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 봤습니다. 대략 60시간 정도 걸린 듯 싶습니다. 적이랑 투탁거리는 것 보다는 파밍을 위해 맵을 돌아다니는 시간이 훨씬 더 길었던 거 같습니다. 보스는 특출나게 어려운 몇 보스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가호 강화가 되었다는 전제 하에서는 재미있게 구성되었구요. 다만 마법사로 플레이하는 입장에서 무기들과는 달리 쓸만한 마법이 몇 개 나오지 않는 점은 좀 아쉬웠습니다만, 이런 부분은 아직 저도 연구를 제대로 해보지 않아서일지도 모르니 쉽게 이야기하긴 어렵군요. 전체적으로 프롬 특유의 맛있게 매운 게임이라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엔딩을 보고 다른 게시판에서 엘든링 글을 좀 찾아봤더니 처음 며칠 동안 난이도에 관해서 꽤 불타오르고 있더군요. 사실, 난이도는 플레이어의 실력과 세팅, 영체나 협력자 소환 유무 및 기타 여러 조건으로 인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지라 쉽게 논하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만... 아주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결국 그림자 나무의 가호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체감하는 난이도가 크게 차이가 나는 듯 합니다. 영체 미사용이나 전회 미사용은 결국 사용자가 그렇게 플레이하겠다고 생각하고 진행하는 거니 추가적으로 어려워지는 건 당연한 거구요.
다만 캐릭터의 강화에 필요한 그림자 나무의 가호 시스템이 아쉽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파편은 황금 종자와는 달리 전 맵에 흩어져있는 파편을 모두 모아야 최종 강화가 이루어지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단 하나라도 놓치면 최종 강화를 할 수 없죠. 의도를 짐작하건데 최종 강화는 탐험 요소를 구석구석까지 즐기는 유저들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 되고, 기본적으로는 15~18 정도 수치가 제작자가 의도한 최종 강화 수치인 듯 싶습니다.
하지만 세상 일이 그렇게 제작자의 의도대로는 돌아가지 않는 거고, 탐험보다는 전투에서 더 즐거움을 느끼는 유저도 있을테고, 혹은 그런 것과는 상관 없이 파밍 요소를 모두 섭렵하지 않으면 만족하기 어려운 유저도 있을 겁니다. 아니면 진짜 모든 수단을 다 사용해도 클리어를 하지 못해 어떻게든 더 강해져야만 하는 절박한 유저도 있을테구요.
이런저런 사정을 가지는 유저들을 위해서 강화 시스템인 파편은 좀 더 너그러울 필요가 있었다고 봅니다. 저도 게임의 대부분의 시간을 맵 구석구석을 쏘다니면서 아이템 찾는데 시간을 소모했는데... 원래 길찾기에는 극악하게 약한 것도 있어서 진짜 엄청난 시간 동안 맵을 돌아다녔음에도 결국 스스로 올린 강화 레벨은 18이었습니다. 남은 다섯 개의 파편은 결국 인터넷 공략을 보면서 찾을 수 밖에 없었죠. 원작에서 성배병의 강화에 필요한 황금 종자에 약간의 여유가 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최소한 몇 개 정도는 찾지 못해도 최종 강화를 하는 쪽으로 설계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절대 제가 스스로 다 못 찾아서 징징거리는 건... 아닙니다!)
혹, 정말 이 시스템을 모두 찾아야만 최종 강화가 필요하게 설계했어야 했다면, 무슨 쌀알 한 좀 움켜쥔 다음 바닥에 훅 뿌리며 흡사 '드래곤 볼 놀이'하듯 찾으라는 식이 아니라, 각종 던전에 있는 중 대형 보스들을 상대하거나 어려운 기믹을 돌파한 후 자연스럽게 하나씩 획득할 수 있도록 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구요. 어떤 것들은 정말 상상도 못할 장소에 숨겨져서 찾고 나서도 '우와, 진짜 이걸 어떻게 발견하라고 여기 놔둔 걸까...' 싶은 것들도 있었습니다. 맵을 샅샅히 훑으며 얻을 수 있는 보상들은 굳이 파편이 아니라도 전회나 무기, 혹은 마법같은 것들로 충분히 채워져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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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많은 유저들에게 불쾌하게 느껴졌던 건 무엇보다 지도를 보며 탐색하는 길찾기 시스템이라고 생각됩니다. 프롬의 게임을 할 때마다 유저들이 공통적으로 극찬하는 게 다름 아닌 "아니? 여기가 여기로 이어진다고!?" 로 회자되는 자연스러운 맵의 연결이죠. 흡사 메트로바니아의 핵심 요소인 맵 탐색을 통한 재미를 3D로 옮겨놓은 듯한 이 절묘한 구성은 대대로 호평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3D 특유의 고저차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지도 시스템으로 인해 이런 장점이 반대로 많은 수의 유저들에게 스트레스 요소로 다가왔을 듯 싶습니다. 애초에 다른 시리즈들은 지도가 없으니 유저가 지도를 볼 일도 없고 그냥 앞으로 앞으로 되는대로 전진하다가 "아니. 이게 여기로 이어진다고!?" 같은 외침을 자연스럽게 내뱉을 수 있었지요.
하지만 지도가 존재하는 이상, 내가 가보지 못한 것들이 모두 보이게 됩니다. 탐험을 좋아하는 유저들은 "아, 일단 지도를 파밍해서 맵을 밝힌 다음, 여기저기 탐사해보자!" 하고 메인 퀘스트의 동선을 벗어나서 여기저기를 찾아보게 되지요. 하지만, 뭔가 거길 갈 수가 없습니다. 뭔가 지도에는 여기 갈 수 있다고 되어있는데 막상 절벽이 가로막고 있어서 저 위로 올라 갈 수가 없는 겁니다. 아마 엘든링 본편을 처음 하신 분들 중에는 라니 퀘스트의 최종 지역인 호수의 리에니에 지역 남쪽의 절벽 위 지형을 기억하실 겁니다. 아마 처음하시는 많은 분들은 어떻게든 올라갈 방법을 찾다가 포기하고 게임 진행하다가 라니 퀘스트의 마지막이 이 지역으로 연결되는 걸 보고 '아니. 이렇게 오는 거였나?' 했던 기억들이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DLC의 상당히 많은 지역이 이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런 건 하나, 아무리 좋게 봐줘도 두, 셋 정도여야 사람들이 "오, 놀랍다."고 여기지 맵 전체가 이런 고저차로 인해 달리거나 점프하는 식의 직관적인 방식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구성으로 되어있다면 즐거움보단 짜증을 느끼는 분들이 더 많으실 듯 합니다. 특히 그림자 나무의 파편이나 영혼 재의 존재로 인해 본편보다 훨씬 더 탐색의 비중이 강해진 DLC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이건 상당한 마이너스 요소가 아닌가 싶네요.
1. 보스에게 푹찍. 으앙 ㅠㅠ
2. 더 강해져야겠다. 그림자 나무의 파편을 씹어먹으면 더 강해진다메?
3. 자, 찾으러 가자. 그런데 어디에 있지? 이미 왔던 길은 탐사를 꼼꼼히 했으니 안 가본 곳으로 가면 많이 있겠지.
4. 지도를 펴자. 오, 여긴 안 가본 듯. 이쪽으로 가볼까?
5. 어? 절벽이네?(어? 낭떠러지네?) 어떻게 올라가는 거지? 여긴가? 여긴가? (점프 점프!)
6. 아니. 못 가잖아. 아, 내가 못 찾는 건가? 아니면 여긴 원래 못 가는 곳인가? 탐사를 더 해봐야되나?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가봐야되나?
7. 으앙...ㅠㅠ 딴데 가야지.-> 4로
이런 흐름으로 가는 게 대부분이죠. 물론 바닥에 이런저런 메세지가 남겨져 있으니 상당한 도움이 되긴 합니다. 길찾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했던 다른 시리즈는 한 두 곳을 제외하면 이 메세지 시스템으로 도움을 받아 찾을 수 있었지요. 하지만 이번에는 길 찾기가 상당히 난해하게 구성되어 있어 이런 메세지 시스템만으로는 지역을 돌파하는 게 상당히 어렵습니다. 지도 자체도 가는 길을 찾을 수 있게 도움을 준다기보단 '여길 갈 수 있는데... 과연 네 힘으로 여길 찾아갈 수 있을까?ㅋ' 같이 약올리는 듯 한 구성으로 되어있구요. 스스로 찾아낼 수 있다면 프롬 특유의 "이게 여기로?"를 내뱉을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유저들에게는 빙빙 돌면서 벽이나 비비게 만드니 상당히 지치게 되지요. 더군다나 그렇게 힘들게 찾아낸 공간엔 "여긴 스토리 설명하려고 만든덴가?" 싶은 느낌이 드는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 사람 맥빠지게 만들기도 하구요. 위 아래로 복잡하게 구성된 맵 구성을 약간 더 평면화시키고, 비어있는 곳을 채우는데 좀 더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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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가지 아쉬운 점을 제외한다면, 모든 부분에서 정말 완벽한 게임이었습니다. 원작도 재미있게 즐겼는데 DLC도 그에 못지 않게 훌륭하네요. 특히 원작의 방대한 분량으로 인해 정말 재미있게 즐겼음에도 다회차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저는 과하게 길지도, 그렇다고 다른 DLC들처럼 아쉽게 짧지도 않은 제대로 된 프롬 액션 게임 본편을 하나 즐기는 느낌이었습니다. 매번 보는 시스템이지만 정말 해도해도 안 질리는 매력이 있는 게 소울 시리즈의 장점이지요. 아마도 다시 DLC를 즐기기 위해선 또 무지막지한 본편 분량을 또 뚫고 달려와야하기에 이걸 제가 죽기 전에 다시 플레이 할 수 있을까 싶기는 합니다만... 정말 며칠 동안 아주아주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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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플레이 영상 모음집 하나 올리고 떠납니다! 당연하지만 누르자마자 스포일러 터져나옵니다. 레전드 급 이상 보스 노 데미지 모음입니다. 스포가 싫으신 분들은 클릭하시면 안 됩니다! 회차는 초회차. DLC 시작 레벨은 아마 마법사 196인가? 그랬던 거 같고 클리어 당시 레벨은 213. 가호 레벨은 보스마다 영상에 따로 적혀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