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오버로드, 30년 전 SRPG에 매료된 자들이 만든 ‘이상의 도달점’
JRPG 약진이 돋보인 지난 1분기, ‘페르소나’와 ‘용과 같이’ 등 전통의 강호들 사이에서 단연 이채로운 신작을 꼽자면 ‘유니콘 오버로드’ 아닐까. 그간 사이드뷰 액션 장르로 명성을 쌓은 바닐라웨어가 야심 차게 도전한 SRPG로서, 고전 명작 ‘전설의 오우거 배틀’을 연상케 하는 게임성이 큰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창사 후 일선에서 바닐라웨어를 진두지휘해온 카미타니 대표가 한 발 물러섰음에도 거둔 성과라 의미가 있다. 장르와 디렉터가 달라져도 바닐라웨어 특유의 감성은 건재하다.
꽤 알려진 사실이지만, 여러 흥행작으로 높은 지명도와 달리 바닐라웨어는 중소 규모로 운영된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으나 평균 임직원이 50명을 넘지 않을 정도다. 그런 그들에게 ‘유니콘 오버로드’ 같은 큰 기획은 말 그대로 사운을 건 승부수. 다행히 출시 한 달이 흐른 가운데 전세계 50만 장 이상 판매되며 순항하는 중이다. 마침 아틀러스 X 바닐라웨어 20주년 기념작이라 ‘유니콘 오버로드’의 성공이 더욱 뜻깊을 터. 이에 작년 TGS 후 오랜만에 야마모토 아키야스 프로듀서와 이야기를 나눴다.
'유니콘 오버로드' 출시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아틀러스 야마모토 아키야스 프로듀서
● 전세계 50만 장 판매 돌파를 축하한다. 자못 과감한 기획이라 매출에 대한 걱정이 컸을 텐데, 결과적으로 게임이 흥행한 소감은
: 솔직히 답하자면 전통적인 SRPG와 다르게 유니크한 게임 시스템으로 구성된 만큼 출시 직후 반응은 좋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다가 “어라, 의외로 재미있네”라 느껴주지 않을까 기대하긴 했다. 그런데 예상외로 많은 분들이 처음부터 호의적으로 반응해주어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우리 스스로 재미있다고 느꼈던 것을 한국 게이머 여러분도 공감해 준 점이 무척 기뻤다.
● 워낙 바닐라웨어의 전력을 다한 작품이지만 어쩔 수 없이 단념하고 축소시킨 기획도 있을 법하다.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면 듣고 싶다
: 관련하여 디렉터 노마 씨, 메인 플래너 나카니시 씨와 이야기 나눴지만 이번 작품서 계획했던 것들은 실현되었다더라. 노마 씨가 유일하게 아쉬워한 건 '캐릭터가 대미지를 받을 때마다 갑옷이 벗겨지는 표현'을 넣지 못했다는 정도다. 다만 이를 포함하여 모든 사양을 다 넣었다간 지금 시점에 발매는 불가능했을 터다. 퍼블리셔로서 그렇게나 방대한 분량을 이만치 완성도 높게 마감한 데 감사할 따름이다.
● 좀 더 어려웠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피드백이 꽤 많다. 난이도 구성이 캐주얼, 택틱스, 익스퍼트였다가 출시 직전에 바뀌었는데
: 근래 일본서 SRPG라면 90년대 탄생하여 지금도 여전한 인기를 자랑하는 타이틀의 친숙한 게임 시스템을 새로운 시나리오와 캐릭터로 즐기는 것이 주류다-물론 우리도 굉장한 팬이다-. 반면 ‘유니콘 오버로드’의 경우, 그러한 SRPG를 존중하면서도 조금 더 전통적인 워 게임에 가까운 요소가 다분히 포함됐다.
즉 일본 게임 시장에 뿌리내리지 않았던 RTS와 90년대에 끊어져 버린 계보를 지금에 와서 다시금 발굴한 결과가 ‘유니콘 오버로드’다. 그렇다 보니 기존 SRPG를 좋아하는 게이머 입장에선 워 게임이나 카드 게임의 덱 빌딩스러운 유니크한 시스템이 난해하게 느껴질 법했다. 그래서 열성적인 SRPG 팬은 물론 초심자도 우리의 게임 시스템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난이도 구성을 조정한 것이다.
● 본편 속 미니 게임을 실물화하는 경우는 봤어도, 한정판만을 위한 카드 게임은 퍽 새로웠다. 혹시 이를 별도로 판매 계획은 없는지
: 퍼블리셔인 아틀러스가 바닐라웨어 측에 게임 본편 외에도 ‘유니콘 오버로드’ 세계관을 즐기고 싶은 이들을 위한 호화판 제작을 상의한 것이 계기다. 운송 문제로 금속으로 된 특전은 어려워 종이 재질로 논의하여 카드 게임을 만들기로 최종 결정됐다. 아틀러스로서도 여태껏 특전으로 시도한 적 없는 형태였는데, 일본서 카드를 비롯한 아날로그 게임의 역사가 깊은 하비재팬이 협력해 준 덕분에 완성할 수 있었다.
하비재팬 측에 문의했을 때가 2022년 3월이었으니 제작 개시부터 발매까지 2년이 흘렀다. 이렇게까지 볼륨이 커지게 된 이유는 본편 자체가 전략적인 카드 게임과 덱 빌딩을 좋아하는 이들이 만들었기 때문이지 싶다. 특전인 카드 게임의 디자인도 바닐라웨어 배경 그래픽 디자이너 마에다 씨가 담당했다. 물론 세계관과 클래스 등을 공유할 뿐 놀이로서 각자 독립되어 있으니 카드 게임을 몰라도 본편을 즐기는 데 문제가 없다. 현재로선 특전만 별도 판매할 계획 역시 없다.
● 요즘은 일본 게임 시장도 PC를 중요 플랫폼으로 여기지 않나. 당장은 아니겠지만 ‘유니콘 오버로드’ PC 이식을 기대해도 좋을까
: 아틀러스와 바닐라웨어가 ‘유니콘 오버로드’ 개발을 시작하던 2016년 즈음 목표한 플랫폼은 PS4, PSVita 두 가지였다. 그러다 지난 8년간 게임 시장이 격변함에 따라 바닐라웨어 측에 부탁하여 PS4, PS5, XSX|S, 닌텐도 스위치까지 플랫폼을 확대했다. 당초 계획보다 배로 많은 플랫폼과 전세계 동시 발매까지 대응한 거다. 작금의 플랫폼은 퍼블리셔인 아틀러스가 선정했으며 헌신적으로 응해준 바닐라웨어 측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선 PC 이식은 예정에 없다.
● 본편 출시 한 달여 만에 너무 이른 질문이라는 건 알지만 한 명의 팬으로서 묻고 싶다. DLC나 속편에 대한 논의가 오가는 중인가
: 현재로선 추가 콘텐츠 제작은 예정에 없다.
● 한국에도 아틀러스와 바닐라웨어 팬이 무척 많다. 앞으로도 한국어화 정식 발매를 잘 부탁하며, 마지막으로 인사 한 마디 전한다면
: “열렬한 메시지에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기쁩니다. 한국 게이머 분들로부터 저희 예상을 뛰어넘는 지지를 받고 있다고 들어 매우 영광스럽습니다. ‘유니콘 오버로드’는 30년 전 SRPG에 매료된 사람들이 그 작품들을 향한 동경과 갈망을 불태워 뜨거운 에너지를 가하여 탄생시킨 보석과 같습니다. 디렉터 노마 씨와 메인 플래너 나카니시 씨, 두 분이 인생을 걸고 만들어 낸 ‘이상의 도달점’이라 할 수 있으니, 금번 인터뷰를 읽고 흥미가 생기셨다면 꼭 체험판을 통해 확인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