, 못 볼 정도는 아니었다.
- “저 괴수 때문에 무인 정찰기도 영향을 받은 건지 영상이 온전하게 다 안 찍혔어. 제대로 볼 수 있겠어?”
“문제 없어요. 이 정도야 뭐 적당히 걸러서 보지요. 영상이 긴 것도 아니고 그냥 짧은 반복재생 영상이니까요.”
“근데 이 영상을 왜 보내신거죠?”
- “그 영상에서, 괴수 녀석 발 밑을 자세히 좀 보겠어?”
- “저게 혹시 너가 말한 그 철충 신호 유도기인가 뭔가하는 장치야?”
“어, 네 맞아요. 한 번에 세 개씩이나 설치를 했네요? 누가 설치한 건진 모르겠다만.”
“이제보니 거대 철충 괴수가 저 철충 신호 유도기랑 연관이 있어보이네요. 맞나요, 제 말이?”
- “이야 역시 고독한 도시의 커리어 우먼.”
“‘차가운’ 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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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중 삽화로 사용되는 그림과 사진의 출처는 구글링과 핀터레스트입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일찍 끝낼 수도 있을 것 같군요.
자 이제 얼마 안 남았단다, 철왕자야.
차가운 유미가 따뜻해질 수 있도록 밀림이나 사막에 파견보내야겠군요.
차가운 유미가 따뜻해질 수 있도록 오메가랑 보... 읍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