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선수들이 13일 열린 노르웨이와의 유로2020 예선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뒤 골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스페인은 이날 경기에서 소속팀이 모두 다른 선수들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이는 스페인 축구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유럽축구연맹 홈페이지 제공
세르히오 라모스가 168번째 A매치 출장으로 스페인 최다 출장 신기록을 세운 지난 13일 스페인-노르웨이의 유로2020 예선전에선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기록이 만들어졌다.
스페인이 소속팀이 모두 다른 선수들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한 것이다. 스페인 축구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스페인 대표팀은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을 주축으로 구성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의 경우 바르셀로나 출신 7명, 레알 마드리드 출신 3명, 비야레알 출신 1명으로 선발 라인업이 짜여지기도 했다.
대표팀에서 소속팀의 다양성이 높아진 것은 스페인 축구의 뎁스(선수층의 깊이)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한편에선 스페인 축구의 하락세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노르웨이와 스웨덴 2연전에 대비해 구성된 스페인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대표 선수를 배출한 구단은 4명의 비야레알이었다. 비야레알은 현재 리그 11에 처져 있는데도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보다 많았다. 레알 마드리드는 라모스와 카르바할 등 2명, 바르셀로나는 부스케츠 한 명을 보내는 데 그쳤다.
이는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에서 대표팀에 부를 만한 선수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바르셀로나에서 올 시즌 베스트11으로 꾸준히 기용되고 있는 스페인 대표급 선수는 피케와 부스케츠, 알바 정도에 불과하다. 피케는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고, 알바는 부상중이다. 레알 마드리드도 라모스와 카르바할 정도를 제외하면 주전급 스페인 선수를 찾기 힘들다. 이런 대표팀의 파편화는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서로간의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끈적끈적한 팀워크를 만드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바르셀로나나 레알 마드리드 출신 선수들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스페인 대표팀의 척추가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유로2020 F조에서 스페인이 6승1무로 여유 있는 선두를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르카가 “인정하기 힘들지만 스페인의 영광의 시대는 저물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는 이유다. 마르카는 ‘스페인의 새롭고도 냉혹한 현실’이라는 기사를 이렇게 마무리했다.
“스페인이 유로2020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릴 후보 중의 하나일지는 모르지만, 유력한 우승 후보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