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 알렌 브랙 신임 대표가 말하는 블리자드의 미래
지난 10월, 장장 27년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를 이끌어온 ‘마사장’ 마이크 모하임이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앨런 애드햄, 프랭크 피어스와 함께 블리자드를 공동 설립하고 이제껏 키워온 입지전적인 인물이기에 팬덤이 느끼는 충격은 더욱 컸다. 다소 갑작스러운 퇴진인만큼 갖은 추측이 난무했지만, 마이크 모하임은 블리즈컨 2018 무대에서 제이 알렌 브랙 신임 대표와 따스한 포옹을 나누며 그 모든 소문을 불식시켰다.
이제 블리자드라는 거대한 함선의 조타기는 제이 알렌 브랙에게 돌아갔다. 수년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총괄 디렉터로 뭇 게이머와 만나온 그는 앞으로 한 게임이 아닌 블리자드 전체를 대표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선장은 곧 새로운 항로를 의미한다. 블리자드가 앞으로도 성공적인 항해를 이어갈지 불행히 좌초될지는 온전히 제이 알렌 브랙의 결정에 달린 셈. 과연 야심 찬 신임 대표는 어떤 위대한 항로를 그리고 있을지, 블리즈컨 2018에서 그를 만났다.
● 마이크 모하임 前대표는 e스포츠에 애정이 매우 컸는데 이러한 기조는 유지될까
: 나 역시 ‘스타크래프트 2’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오버워치’ 등 여러 e스포츠를 좋아하고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한국에 수많은 뛰어난 선수들이 우리조차 생각치 못한 플레이를 펼치는 모습에 감명을 받곤 한다.
● 한국이 어떻게 이렇게 e스포츠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었다고 생각하나
: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다. 개인적으로 추측하자면 한국 플레이어들이 다른 어떤 국가보다도 게임에 대한 열정이 뜨겁기 때문 아닐까. 그러한 마음가짐이 e스포츠의 기반이 된다고 생각한다.
● 한국에서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 중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초창기부터 보호자가 아이의 게임 시간을 제한하는 기능이 존재했다. 만약 다른 게임에서도 이러한 방식이 필요하다면 그에 걸맞은 방식으로 적용하게 될 것.
● 금번 넷이즈 ‘디아블로 이모탈’ 협력처럼 앞으로 타사와 IP 제휴를 계속할지
: 넷이즈와는 거의 10년 가까이 파트너십을 맺어오고 있지만 ‘디아블로 이모탈’의 경우 어디까지나 블리자드가 주된 개발을 담당했다. 당장은 딱히 IP 제휴할 업체를 찾고 있는 상황도 아니고.
● 신임 대표로서 VR(가상현실)이나 AR(증강현실) 같은 신기술에 투자할 계획인가
: VR과 AR이 미래에 중요한 기술이 되리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곧장 우리가 뭔가를 만들 계획은 없다. 블리자드는 얼리어답터라기 보다는 어떠한 장르나 기술이 무르익었을 때 나름의 방식으로 다듬고 재해석하는데 장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 액티비전 게임들이 배틀넷에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외부 게임에도 개방할 의향이 있나
: ‘데스티니 가디언즈’와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4’가 배틀넷에 들어온 것은 큰 영광이고 커뮤니티도 지지를 보내고 있어 고무적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더 많은 게임이 입점할지 고민해야할 지점에 도달한 것은 사실이나 아직까지 답하기는 어렵겠다.
● 개발자로 참여하던 과거의 블리즈컨과 올해는 여러모로 체감이 다를 텐데
: 맞다. 가장 큰 차이는 긴장감이 엄청나다는 거다. 개발자로서 이러한 큰 무대에 서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지만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하는 대표의 책임감은 더욱 무겁다. 예전에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디렉터로 내 게임에만 신경쓰면 됐는데 이제는 블리자드를 최우선에 놓고 일하는 중이다.
● 블리자드라는 큰 조직을 이끄는데 있어 前대표와 다른 나름의 방향성이 있을 텐데
: 마이크 모하임은 단순한 전임자가 아니라 나의 친우다. 그는 개발자 중심의 게임사를 만드는데 큰 노력을 기울였고 오늘날 블리자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우리 모두의 궁극적인 목표는 블리자드라는 조직이 우리 자신보다 더 오래 지속되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나 또한 신임 대표로서 이러한 블리자드 특유의 문화를 계승하여 최고의 게임을 선보이는데 매진하고자 한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