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지식에 대한 추측 - 할아버지 역설
지금까지 티바트 외부의, 심연에서 들어온 지식이 금단의 지식이라고 알려져 왔습니다.
헌데, 티바트 경계를 수호하는 앨리스는 티바트 외부에서 '아이돌' 이라는 단어를 퍼트리고 이것이 무려 서적상에 남아있습니다.
모순이 느껴질 수 밖에 없는 부분이죠.

앨리스 뿐만이 아닙니다. 외부의 지식을 가져온 것은 강림자도 예외가 아니죠.
그러나 이들은 즉각 처벌을 받지도 않고, 사실상 방치 상태에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외부의 정보 = 금단의 지식이 아니라는 점을 뒷받침 한다고 볼 수 밖에 없지요.
그래서 저는 금단의 지식의 정체를 '출처' 가 아닌, 티바트의 실질적 위협이 될 '속성' 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먼저 나타 이후 각종 임무에서, 점점 티바트의 시간선이 뒤얽히고 있음이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는 잿더미 바다로, 고정된 시간대가 아닌 역사상 여러 시간대에서 등장하고 사라짐을 반복하고 있지요.
최신 마신임무에서는 무려 미래의 존재가 과거의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묘사가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묘사는 남은 노드 크라이 마신임무에서도 키 포인트가 될 것이 분명한데요, 일단 이에 대해 자세히 논하지는 않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미래의 존재가 과거에 '실질적'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죠.
문제는, 단순히 현재의 기억을 조작하는 것과는 달리 실질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행위는 엄청난 문제로 이어집니다.
이른바 할아버지 역설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죠. 쉽게 설명하자면, 내가 과거로 돌아가 할아버지를 죽일경우,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역설 문제를 회피하고자 많은 연구자들은 다중 우주론과 같은 가설을 제기하였습니다.
즉, 과거로 돌아가 할아버지를 죽이는 것으로 지금의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로 분기한다는 가설이지요.
이 경우 과거의 선조를 죽인다 하여도 자신의 존재가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다른 세계간에서 일어난 일에 불과하니까요.
다만 이 경우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시간이동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세계를 넘나드는 것은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신이 이미 다른 세계로 넘어간 이상, 원래의 자신의 세계로 되돌아 갈 방법이 없어지는 것이죠.
여하튼, 중요한 것은 무엇이 티바트의 위협이 될 수 있냐는 점일 것입니다.
만약 할아버지 역설 문제가 유효할 경우, 티바트는 그 존재 자체가 소멸할 수 있는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심연을 통해 과거로 돌아간 누군가가 어떻게든 귀종을 살려냈다고 해 봅시다.
귀종의 상실을 겪지 않은 종려는 꺾이지 않는 잔혹한 암왕제군으로서 티바트를 무력통일하는 결과를 낳고, 본래 정해진 운명과는 큰 차이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일곱 집정관 체제가 성립하지 않고, 종려와 귀종의 투톱 체재로 모든 인류를 굴복시키는 등 말이죠.
그러나 티바트 세계는 거짓된 하늘의 법칙(?)으로 세부사항이 바뀔지언정 반드시 정해진 운명을 따라야만 합니다.
누군가의 생존과 그로 인한 나비효과는, 그 세계 자체가 존재할 리 없는 무언가로 바뀐다는 말이 되지요.
정해진 운명을 따르지 않는 현재는, 어떠한 결말을 맞게 될까요?
본디 존재하지 않았을 지식의 부여로 인해, 해당 세계는 로노바에게 종말을 선고받습니다.
만약 할아버지 역설이 발생한 상태에서 세계를 방치하면 어떻게 될까요?
아직까지는 상상의 영역이지만, 네 그림자들이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면, 정해진 결말을 따르기 위해 반드시 세계는 파멸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정해진 결말과 불일치 한다는 것이 분명해지는 시점에서 해당 세계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되고, 따라서 해당 세계를 리부트 하기 위해 세계 그 자체를 파멸시켜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이지요.
간단히 말하자면 재시작 버튼을 눌러야만 하는 것입니다. 메모리에 저장된 전기신호가 모두 소멸함으로서, 가상의 세계는 소멸하게 되겠지요.
문제는 재시작 이후입니다.
해당 세계가 정해진 운명대로 흘러가더라도, 한 번 받은 간섭은 오염된 세계수에 남아 그대로 같은 결말을 반복하게 됩니다.
결국 한 번이라도 역설이 발생한다면, 반드시 그 세계는 종말을 맞이하고 심지어 그것을 끝없이 반복해야 하는 영겁회귀에서 벗아날 수 없는 저주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로노바가 해당 세계를 정화하는 것이 아니라, 무려 종말을 선고해버린 이유라고 봅니다.
세계의 종말을 피하기 위한 룩카데바타의 거룩한 희생
금단의 지식으로 인해 인간들이 비늘병에 시달려야 했던 이유도 쉽게 설명이 됩니다.
본디 있어야 할 운명을 따르지 못하고, 현재와 정해진 운명사이의 과정이 null이 되어버린 만큼, 해당 개체의 현재 정보를 출력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정보의 '오염' 이 아니라, '부재' 라는 점입니다.
원신 세계의 인간형 존재의 기본값이 츄츄족이라 한다면, 개체의 정보가 사라짐으로서 그 자리를 매꾸는 데이터는 응당 츄츄족의 그것을 참조하게 됩니다.
현존하는 츄츄족이 모두 인류가 변화한 것임을 고려하면, 이는 자연스러운 추측이라고 봅니다.
이처럼 정해진 운명과 현재의 변화와의 연결고리가 '소실' 됨으로써, 해당 세계는 파국으로 치닫게 되고, 이를 막고자 네 그림자들은 개입을 시도하게 됩니다. 이른바 '못' 으로 알려진 정화작업이죠.
그리고 정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로노바는 세계에 종말을 선고할 것입니다.
여기까지 정리하자면, 금단의 지식이란 단순히 외부의 지식을 뜻하는 것이 아닌 정해진 운명으로 흘러나갈 수 없게 만드는 일종의 변환점, 즉 할아버지 역설을 만들어내는 이벤트로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한 이벤트가 외부건, 아니면 미래의 지식이건 그 출처가 중요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세계 외부의 '아이돌' 이라는 정보를 유포한 앨리스는 아무런 제재없이 활약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이돌이라는 정보가 운명을 바꿀 정도의 파급력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다만 어떻게든 원신 세계를 파멸로 이끌고자 하는 심연은 계속하여 간섭을 시도하겠지요. 그들의 간섭이 심연교단 같은 추종자를 만들어내었고, 이러한 '원래 운명에 없을 이벤트' 를 만들어냄으로서 세계는 점점 더 파멸에 다가가게 됩니다.
그럼 대체 심연은 왜 이러한 파국을 바라는 것일까요?
가장 간단한 추측은 심연 그 자체가 파멸로 이끄는 거대한 의지의 표출이라는 점일 것입니다.
참고 : 스타레일과의 관련성 추측 지식의 역함수를 중심으로
네 그림자들은 어떻게든 종말을 맞이 하지 않는 세계를 만들어 내고 싶어하고,
심연은 어떻게든 종말을 맞이 하는 세계를 만들어 내고 싶어 합니다.
이러한 충돌 속에서, 심연행자가 깨달은 세계의 진리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왜 얼음여왕은 끝내 천리와의 대적을 목표로 삼아야만 했었을까요.
어쩌면 종말을 맞이하지 않는, 주어진 완벽한 미래보다는
자신의 의지로 쟁취하는 불완전한 미래에 더 값어치가 있다는 뜻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