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 맥스 시리즈 중 2R과 4를 즐겁게 플레이한 바가 있어, 제노도 발매일 당일에 구입했습니다.
아직 몇 시간 정도밖에 하지 않아 초반입니다만, 여러모로 전작들을 플레이한 입장에서는 미묘한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1. 시작 시점에서 R울프를 준다?
처음 시작하자마자 전차를 던져주는 시리즈는 아마 이거랑 메탈 사가 강철의 계절 정도밖에 없지 않나 합니다. 게다가 시리즈 전통의 주력전차 중 하나인 R울프라면 아예 없죠. 덕분에 전차에 내린 상태는 단순히 '전차 탑승 상태의 열화판, 꼭 내려서 탐색할 곳이 있을 때 잠깐 내리는 용도'가 되어버렸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실제 맨몸전투의 비중은 또 다르다고 합니다만) 그게 R울프라면 더는 말할 것도 없고요. 2(R)이 초반에 버기(가르시아호)를 얻기 위해 마도 마을에서 엘니뇨까지 왕복해야 했고, 그 과정 끝에 버기를 얻은 후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하듯 갑자기 확 달라진 느낌(BGM도 바뀌고, 잡졸 전투의 난이도도 확 내려가고)을 실감할 수 있는 구조를 보여주는 것에 반해 제노는 그냥 던져주는 만큼 전차를 얻어도 기쁨이 없습니다. 2번째 차량인 버기를 얻어도 어... 그래. 버기 얻었네. 그래서 뭐? 라는 느낌이 날 정도니까요.
한마디로 제노의 제작진은 메탈 맥스 시리즈에서 전차가 가지는 의미를 플레이어에게 전달할 마음이 없었거나, 숫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2. 디테일의 실종
본 게임은 당장 포치(개)도 정리해고 당할 만큼 전작들의 요소를 많이 생략했습니다만, 제가 이 부분을 가장 크게 느꼈던 건 바로 자동판매기였습니다. 전작까지는 (심지어 SFC판도) 자판기를 이용하려 하면 실제로 화면에 자판기의 전면이 뜨고, 직접 버튼을 눌러 고르는 방식이었지요. 제노는 그게 없어져서 그냥 다이얼로그로만 구입하게 됩니다. 사소한 연출이지만 없어지면 빈자리가 크게 보이는 부분이고, 무엇보다 굳이 없애야 할 이유도 없는 부분이지 않나요? 솔직히 무성의하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습니다.
3. 편리해졌지만 뭔가 애매한 전송 시스템
메탈 맥스 시리즈는 차량(전차)에 '차량용 물건'을 싣고 다닐 수 있고, 이 또한 전차 중량에 포함되는 식이라 장비 구성 및 전차 소지품에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이런저런 물건을 때려넣은 차량을 견인해서 끌고 다니는 방식을 많이 썼죠. 본 작품에선 이게 일신되어 차량용 장비는 베이스캠프에서 전송받아서 즉석에서 장비하거나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편리해진 건 사실이지만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시리즈 특유의 '차량용 장비는 중량이 있어서 차에 싣고 다녀야 한다'는 요소가, 차량의 포신이나 엔진 등이 JRPG의 단순한 '장비품' 취급받지 않게 해주는, 현실감을 느끼게 해주는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결국 JRPG 특유의 4차원 인벤토리에 통합되어 버려서 개인적으로는 유감입니다.
물론 아쉬운 면만이 아니라 개선에 의해 좋아졌다고 생각된 면도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슈팅 모드입니다.
본 작품은 적이 랜덤으로 소환되고, 소환된 순간 일정 거리 내에서 즉시 감지할 수 있으며, 원할 경우 무장을 통해 사정거리 내에서 사격을 통해 선공을 취할 수 있는 시스템을 택하고 있습니다. 기존 작품의 평범한 랜덤 인카운트보다 전차전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그리고 레벨업 노가다가 훨씬 편해져서) 이 점은 환영하고 싶네요.
일단 메탈 맥스 시리즈 특유의 테이스트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아직은 나쁘지 않다... 라고는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전작들이 하나같이 명작 혹은 양작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이름값에 묻어가는 작품'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물론 열악한 제작환경과 제작비에 의해 타협한 결과물이라는 건 알고 있고, 또 어쩔 수 없다고는 여기고 있습니다만...
팬이라면, 혹은 이런 세기말 테이스트를 선호하는 분이라면 해봐도 좋지만, 단순히 한국어화 JRPG라는 이유'만'으로 본 게임을 구매하시려고 한다면 조금 다시 생각해 보시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네요.
신규 팬들 영입을 위해 라이트하게 만들고 넘버링도 달지 않은 만큼 기존 팬들에게는 불만이 나오는게 당연합니다만 2주차 들어가서 스토리 없는 오픈필드 헌터 모드를 선택하면 예전 느낌도 어느 정도 납니다 개 동료가 없는 1편의 오마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맨몸전투도 비중이 꽤 큰데 기술레벨 올리는 문서들은 거의다 던전에서 나오다 보니 난이도 좀 오르고 후반지역 던전 가면 100단위 레벨도 정신줄 놓으면 훅가는 몹들이 있어서 맨몸전투에도 신경을 꽤 써야되더군요 그리고 시간날 때 라이브러리에서 각종 몹들의 설정이나 설명 혹은 장비품의 설명 등을 읽어보면 전작들 못지않은 정줄놓은 센스가 곳곳에 보여서 꽤나 재미있네요
처음부터 차량을 주더라도 R울프를 던져주는 건 좀 어떨까 싶은 생각은 했습니다. 버기랑 순서를 바꿔야 했던 거 아니었을까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시리즈를 좋아하는 만큼 차기작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주는 울프는 전작에서의 초기 전차급으로 성능이 바닥이라 10식 전차 나오면 바로 교체신세고 진짜 R울프는 설계도로 나오고 제작하려면 3주차는 가야 되니 그냥 맛보기 혹은 처음에 주는 전차 룩이라도 좋은거 주자 하는 배려로 생각했지요
아 과연, 전작처럼 R울프부터 쭉 최종트리까지 업그레이드가 되는 건 아닌 모양이네요. 역시 아직 초반 플레이 중이라...
바로 아랫글에 제가 올려놓은 스샷을 보시면 섀시 이름이 궁극R울프로 되어 있는데 2주차에서 설계도가 나오고 테크트리 20을 찍는 3주차에서 제작이 됩니다 제노의 전차는 같은 전차라고 하더라도 트리가 각각 다르고 어떤 전차는 트리가 없는 전차도 있죠 그래서 베이스 전차 종류만 따지면 10여가지 남짓인데 설계도 전차까지 다 치면 실제로는 30대쯤 됩니다
처음부터 다회차 플레이를 전제로 조정한 작품이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아 갖고 있는 전차 세어보니 30대가 아니라 40대 넘네요
정말 재밋네요 한글판이라 그런지 더 좋아요 그래픽은 구리지만 옛날 슈퍼 패미콤 게임 하는 느낌나네요
저도 SFC 메탈맥스2 부터 플레이해온 유저로서, 글쓴이 의견에 많이 동감합니다. 최근에는 할 게임이 넘쳐나다보니, 주차 플레이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초반 감상이 꽤나 비슷하군요. 메탈맥스 25주년 기념작인만큼 조금 부족하더라도 애정을 갖고 플레이해볼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