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 블레이드 제로 푸시스퀘어 상세리뷰내용
소울은 지녔으나, 소울라이크는 아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인물이 되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궁금한 적이 있다면,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그 로망을 기필코 실현해 주겠다는 강한 의지를 품고 있는 게임이다.
개발사 S-GAME의 서구권 진출작인 이 타이틀은 타격감 넘치고 스타일리시하며 깊이 있는 전투 시스템을 액션과 감각적 멋으로 가득 찬 모험의 핵심 축으로 삼았다. 순수한 쾌감을 지향하는 당당한 태도로 무장하고 있으며, 플레이어의 모든 조작에 극도의 만족감을 부여하는 놀라운 손맛을 선사한다.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훌륭하고, 직접 조작하는 감각도 경이로우며, 실제로 즐기는 경험 자체가 대단히 뛰어나다.
지나치게 잦은 회상 씬과 지루한 수집 요소들로 인해 빈약한 스토리텔링이 특유의 빠른 템포를 저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PS5 세대에서 가장 위대하고 만족스러운 액션 게임 중 하나로 당당히 자리매김한다.
66일의 유예와 복수
플레이어는 앞으로 살아갈 날이 66일밖에 남지 않은 전사 '소울'이 되어 여정에 나선다.
소울은 문파 수장의 살해범이라는 누명을 쓴 뒤, 이미 멈춰버린 자신의 심장을 오염된 심장으로 교체하는 거래를 맺었다. 문파원들에게 쫓기게 된 그는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을 연장하고 명예를 되찾기 위해, 그리고 종착지에 약속된 치료제를 얻기 위해 팬텀 월드 전역을 가로지르는 사투를 시작한다.
게임은 진행될수록 점차 자유도가 높아지는 복수의 맵을 중심으로 이 여정을 구조화하였다. 부가 퀘스트와 샛길, 숨겨진 아이템들이 각 지역을 채우고 있으나, 이 모든 것은 결국 단 하나의 본질, 즉 '액션'으로 귀결된다.
스태미나의 굴레를 벗어난 극한의 전투 쾌감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필자가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전투 시스템 중 가장 큰 보람과 쾌감을 안겨준 작품 중 하나다.
외형적으로는 프롬 소프트웨어의 작품들과 어느 정도 유사성을 띠고 있으나, 메커니즘과 기능 면에서는 훨씬 더 자유롭다. 기본 뼈대는 공격, 가드, 회피, 패링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적의 체력을 깎아내고 적의 공격을 쳐내어 스태미나 게이지(인게임 명칭 '살기[Sha-Chi]')를 소진시키는 정석적인 절차를 따른다. 그러나 이러한 조작이 전해주는 손맛은 최근 수년간 플레이했던 그 어떤 게임보다 월등하다.
전투 행동이 스태미나 게이지의 한계에 얽매이지 않으며, 오히려 플레이어가 마음껏 공격을 퍼부을 수 있는 완전한 자유가 주어진다. 일반 공격과 회피, 패링은 스태미나를 전혀 소모하지 않는다. 지속적인 방어와 강공격은 스태미나를 소모하지만 그 소모 속도는 완만하다. 나아가 강공격을 적중시키면 '파워 서지(Power Surge)' 게이지가 충전되어 강력한 가드 불가 콤보를 발동할 수 있다.
스태미나 바의 지배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감각은 경이롭다.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작동하며, 방어에 치중하는 듯한 찰나의 순간에도 타이밍에 맞춘 패링이나 회피 한 번으로 무궁무진한 반격 기회가 열린다. 이 모든 것은 2종의 주 무기와 더불어 보조 무장인 '팬텀 에지'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사용 횟수가 제한된 특수 무장인 팬텀 에지는 전황을 단숨에 뒤집는 핵심 도구다. 방패를 파괴하거나, 원거리에서 저격하고, 화염을 투척하는 등 다채로운 실험적 기능을 제공하며, 일반적인 도검 난무와는 또 다른 템포의 전환을 선사한다.
춤추듯 펼쳐지는 무협 액션과 보스전의 다양성
전투는 마치 하나의 군무처럼 흘러간다. 풀 모션 캡처에 기반한 애니메이션 덕분에 소울과 적들은 허공을 가르고 지상을 미끄러지듯 유려하게 움직인다. 이러한 압도적인 유연함 속에서 패링과 회피를 완벽한 타이밍에 성공시켰을 때의 쾌감은 각별하다. 연속 콤보는 빠르고 우아하게 꽂힌다.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조작하는 감각 자체가 대단히 훌륭한 게임이다. 일반 전투부터 은신 암살에 이르기까지, 개발사 S-GAME은 컨트롤러 입력에 요구되는 최적의 무게감과 부드러움, 타격 임팩트를 완벽하게 구현해 냈다.
다채롭게 배치된 수많은 보스들은 단순한 반사신경 테스트를 넘어선 도전을 요구한다. 제작진이 내부적으로 '절대 평범하게 칼만 든 인간과는 싸우게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운 것처럼 보일 정도다. 메인 스토리 보스든 서브 퀘스트 보스든, 모든 전투마다 고유한 연출과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새로운 기믹 요소, 다단계 페이즈 전환, 인상적인 공격 패턴, 색다른 피해 유도 방식 등이 적용되어 있다. 이러한 다양성은 각 지역의 개성을 한층 부각하며, 해당 지역의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 독특한 적들 덕분에 전투는 내내 예측 불가능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무기 파밍과 자유로운 빌드 전환
보스를 쓰러뜨리면 높은 확률로 해당 보스의 무기를 획득할 수 있다. 게임 내 무기는 한손 무기, 쌍검, 양손 무기의 세 가지 범주로 분류되지만, 각 무기는 저마다 뚜렷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특정 무기에만 전용 퍽, 어빌리티, 고유 모션이 부여되어 있어, 장비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적과 대적하는 빌드와 전투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진다. 새로운 도전 과제에 맞춰 더 적합한 장비가 요구되므로 게임은 지속적인 무기 실험을 권장한다.
필자는 보통 게임 초반에 마음에 드는 세팅 하나를 정하면 엔딩까지 바꾸지 않는 보수적인 성향임에도 불구하고,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매력적인 대안들을 쥐여주며 스스로 새로운 무기를 쥐어보게 만들었다.
다른 무기를 시험해보는 데 따르는 부담도 없다. 무기를 교체하기로 결정하면 기존 무기에 투입된 모든 재화와 강화 재료를 100% 환급받아 새 장비에 고스란히 재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무기의 손맛이 뛰어난 만큼, 한 가지 무기만 고집하는 것은 이 게임이 가진 잠재력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일이다.
소울라이크와의 차별점과 난이도 체감
이쯤 되면 이 게임이 소울라이크 장르가 아닐까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장르 특유의 분위기나 시각적 인상을 일부 띠고 있을 뿐, 본질적인 시스템은 다르다.
일시정지 메뉴에서 쉬움, 보통, 어려움 난이도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며, 사망 시 잃어버리는 재화나 경험치 페널티가 없고, 처치한 일반 적들은 리스폰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긴장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방심하면 가차 없이 쓰러지며 보스전은 언제나 상당한 수준의 도전을 요구한다.
다만 결코 넘어서지 못할 벽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거의 모든 보스전에서 몇 차례 시도만으로 공략법을 파악하고 승리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액션 어드벤처보다는 확실히 어렵지만, 프롬 소프트웨어 특유의 가혹한 난관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돌파할 수 있는 수준이다.
월드 구조와 '쿵푸펑크' 세계관
적들이 다시 살아나지 않는 시스템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한 구역의 적 무리를 소탕하고 나면 해당 지역은 완전히 텅 빈 공간이 된다. 놓쳤던 아이템을 회수하기 위해 되돌아가는 백트래킹 과정은 훨씬 편해지지만, 그에 비례해 긴장감과 위험 요소는 사라진다. 게임 특유의 개성으로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적들이 사라진 공간일지라도 다채로운 미학과 수려한 풍광 덕분에 탐험의 흥미는 유지된다. 플레이어는 저마다의 맵을 가진 복수의 지역을 오픈 존 구조로 탐험하게 된다. 메인 목표로 이어지는 단일 경로가 기본 골격이지만, 경로 주변에는 부가 퀘스트와 비밀 아이템, 지나치기 쉬운 숨은 구역들이 촘촘히 널려 있다.
가벼운 메트로배니아요소도 가미되어 있다. 팬텀 에지 무장은 전투뿐 아니라 환경 장애물을 파괴하거나, 1회차 동선에서는 접근할 수 없었던 신규 구역을 개방하는 도구로도 활용된다. 따라서 지나쳤던 지역으로 돌아가 부가 퀘스트를 수행하는 과정이 헛수고로 느껴지지 않으며, 새로운 보상을 챙기며 탐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S-GAME은 이러한 세계관을 '중국 전통과 현대 팝 컬처의 융합'을 뜻하는 "쿵푸펑크"라는 독자적인 콘셉트로 빚어냈다. 초반 구역에서 몇 시간 동안 정글을 헤매다 모퉁이를 돌았을 때 파이프와 용광로로 뒤덮인 거대한 스팀펑크풍 타워를 마주하는 연출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옛 풍습과 현대적 감각이 흥미롭게 어우러지며 독보적인 매력을 뿜어내고, 고요한 전통 선율에서 시작해 특정 보스전에서 폭발적인 록과 헤비메탈로 전환되는 사운드트랙 역시 이러한 테마를 강렬하게 뒷받침한다.
아쉬운 스토리텔링과 서사 전개
이처럼 모든 요소가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지만, 유일하게 발목을 잡는 것은 바로 '스토리'다. 이야기를 유저가 직접 추론해야 하는 프롬 소프트웨어식 불친절함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서사가 과도하게 넘쳐나는 것이 문제다.
66일의 시한부 삶과 문파 배신이라는 전제 자체는 대단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캠페인의 대다수 컷신은 배신이 일어나기 전의 과거사를 나열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소모한다. 서사 자체만 놓고 보면 나쁜 설정은 아니지만, 전달 방식이 매우 산만하고 혼란스럽다.
게임플레이 조작 없이 길게 이어지는 회상 장면들이 며칠 전, 2년 전, 10년 전 등 서로 다른 시점을 아무런 완충 장치 없이 어지럽게 오간다. 과거 장면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사전 설명조차 없어, 플레이어는 상황의 전후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채 끌려다니는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소울의 여정이 시작되기 며칠 전 일을 보여주다가 갑자기 20년 전 어린 시절의 환영으로 건너뛰는 등 시점의 편차가 극단적이어서 전체적인 타임라인을 파악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더욱이 이러한 과도한 텍스트 연출은 게임의 경쾌한 속도감을 깎아먹는다. 필드 전역에는 수많은 문단으로 채워진 수집용 서적들이 널려 있는데, 추가적인 배경 설정 외에는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해 결국 대충 넘겨버리게 만든다.
종합 평가
스토리 전달 방식의 난잡함과 일부 페이스 조절의 실패라는 명확한 단점이 존재하지만,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이를 압도하는 전투의 재미와 독창적인 '쿵푸펑크' 비주얼 스타일, 스태미나 제약 없는 유려한 손맛을 통해 단점을 상쇄한다. 고유한 액션 시스템과 다채로운 보스전을 무기로 PS5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화려하고 성취감 높은 액션 명작 중 하나로 완성되었다.
장점:
● 경이로운 전투 시스템
● 놀라운 조작감
● 환상적인 보스전
● 방대한 무기와 어빌리티
● 훌륭한 적 구성 및 지역의 다양성
● 흥미진진한 미학과 독창적 스타일
단점:
● 조잡하고 엉망인 스토리텔링
탁월함 (Excellent) 9 /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