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살 IBM Model-M Clicky(버클링) 키보드
오래전에 친구에게 선물받아서 오랫동안 쭉 같이 살고 있습니다. 어릴적 사진첩 빼면 제가 소유한 물건 통털어도 오래 된 것으론 으뜸인 것 같네요.
'IBM Model-M', 키보드에 대해 관심있는 분들에겐 너무나 유명한 물건이겠죠.
종종 'IBM 기계식 키보드'라고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 'Buckling Spring' 이라는 고유한 방식의 키보드로 특유의 탱탱한 키감과 '타캉'거리는 타건음 때문에 'Clicky 키보드'라고도 불리며, 1985년 생산 된 이후 현재까지 동일한 디자인을 계승한 모델(Unicomp사)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대중적이고도 매니아적인 키보드 입니다.
모든 모델M이 버클링 방식은 아니며 PC용 키보드 중에서 'IBM Clicky 키보드'라고 부를 수 있는 모델은 1391401, 1390120, 1390131, 42H1292, 51G8572, 52G9658, 52G9700, 1396790, 82G2383, 92G745 이라고 합니다.
다른 특징은 바로 탱크 같은 내구성입니다. '잔고장이 없다'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고장나지 않는다'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스펙 상으론 키 당 2천5백만 회 이상의 내구도를 가지고 있다고 하며, 2단 조립식 승화전사 인쇄 키캡, 청소가능하고 배수 가능하게 설계된 하우징이 장점입니다. 제가 꽤 험하고 지저분하게 사용한 편인데 키캡 및 몸체에 잔 기스도 잘 안보일 정도로 플라스틱 내구성 또한 놀랍습니다.
이 때문에 전세계 이베이에서 아직도 활발히 이 할배 키보드들이 거래되고 있습니다. 또 이 키보드에 꽂힌 어느 미국 공대생은 부업으로 모델M 키보드만 고물상에서 싹싹 긁어서 반짝반짝 닦은 다음 웹사이트에 올려서 백만장자(조금 과장)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게 clickykeyboards.com 입니다.
제 것은 93년생 Model-M 1396790(U.K)인데 원가절감을 위해 다운그레이드(케이블 일체형, 레이저인쇄 키캡 등)된 4세대 이전에 생산 된 마지막 3세대 모델 중 하나 인듯 합니다. 소장가치는 86년 model-M 1390120 등이 희소성 때문에 월등하지만, 실사용에 있어서는 클래식 Model-M의 정통성을 유지하고도 노후가 덜된 3세대 모델에 더 메리트가 있다고 봅니다.
얄팍한 소개는 이만하고 - 1396790이의 24년만(추정)의 첫 목욕 - 본격 때밀이 체험 후기 입니다.
이 친구 5-6년은 창고에 잠자고 있었습니다. 게임을 많이 했기에 적당치 않았고 더러워지다 보니 청소하기가 귀찮고 엄두가 안나서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목욕 전 상태가 어땠냐면, 키캡 밑판에 머리카락과 땅콩껍질, 과자 부스러기, 먼지 등이 5mm 높이로 쌓여있었고 키캡과 몸체는 거의 진회색으로 보일 정도로 때가 타 있었습니다.
세척용 세제로는 과탄산소다(옥시크린 원료)를 뜨거운 물에 풀어서 주로 사용했습니다.
키캡을 전부 분리하여 지퍼락에 과탄산소다와 중성세제를 녹인 뜨거운 물을 잠길 정도로 넣고 밀봉했습니다. 한나절 지나니 찐득하게 붙어있던 때가 따로 닦을 필요도 없이 녹아 내렸더군요. 물에 여러번 행궈서 소쿠리에 담아서 바람과 볕이 잘드는 베란다에 내다 놓고 하루 정도 말렸습니다.
코일형 케이블은 양끝 단자를 크린랩과 테잎으로 방수 처리한 후 단자들은 세제에 잠기지 않도록 하여 담가뒀습니다. 고무재질이라서 그런지 한나절 지나도 때가 잘 안빠지더군요. 한번 더 세제 갈아주었고 그래도 더러운 부분은 수세미로 닦아줬습니다. 건조 후 단자 주위는 면봉으로 알콜을 묻혀 닦아냈습니다.
몸체 상판 하판도 과탄산소다 용액을 묻혀 극세사 천으로 닦고 홈부분의 찌든때는 치간칫솔로 파내듯이 닦아냈습니다. 몸체는 반질반질하고 텍스쳐있는 하드 플라스틱이라 쉽게 닦입니다.
키 밑받침 부분은 1차로 진공청소기로 큰 먼지 빨아들인 후 유화용 붓과 칫솔, 치간칫솔로 들러붙은 나머지 먼지와 오염물을 제거했습니다.
목욕 이상 끝.
그리고 어제 재조립을 끝마치고 블링블링한 모델M을 보고 있자니 뭔가 뭉클하더군요.
'OO 퀘스트 성공~!'같은 그런 뿌듯함이 아니라, 오랜 친구를 옛날로 돌아가 다시 만난 것 같은 감회가 듭니다.
평소엔 물건 가리키며 '이 아이', '저 아이' 칭하는 분들 보면 속으로 은근 비웃기도 했었는데요.
물건과 친구가 된다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 고민 해봐야겠습니다.
죽.....여...줘....
와 깨긋하게 때밀었군요!!!
대학다닐때 밤중 전산실 책상에 여친 올려놓고 붕가할때 그녀가 손으로 옆에있는 키보드 다닥거리던 게 갑자기 생각나네요 그때 그 키보드를 보는거 같습니다..
다 세척하고 스프링 배열 잡아놓고 하우징 합치다가 스프링 튕겨나가거나 제대로 안들어가면.. 다시 분해해서 스프링 배열하고 재결합하고 ㅡ아ㅏㅏ아ㅏ
굿!보이!
다 세척하고 스프링 배열 잡아놓고 하우징 합치다가 스프링 튕겨나가거나 제대로 안들어가면.. 다시 분해해서 스프링 배열하고 재결합하고 ㅡ아ㅏㅏ아ㅏ
그래서 볼트 풀지않고 청소 했습니다 저는 ㅎㅎ
영국?? 그럼 유럽배열에서 미국거로 바꾸는 개조하셨군요 캡도 사오신거고..
그건 잘 모르겠네요. 직접 산게 아니라서. 시기상으로 ibm PC가 국내 들어왔으면 국내 유통사가 oem제작 했을거 같네요.
뒤에 높이 조절 받침이 아직도 있군요. 전 컴덕이라 몇년을 써도 남아있는데 가족들에게 키보드 바꿔주면 며칠만에 사라지고 없던데 ㅋ
죽.....여...줘....
모델M은 ㅊㅊ
혹시 버클링 키보드 신품으로 써보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모델 M 열화 버전이긴 하지만 http://www.pckeyboard.com/ 여기서 현행으로도 판매중입니다
열화버전은 어떤걸 뜻하는거죠? 저도 ibm 스프링 키보드 찾다가 없어서 비슷한 matias꺼 수입해서 쓰는데 링크 제품들은 전부 새제품인가요??? 캔터키에서 만든건데 사용기는 비슷하시나요?^^
유니콤프사가 정통 버클링방식 모델m 후계자가 맞습니다. 하청받아 만들다가 IBM한테 라이센스를 산거죠. 새제품 맞고요. 마이너한 점은 연결선 단자 생략 등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http://www.kbdmania.net/xe/best_article/8383475 리뷰 참조해 보세요.
와 깨긋하게 때밀었군요!!!
귀여운 플랑시간
굿!보이!
K모 대학에 재학중이었죠.. 그때 우리과 전용 전산실 정리한다고 단말기 전용 키보드 (바로 위에넘과 유사한 넘입니다.) 가 전량 쓰레기통으로... 몇년뒤에야 그 녀석이 매우 좋은 넘이었다는걸 알고 우리과 학생들 대부분이 아쉬워 했더라는 전설이.. 그때 키보드 망가진 선배 한명이 저걸 집어 간게 있었는데.. 그 녀석만 유일하게 살아있었다는... 정확한 년도는 생각나지 않네요. 1996~2000 사이의 일이었음.
정겨운디자인이라 다시보니 반갑네요.
지금 키보드야 소모품으로 인식되지만... 저당시 IBM은 PC본체의 부속품으로 인식하고 만들었죠.. 키보드 내부에 강판과 후덜덜한 내구성하며... 아마 저걸로 도둑돔 때려잡아도 될만큼의 강성일껍니다.. ㅎㅎ
방탄 장비로 쓸수도 있지요. 무게가 2킬로가 넘습니다. ^^;
카메라 grain같은건 보정이에요?
ISO를 과하게 높게 줘서 그렇습니다.
세상에~~~~~ 이걸 한글 각인된 걸로 가지고 계시다니... 조낸 부럽네요 돈이 없어서 구할 수도 없는 걸...
윈도우 키가 없어서 겜할때 좋을듯 ㅇㅇㅋ
키보드 : "저 이제 퇴근해도 되죠.....?" 주인 : "허락 할 수 없네"
그러나 윤허하지 아니하였다.
모델M의 철커덩철커덩하던 느낌이 생각나네요 저당시 키보드는 명품이었는데^^;;
옛날에 집에있던 IBM컴퓨터에서 쓰던 기억이 나네요. 그땐 잘 몰랐는데 나중에 커서 키보드에 관심 갖으니까 다시 찾아보고 싶은..
와 저 추억의 꽈배기 케이블......
저 PS2 포트용 키보드는 저도 하나는 항상 비치해 놓습니다. 이유를 모르겠지만, 가끔 USB포트가 인식이 안될때.... (CMOS에서...) 저거 끼워 쓰면 100% 인식되므로...
와 키보드 계열의 황희 정승이로군요 은퇴를 못하네 ㄷㄷㄷ
와 이거 명품이죠. 저도 한 10년썼던것 같은데 고장나는 걸 본적이 없는데.
대학다닐때 밤중 전산실 책상에 여친 올려놓고 붕가할때 그녀가 손으로 옆에있는 키보드 다닥거리던 게 갑자기 생각나네요 그때 그 키보드를 보는거 같습니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4년전에도 엔터는 극혐이었군요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