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트레이너실...
"전국의 우마무스메 및 레이스 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많은 분들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은퇴를 맞이하는 메지로 가문의 지보인 메지로 라모누 씨를 독점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메지로 라모누 씨,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시작하기 전에 여쭤보고 싶은데, 트레이너 씨는 어디로 가셨나요?인터뷰에 동석해 주신다고 들었는데...".
"미안해요, 그는 지금 용무가 있어 자리를 비웠어요."
"용무?"
"네, 그래서 미안하지만 오늘 인터뷰는 나 혼자에요. 만약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른 기회에 하도록 할까요."
"아뇨. 메지로 라모누 씨는 평소에 바쁘시다고 들었는데, 스케줄을 조정하게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니 트레이너 씨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그래요. 현명한 판단 고마워요."
"그럼 바로 가겠습니다. 우선 메지로 라모누 씨, 새삼스럽지만 트리플 티아라 달성 축하합니다."
"고마워요."
"우선은 그것에 대해 묻고 싶은데, 우마무스메 사상 최초의 트리플 티아라인데 달성했을 때 어떤 심경이었나요?"
"글쎄, 기억이 잘 안 나네요."
"기억 안 난다고요?"
"확실히, 달성한 순간에는 모종의 성취감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과거의 영광에 의지하고 있으면 거기서 처지기 시작하죠. 나는 처지는 게 싫어요. 자극 없는 삶만큼 재미없는 건 없으니까요."
"즉, 스스로를 강하게 하기 위해 굳이 잊으려고 한다는 건가요?"
"잊어 버리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다음으로 나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희미해져 가는 법이니까요. 나한테 있어서는 말이죠."
"그렇군요... 소문으로 듣긴 했지만, 역시 굉장히 스토익 하시네요. 그래도 그것이 메지로 라모누 씨의 힘의 비결..."
"글쎄, 어떨까요. 그 부분에 대한 해석은 맡길게요."
"...하지만, 당시의 일을 별로 기억하고 있지 않으면, 트레이너 씨의 리액션 같은 것도 기억나지 않겠네요?"
"그건 기억하고 있어요."
"기억하고 있다고요?"
"네. 정말이지 다 큰 어른이 사람들 눈도 신경 안 쓰고 떠들고 다녔거든요. 게다가 돌아온 나를 보자마자 자기 혼자 감격에 겨워서 울었어요. 그런 걸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그, 그랬군요... 제멋대로의 상상이지만, 침착한 분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조금 의외네요."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요. 어쨌든 본래의 그를 내가 교정한 게 지금 그의 모습이니까요."
"교정했다는 건?"
"당신 말대로 원래 그는 단순하고, 정신적으로 어린 부분도 있는 남자였어요. 예의범절이나 매너도 서투르고, 도저히 나를 담당하기에 적합하다고 트레이너라고는 말할 수 없었던 사람이었죠... 그래서, 내가 교정했어요. 메지로 본가에 데리고 가서 예의범절을 주입하고, 평소의 행동도 나이에 맞게 하라고 여러 번 말했고."
"그렇군요... 이런 표현은 조금 그렇지만, 지금의 트레이너 씨는 메지로 라모누 씨의 교육이 있어서 그렇게 되었다는 거죠?"
"뭐,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기야 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트리플 티아라를 달성한 순간에는 그 가면이 벗겨진 것 같지만."
"...그럼 이어서, 트레이너 씨에 대해서도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맨 처음 트레이너 씨와 만났을 때 인상은 어땠나요?"
"확실히, 믿을 수 없다는 말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있겠네요. 나와 그가 만났을 때, 그는 아직 트레이너가 된 지 오래되지 않았던 상태... 하지만, 그것을 제외해도 능력적으로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어려웠죠."
"메지로 라모누 씨의 실력이나 메지로 가문이라는 출신을 생각하면 다른 유망한 트레이너와의 계약도 충분히 생각할수 있었을 텐데 어째서 지금의 트레이너 씨를 선택하셨나요?"
"글쎄요... 솔직히 말하면, 나에게 말을 걸어온 수많은 트레이너들 중 유일하게 그 사람만이 나를 있는 그대로의 우마무스메로 봐주었기 때문이라고 할까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맡고 싶다던 다른 트레이너들은 모두 내 눈치를 보는 사람들 뿐이었거든요. 잘 감추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 눈은 속일 수 없어요. 개중에는 메지로 가문이라는 뒷배를 갖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지금 트레이너 씨는 아니었다는 건가요?"
"네. 다른 사람들은 내가 하자고 하는 대로 했었는데, 그만은 분명하게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내게 부딪쳐 왔어요. 내가 아무리 말해도 한 번 물고 늘어지면 쉽게 물러서지 않았죠. 그런 그를 보고 한 번 시험해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계약에 이르렀다?"
"경험이 적은 트레이너와 계약을 맺는 것 때문에 한바탕 말썽이 있었고, 그는 여러 가지 조건을 받아들였지만, 내 할머님... 메지로 가문의 당주를 설득해서 어찌저찌 계약이 성사됐죠."
"그렇군요... 실제로 메지로 라모누 씨가 보기에 트레이너 씨의 실력은 어땠나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능력은 특출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가 나에게 주눅들지 않고 의견이나 생각을 말해줌으로써 찾은 활로가 많은 것도 사실. 그가 없었다면 트리플 티아라도 꿈으로 사라졌을지도 몰라요."
"역시 믿고 계시는군요."
"네, 나름대로는."
"메지로 라모누 씨가 트리플 티아라를 달성하면서 트레이너 씨의 평가도 비례해 높아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역시 기쁘신가요?"
"...글쎄요, 나쁘지는 않네요."
"그는 앞으로 메지로 라모누 씨가 은퇴해도 트레이너로서 후임 우마무스메를 갖게 되겠죠. 세간의 평판으로 생각하면 팀을 꾸려야 할 정도의 우마무스메가 모일 것이라는 것도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많은 후배가 생기겠네요."
"...아뇨, 그런 미래는 오지 않아요."
"네?"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지금 촬영 중인가요?"
"어... 아, 네. 일단 전국에 방송되는 거니까요."
"그래, 그럼 잘 됐네요. 이 자리를 빌어 앞으로의 그와 나의 비전을 전할게요."
"비전이요?"
"네, 주변에 신경 쓰이는 게 있는 건 싫으니 분명히 말해둘게요... 나 메지로 라모누와 현 트레이너는, 이전의 계약 조항에 따라, 저의 은퇴로 약혼, 그리고 트레센 학원 졸업과 동시에 입적할 예정입니다. 입적 후 그는 트레센 학원 소속이 아니라 메지로 가문의 직속 트레이너가 됩니다."
"...어? 어어... 저기, 메지로 라모누 씨...?"
"내 트레이너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것은 나와 그의 계약 조항 중 하나... 이제 와서 뒤집을 수는 없어. 이것은 나, 그리고 메지로 가문의 총의이기도 하니까."
"이, 이거 카메라 돌고 있어도 괜찮은 거야...?
"물론 납득이 가지 않는 아이들도 있겠지. 그런 아이들은 날 찾아와. 만약 나를 이길 수 있다면 트레이너를 양보해주겠어. 원하면 핸디캡도 달아주겠어. 그걸로 이길 수 있다면 말이지."
'엑... 무서워, 눈에 불길이...'
"이건 선전포고. 내가 메지로 가문의 우마무스메니 뭐니 하는 건 신경쓸 필요 없어... 내 트레이너를 원한다면 고민만 하지 말고 나에게서 빼앗아 봐."
"...."
"...미안해요, 이야기가 엇나가 버렸네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했으니 남은 시간은 당신에게 양보할게요."
"네, 네에... 자, 그럼... 음, 다음 질문은..."
"...어머, 대담하군요. 라모누다워요."
"읍!! 으읍!!"
"죄송합니다, 트레이너 님. 저 아이, 저렇게 보여도 당신이 정말로 마음에 드는 모양입니다.게다가 메지로 가문으로서도 그녀에게 트리플 티아라를 안겨준 당신을 놓칠 수 없어요."
"읍!! 으읍!! 읍!!"
"걱정하지 마세요, 메지로 가문에 오면 장래는 약속된 것이나 다름 없으니끼요. 라모누와, 앞으로 태어날 당신의 아이들과 함께, 앞으로도 계속 메지로 가문을 지탱해 주세요."
"읍!!!"
이 날, 메지로 본가의 한 방에서 짐승 같은 신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메지로~ 메지로~ 히카리노 미치오~
메지로~ 메지로~ 소노나오 히비케~
메지로~ 메지로~ 히카리노 미치오~
메지로~ 메지로~ 소노나오 히비케~
이 사전계약 조항은 어디까지 트레이너가 합의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