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슬픔이 시를 쓰는 달
오월은 슬픔이 시를 쓰는 달
그래서 아무도 시를 읽지 않는 달
월세 내듯 꼬박꼬박 누군가 슬픔에 겨워 시를 쓰는 달
월세 받아먹듯 누군가 뒷주머니에 시를 구겨 넣고 읽지
않는 달
오월은 지난해 담가둔 오디주가 익어 저절로 시를 쓰는 달
오디주에 만취한 시인이 자동기술로 인민의 눈물을 시
로 읊는 달
그래서 자본주의의 개떼들이 취중진시를 물고 달아나
는 달
오월은 무력한 인민들의 눈물이 소리도 없이 피어올라
허공에 뭉게구름으로 흐르는 달
뭉개버리고 싶은 세상 위로 한가득 뭉게구름 흘러가는 달
오월은 뭉개구름이 무력 투쟁을 조직하는 달
얼빠진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단 한 번의 폭우로 쓸어
버리는 달
오월은 슬픔이 또 다른 슬픔을 선동하여 세상을 뒤엎어
버리는 달
슬픔이 아닌 것들에게 세상의 슬픔을 제대로 보여주는 달
아침이면 초록으로 돋아나는 작은 숲을 방패로 삼고
세상을 향해 반짝이는 햇살의 화살을 당기는 달
슬픔이 슬픔의 아름다움으로 슬프게 승리하는 달
오월은 오랜 슬픔이 끝까지 남아 도청을 사수하는 달
눈 속을 여행하는 오랑캐의 말
박정대, 달아실시선 0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