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만큼 높이 오를 수 있을까, ‘신의 탑M: 위대한 여정’ 체험기
최근 세계적으로 K-콘텐츠의 약진이 도드라지며 이를 활용한 미디어믹스도 한층 활발해지는 추세다. 이제는 흥행성만 충분하다면 특정 플랫폼에 국한되지 않고 소설로, 웹툰으로, 애니메이션으로, 드라마로, 영화로, 그게임으로 모습을 바꿔 더 큰 시장으로 뻗어 나간다. 이른바 ‘신노갓’이라 불리며 큰 인기를 모은 네이버 웹툰 ‘신의 탑’ 역시 한미일 합작 TVA로 제작된 바 있으며 게임화 역시 복수의 개발사를 통해 진행되어왔다. 2016년 네오위즈가 선보인 ‘신의탑 with NAVER WEBTOON’, 바로 지난주 론칭한 엔젤게임즈 ‘신의 탑M: 위대한 여정’, 아직 한창 개발 중인 넷마블 ‘신의 탑: 새로운 세계’까지. 오늘 소개할 작품은 물론 가장 최신작인 ‘신의 탑M’이다.
전세계 45억 뷰를 자랑하는 웹툰 '신의 탑'이 모바일 게임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에 ‘신의 탑’ 세우기
원작 ‘신의 탑’은 제목 그대로 탑을 오르는 여정이자 일종의 능력자 배틀물이다. 어느덧 연재 12년차인 만큼 내용을 짧게 줄이기 쉽지 않은데, 게임도 똑같이 인용한 TVA 소개문에 따르면 ‘탑에 오르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 탑의 정상에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있고 이 세계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신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은 별을 보고 싶어서 탑을 오르는 소녀 라헬과, 라헬만 있으면 아무것도 필요 없는 소년 밤의 끝과 시작의 이야기’라고 한다. 여기서 탑이란 각 층이 저마다 다른 기후와 구조를 지닌 사실상 이세계나 다름없는 거대한 공간이다. 주인공 밤은 험난한 싸움 와중에 여러 동료들과 사귀고 각종 시험을 치르며 강해질 뿐 아니라 더 큰 사건에 휘말린다.
당초 재능은 뛰어나지만 나약한 주인공이 점차 성장하는 왕도적 전개, 그리고 적과 아군 모두 매력적인 인물이 다수 등장하는 구성은 게임화와 잘 맞아 떨어진다. 특히 ‘신의 탑M: 위대한 여정’과 같은 모바일 수집형 RPG는 수집하고픈 대상, 즉 캐릭터의 매력 유무가 굉장히 중요하지 않던가. 원작이 전세계 45억 뷰를 자랑하는 인기 웹툰인 만큼 팬덤이 주로 유입될 것이고 밤과 쿤 등 주요 캐릭터를 소유하고 성장시키는 게 그들의 주된 관심사일 터. 본작 역시 이러한 수집형 RPG의 궤를 벗어나지 않는 평이한 형태로 만들어졌다. 가챠(랜덤 박스)로 캐릭터를 뽑고, 장비도 뽑고, 사냥을 돌리고, 자원을 들여 성장시키고, 스토리를 감상하거나 PvP에 도전하며 경쟁해간다.
라헬을 쫓아 탑에 들어온 밤이 동료들과 만나 성장하며 나아가는 여정을,
모바일 수집형 RPG로 즐긴다고 생각하면 딱 그대로의 작품이다.
4인 1조 파티에 인연 액티브, 패시브 스킬을 추가로 세팅하는 방식.
스토리 모드는 밤 홀로...가 아니라 파티를 짤 수 있다고 한다(여전히 모르겠다).
‘신의 탑M: 위대한 여정’의 콘텐츠는 크게 스토리, 도전, 밥솥으로 나뉜다. 스토리 모드는 원작의 내용을 따라가며 전투를 치르고 보상을 얻는다. 굵직한 사건 외에는 상당히 축소되었지만 팬이 아니라도 흐름은 따라갈 수 있을 정도고 웹툰을 활용한 컷신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도전 모드는 갈수록 높은 난이도의 적을 쓰러트리는 시련의 탑, 거대 보스에게 준 피해량으로 순위를 매기는 관리자의 시련, 비동기식 PvP 랭커 전쟁 등 대부분 콘텐츠가 여기에 속한다. 살짝 특이한 건 밥솥인데, 뭔가 다른 일을 하지 않는 한 기본적으로 늘 밥솥에서 사냥이 진행 중이다. 심지어 접속을 종료해도 밥솥은 돌아간다. 흔히 방치형 게임의 구조를 성장 콘텐츠로 가져온 것이다.
파티는 총 4인으로 이루어지며 특별히 전략적 배치랄 것 까진 없으나 앞뒤 대열에 따른 탱딜힐 개념은 갖췄다. 모든 캐릭터는 다섯 부위와 시동무기까지 총 6개 장비를 차며 스킬 4종씩을 지녔다. 캐릭터 자체는 계정 레벨에 따라 알아서 성장하니 장비를 맞추고 스킬과 함께 강화하는 것이 성장의 핵심이다. 또한 아이템 분해의 부산물을 통한 장비 초월과 제작, 개개인에게 버프를 주는 인연과 클래스 전체가 공유하는 신수 강화 등이 있다. 특기할 점은 주로 MMORPG서 하위 유저층이 거래소에 참여하도록 고안된 컬렉션 시스템이 신의 인벤토리란 명칭으로 존재한다는 것. 더는 착용하지 않는 아이템을 컬렉션에 박아 넣음으로써 자잘한 추가 능력치를 얻는 식이다.
콘텐츠는 대부분 전투 관련이며 강해질수록 그에 따라 보상도 커진다.
현재로선 스토리를 미는 것 외에는 비동기식 PvP나 길드 활동 정도다.
특기할 점은 밥솥이란 자동 사냥 기능으로 인해 반쯤 방치형 게임이란 것.
캐릭터는 어차피 계정 레벨을 따라가므로 그만큼 장비 강화의 비중이 크다.
참신함도 완성도도 안정성도 붕괴 위기
모바일 게임을 주로 즐기는 이들이라면 벌써 눈치챘겠지만 상술한 콘텐츠 가운데 여느 수집형 RPG와 차별화될 만한 요소가 전혀 없다. 그나마 수집형 RPG면서 방치형 게임이라는 점이 있겠으나 딱히 고평가할 조합이 못된다. 즉 ‘신의 탑M: 위대한 여정’은 유명한 인기 웹툰을 껍데기로 둘렀을 뿐 알맹이는 흔하디 흔한 수집형 RPG인 셈이다. 문제는 그조차 콘텐츠의 참신성을 기준으로 평이하다는 것이고 냉정하게 완성도로 따지면 평균치를 밑돈다. 수집형 RPG가 양산형이란 멸칭으로 불리긴 해도 그 나름대로 매년 시장의 눈높이에 맞춰 발전해왔다. 반면 ‘신의 탑M: 위대한 여정’은 원작이 구가하는 인기와 그간의 화제성에 미치지 못하는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다.
우선 게임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그래픽부터 처진다. 3D가 아닌 2D를 선택한 것까진 방향성의 차이일지 몰라도 뻣뻣한 움직임, 지저분한 이펙트, 캐릭터와 따로 노는 배경, 그리고 이 모든 단점이 집약된 스토리 연출은 달리 포장이 불가능하다. 심지어 어떤 이펙트는 원형 파장 주위로 본래 보여선 안되는 사각형 테두리가 그대로 출력된다. 중요한 장면은 아예 웹툰을 가져와 보여주는데 (여기서 원작까지 논하긴 조심스러우나)빈말로도 뛰어난 작화는 못되고 게임 오리지널 일러스트와 괴리감만 발생한다. 그래도 웹툰 원작이라면 인게임 모델을 통한 명장면 재현이 기대되기 마련인데, 목각인형 같은 캐릭터와 난감한 이펙트를 보노라면 차라리 스킵을 누르게 된다.
웹툰 원작이니 2D라는 방향성은 나쁘지 않으나 캐릭터가 목각인형 같다.
그럴싸한 원작 재현을 기대했다면 아쉽게도 정말 최소한의 연출뿐이다.
저 네모난 테두리는 이펙트의 일부가 아니다. 정상적으론 보여서는 안된다.
일부 장면에서 웹툰을 그대로 컷신으로 썼는데 그다지 효과적이진 않은 편.
UI/UX는 도대체 왜 이 지경인지 당황스러울 정도다. 설정은 최소한의 기능만 갖춰서 유저가 아무것도 손댈 수 없다. 대사 길이가 들쭉날쭉한데 다 읽기도 전에 넘어간다. 접힌 콘텐츠를 열기 위한 메뉴 버튼이 화면 좌측 끝 하단과 우측 끝 상단이라는 기묘한 거리감을 두고 분산됐다. 어떤 건 같은 콘텐츠로 연결되는 버튼이 메인에 두 개씩 있고 가챠를 도전 모드에 넣어두는 등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 혹시 극악한 확률에 대한 도전이란 의미인가? 반복 작업의 수고를 덜어주는 편의기능 같은 건 당연히 기대하기 어렵고 되려 매번 커서가 초기화되어 부담이 가중된다. 무엇보다 이 난리통에 뭐가 어떤 기능이고 어디 붙어있는지 알려줘야 할 튜토리얼이 부실하다.
흔히 기대작이라 할만한 게임이 출시되면 며칠 내로 티어표니 이륙 기준이니 하는 캐릭터 성능 분석이 우후죽순 올라온다. 그런데 나른 큰 관심을 받은 ‘신의 탑M: 위대한 여정’은 그런 정보가 상당히 늦게, 그것도 불완전하게만 공유되는 실정이다. 수집형 RPG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캐릭터 도감이 없는 탓에 직접 뽑아서 확인하기 전까진 성능 비교가 불가능해서다. 가챠 확률 공개 의무라도 없었으면 등장 캐릭터가 몇 명인지조차 몰랐을 상황. 해당 표를 보면 역시나 매우 빈약하고 이해하기 힘든 인선이다. 웹툰 원작 수집형 RPG란 결국 캐릭터 장사인데 당장 팔아야 할 캐릭터가 부족한 셈. 심지어 그걸 감추려는 의도인지 가챠에는 캐릭터랑 장비를 죄다 우겨 넣었다.
수집형 RPG의 업계 표준 UI가 존재할 텐데 어디서 이런 해괴한 결과물이…
이 화면만 가챠 메뉴가 세 개나 보인다. 하나는 도전 모드에 있고. 대체 왜?
그 흔한 캐릭터 도감이 없다. 론칭 시점에 등장하는 인원도 너무 빈약하다.
적은 숫자를 가리기 위함인지 가챠에 캐릭터와 아이템을 죄다 섞어뒀다.
수집형 RPG가 P2W인 건 두말할 필요도 없겠으나 ‘신의 탑M: 위대한 여정’의 과금 강도에 대해선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일단 고등급 캐릭터 뽑기와 장비 및 스킬 강화 확률, 거기서 실패했을 때 일부 재화를 돌려주는 비율 등은 꽤나 온건하다. 밥솥을 통해 자동으로 경험치와 재화 수급이 이루어지므로 보관 한도인 10시간마다 접속만 해도 성장세가 이어진다. 반면 일일 과제처럼 자잘하게 보상을 얻는 수단이 부족하여 무작정 시간을 죽일 수밖에 없기도 하다. 보통 모바일 게임은 성장을 위해 돈을 쓰거나, 시간을 들이거나, 손이 바쁘거나 셋 중 하나를 요구하는데 본작은 마지막 수단이 아예 없는 셈. 서브 게임으로나마 얇고 길게 가겠다는 의도가 느껴지는 BM이다.
여기까지가 게임 내적인 문제고, 외적으로 벌어진 소동도 이에 못지않다. 당초 ‘신의 탑M: 위대한 여정’ 정식 론칭은 4월 20일이었으나 이날 내내 널뛰는 네트워크 환경으로 각종 오류와 지연 현상, 그로 인한 긴급 점검이 반복됐다. 터질락 말락한 서버 상태는 본고를 작성 중인 오늘(25일)까지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사전 예약 개시 일주일 만에 100만 명이 넘게 몰렸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했으면서 정작 그만한 인원을 수용할 준비는 소홀히 한 것이다. 이정도면 점검 보상이라도 두둑하게 챙겨줬을 법한데 막상 그렇지도 않다. ‘너무 잦은 보상은 미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그 보상이 없으면 지금 당장 망한다’는 모 게임의 교훈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밥솥으로 자동 성장이 이루어지는 대신, 그 외에는 돈 밖에 답이 없는 상태.
다행히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처음 며칠간은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어제도 오늘도 점검이 이어지는 중. 그래도 기민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보상을 퍼주면 나중에 힘들지만 안 주면 지금 망한다'는 격언이 있다던데…
‘신의 탑’을 올리기에 역부족인 시공사
안타깝다. 그간 본작을 향해 쏟아진 뜨거운 관심에 비하여 너무도 초라한 결과물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엔젤게임즈는 3N처럼 한 해에도 몇 개씩 MMORPG를 론칭하는 대형 개발사가 아니다. 오늘날 업계에서 보기 드문 지방 소재 게임사로, 필자는 몇 년 전 대구까지 내려가 박지훈 대표와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그만큼 응원하는 마음도 무척 크다. 업계의 허리를 받쳐줄 중소 개발사가 한층 더 성장하길 바란다. 하지만 ‘신의 탑M: 위대한 여정’는 그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버린 졸작이다. 콘텐츠의 참신함도, 마감의 충실함도, 게임 플레이의 안정성도 이대로는 안된다. 모쪼록 이제라도 성실한 개선과 소통으로 중소 개발사의 저력이 결코 이정도가 아님을 보여주기 바란다.
엔젤게임즈에게 있어 무척 야심찬 프로젝트인데, 모쪼록 결실을 맺길 바란다.
|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