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LTI] 절박하게 쏟아붓는 맹공처럼, 퍼스트 버서커: 카잔

| 제목 | 퍼스트 버서커: 카잔 | 출시일 | 2025년 3월 28일 |
| 개발사 | 네오플 | 장르 | 액션 RPG |
| 기종 | PC / PS5 / XSX&S | 등급 | 미성년자 이용불가 |
| 언어 | 자막/음성 한국어화 | 작성자 | Sawual |
※ 본 리뷰는 PC 스팀판 플레이에 기반하며, 스포일러 방지를 위한 엠바고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 소울라이크 또는 절박한 액션이라는 트렌드
어떠한 분야가 발전하면서 그 다양성과 발전 방향이 넓게 발산하고 때로는 다시 한점으로 수렴하는 현상은, 거듭되고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우리의 일상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만 하더라도 여러 제조사들이 경쟁, 또 수용하면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가 또 서로 닮은 형태가 되는 등의 양상을 예로 들 수 있다. 즉, 학문의 발전이 정반합으로 이루어지듯, 게임의 발전도 무한히 정반합을 반복하는 과정이다.

최초의 고난이도 액션 RPG는 아니지만, 이 모든 트렌드의 시작
모든 추종은 원본을 그대로 복사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처음에는 모든 디테일, 모든 세부 요소를 그 장르, 또는 경향성의 정체로 보는 경우도 많이 있다. 하지만 정반합의 발전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핵심으로 삼는 범위는 점점 더 좁아지고, 독자적인 창작을 더하면서 세부적인 요소들의 존재 여부보다는 그 기초적인 스탠스, 스타일, 또는 방향성으로 장르가 정의되게 된다. 한때 로그라이크도 골수 로그 팬들이 성서처럼 떠받든 로그라이크 계명이 있었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그 모든게 유효한 이야기라고 보기 어렵다고 할 수 있듯이.
그리고 최근에 등장하는, 흔히들 대중이 소울라이크라고 이야기하는 게임들은 이 단계에 와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스스로 소울라이크라고 칭하며 원전에 대한 존중을 표하거나 어떻게 말하면 그 시류에 편승하려고 했던 작품들이 있었다면, 이제는 굳이 그렇게 이야기하기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게임 요소로서 스스로를 정의하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모든 추종자, 또는 아류들이 ‘소울라이크’ 에서 탈피하는데 집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소울’ 은 오래전 멈춘 철마가 아닌 지금도 달리고 있는 폭주기관차였고, 이미 달리고 있는 열차를 그저 따라가기만 하는 패스트팔로워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선 자신만의 철로를 깔고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많은 안티테제들이 발산하게 된다.
그 때문에 이 ‘절박한 액션’ 의 트렌드는 그 어떤 사조보다도 더, 세부 요소보다는 가치관과 스타일, 태도 그 자체에 집중했다. 이제부터 우리가 대체로 공유하는 ‘소울라이크’ 라는 느슨한 테투리가 형성된다. 어떤 세부요소로 확실하게 구분지을 수 없었기에, 대충 그 뭐시기 비슷한거, 라는 식으로 분류하기 시작한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소울라이크의 개념, 테두리는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메트로바니아의 순환식 레벨 디자인이 필수라고 할 것이고, 누군가는 패링이 필수라고 할 것이다. 또는 공격 수단은 오로지 약공과 강공만 있어야 하고, 회복 수단은 제한적이어야 하고… 이렇게 하나씩 나열하다보면 세상에는 수천가지의 저마다 다른 ‘소울라이크’ 가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바로 현재 시점으로 와서,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소울라이크’ 라는 명칭과 분류는 점점 부정되고 해체되기 시작한다. 좀더 포괄적으로 이들 게임을 한데 묶어 분류하려는 노력과, 보다 근본적으로 왜 이들 게임이 한데 모여야 하는지 그 자체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새로이 제작되는 게임들도 굳이 소울 시리즈의 후광을 빌리지 않으며, 이미 게임산업에 안착한 이러한 ‘절박한 액션’ 에 대한 수요에 보다 일반적인 수사와 표현으로 어필한다. 즉, 거시적으로 보자면 이러한 과정 자체가 정반합이며, 현재는 반에서 합으로, 안티테제에서 진테제를 구하는 과정에 있다.
■ 누구? 카잔? 솔직히 이름만 들어봤는데…
‘카잔’ 의 이야기는 ‘던전 앤 파이터’ 원작에서 약 800년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이 게임의 이야기는 카잔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이미 ‘던전 앤 파이터’ 에서 어느정도 이야기의 실마리들을 구축해놓은 상태이기에, 마치 역사서에 한줄 밖에 적히지 않았던 실제를 직접 확인하는 듯한 느낌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단지 그러한 역사에서 ‘카잔이 모종의 이유로 처형당하지 않고 살아남았다면?’ 라는 if 스토리로 나아간다.
원작에서는 죽었어야 하는 카잔이 살았다면?
기본적인 소재, 서사 흐름은 어찌보면 왕도적인 복수극이며,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카잔의 육신을 노리는 블레이드 팬텀과 복수를 원하는 카잔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공생하지만 목표의 일치를 이루면서 카잔의 복수극을 완성하는 이야기다. 굳이 크게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소재다. 이 게임은 서사적으로 비극을 표방하고 있다. 이야기의 축이 되는 주변인물마다 그 누구도 행복한 결말을 맺지 못한다.
이 게임의 서사는 기본적으로 비극이다.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카잔의 이야기도, 사이드 미션에 등장하는 변두리 서사도 그렇다. 누구 하나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지 못하며, 약간의 희망은 곧 고문이 된다.
다만 카잔의 복수대상, 그리고 복수의 원인이 이러한 간접적으로 표현되는 양상 때문인지는 몰라도 다소 두루뭉술하게 느껴지는 점은 아쉽다. 중간에 블레이드 팬텀이 끼어들고 게임의 목표를 명확히하는 과정에서 ‘복수의 대상’ 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기 때문이며, 사실 중반까지는 복수극이라는 느낌이 약하기도 하다.
물론, 스토리텔링이 모두 적절하거나 또 최적의 방법으로 구성되어 있지는 않다. 카잔과 블레이드 팬텀을 중심으로 한 서사는 동기부여를 위한 수단에 가까우며, 주변인물이나 사이드 퀘스트에서 보여지는 변두리 서사는 전달과 묘사를 시도하고 있지만 그렇게 체감이 크지는 않다.
그러다보니 비극적인 이야기를 묘사하고 있지만 감정적 카타르시스가 부족해진다. 비유하자면 ‘천진난만한 비극’ 이라고 할 수 있다. 본래 비극의 추락이 극적으로 느껴지려면 그 이전의 희망, 또는 행복이 있어야 한다. 탑을 공들여 쌓아야 부술 때 임팩트가 큰 법. 그러나 사이드 미션은 그런 공들여 탑을 쌓기가 어렵고, 그런 약점을 고스란히 노출한다.
개인적으로는 게임의 감정선 묘사들이 좀더 구체적이고 진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더 강렬한 대사, 직접적인 표현으로 카잔의 심정과 목적의식을 부여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이정도면 알아들었지? 라는 느낌으로 넘어가는 부분이 많으며, 대부분 스토리에 대한 의문은 그 점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 미션제의 필드 구성, 보스로 끝나는 모든 미션들
‘카잔’ 은 챕터 2 이후 경계의 틈이라는 허브를 제법 빠르게 열게 된다. 이 허브는 게임 플레이의 중심이 되어준다. 2중 구조로 된 경계의 틈은 저승의 존재들이 머무는 영역과 이승의 존재들이 머무는 영역으로 나뉘며, 향후 다른 지역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초기지가 되어준다.
크게 보면 4개의 지역이 있고, 이를 담당하는 포탈이 하나씩 있지만 결국 필드는 미션에 따라 구분되기 때문에 일종의 스토리라인에 따라 배경이 바뀌는 것이고, 같은 지역이라면 어떤 테마를 공유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들도 존재한다.
허허, 대들보 타기라니
이를 위해 이미 널리 선보인 장치들이 많이 등장한다. 사다리는 기본이고, 존재하는 기물을 파괴해 만드는 통로, 숨겨진 벽이나 문, 버튼식 승강기, 한쪽에서만 열리는 잠긴 문 등등, 익숙한 요소가 많다. 물론 그중에서는 이 게임에서만 보이는 장치도 몇 개 있다. 카잔이 그냥 점프하면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울타리를 넘지 못한다거나 고저차를 이용해 일방 진행을 강제하는 것 등도 익숙하다.
이러한 익숙한 기본 구조와 장치들로 인해, 필드의 감각은 확실히 다른 게임과 유사하다. 하지만 독자적인 구성을 가지려고 노력한 부분도 종종 보인다. 대략적으로 나누자면, 필드의 1/3은 이미 소울라이크에서 많이 쓰인 구조를 그대로 본딴 것, 1/3은 기존의 구조를 변용해서 만든 것, 그리고 1/3 은 자신만의 방법론으로 새롭게 구현한 것 정도의 비중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스테이터스 성장 방식은 익숙하다
한가지 특징이라면 ‘카잔’ 의 필드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필드에 배치된 몬스터를 무시하고 달려나가는걸 강력히 방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을 열거나, 레버를 조작하거나 할 때에는 무적이 되기는 하지만, 전투 중에는 귀검과 상호작용할 수 없고, 버튼식 승강기도 작동하지 않으며, 몬스터는 한 번 인식한 적은 자신이 물리적으로 도달할 수 없는게 아니면 끝까지 쫓아온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대부분의 몬스터는 사다리를 타지 못하고, 고저차를 심지어 아래로도 극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독 늪까지 본받기를 바라지는 않았어요
사이드 미션으로 가면 메인 미션보다 훨씬 짧은 길이 내에서 꽤나 파격적인 구성을 취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예를 들어 어느 사이드 미션은 맵에 설치된 포탈로만 구역과 구역을 오갈 수 있으며 새 구역에 진입할 때마다 디펜스 전투를 치뤄 이겨내야만 다음 구역으로 진행할 수 있다. 어느 사이드 미션은 맵 자체는 쭉 뻗은 아주 짧은 성벽일 뿐이지만 다른 사이드 미션에는 한마리 정도 등장할까 싶은 엘리트 몬스터 3마리가 연달아 배치되어 있으며 이들을 모두 격파하며 나아가야 한다. 심지어는 보스전조차도 메인 미션과 달리 크게 다른 구성을 만들고자 한 노력이 보이기도 한다. 두마리가 나오기도 하고, 페이크 보스 다음에 진짜 보스가 깜짝 출연하기도 하는 등, 사이드 미션에서 이 게임의 레벨 디자인이 빛을 발한다.

필드 플레이를 보았을 때,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귀검과 귀검까지의 거리, 그 중간의 몬스터 배치, 장치의 적절함 같은 부분이 조금씩 아쉬운 구간들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그리고 몇몇 필드는 길을 개척하는 것 자체로 재미있다고 볼 수도 있고, 전반적으로는 꽤나 합리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본다.
정리하자면 레벨 디자인, 전체적인 필드 플레이는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합격점이다. 이미 널리 쓰여 익숙한 요소도, 새로운 요소도 잘 섞여있고 긴 모험이 되어야 하는 메인 미션과 짧지만 굵은 체험을 강조해야 하는 사이드 미션이 각자 영역을 잘 구축했다.
■ 명확한 액션, 높은 시인성과 반복숙달을 통한 극복의 탁월한 재미
카잔의 전투는 높은 직관성을 바탕으로 공격과 방어를 주고 받는 일종의 소프트한 턴제 같은 느낌을 준다. 플레이어의 방어 능력은 굉장히 좋다. 직전 가드, 직전 회피의 판정은 타 게임에 비하면 꽤 합리적이고 찰떡 같은 타이밍으로 접수를 잘 해주는 편이며(즉 피드백이 좋으며), 공격도 약공과 강공에 액티브 스킬을 섞은 콤보를 무기마다 몇가지 가지고 있어 호쾌한 전투를 표현해낸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되면 패턴이 단조롭고 전투의 양상이 정직한 턴 주고 받기로 흐르게 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 부분을 ‘카잔’ 은 보스전 전체를 어떤 하나의 플로우로 흐르게 하고, 플레이어의 공방이 매우 쉽게 전환되며 전투의 페이스 자체를 크게 끌어올리는 것으로 방지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보스전이었던 트로카
예시로 들기 좋은 보스인 트로카로 설명해보겠다. 트로카는 기본적으로 원거리 패턴이 더 많은 마법사형 보스다. 유도탄 3연사/유도탄 난사/횡 점프 후 파동 3번 등 여러 패턴을 가지고 있지만, 입장 후 사용하는 개막 패턴은 2번째까지는 고정이며, 3번째에서는 트로카와 플레이어의 거리에 따라 둘 중 하나를 고른다. 거리가 멀다면 횡 점프 후 파동 날리기를 3번 연속 가하고, 가깝다면 플레이어 발 밑에 폭발하는 장판을 설치한다. 이후에는 이렇게 정직한 순서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거리 조절에 따라 어떤 패턴을 쓸지 두세가지 내에서 예상할 수 있다.
사이 페이즈가 지나면 이제 다른 패턴을 쓰기 시작한다. 이전의 패턴을 조금 섞기도 하지만 대체로 우산 돌진/점프 후 검기 3연사/2연사 가 이때 주로 보게 되는 패턴이다. 우산 돌진과 검기 3연사는 카운터 돌진으로 이어지기에 카운터 준비를 해야 하며, 2연사 후에는 바닥에서 튀어나와 바닥을 터트리기 때문에 회피해야 한다.
2페이즈의 패턴을 한차례씩 쓰고 나면 이제 다시 1페이즈의 패턴을 주로 사용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또 체력이 40% 정도 남으면 사이 페이즈를 쓰고 2페이즈로, 그리고 10% 대에서도 반복한다.
초반의 벽, 바이퍼
또다른 대표는 이 게임에서 가장 어려운 보스였던 말루카가 있다. 말루카는 이 게임에서 니 턴도 내 턴을 주장하는 몇 안되는 보스 중 하나다. 그만큼 공격 패턴이 굉장히 빡빡하며, 회피와 가드 중 명확하게 선택하지 않으면 큰 피해를 입는다.
이러한 특성 탓에, 각각의 패턴이 이해 자체가 어렵거나 대처법을 알 수 없을 만큼 난해한 경우는 별로 없다. 다만 알더라도 상대하기 어려운 패턴들이 가득할 뿐이다. 그래서 이 패턴들의 흐름, 그리고 대처를 몸에 새겨 익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즉 리듬 게임에서 채보를 익히듯, 보스마다 다른 전투의 박자감과 패턴의 속도, 그리고 각 패턴의 흐름을 계속해서 보고 경험하며 반복숙달을 하고, 마침내 완전히 익숙해지면 상대의 패턴을 파훼하며 노련하게 싸우는 재미가 폭발하게 된다. 적의 패턴을 하나하나 받아치고, 빈틈을 노려 콤보와 스킬을 우겨넣어 공격한다.
■ 무엇을 써도 깊이를 보장하는 무기
이를 뒷받침하듯 3개 무기는 매우 큰 개성을 지니고 확연한 스타일의 차이를 보이며, 공격 루트의 다양화로 소위 말하는 ‘패는 맛’이 굉장히 각별하다.
실제로 플레이하게 되면 세 무기, 그리고 테크트리에 따른 플레이 스타일 차이가 매우 크게 벌어지며 하나하나의 무기를 매우 재미있게 플레이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이 게임을 하면 여러가지 무기를 쓰면서 자신에게 가장 잘맞는 무기, 그중에서도 공격 루트가 마음에 드는, 또는 방어 수단이 마음에 드는 무기를 고르게 된다. 하나의 전투 스타일을 선택하게 되면 또 이를 매우 딥하게 파고들게 된다.
성장 요소는 많이 준비되어 있다. 체감도 굉장히 강력하다
그 자체로 굉장히 아드레날린을 뿜어내며, 분명한 표현으로 적의 패턴을 알아보기 쉽고 공격과 수비의 전환이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게임이다보니 전투가 재미가 없는 순간이 없다. 그야말로 몰입, 극한의 몰입이다. 그동안 소위 ‘소울라이크’ 에서는 공격수단에 어느정도 제한을 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애초에 원전부터가 ‘구평’ 으로 대표되는 단순하지만 어려운 액션의 대표주자였다. 하지만 ‘카잔’ 은 그보다 복잡하고 딥한 전투체계를 추구하면서도 무기를 3개로 제한하되 그 안에서 여러 선택지를 주어 플레이어가 적응하기 쉽고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 파고들기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 잘 보인다고 쉽다는건 아니에요, 보스
기본적으로 이 게임의 전투는 패턴을 무시하고 딜로 밀어버리는 방식은 불가능하다. 보스의 패턴 자체는 매우 강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각의 패턴이 명확한 약점을 가지고 있고, 또 스태미나 시스템이 2가지 방식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서로의 자원을 관리하며 견디고 카운터치는 재미가 더 살아난다.
지금 때릴까? 반박자 늦게 때릴까?
이를 바탕으로 기본적인 전투 전략을 가져가고, 그리고 각각의 보스가 가진 공격과 방어 패턴을 하나씩 익히면서 내 전략을 구체화하게 된다. 앞서 설명했듯 모든 보스는 어느정도 소프트 페이즈를 가지고 있다. 기준은 당연히 체력이겠지만 대체로 그 페이즈들은 기력을 소진시켜서 그로기를 만들고 난 후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인상적인 보스들이 많이 있었다. 랑거스나 말루카처럼 난이도 때문에 입에서 육두문자를 뱉게 만드는 친구들도 있다. 스칼펠처럼 기존의 보스전과 완전 다르게 진행되는 케이스도 있다. 요는 각각의 보스가 그들의 패턴을 파악하고 내 전략을 구체화하는 과정이 모두 흥미로울 만큼 잘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보스전은 이런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플레이어의 전투 능력을 깊게 파고들어야 하는 만큼 그만큼 맛깔난 스파링 상대, 접수 잘해주는 WWE 가 되어야 하는데 충분히 그만큼의 디자인을 하고 있다.
스칼펠은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구성상의 아쉬움은 소위 말하는 무투파 보스와 마법사 계열의 보스가 다소 편중된 순서로 등장하고, 또 난이도 체감이 일률적으로 상승하기보다는 중반부에서 피크를 찍고 하강하다 최종전에서 피크를 찍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초반-중반은 모두 무투파나 야수가 차지하고 있으며, 후반부는 마법사 계열이 다수 등장한다. 때문에 어느정도 반복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메인 보스는 총 16개이고 모두 필수 보스이며, 사이드 보스까지 합치면 전체 미션이 40개 이니 그정도 된다고 보면 된다. 즉, 보스의 물량이 부족하다고 느끼지는 못했고, 내가 익히고 추구해온 전투 스타일을 얼마든지 마음껏 펼쳐볼 수 있는, 대신 매우 어렵고 각별한 보스전들이었다.
■ 강화 요소들
이 게임에는 여러가지 강화요소가 등장한다. 5종의 스테이터스는 너무 기본적인 부분이니 넘어가자면 가장 기초는 장비들이다. 무기 슬롯 외에도 5개의 갑옷 슬롯, 2개의 장신구 슬롯이 있으며 장비들은 세트 아이템 시스템으로 돌아가기에 8개 슬롯에 슬기롭게 세트를 배치하는게 관건이다.
세트 아이템이 부여하는 효과 중 새로운 스킬들은 정말 강력하다
말그대로 사기템을 팔지만, 사는게 쉽지는 않다
이 세트 아이템의 종류가 여느 MMORPG 처럼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게임을 엔딩까지 달리면서 이것저것 써보기에는 충분히 괜찮은 수량이 등장한다.
종종 도감에서는 말도 안되는걸(하지만 되지) 요구한다
그리고 장비를 강화하는 방식이 다소 불편하다. 각 장비에는 보조 옵션들이 달려있고 이를 인게임 재화로 리롤하면서 최적의 옵션을 맞추는 방식인데, 반면 이미 착용하고 있는 장비의 레벨을 강화하려면 그보다 더 레벨이 높은 다른 장비를 먹여서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 그러나 관련 인터페이스가 다소 불편해서 일괄적으로 먹일 수 없고 한번에 하나씩, 만약 10번 업그레이드를 하려면 일일히 10번을 다 장비를 선택해서 먹여줘야 하고 메뉴 의 가시성도 좋지 않다. 마지막으로 재료도 장비 분해로 얻는데다 이런 강화 방식 때문인지 장비를 정말 많이 얻는데, 이 때문에 인벤토리는 항상 장비의 홍수가 난다.
기억은 대충 참잘했어요 도장으로 생각하면 쉽다
장비 계승은 기능적으로 좀 불편한 감이 있다
조력의 영혼과 팬텀은 설정을 살린 강화 도구들이다. 팬텀은 진행하며 다양하게 얻을 수 있다
아무튼 간에, 조력의 영혼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각각의 보스마다 크게 달랐다. 기본적으로 조력의 영혼은 강화를 제때 하지 않으면 각 보스전에서 제역할을 해내지 못하는데다, 그 역할도 소울 시리즈의 백령들보다는 확실히 약하다. 강인도가 낮은 보스를 상대할 때에는 확실히 어그로를 끌어주고 자세를 무너뜨리는데 도움을 주는 조력의 영혼이 유용했지만 광역기가 많거나 기동성이 좋을 경우엔 쉽게 무력화되는 경우도 많았다.
플레이어의 강화 수단은 여러가지가 있고, 이 수단이 플레이어가 빌드를 첨예하게 깎고 자신의 전투를 고도화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다만 각각의 부분에서 하나씩 아쉬운 부분이 있다. 세트 아이템과 장비는 앞서 설명한 단점들이 있고, 조력의 영혼은 그 위력은 적당한 듯 하지만 강화, 파밍 방법이 이게 최선인가 하는 느낌이 다소 든다.
■ 리얼리스틱은 아니지만 미감과 퍼포먼스를 보장하는 비주얼
이 게임은 카툰 렌더링의 느낌을 주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흥미롭게도 캐릭터들은 그런 느낌이 강하지만 배경은 카툰 느낌을 뺀 경향이 강하고, 또 필터를 많이 사용하여 분위기를 연출한다.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으나 게임 자체의 비주얼이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 결론 - 전투의 재미를 아주 뾰족하게 깎아낸, '절박한 액션' 에 대한 또다른 답변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길게 했음에도 여전히 더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도감, 회차 플레이, 더 많은 수집요소, 스토리에 대한 해석 등등. 하지만 그걸 다 적다보면 정말이지 어지간한 논문을 넘어갈지도 모르니 여기서 결론을 내리고자 한다.
스토리는 ‘던전 앤 파이터’ 의 IF 스토리로 흥미롭게 출발하지만 전개 과정에서 아쉬운 부분이 부각된다. 비록 기본 구조는 괜찮고 다채로운 사이드 미션과 각 인물에 대한 조명으로 심화시키고자 한 부분이 엿보이나 기초적인 대사의 전달력, 감정 묘사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탓에 의아한 부분이 있으며 완전히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작 설정에 통달해야 한다. 사이드 미션에서의 사변적인 이야기들도 좀더 노련하게 다루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카잔’ 이 이뤄낸 소기의 성취는, 이전 ‘P 의 거짓’ 과 ‘스텔라 블레이드’ 가 그러했던 것처럼 한국 게임사에서도 액션의 훌륭한 재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는 사실이다. 사실 한국 게임계도 액션 게임을 오랫동안 만들어왔으나 이는 대부분 온라인이라는 틀과 제약 안에서 이루어졌다.
어려운 전투를 좋아한다면, 특히 그중에서도 깊숙한 몰입 속에서 물흐르듯 아드레날린을 쏟아내는 전투를 하고 싶다면 ‘퍼스트 버서커: 카잔’ 은 매우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비록 모든 면에서 완벽한 게임은 아닐지라도(그런 게임이 있기는 한지 모르겠지만), 전투의 뾰족함 만큼은 그 어떤 게임에도 뒤지지 않는다.
▶긍정적
- 기력공방을 모티브로 구현한 최고의 고난이도 전투 재미
- 여러 패턴을 시도한 보스전, 극복의 카타르시스
- 세트 아이템과 무기 스킬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빌드
▶부정적
- 전달력이 다소 아쉬운 스토리텔링
- 인벤토리, 장비 관련 기능에서의 불편함
- 디자인적으로 아쉬운 몇몇 보스
작성 / 편집: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