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더 쿼리’ 는 ‘언틸 던’ 으로 유명한 슈퍼매시브의 차기작이다. ‘언틸 던’ 이후 ‘다크 픽처스’ 가 아쉬운 반응을 얻었지만, 기존의 ‘언틸 던’ 개발진이 제작중이던 ‘더 쿼리’ 는 틴에이지 호러에 정통 인터렉티브 무비라는 계보를 그대로 이었다. '더 쿼리' 의 출시 전 체험기를 전해드리고자 한다.

※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챕터3 이후의 명시적 스포일러를 담고 있지 않습니다.

‘언틸 던’ 의 정신을 잇는 후속작이지만, 큰 틀에서는 같으면서도 소소한 부분에서 차이점이 보인다. 먼저 이야기 자체가 다양한 인원들 속의 여러 인물 관계, 그리고 반전이 계속 숨어있는 구도인 ‘언틸 던’ 보다 ‘더 쿼리’ 의 이야기는 보다 단순 명료하다. 물론 ‘더 쿼리’ 에도 반전이 있고 숨겨진 사실을 찾아가는 게임이지만 중반부에 이르면 미스터리는 대부분 풀리며 후반부는 풀린 미스터리를 바탕으로 이를 해결해나가는 구도로 이어진다.

각종 인간군상이 모인 여름 캠프 구성원들은 이런 장르의 전형적인 모음집이다.

이야기의 발단은 해켓 채석장이라는 여름 캠프에 모인 10대 지도교사들이 고립되며 벌어진다. 일종의 여름 수련원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어렸을 때부터 이 여름 캠프에 참여했던 이들이 10대 후반이 되어 지도교사로 일한 뒤, 여름 캠프가 끝난 날 모종의 이유로 떠나지 못하고 하루 더 남게되면서 벌어지는 하룻밤 사이의 일들이 이 게임의 이야기다.

게임에서는 초반부터 여러가지 떡밥을 던진다. 프롤로그에서부터 괴물이 사람을 습격하고, 마녀가 말을 걸어온다. 게임 중간 중간에는 정체 모를 여인이 플레이어에게 말을 건다. 이제 플레이어는 증거를 수집하고 캐릭터를 조율하면서 무슨 비밀이 숨어있는지 찾아내야 한다.

생사 여부가 중요한 인물은 총 9명. 로라/제이콥/아비게일/딜런/라이언/엠마/닉/케이틀린/맥스

게임은 일반적인 플레이 외에 영화 모드와 협동 모드를 제공한다. 이를 기반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여러 방식으로 반복하면서 서로 다른 결과를 확인하는게 이 게임의 재미라고 할 수 있다. 한차례 엔딩을 보는데에는 10시간이 조금 안걸리며, 플레이어의 조작 없이 쭉 보여주는 영화 모드는 6시간반 정도가 걸린다. 즉 플레이어의 조작과 선택에 들어가는 시간이 약 3시간 남짓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게임에서 중요한 부분은 역시 주요 등장인물의 생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영화 모드에서는 기본적으로 전원 생존 또는 전원 사망의 시나리오를 보여주며, 본편에서는 조금씩 다른 루트로 전원 사망 또는 전원 생존을 달성할 수도 있다.

각 경로는 서브 플롯들의 연속을 정리해 보여준다.

이게 바로 이 게임의 핵심 재미인데, 모두 어떻게 죽어나가는지, 도저히 이걸 살릴 수 없을 것 같은데도 여기서 이 선택을 하니 살려진다든지 하는 경험을 하는 게 이 게임, 이 장르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게임 내 메뉴에서 '경로' 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해온 선택들의 연속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각각의 경로는 하나의 서브 플롯을 이어가는 식이며 그 경로 안에서 어떤 결론이 나게 될 때까지 이어지는 선택지들을 정리해 보여준다.

케이틀린은 이름답게(?) 이 게임에서 총을 잘 쏜다. 제일 잘쏜다.

다 깨고 나니 딜런이 참 호감이더라

‘더 쿼리’ 는 인터렉티브 무비의 전형성을 따른다. 즉,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보는 콘텐츠이며, 이 부분은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적 특성을 낳는다. 비록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가 인터렉티브 무비 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상호작용 추가와 게임 방식 개선을 통해 인터렉티브 무비를 좋아하지 않는 게이머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더 쿼리’ 는 그보다는 전통적인 인터렉티브 무비에 충실했다. 즉, 플레이어의 개입 여지는 중요 선택지와 QTE 외에는 크게 존재하지 않는다.

타로 카드를 모아오면 이상한 아주머니가 미래시를 보여준다.

다만 한가지 중요한 수집품은 바로 타로 카드로, 게임 내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타로 카드는 바로 다음 챕터에서 벌어질 일을 은유한다. 발견한 타로 카드를 인터 미션에서 마녀에게 가져다주고 그 타로 카드의 장면을 미리 살펴볼 수 있고, 이를 통해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어떻게 나아가야할지 감을 잡게 된다.

앞서 말했듯, 이 게임은 인터렉티브 무비를 다른 방향으로 바꾸거나 새로운 게임 방법론을 추가하는 대신에 인터렉티브 무비 그대로의 성격을 강조했다. 때문에 조작하는 시간보다 지켜보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길며, 시나리오의 호흡 자체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 하이틴 호러를 좋아하는 이가 플레이하는 것이 강력히 추천된다. 이야기의 힘을 느끼지 못한다면 쉽게 지루해진다.

진짜 이 게임에서 제일 무섭다 

물론 다행히도 여러가지 면에서 좋은 연출과 이야기 흐름 덕분에 ‘보는 게임’ 으로서 충분히 메리트가 있다. 고전 하이틴 호러에 걸맞는 20세기 음악을 곁들인 연출, 각 캐릭터들의 애정과 갈등 구도, 하나씩 밝혀지는 비밀 등은 긴 호흡의 드라마를 보는 쪽에 가까우며 실제로 10시간이라는 플레이 타임은 드라마 한 시즌과 비슷하다.

이 문장을 볼 때마다 잘 하고 있는지 한 번 쯤 확인하게 될 것이다.

한차례 게임을 클리어하고 나면 각 챕터를 선택해서 다시 플레이할 수 있고, 선택을 바꿔서 결과를 다시 지켜볼 수 있다. 이는 인터렉티브 무비로서 당연한 기능이다. 이 외에 영화 모드에서는 이미 정해진 결말로 보는 것 뿐만 아니라 각 캐릭터들의 성격과 행동 패턴을 미리 정하여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지는지 보는 ‘디렉터의 의자’ 모드도 존재한다.

이 게임은 확실한 장점과 단점이 같이 공존한다. 아무래도 이는 인터렉티브 무비라는 장르 자체에서 나오는 장단점에 가깝다. 그럼에도 개발진은 인터렉티브 무비의 단점을 고치는 것보다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선택을 했기에 더 강조되는 면이 있다.

먼저 장점으로는 8090년대 음악을 곁들이고 훌륭한 그래픽을 동원한 분위기 연출이다. 호러 게임 답게 이러한 분위기는 매우 중요한데, 중요한 장면에서 적재적소의 음악 사용과 카메라 워크를 활용하여 QTE 나 선택지를 녹여낸 것도 뛰어난 편이다. 또 선택지는 상당히 그 여파를 가늠하기 쉬워, 의도와 다르게 고르게 되는 불상사가 적다.

또한 영화 모드와 코옵 모드의 지원은 이 게임을 여러 번 플레이할 가치를 넣어준다. 아마도 플레이 한 후에 자신이 만든 결과와 정반대의 결과를 영화 모드로 한 번쯤 보게될테고, 또한 디렉터의 의자나 추가 콘텐츠, 그리고 2인 이상의 협동 모드도 리플레이 밸류를 높여준다.

같은 장면에서 21대9 모니터를 사용했을 때와 16대9 모니터를 사용했을 때.

단점을 뽑자면, 먼저 시네마스코프 화면 비율을 강요하기 위한 상시 레터박스가 있다. 메뉴를 제외하면 게임의 모든 장면은 21대9 로 조절되어 무조건 상하 레터박스를 가진 채로 볼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영상물이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겠으나 이는 게임이기 때문에 어드벤처 파트에서 강제로 시야가 제약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평면이 아닌 공간을 봐야하는 게임에서는 큰 단점이다. 더구나 21대9 모니터를 사용하는 환경에서도 이를 확장하는게 아닌 강제로 좌우 레터박스까지 함께 삽입하는 방식이어서 더욱 그렇다.

사망 플래그를 짊어진 사람이요

다른 단점으로는 게임의 템포가 무척 느리고, 영화 모드로 하더라도 따로 가속이나 대화 스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복 플레이할수록 지루함이 늘어나고 게임의 텐션이 낮아진다는 문제가 있다. 빨리 감기 기능이나 대화 스킵만 있었더라도 좋았을 것 같다.

요약하자면, 이 게임은 두가지 조건에 플레이어가 들어맞느냐 아니냐에 따라 반응이 극명하게 갈린다. 1. 호러물을 좋아하는가? 2. 인터렉티브 무비를 플레이하는가? 라는 대답에 모두 YES 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오래 할 수 있는 게임이며, 둘 중 하나라도 NO 라면 고민을 더 할 필요가 있다. 또는 미국 드라마를 보듯 느긋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B급 영화 감성의 이야기를 원한다면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