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뷰에서 숄더뷰로, 탐험 파트 격변한 ‘킹스 바운티2’ 체험기
※ 본고는 최근 1C 엔터테인먼트가 진행한 프리뷰 빌드 테스트에 대한 체험기입니다. 다만 사용된 이미지는 직접 촬영이 아닌, 업체로부터 제공 받은 것입니다.
※ 어디까지나 프리뷰 빌드이므로 게임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소개하는 글로 작성하였습니다. 필자의 소견은 추후 정식 발매가 이루어진 후 리뷰로 풀어내겠습니다.
여기 무려 31년 만에 정식 넘버링이 하나 올라가는 작품이 있다. 바로 인트라게임즈가 오는 8월 24일 한국어화 발매 예정인 ‘킹스 바운티 2(King's Bounty 2)’가 그 주인공. 전작이 1990년에 나왔으니 2편을 보기까지 참 오래도 걸린 셈이다. 그사이 원조 개발사인 뉴 월드 컴퓨팅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1C 엔터테인먼트가 IP를 넘겨받았다. 이후 IC 엔터테인먼트의 의뢰를 받은 카타우리 인터랙티브가 ‘킹스 바운티: 더 레전드’ 연작을 내놓았으니 신세대 게이머에게도 그렇게까지 생경한 이름은 아니리라.
다만 금번 ‘킹스 바운티 2’는 카타우리 인터랙티브가 관여하지 않아 ‘킹스 바운티: 더 레전드’ 연작과 연결 짓기는 무리가 따른다. 그렇다고 1990년작 ‘킹스 바운티’와 직접 비교하긴 세월이 너무 흘렀고. 실제 게임성 면에서도 기존 시리즈의 틀을 상당히 많이 부순 터라, 무언가의 속편이라기 보다는 그냥 ‘킹스 바운티’의 유지를 이은 완전 신작이라 보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어째서 그런지, 최근 1C 엔터테인먼트가 제공한 프리뷰 빌드를 통해 ‘킹스 바운티 2’의 면면을 짧게나마 살펴보고 독자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한다.
자, 그러면 우선 전작인 ‘킹스 바운티’부터 짚고 넘어가다. 뉴 월드 컴퓨팅이 1990년 출시한 ‘킹스 바운티’는 그 자체보다 악마의 타임머신으로 통하는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시리즈의 모체로 더 유명하다. 두 작품은 탑뷰 화면 구성, 다채로운 유닛들, 풍부한 탐험 요소 등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 그러나 둘 사이에 분명한 차이도 존재하는데,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이 다분히 멀티 플레이를 의식한 전략 게임이라면 ‘킹스 바운티’는 오롯이 싱글 플레이에 집중한 RPG이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장르가 다르다.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를 해보지 않은 독자라면 그래서 어떤 게임이란 건지 와닿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킹스 바운티’를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탑뷰 화면에서 조그마한 영웅을 조작하여 세계를 탐험하는 일견 평범한 고전 RPG다. 이 과정에서 보물을 얻고 자원을 모아 군대를 고용할 수 있는데 여기서부터 본작의 독특한 게임성이 드러난다. 군대는 평소에는 보이지 않지만 영웅이 적과 조우하면 타일형 전장에 산개하여 턴제 전투의 유닛이 된다. 이 유닛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해서 모으는 것만으로도 큰 즐거움이었다.
이와 같은 ‘킹스 바운티’ 특유의 게임성은 대부분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으로 이식되었고, 훗날 카타우리 인터랙티브가 개발한 ‘킹스 바운티: 더 레전드’ 연작도 충실히 따랐다. 반면 ‘킹스 바운티 2’는 여기에 중대한 변화를 가함으로써 시리즈의 틀을 부쉈다. 바로 전통의 탑뷰를 버리고 숄더뷰로 화면 구성을 완전히 바꿔버린 것이다. 즉 게이머가 하늘에서 세계를 조망하는 게 아니라 캐릭터의 뒤편에 서서 따라가는 식이다. 마치 오늘날 대다수의 3D RPG처럼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게임 구조 자체가 그렇게 격변했다.
시점의 변화는 단순히 위에서 보느냐 뒤에서 보느냐 문제가 아니다. ‘킹스 바운티’ 탑뷰에는 넓은 세계를 표현하기 위한 데포르메 기법이 쓰였다. 성이나 요새, 마을, 묘지 같은 것들이 실제보다 작게 묘사되어 영웅이 짧은 거리를 이동하더라도 큰 대륙을 횡단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지역에 어떤 적과 전리품이 존재하고 어디를 탐험해야 좋을지 파악하기가 무척 쉬웠다. 화면 구성부터 지도를 펼쳐 놓은 거나 다름없었으니까. 이는 전략 게임인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에서 더욱 도드라졌다.
‘킹스 바운티 2’는 숄더뷰를 채택하며 앞선 여러 오픈월드 RPG서 게임 구조를 가져왔다. 가령 ‘더 위쳐 3’ 같은 작품 말이다(그렇게 잘 만들었단 의미는 아니지만). 주인공은 실제 축척으로 제작된 세계를 돌아다니며 각종 의뢰를 받고 수행한다. 숨겨진 보물을 찾아 폐허와 동굴로 뛰어들고 미처 예상치 못한 습격에 맞선다. 대부분의 경우 위험을 감수한 보상은 경험치와 돈이며 가끔 괜찮은 장비를 얻기도 한다. 더 자세히 설명하기 뭣할 만큼 오픈월드 RPG서 흔히 보이는 구조다. 기존 시리즈와는 플레이하는 감각이 전혀 다르다.
그렇다면 대체 왜 ‘킹스 바운티 2’일까. 정답은 전투 시스템에 있다. 세계를 탐험하는 방식이야 오픈월드 RPG서 가져왔지만 전투 시스템만은 기존 시리즈를 그대로 따랐다. 게이머의 분신, 즉 영웅은 직접 전투에 나서지 않는다. 대신 여기저기서 고용한 병사, 도적, 괴물, 심지어 망자들을 지휘한다. 평소에는 혼자 다니다 적과 조우 시 헥사 타일의 전장이 펼쳐지며 병력이 배치되는 것도 동일하다. 전투는 턴제이긴 하되 피아 구분 없이 주도력이 높은 순으로 차례가 돌아간다. 영웅의 역할은 마법으로 아군을 지원하는 것이다.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이 거점 도시에서 자기 종족의 유닛을 생산한다면 ‘킹스 바운티’는 곳곳에 징집관을 직접 찾아가 원하는 유닛을 고용하는 형태다. ‘킹스 바운티 2’도 마찬가지로 여행하는 내내 다종다양한 유닛의 징집관과 만나게 된다. 튜토리얼 종료 후 처음 시작하는 도시에서 정규군을 구하는 편이 쉽지만 발품만 열심히 팔면 거대한 트롤이나 사악한 죽음의 기사도 고용할 수 있다. 당연히 두둑한 돈뭉치를 지참해야 하지만. 강력한 유닛일수록 한 마리 고용하는데 굉장히 큰 돈이 깨지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다고 돈으로 다 해결되진 않는다. 영웅의 성장은 곧 군대의 질과 양으로 직결된다. 우선 영웅의 능력치가 휘하 병력에게 가산된다. 그래서 머릿수가 똑같더라도 누가 지휘하느냐에 따라 전력이 판이하게 갈린다. 그리고 통솔력도 매우 중요하다. 가령 현재 영웅의 통솔력이 2,000이라면 마리당 요구 통솔력이 500인 늑대는 네 마리, 요구 통솔력이 1,000인 트롤은 두 마리까지 고용할 수 있다. 통솔력 상한은 유닛마다 개별 적용되며 총 다섯 종으로 파티를 구성한다. 여분의 병력은 비전투시 자유롭게 교체 가능하다.
영웅의 성장은 어떤 사상을 따르는가에 의해서도 좌우된다. 사상은 질서, 혼돈, 힘, 기교까지 네 가지이며 주로 퀘스트 분기를 통해 한쪽 수치를 높이게 된다. 어떤 퀘스트를 해결할 때 질서 사상과 혼돈 사상 선택지를, 힘 사상과 기교 사상 선택지를 나란히 주고 고르라는 식이다. 이 사상 수치에 따라 스킬 트리가 해금되기 때문에 성장 방향을 정하고 그에 맞춰 골라야 한다. 힘은 전사 테크, 기교는 마법사 테크다. 또한 유닛들도 이 네 가지 사상에 따라 분류된다. 사상이 다른 유닛들로 파티를 짜면 사기 저하로 제대로 싸울 수 없다.
병력을 소모품처럼 쓰는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과 달리 ‘킹스 바운티’에선 전투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어떤 유닛이 공격당해 머릿수가 줄었을 때 그걸 채우려면 딱 그에 맞는 징집관을 찾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분의 병력이 존재한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주머니 사정이 여유로운 게임이 아니다. 대신 열심히 살려낸 유닛은 경험치를 먹고 무럭무럭 자라나 계급 상승으로 화려한 외형과 추가 특수능력을 얻는다. 이처럼 영웅을 육성하고, 병력을 모으고, 이를 가꿔가는 요소는 전작에서 충실히 계승했다.
정리하자. ‘킹스 바운티 2’는 오픈월드 RPG에서 가져온 전체적인 구조와 ‘킹스 바운티’ 전통의 유닛 고용 및 턴제 전투 시스템을 융합하는 과감한 시도를 행했다. 탑뷰를 버리고 숄더뷰로 선회한 결과, 무언가를 얻고 또 무언가는 잃었다. 그리고 새로운 시도, 즉 두 구조의 융합 그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또다른 물음으로 남았다. 하고픈 이야기가 많지만 전부 풀어냈다간 프리뷰가 아닌 리뷰가 되어버릴 테고, 그러기에 제약되는 사항도 있어 이만 줄이겠다. 게임에 대한 보다 면밀한 평가는 추후 정식 리뷰를 기다려주기 바란다.
|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