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매맞은 보람 있을까,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 이렇게 바뀐다
장장 7년간 기다린 ‘창세기전 1·2’ 리메이크가 드디어 12월 정식 발매를 앞두고 조용히 국산 RPG 왕의 귀환만 기다리던 나날이었다. 가뜩이나 바쁜 지스타 기간에 체험판 배포 소식을 접했을 때도 나름 괜찮은 판촉이라 여겼다. 어쨌든 체험판 배포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으므로 뭇 게이머에게 긍정적인 행보였다. 출시 한 달 전부터 게임을 보여준다는 게 자신감의 표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새벽 잠을 줄이며 살핀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 체험판은 한 마디로 ‘참사’였다.
[체험기] 출시를 한 달 앞두고 기대가 우려로,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
왜 이렇게 된 걸까. 사실 '창세기전 1·2’ 리메이크가 순탄치 못했던 건 딱히 비밀조차 아니다. 이미 다들 평작이면 족하다고 각오에 가까운 팬심을 다잡았다. 문제는 체험판 상태가 그보다 더 나빴다. 유일한 희망은 지난 2월 빌드이므로 반 년간 진척이 있었으리란 예상. 그리고 실제로 다시 만난 레그 스튜디오 이세민 디렉터는 썩 나은 결과물을 내놓았다. 하늘에 떠다니던 흰 가루가 구름이 되고 이올린의 눈동자가 돌아왔다. 원성을 샀던 모험 모드에서의 장비 교체, 회복도 가능하다.
이외에도 전반적인 밸런스 조정과 크고 작은 UI/UX 수정, 시인성 개성, 편의기능 추가가 이루어졌다. 그야 빈말로도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되었거나 2023년 말 출시되는 최신 SRPG다워졌다곤 못하겠다. 하지만 최소한 체험판의 충격에서 벗어나 당초 다졌던 각오에 가까운 팬심으로 돌아갈 만큼은 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 제품판 데이원 패치가 적용된 모습을 영상으로 확인하자. 더하여 레그 스튜디오 이세민 디렉터와 나눈 인터뷰도 정리하여 소개한다.
● 체험판 배포 후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당연히 살펴봤으리라 생각되는데, 어떤 피드백에 대해 어떻게 개선 조치를 취했는지 듣고 싶다
: 모험 모드에서 장비를 못 바꾸고 회복도 안되니까 불편하다는 피드백이 많았다. 모험 모드는 캐릭터가 자유롭게 움직이는 만큼 SRPG보다 RPG 룰을 따라갔어야 했다. 상자를 열어서 뭔가 얻었으니 장비하고 싶다, 전투가 끝났으니 회복하고 싶다는 마음은 자연스럽다. 그 바람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잘못된 판단으로 막아버렸다. 이 부분은 제품판서 전부 가능할 것이다. 갑자기 그렇게 고칠 수 있겠느냐, 되묻는다면 진즉 구조는 갖춰졌고 막아만 둔거라 괜찮다.
사실 2챕터 중반부터 이올린 일행은 적에게 쫓기는 상황이지 않나. 그냥 편하게 여행하는 흐름이 아니다. 그래서 일부러 회복할 짬을 내주지 말자는 게 당초 디렉팅이었다. 아군 HP가 깎인 채 치열한 싸움을 거듭하도록 말이다. 하지만 결국 게임은 게임이므로 회복이 가능하도록 다 풀었다. AI 역시 조정하여 적의 측, 후방을 노리거나 선공을 가하기 쉬워졌다. 난이도 설정에 따라 다소간 차이는 있겠으나 제품판은 체험판보다 훨씬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당초부터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은 장기 같은 게임을 추구했다. 그래서 캐릭터 하나씩 이동시키고 공격 후 결과를 보고 대기 방향까지 정하는 클래식한 호흡으로 만들었는데, 아무래도 템포가 너무 떨어지고 말았다. 반면 제품판은 캐릭터 이동과 일반 공격의 뎁스를 줄이는 등 전반적으로 좀 더 간편히 즐기기 좋아졌다. UI 역시 작업 순위를 최상단으로 끌어올려 편의성에 신경을 쓰는 중이다. 데이원 패치로 끝이 아니라 게임이 출시되고 나서도 계속해서 개선하려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체험판이 처음 할 땐 별로인데 두 번, 세 번쯤 파고드니 은근히 괜찮다는 반응이 나온다는 거다. 앞서 이야기한 장기를 즐기는 듯한 클래식한 느낌을 좋게 평가 받은 듯하다. 어떤 분은 체험판만으로 라시드를 30레벨까지 성장시켰더라. 우리가 의도적으로 숨겨둔 요소가 있는데 거길 파고들어 서브 캐릭터로 2회차, 3회차까지 돌리는 모습을 봤다. ‘LPG 2021’ 당시 말했다시피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은 SRPG로서 기본에 충실한 게임이 되도록 노력 중이다.
● 실제로 데이원 패치 내역에 따르면 많이 개선됐는데, 그래서 더 아쉽기도 하다. 올해 2월 빌드로 체험판이 나가면 부정적인 평가가 쏟아지리라 예상치 못했나
: 줄곧 최적화 및 개선 작업에 전력하긴 했지만 2월 시점에선 그 빌드가 제공 가능한 최선이었다. 따로 공개된 스크린샷이나 영상이 있으니 좀 더 개선되었겠거니 여겨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우리 걱정보다 더 많은 일이 터진 건 사실이다. 미흡한 체험판 탓에 너무 많은 걱정을 끼치게 되어 죄송스럽다.
● 체험판은 앞으로 정식 발매될 제품판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이지 않나. 지금 이야기로는 마치 빌드 테스트를 목적으로 체험판을 배포했다는 것 같다
: 그런 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체험판은 2월 시점에서 우리가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결과물이었다. 알다시피 2월에 빌드가 나오려면 실제 작업은 그 이전에 끝나야 통과된다. 일정이 조금만 더 넉넉했다면 제품판 앞부분을 잘라서 배포했겠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았다. ‘창세기전 1·2’를 리메이크한다는데 공개된 게 PV 뿐이니, 이 게임의 실체가 도대체 뭘까 궁금해하는 게이머들에게 체험판을 제공할 필요가 있었다. 그 와중에 퀄리티를 잘 맞추지 못해 논란이 커지고 말았다.
● 다행히 이올린이 블리자드 스톰을 쓸 때 눈이 시커멓게 변하는 문제는 해결됐다. 그 대신 초필살기 시전 도중 프레임레이트가 상당히 크게 하락하는 듯한다
: 당초 논란이 된 부분은 언리얼 엔진의 텍스처 팝인 현상인데, 이올린 초필살기 뿐 아니라 메이 평원서 번스타인과 카슈타르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발생한다. 프레임도 중요하지만 일단 그런 문제부터 해결하고 조금씩 개선해가야 한다고 본다. 나로선 지금도 고정 30fps로 내고 싶다. 그래도 일단은 우리가 작업해야 할 리스트서 그래픽 관련의 우선 순위가 많이 높아진 상황이다.
가령 ‘더 위쳐 3’ 스위치 버전의 경우는 아주 다양한 그래픽 옵션을 제공한다. 그렇다고 파라미터를 다 빼서 조정하라는 건 아닌 것 같고 크게 세 가지 그래픽 옵션으로 정리했다. 휴대 모드나 독 모드 등 저마다 플레이 환경이 다를 텐데 자신에게 잘 맞는 옵션을 고르면 게임이 조금이나마 더 괜찮게 보일 것이다.
● 요즘 SRPG는 평타든 스킬이든 적과 교전 시 구도가 바뀌며 화려한 연출까지 곁들이곤 한다. 반면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은 보는 즐거움이 떨어지는 편이다
: SRPG 장르는 교전 시 화면이 바뀌는 종류와 그냥 필드에서 때리고 맞는 종류로 나뉜다. 전자가 ‘파이어 엠블렘’이나 ‘슈퍼로봇대전’이라면 후자는 대표적으로 ‘택틱스 오거’가 있다. 우리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은 후자에 해당한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전투는 필드서 수행하되 초필살기나 고위 마법에 한하여 구도가 바뀌는 연출을 넣었다.
● 그러한 연출과 별개로, 전투에서 누가 누굴 협공하는지 어떻게 해야 지켜줄 수 있는지 등 관련 정보가 다소 부족하다. 정보가 있더라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
: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서 협공 여부는 확률로 결정된다. 누가 어디에 위치하여 어느 쪽을 쳐다보고 있는가에 따라 확률이 바뀐다. 기존에는 붉은 선으로 협공 여부만 알려줬는데, 제품판의 경우 각 협공 확률에 대한 상세한 수치를 제공한다. 전투 시스템의 이해를 돕는 방향으로 고민 중이기 때문에 게임이 출시되더라도 계속 피드백을 받고자 한다.
● 모험 모드서 적에게 선제 공격을 당했을 때 디메리트가 너무 크다. 가뜩이나 HP가 없어서 허덕이는 와중에 두어 번 뒤를 잡혔다가 파티가 전멸하기도 했다
: 체험판의 적 AI가 다소 어렵게 설정되었던 건 맞다. 제품판은 적들이 너무 예민하지 않도록 AI를 완화시켰다. 거기다 체험판의 경우 파티가 모험 모드 도중에 회복을 못해서 더 불쾌감을 준 것이다. 이제 언제든 회복이 가능하고 회피나 방어 조작도 부드러워져 적과 싸울지 피해갈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체험판서 보통 난이도가 여타 SRPG의 보통과 어려움 사이 정도였는데, 이제 진짜 보통 난이도로 내려온 셈이다. 물론 마구잡이로 돌격해도 이기는 게임을 지향하진 않는다. 장기처럼 천천히 고민하여 플레이하길 바란다. 만약 그보다 편히 스토리만 즐기고 싶다면 쉬움 난이도를 고르면 된다. 반대로 하드 난이드는 장비나 회복 제한을 다시 걸까 싶기도 한데 아직 고민 중이다.
● SRPG는 아무래도 플레이 호흡이 긴 편이라 편의기능으로 스킵을 제공하곤 한다. 적 차례일 때 이동하고 공격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만 볼 수는 없을까
: 전투 시 스킵 기능은 내부적으로 테스트는 해봤는데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 대신 체험판에도 있던 가속 기능을 좀 더 강화했다. 체험판에서 일반 속도가 1배라면 가속은 1.7배였다. 제품판의 경우 일반 속도가 1.6배, 가속이 2배다. 이 부분은 앞으로 최적화가 진행됨에 따라 더 많은 옵션을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많은 피드백을 부탁드린다.
● 전투뿐 아니라 모험 모드에서의 움직임도 손봐야 하지 않을까. 대시 거리가 너무 짧고 공격과 회피에 비해 방어는 무의미한 감이 없잖아 있었는데
: 우선 대시 거리를 좀 더 늘렸고, 백대시가 원래 무적 판정이 살짝 들어간 정도였는데 완전 무적으로 바꿨다. 그리고 방어에는 또다른 쓰임새가 존재한다. 방패를 든 채 움직이는 경우 걷기로 판정되어 적에게 잘 발각되지 않는다. 말인즉슨 방어 후 뒤를 잡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사실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을 즐기는 분들이 얼마나 액션에 익숙할지 미지수였다. 그래서 일부러 대시 딜레이를 길게 두기도 했으나 이 역시 다 완화했다. 만약 칼을 헛쳤더라도 곧바로 피하거나 방어할 수 있다. 여러모로 체험판보다 플레이하기 덜 답답할 것이다.
● 9챕터 세이브 파일을 보니 G.S가 25레벨에 스킬이 3~4개 정도더라. 그 대부분은 공용으로 익히는 스킬이고. 처음 1~2시간과 15시간 이상 플레이했을 때 게이머가 얻는 경험에 유의미한 차이가 부족하다
: 그 세이브 파일은 파티 캐릭터들이 다 비슷한 클래스라 그럴 수 있다. 실제로는 더 많은 클래스가 존재하고 승급을 통해 상위 스킬이 열리는 구조다. 거기다 G.S는 알다시피 원작서도 흑자태로 각성하기 전까지 다소 애매한 캐릭터다. 초중반은 레인저지만 나중에 데스로드가 된다. 그 외에 라시드 등 전용 클래스과 스킬을 지닌 캐릭터가 몇 명 있다.
● 그렇더라도 비슷한 시스템, 콘텐츠로 총 42챕터를 소화하려면 자칫 피로감이 앞설 수 있다. 게이머의 주의를 환기할 만한 다른 요소가 있어야 할 텐데
: 원작에서도 흑태자와 라시드라는 큰 줄기 외에 중간중간 옴니버스 스토리가 들어간다. 로빈 같은 캐릭터가 잠깐 등장하는데 이게 또 중후반 전개에 단초가 되기도 한다. 그래도 지루하다면 서브 캐릭터들을 취향껏 다양한 클래스로 육성하며 즐기면 좀 더 낫지 않을까 싶다.
● 분량 자체를 좀 더 압축하여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했나. 물론 원작 스토리가 무척 훌륭하지만 몇몇 불필요한 내용이 분량을 잡아먹기도 했었는데
: 기본적으로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은 원작에 큰 변주를 가하지 않았다. 물론 어느 정도 정리 작업은 거쳤으나 기본적인 흐름은 그대로 따라간다. 되려 원작 후반부에 대충 글줄로 때우거나 한 부분을 앞부분과 똑같은 밀도로 제작하며 분량이 늘어났다. 게이머 여러분이 ‘창세기전 1·2’ 스토리를 충분히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루에 한 챕터, 두 챕터 그렇게 대하 드라마 감상하듯 플레이하면 어떨까. 24챕터까지 G.S와 팬드래건의 여정 그리고 흑태자 각성과 30챕터부터 인류 연합 탄생 등등. 그 모든 스토리를 SRPG라는 룰에 따라 제공하는 게 우리 역할이다. 원작 스토리가 지닌 약점까지 우리가 어쩔 순 없겠으나 가능한 잘 포장하여 즐길 만한 게임을 만들고자 했다.
● 요는 원작 ‘창세기전 1·2’ 스토리를 SRPG라는 형태로 전하는 것이 당면 과제겠다. 그렇다면 더욱더 스탠딩 CG의 다양한 표정 변화가 필요하지 않나
: 실제로 표정을 늘리자는 계획이 있었다. 구조는 준비된 터라 관련 데이터를 넣기만 하면 된다. 한 가지 문제는 등장인물이 굉장히 많다는 거다. 촉박한 일정으로 가능한 완성도를 높이려다 보니 꼭 필요한 작업과 아닌 걸 나눴고, 스탠딩 CG 표정 변화는 우선 순위가 밀렸다. 정식 발매 후 표정에 대한 피드백이 많다면 추후 글로벌 론칭에 맞춰 작업할 순 있을 것 같다.
● 10챕터 연회장 같이 캐릭터와 오브젝트가 많이 깔리는 장면에서 퀘스트 목표를 찾기가 좀 어렵다. 가이드를 제공하거나 UI 구성이 좀 더 친절하면 좋겠다
: 가이드 같은 추가 기능은 작업이 좀 필요하긴 하다. 그래도 맵에서 퀘스트 목표나 상자, 출구를 표시해주는 건 바로 적용 가능하다. 어디가 출구고 어디쯤 상자가 놓였는지 보인다면 잠시 들를지 곧장 이동할 게이머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터다. UI의 경우, 사실 체험판에서는 레이아웃이 너저분해서 키 가이드를 숨겨뒀다. 전투에서도 상세 정보는 아날로그 스틱을 눌러야 출력된다. 제품판은 이런 부분들을 게이머가 좀 더 알기 쉽도록 밖으로 끄집어냈다.
● 연회장 계단 한 가운데 상자를 뒀다.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순간적으로 몰입감이 깨지는 부분이다. 평범하게 벽이나 기둥에 붙여도 괜찮았을 텐데
: 원래는 연회장 구석에 뒀다. 그런데 테스트를 돌려보니 거기 상자가 있는지 몰랐다는 피드백이 꽤 오더라. 차라리 게임적 허용으로 잘 보이는 곳에 상자를 둬서 누구나 아이템을 획득하는 게 나을 듯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맵에 상자가 표시되도록 수정한다면 그 위치도 함께 옮기겠다.
● 상당히 많은 이야기가 오갔는데, 여전히 걱정스러운 지점은 이거다. 원작에 대한 추억이나 애정이 없는 신세대 게이머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 되돌아보면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의 시작은 이러했다. 그 시절 ‘창세기전 1·2’ 스토리를 요즘 주류 플랫폼에서 SRPG 룰로 즐길 수 있도록 한 번 잘 포장해보자. 나아가 ‘서풍의 광시곡’, ‘템페스트’와 ‘창세기전 3’까지 리메이크를 이어가려면 먼저 딱 기본에 충실한 시스템을 갖춰보자. 앞으로 다양한 반찬과 국을 끓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밥부터 맛있게 짓자.
다만 너무 기본만 강조하다 보니 편의성이 떨어져 스토리 감상조차 힘들다는 걸 이번 체험판을 배포하며 많이 느꼈다. 그래서 당장 문제되는 부분부터 고쳤고 출시 후에도 계속 피드백을 받고자 한다. 원작 스토리가 90년대 스타일이고 기억상실 소재에 무협스러운 표현이 잦은 건 이제와 어쩔 수 없다. 그저 이 스토리에 흥미를 가져주는 분들이 불편없이 플레이하도록 돕는 게 우리 역할일 터다.
● 한정판이 168,000원이면 꽤 가격이 나가는 편임에도 구성품은 뱃지, 포토카드, 달력, 담요 등이다. 아트북이나 스태추를 기대하는 팬이 적잖았는데
: 여러 현실적인 한계에 쫓기며 준비한 구성품인데, 걱정했던 것보다 많이 찾아주어 감사할 따름이다. 한정판 스태추는 검토했으나 이 가격대에서 원하는 품질을 맞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나중에 소량을 내더라도 그냥 고가로 제작하는 게 맞겠더라. 나 역시 게임을 좋아하고 한정판도 모으는 편이다. PVC로 만든 스태추나 프라모델은 반 년만 지나도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한다. 그렇게까지 무리해서 한정판 스태추를 넣고 싶지는 않았다.
● 내년 글로벌 론칭이 목표다. ‘창세기전’ 시리즈가 국내에선 상징적인 IP지만 해외의 경우 몇몇 국가로 수출된 적이 있을 뿐이다. 그 때문에 어려움은 없나
: 국내 출시 후 피드백을 받아 글로벌에는 보다 나은 상태로 나갈 터다. 최적화도 많이 이루어졌을 테고. 로컬라이징이 문제인데, 우리야 ‘창세기전’을 다 알지만 해외 게이머들이 봤을 때 완전 신규 IP다. 심지어 등장인물 및 지명이 굉장히 많고 기술명도 무협스럽다. 해외 퍼블리셔 역시 자신들에게 낯선 스토리라 굉장히 흥미로우면서도 이 작품은 로컬라이징이 정말 중요하겠다는 의견을 줬다.
● 현실적인 질문인데, 만약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이 비평이나 흥행에 고배를 마시더라도 ‘서풍의 광시곡’ 혹은 ‘창세기전 3’ 리메이크가 이어질 수 있을까
: 그건 라인게임즈가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나는 그저 게임을 개발하는 입장일 뿐이다. 관련하여 팀 안타리아 분들도 준비해주고 있으나 어쨌든 최종 결정이 떨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 알았다. 긴 인터뷰에 성실히 응해주어 고맙다. 끝으로 지금 이 시간에도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을 성원해주는 뭇 게이머에게 인사를 전한다면
: “오늘 이 자리가 명목은 인터뷰지만 다들 질문에서 걱정해주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응원해주러 와준 듯합니다. 마찬가지로 게이머 여러분도 ‘창세기전’ 시리즈에 애정이 크기에 쓴소리도 많이 하시는 거라 생각하고요. 웹에 올라오는 피드백을 다 보고 있습니다. 모든 문제를 단숨에 고친다면 거짓말이지만 지금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빠른 속도로 작업하는 중입니다. 오는 22일 게임이 정식 발매됐을 때 그래도 이 정도면 할 만하다, 라는 완성도까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