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제목이 모든걸 말해주고 있는 고로, 약스포 버전과는 달리 부분나누기 그런거 없이 리뷰시작합니다.
약스포버전에서 말했듯, 이 게임은 '선택'을 정말 가혹할 정도로 요구합니다.
"한개만 가져가시오"라고 되어있는 사탕상자에서 정말 한 개만 가져가느냐부터 시작해서
당장 내 앞에 있는 괴물을 어떻게 할 것이냐
이 세계가 어떻게 되기를 바라느냐
거기에다 정말 끈질기게도 '엔딩'을 보고 나서도 이 게임은 선택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알게 되죠. 이 게임은 흔히 볼수 있던 때려 부수고, 싸우던 세계도 아니고, 당신을 위한 애인이 될 캐릭터를 이어주려고 발악하지도 않습니다.
당신에게 한 '세계'를 보여주고, 그리고 그 '세계'에서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를 묻습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이 게임은 묻습니다.
'이야기'의 결말을 당신이 받아들이고 '언더테일'은 이런 이야기야! 라고 단정해버린 뒤 추억의 하나로 남길 것이냐
아니면 세상을 바꿔버리고 또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버릴 것이냐.
그러한 '힘'으로 수많은 게임 속 세상을 주물럭주물럭 해오던 플레이어에게 이 세상은 칭찬하든 비난하든,
이제껏 당연시되오던 플레이어의 힘이란 것에 의문을 던지고 촌철살인을 아끼지 않고 퍼붓습니다.
몰론 이렇게 혹평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상냥함'을 강요하진 않으나 권장하는 것 같다고.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본다면 그 주장의 근거는 여러분이 이 세계의 주민들을 단순한 EXP와 돈을 상납할 데이터 쪼가리로 보고 싹 쓸어버린 뒤
이야기가 끝나갈때 당신에게서 이 게임에서 유독 강조해오던 '자율성'을 박탈해버리는 것이겠지요.
이 주장을 반박해본다면 그것 역시 여러분의 선택의 결과입니다. 이 세상의 주민은 당신이 마지막을 앞두고서 변할 것인지 '선택'하게 했습니다. 분명히.
그리고 그것을 거절한 대가입니다. 당신이 변하지 않을거라고 얘기했다면, 어짜피 그 앞에 있는 자들도 게임에서 강요한 그대로의 결과가 나왔겠죠.
잡설이 길었습니다만... 아무튼 이 게임은 개발자가 철저하게 '게임'이 다른 미디어와 구별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했고
그 차이점을 이 게임의 주제로 철저하게 각인시키는 방식을 쓴 게임입니다.
사실 이게임의 광고문, 그러니까 상냥한 RPG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이 게임은 냉소적인 게임입니다. 여러분이 상냥하게 하든, 잔인하게 하든 그걸 기본적으론 비웃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게임 속 캐릭터들과 친구가 되려하고, 그걸 바보같이 관철하려 노력한다면
결국은 게임 그 자체도 당신과 친구가 되어 당신을 격려하고, 희망을 주려 합니다.
반대라면, 비웃고 비웃다 당신처럼 잔인해지죠.
그야말로 영악한 게임입니다.
아무도 죽지 않아도 되지만, 아무도 살아있을 필요도 없고, 당신의 모습을 보고 같이 변해주는 게임입니다.
P.S. 저의 경우 어느쪽이냐고 물으신다면... 모두를 죽여버려도 되는 게임은 많지만 모두를 죽일 필요없이 살릴수 있는 게임은 그리 많지 않은 고로
처음부터 모두를 살려가며 했습니다. 그래서 노말엔딩 본 이후 최종전 바로 전 세이브를 불러온뒤 불살로 바로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언더테일'은 프리스크가 모두를 따뜻하게 감싸안고 희망을 되찾아준 이야기라는 결말로 끝났습니다. '저에게는' 말이죠.
그래서 그 괴물들을 단지 EXP와 골드, 그리고 이른바 '몰살 엔딩'을 보기 위한 장치로만 보고 달린 사람들의 '언더테일'은 그냥 글 읽어보면서 그렇구나~ 했습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언더테일의 세계'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인간과 괴물이 다시 만나 조화롭게 생활하는 시대가 열린 결말의 이야기가 펼쳐진 세계로 남았으니까요.
그래서 불살엔딩 본 이후로 다시 리플레이를 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