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기 방영을 이후로 9년간 3시즌의 TVA와 4개의 극장판과 1개의 특별편으로 이어진
울려라! 유포니엄이 드디어 결말을 맞이했다
그리고 이 미적지근한 결말에 대한 반응은 당연하게도 부정적이다
처음에 비하면 많은 변화를 겪었다
쿠미코의 2학년부터 스토리의 축약은 심각해졌고
감탄만이 나왔던 합주씬은 갈수록 옅어져 나츠키, 유코 선배와 함께 쿠미코를 두고 졸업해버렸다
하지만 이에대해서는 쿄애니가 역사로만 남지 않았다는것만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나 그 중 각본만큼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울려라! 유포니엄은 늘 이런 이야기였다
레이나도 타키도 이야기도 변하지 않았다
변한것은 단 두 인간, 오마에 쿠미코와 그녀를 바라봐온 당신 뿐이다
누군가는 슬픔과 분함의 눈물을 흘렸고
누군가는 쓰디쓴 마른 침을 삼키며 미소를 지어야했다
울려라! 유포니엄은 늘 그런 이야기였다
1. 쿠로에 마유
3기에서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킨 인물이자 참으로 독특한 인물이다
우리가 알고있는것은 단 한번의 전학이지만 쿠로에 마유는 아마도 수많은 전학을 겪으며 살았을것이다
어딜가도 배려받는 불청객으로 살아왔을 그녀는 심지가 굵거나 얇거나를 떠나 심지 자체가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마시고싶은 음료수조차 고르지 못하고 사진으로 남들의 모습을 기록하는건 좋아하면서 자신은 찍히기 싫어하는 그런 인간이 되었다
그런 쿠로에 마유가, 남에게 자신이 찍힌 사진을 선물로 줄 정도로 변한 이유는 오마에 쿠미코다
그저 미움 받지 않을 정도로의 인간관계만을 상정한, 배려라는 색을 칠한 회피뿐인 인생에서
자신을 배려하지 말아달라는 사람에게 받은 충격은 어느 정도였을까
2. 코사카 레이나
유포니엄과는 다른 세계인 트럼펫, 그 트럼펫 중에서도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코사카 레이나
이미 특별했던 인간
자신의 이상에 어긋나는 현실은 구부리거나 잘라내는 레이나의 인생은 협주에서 완성된 음악에 가장 근접한 형태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삶의 방식은 쿠미코와의 3년을 겪고도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남에게 배려를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목표에 다가가면서 챙길 수 있는 배려일뿐
자신이 밀어붙여 눈물을 터트렸던 후배를 칭찬해준것도 실력이 올랐다는 결과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레이나는 쿠미코와 함께 솔로를 불고싶다는 자신의 감정조차 배려하지 않았다
레이나는 늘 그런 인간이었고, 앞으로도 그런 인간일 것이다
3. 오마에 쿠미코
트럼펫과는 다른 세계, 알아주는 이도 인기도 없지만 공백은 용납되지 않는 저음의 악기 유포니엄 같은 아이
오마에 쿠미코에게 취주악은 무엇이었는가
아오이에게는 미련없이 버릴 수 있는 것이었고
마미코에게는 미련을 숨긴체 접을 수 있는 것이었고
아스카에게는 미련을 정리하고 떠날 수 있는 것이었다
미조레에게는 연결고리였고, 노조미에게는 자신이 채운 족쇄였다
3년간 스쳐지나간 수많은 부원들중 누군가에겐 단순한 3년동안의 추억일 것이다
레이나에게는 이유이자, 목적이자, 수단이자, 결과였다
쿠미코에게 취주악은 인생이 되었다.
타인의 진심은 듣고싶지 않지만, 자신의 진심은 늘상 내뱉어버리는 쿠미코는
아스카에게 자신의 의지로 진심을 말하면서 인간으로써 성장한다
그러나 그랬던 쿠미코는 부장이라는 역할에 감옥처럼 갇혀버리고
자신의 진심을 자신조차 들을 수 없도록 집어삼켜버리는 슬픈 인간이 되었다
적당히 현실과 타협해서 똥금으로도 적당히 기뻐하던 쿠미코는
부장이라는 역할을 맡기 훨씬 전부터 잡아버린 전국 금상이라는 목표에 본인을 포함한 모두를 한계까지 밀어붙인다
4. 좌절과 선택
키타우지 취주악부 3학년은 좌절로 가득한 지옥도이다
하루카는 떠맡았을 뿐인 부장이라는 자리의 무게감에 깔려 죽어가고 있었고
아스카는 본인의 감정을 거세해야했고
카오리는 누구나 예약석으로 생각한 솔로를 빼앗기는 좌절을 겪어야했고
유코와 나츠키는 선배들의 빈자리를 채워야한다는 부담감에 피가 말렸을 것이고
전국 진출 실패라는 좌절에 자신들을 미친듯이 탓했을것이다
놀랍게도 쿠미코는 3학년 부장이 되어 이 모든 좌절을 동시에 겪는다
유일한 차이는 선택이다
대회마다 오디션을 보기로 선택한 것은 쿠미코
트럼펫과 유포의 솔로가 있는 곡을 선택한 것은 쿠미코
마유에게 물러나달라고 말하지 않기로 선택한 것은 쿠미코
마지막 투표에서 사적인 감정을 차단해버리기로 선택한 것은 쿠미코
솔로를 불고싶은 오마에 쿠미코와 전국 금상을 따기로 약속한 오마에 쿠미코
솔로를 부는게 당연한 취주악부 부장과 실력주의를 표방한 취주악부 부장
쿠미코와 마유의 물리적인 실력차에는 차이가 없다는 것을 좀 지나치게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유의 강점은 어디까지나 타키 선생이 듣고싶은 소리를 내고, 레이나의 트럼펫을 돋보이게 해줄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쿠미코는 더 이상 그런 인간이 아니게 되었다
선배들은 피하지못한 비에 젖어버렸지만 쿠미코는 피할 수 있었던 장대비 속으로 제발로 걸어들어간다
그 누구도 하지 않을 선택을 하며 부를 이끌고 목표를 이룬 쿠미코보다 "특별하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인간이 있을까
혼자서는 빛나지 않고, 단순한 버팀목도 아니고 모두를 이끄는 그런 유포니엄 같은 사람
오마에 쿠미코에게 취주악은, 유포니엄은 인생이 되었다
울려라! 유포니엄은 이런 이야기가 되었다
5. 결론
아쉬운 소리가 나오는게 당연한 결말이었다.
아쉬운 소리가 나오는게 당연한 퀄리티였다.
대회 합주 장면과 쿠로에 마유의 뒷이야기가 더 풀리는 극장판이 보고싶다
쿠미코가 전국에서 솔로를 부는 모습도 보고싶다
하지만 쿠미코가 음대에 가기를 망설인 그 순간부터 그 모습을 상상하기가 힘들었다
나는 이렇게 완결된 울려라! 유포니엄의 이야기가 싫지 않다.
1기때 그렇게 욕처먹던 리본이에 시청자들이 빙의된 상태임 유코가 왜 난동을 부렸는지 이제는 좀 알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3기 이야기 자체가 카오리 이야기를 쿠미코 관점에서 본거라...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저는 3기에서 나오는 아쉬움들은 원작의 분량상 2쿨 이상으로 정리되어야 할 내용이 1쿨로 마무리 되면서 생긴 것이 아닌가 생각 하고 있습니다. 저는 원작을 보지는 않았으나 3기 이야기 나왔을 때 분량상 대충 2쿨 정도로 나오겠구나 싶었거든요. 그래서 1쿨로 나온다고 했을 때 원작의 분량상 1쿨 정도로 마무리 하는 건 좀 무리가 아닌가 싶었는데 마무리 되고 나니 역시 1쿨로는 조금 무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만 그래도 오랫동안 팬들과 같이 해온 시리즈를 마무리 해준 것은 감사한 일이고 향후 극장판이나 총집편이 나온다면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 줄 수 있는 방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미라지 BD UFE 1,2기 다 사고 원작 읽어본 팬으로서 이번 3기 드리프트는 대단히 불호인데 이건 원작대로 가는 척하다 급 드리프트를 꺾어서 불호인거지 시작부터 빌드업 했으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음
1기때 그렇게 욕처먹던 리본이에 시청자들이 빙의된 상태임 유코가 왜 난동을 부렸는지 이제는 좀 알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3기 이야기 자체가 카오리 이야기를 쿠미코 관점에서 본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