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에서 2000년에 드캐용으로 발매했던 게임입니다.
플레이해보신 분이 그리 많지는 않을거라 생각되네요.
이제는 구하기가 참 애매해진 소프트 중 하나인데다가..
게임 자체가 대중적으로 환영받을 만큼
예쁘고 발랄한 내용이 아니었으니까요(-ㅂ-)a
'마인드 RPG'라는 애매한 장르명을 달고 출시됐던 게임이었지요.
저같은 경우엔 그 알쏭달쏭한 장르명에 끌려 덜컥 구입했었습니다.(-_-;)
사실 실체를 알고 보면 RPG라기보다 'RPG의 전투시스템을 채용한 어드벤쳐'에
가깝습니다.
시점이 일인칭이라 게임중 주인공 캐릭터의 모습을 볼 일이 거의 없습니다.
오프닝과 엔딩 정도일까요.
'360도 스피어시스템'이라는 게 있는데
저것도 말을 거창하게 써놔서 그렇지 그냥
캐릭터가 바라보는 시점을 360도 회전시켜서 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3D 풀폴리곤 게임이 난무하는 요즘 기준으로 보면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 기능입니다만, 이런 시스템을 폴리곤 모델로 구현한게 아니라
한장의 배경 CG로 구현했다는 점이 특이한 점입니다.
캐릭터 조작방식도 좀 특이합니다.
필드에서 직접 캐릭터를 조작해서 자유롭게 이동하는 방식이 아니라,
방향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다음 지점까지 이동되면서
이동 과정이 동영상으로 재생되는 방식이었지요.
덕분에 이동할 때마다 로딩의 압박이 만만치않았습니다.
(생각해보니 비슷한 이동방식을 채용한 게임으로
새턴용 후방 소프트 '헌티드 카지노'가 있군요)
게임 내용을 보면..
실로 아틀라스 게임다운 설정입니다만
대규모 전쟁으로 인한 체제 붕괴 후의 근미래에
민중을 지배하는 거대 종교집단이 존재합니다.
주인공은 그 종교집단의 무장단체에 소속된 에이전트같은 존재이고
'마인드'라고 불리는 정신능력을 사용해 불순분자를 암살하거나
정보를 수집하거나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설정상 주인공이 타인의 마음을 읽거나 정신을 붕괴시키거나
하는 능력을 갖고 있어서 이 부분의 플레이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특히 마음을 읽는 능력은 게임을 진행해 나가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지요.
게임중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면
화면 위에 그 인물이 생각하고 있는 문장이 나타납니다.
잠시 떠오른 생각, 남모르게 숨기고 있는 비밀,
엉뚱한 상상 등 '남의 마음 속을 엿본다'라는 감각이
살아있었지요.
생각의 종류에 따라 문장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점멸하기도 하고 화면가득히 도배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효과가 멋지게 느껴지더군요.
이 게임에서의 전투는 현실세계가 아닌
정신세계에서 싸우는 것을 말합니다.
'마인드'라고 불리는 소환수같은 것을 소환해 전투를 수행하는데
마인드의 소환방식이나 전투방식이 데빌사마나 시리즈의
그것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같은 제작사의 게임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겠습니다만)
정신세계에서 싸우는 것이다보니,
일반적인 RPG와는 장비체계가 상당히 다릅니다.
정신내성을 높이기 위해 코에서부터 체내로
흡입하는 '선충(線蟲)'이라는 걸 사용하는데
이 선충의 생김새가 진여신전생3 초반부 동영상에 등장하는
마가타마와 닮았습니다. 억지끼워 맞추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관점으로 보니 꽤 흥미롭더군요.
캐릭터 디자인..은 그로테스크합니다.
보편적인 미적 감각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다지 유쾌한 마음으로
볼 수 없는 디자인들이 대부분이지요.
그나마 정상적인 인간의 외견을 가진 캐릭터들도
생김새가 대략 아스트랄해서.. 호러영화에 나오는 밀랍인형같은
느낌입니다. 게임의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여러 가지로 특이한 점도 많고 불편한 점도 많은 게임이지만
2년전에는 상당히 재미있게 몰입해서 즐겼던 기억이 나네요.
시종일관 암울함을 유지하는 스토리와
남의 마음을 읽는 주인공이라는 설정,
데빌사마나와 얼추 비슷한 전투가 어필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쓰고보니 두서없는 소감이 상당히 길어졌네요.(-_-;)
정리하자면,
장점은 마인드 탐색이라는 참신한 시도가 주는 재미와
데빌사마나식의 박진감 있는 전투시스템,
단점은 이동시 로딩의 압박이 매우 거세다는 점과
이동 자체가 불편한 방식이라는 점,
그래픽의 디자인 센스가 상당히 아스트랄하다는 점
(사실 그래픽 센스만으로 보면 쿠소의 냄새가 꽤 납니다 -_-)
등이 되겠군요.
스토리와 배경의 암울함은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니
어느 한쪽이라고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전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일본어가 어느정도 되고,
암울한 세계관과 데빌사마나식 전투를 좋아한다는
분에게는 해볼만 하다고 추천합니다.
반면에,
답답하고 부자유스러운 이동을 극단적으로 싫어한다거나
예쁘고 멋진 캐릭터가 아니면 할 맛이 안난다거나
일본어의 압박을 느끼면 짜증난다 하시는 분에게는
비추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