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읍읍 공략보고 겨우겨우 깼네요 턴제 제이알피지 게임보스중에서 이정도로 짜증나고 도전욕구 상승시키는 녀석은 거의 없엇는데 ㄷ
레코드랑 캣링 옥토링 포획같은 소소한 요소만 남은 시점에서 이 게임의 그 호불호 갈리는 스토리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봣어요
이 게임은 위처나 스카이림 같이 영웅 혹은 초인이 주인공인 게임은 아니고, 위대한 서사시나 모험담을 다루고 건 더더욱 아닙니다. 엄청난 음모에 휘말리거나 전란에 빠지거나 같은 특별한 사연이 있는 인물도 있는 반면에, 아그네아나 파르티티오 같은 범인에 가까운 캐릭터들도 주역파티원으로 나오죠.
또한 게롤트나 드래곤본은 모험을 하면서 선택의 기로에 직면하거나 중대한 딜레마에 빠집니다. 제국이냐? 노르드냐? 날 좋아하는 여자냐? 내가 좋아하는 여자냐? 그러나 옥토패스에는 그런 선택같은건 없습니다. 오스발드처럼 보이는 사람들 마다 강탈하고 조사하면서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슈트의 파트너 선택빼고는 중대한 분기점이 없습니다. 예컨대 나의 선택으로 인해 세계가 바뀌는 재미를 찾는다면 다른 게임을 권하고 싶네요.
그런 의미에서 옥토패스2의 스토리가 평이하고 혹은 그저 흘러가는대로 흘러갈뿐이라는 비판에 일부분 동의하고 왜 욕을 먹는지 알겠어요. 크로노트리거같이 멀티엔딩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근데 최종 에필로그를 보고난 후로 이런 스토리와 세계관을 구성했는지 이해가 되더라구요. 여행을 하면서 겪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나의 책속에 담으려고 한 시도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단편동화집? 각 작품이 연계되는 단편소설집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복수, 추방과 귀환, 잃어버린 기억, 재물과 야망, 자유, 비밀, 예언과 사명의식 그리고 꿈과 희망 등 각 주인공이 컨셉이 확실하고 그 사람들이 한데 모여서 생기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또 각 마을의 주민들에 대한 뒷이야기나 낮밤 시간차에 따라 달리 배치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한테 전부 싸움을 걸 수 있는데 이 겜의 매력인게 아닌가 싶습니다. 으레 이런 알피지에서 중후반되면 마을주민들이 동네북이 되는 경향이 많은데 옥토패스2에서는 세계 각지에 강자들이 꽤 있어서 70 중반의 잘 키운 히카리가 가끔식 다운되는 참사도 나오고 ㅎㅎㅎ
하여튼 옥토패스2 깊은 맛은 없지만 주문 한번에 여러가지 세트가 나와서 가성비가 대단한 음식점 같네요.
모드 깔고 2회차도 하고 싶어졌습니다.
내가 원하는 스토리만 원하는 사람 기준에서는 불호가 될 가능성이 크긴하죠. 개인적으론 각자 자기들만의 이유로 여행을 떠나고 그걸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큰 사건과 연결고리가 있다는걸 알게되면서 그 연결고리가 서로 다른 이유로 여행하던 주인공들끼리 엮이는 이유가 되고, 결과적으로 세계를 구하게 되는 이야기여서 매우 좋았습니다. 누군가는 무거운 이유로 시작하고 누군가는 시작부터 끝까지 가벼운 느낌이 지속되지만 그런 각자 다른 주인공들의 차이점이 이 게임에서 맛볼수 있는 특징이자 재미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