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막 두명의 백황 클리어 했는데 후유증 정말 씨게 오네요.
마지막 전투에서 마시로님 등장과 함께 흐르던 그대만의 여로 배틀 버전 BGM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요ㅠㅜ
1년 전에 사놓고 다른 게임들 즐긴다고 묵혀 둔 게임이 설마 이런 갓겜이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장면감상은 또 울까봐 감히 손도 못대보고 게임 켜서는 브금감상만 하다 그냥 끄고 그럽니다ㅋㅋㅋㅋ
게시판에 클리어 소감이라도 적지 않으면 한동안 다른 겜 못 만질 거 같아서 주절주절 풀어봅니다.
(처음 이 화면과 마주하였을 때는 3주 만에 3부작을 쉬지않고 클리어 하게 될 줄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먼저 3부작 중 1편은 예전에 애니로 감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큼직큼직한 떡밥 말고는 도무지 기억나는 게 없었기에 복습한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즐겼습니다.
하쿠오로가 사실은 신에 준하는 존재라거나 세상이 한번 뒤집어졌다거나 이런 큰 떡밥 다 알고 하는데도 너무 재밌더라구요.
음악 부분도 적절한 분위기에 타이밍 좋게 나와서 즐기는 내내 참 귀가 즐겁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캐릭터는 카루라.
그녀의 사람 보는 눈은 정말 정확하더군요.
(비록 반쪽짜리 상태였지만 위찰네미티아 본인에게 위찰네미티아의 계약을 시전하는 선구안 무엇?)
(이름만 검이라 불리우는 저런 철몽둥이를 공중 특송으로 전달해주는 괴력녀기도 하네요. 검술 후계자 선구안 무엇? 그보다 정확한 피칭 실력 무엇?)
(일견 쿨뷰티에 가까운 누님캐지만 변태스토커마저 최후의 순간만큼은 꼬옥 안아주는 자애로운 모습도 보여줍니다)
그런데 2편 거짓의 가면은 긴 일상파트 때문에 스토리가 조금 루즈하다고 느꼈고 주인공이 1편과 다르게 딱 부러지는 성격도 아닌지라 쟁란파트에 돌입하기 전까지는 별로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1편의 경우 무려 19년전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를 점점 고조시켜 나가는 독특한 스토리의 긴장감이 일품이었고
일상파트와 전투파트를 절묘하게 배분해놓은 밸런스 덕에 엔딩까지 플레이어가 패드에서 쉽사리 손을 떼지 못하도록 만드는 매력이 있었거든요.
거짓의 가면은 이 부분이 조금 부족해 보였습니다.
일상파트의 깨알개그에 깔깔거리다가 갑자기 전투가 시작된다거나 전투가 한번쯤 일어나면 좋았을 구간에서 그냥 아무 일 없이 흘러가버린다거나 대략 이런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전투시스템은 압도적으로 1편보다 2편이 좋았습니다.
3편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전투만 즐겨도 좋을 정도로 재밌었습니다.
(천자의 스승 대리역을 맡은 무네치카가 천자 안쥬의 엉덩이를 사정없이 때리는 장면. 아무리 개그파트래도 천자를 남들 앞에서 스팽킹하다니 어이가 없네 싶지만...)
(그런데 누가 알았으랴... 모든 것은 플레이어가 캐릭터들에게 친숙해지고 과몰입하도록 만들기 위한 치밀한 빌드업이었다는 것을...)
아무튼 이러한 루즈함의 원인이 되는 긴 일상파트가 사실 3편에서 최루탄을 터뜨리기 위한 빡쎈 빌드업이었다고 하여도 저는 조금 지루하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중후반부 투스쿨 일행 등장 및 전쟁돌입 부분부터 극후반부 천자 구출과 제도 탈출 부분은 매우 좋았습니다.
(특히 늘 잔꾀를 부리고 게으름피우기 좋아하던 약골 하쿠가 죽은 오슈토르의 유지를 좋든 싫든 이어받을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상황속에서 동료들을 속이고 아쿠루카를 쓰고 나타나는 이 부분은 2편에서 단연 최고의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비장함 속에 흐르는 2편의 여는 곡 호랑지빠귀도 최고!)
대망의 3편.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황제의 갑작스런 붕어로 인해 자신도 독살당할 뻔하고 충신이라 생각했던 자들이 잇달아 배반하여 속수무책으로 제도로부터 쫓겨난 천자 안쥬.
쇠약해진 안쥬를 지켜낼 수 있는 건 충신 오슈토르 하나뿐인 혼란한 상황속에서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 오슈토르.
그의 유지를 이어받아 동료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지우고 철저히 가면을 쓸 결심을 굳히는 하쿠.
하쿠를 잃고 나서야 하쿠에의 감정이 사랑의 감정임을 깨닫고 만 쿠온 등등...
2편에서 저렇게 끝이 났는데 3편 안 하고 어뜨케 배기나요ㅋㅋㅋㅋ
1편에서 2편으로 넘어갈 때는 조금 텀을 두고 넘어갔지만 3편은 2편의 엔딩을 보자마자 바로 연달아 플레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3편 소감은 간단히 말해 눈물바다.
정말 한 장면 한 장면 울지 않고는 못 배기는 씬들이 무더기로 쏟아지는 데다가 전투도 어려워서 플레이어의 눈물샘을 사정없이 자극하더군요(저SRPG고자임).
그럴 능력은 한참 안되는데 네임드(우근위대장)를 버리는 순간 바로 와해될 제도탈환대를 어린 천자까지 모시고 무슨 수를 써서든지 승리로 이끌어 내야만 하는 하쿠의 막막한 상황.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배틀페이즈에서는 2편보다 난이도가 올라 플레이어가 한턴 한턴 최선을 다 하도록 저에게 동기를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트롤링을 저지른데다가 하쿠의 인생마저 빼앗고 만 네코네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그래서 더욱 해피엔딩을 바랐건만...)
(평소라면 결코 들을 수 없었던 동료들의 마음속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루루티에의 하쿠 일편단심에는 그저 감동 또 감동...)
(이 장면에서는 그냥 눈물이 펑펑 쏟아졌네요. 살면서 어머니께 한번쯤은 들어봤을 한 마디... 다른 사람은 속여도 엄마는 못속인단다!ㅠㅜ)
(딸바보로만 나왔던 아저씨 캐릭터들이 멋진 씬들을 많이 배분받아서 군상극의 느낌이 더 짙어보였던 3편이었습니다)
(철부지 어리광쟁이 안쥬가 진정한 지도자로서 성장해나가는 과정도 제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습니다. 무사히 제도 탈환에 성공했을 때의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3편이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극후반부 워시스 파트는 일부러 용어사전이랑 해석을 뒤져보지 않으면 뭐가 어떻게 된 건지도 파악이 안 될 정도로 난해한 흐름을 보여주었습니다.
워낙 워시스의 말과 행동이 수상해서 얘가 흑막일지도 모른다는 예상은 전작인 2편부터 했었지만
발암 3시동들도 그렇고 고치화 및 유사 신화 워시스도 그렇고 갑자기 뜬금포로 보스급이 되어 짠 하고 등장한 느낌이랄까요?
라이코우가 죽고 안쥬가 무사히 황제가 되는 부분까지는 딱 좋았는데 떡밥회수 때문에 무리한 탓에 후반부가 많이 난잡해졌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쿠온이 흑화하고 악의 위찰네티미아에 사로잡힐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을 것 같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최종 스테이지에서 누기소무카미화하여 소환된 투스쿨 일행들과의 전투는 정말 기억에 강하게 남았습니다.
BP노가다를 통해 산전수전 다 겪어온 플레이어에게 통쾌한 역전극을 경험토록 만들어주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그게 가능했다는 점에서 이번 3편 전투가 참 재미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온카미 위찰네미티아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마지막 전투! 단 한 번의 전투를 위한 것 치고는 지원기를 쓸 때마다 머리 뒤로 살짝 후광이 비치는 등 캐릭터로서의 세세한 퀄리티도 완벽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엔딩에 대하여.
다른 분들 소감은 어떤지 이리저리 찾아서 읽어보니까 엔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분들이 많이 보였는데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1편의 온리야크 엔딩에 반하며 세계관 설정에 구멍을 내는 엔딩이라 평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하쿠오로의 자리 바꿔치기를 위한 빅픽쳐였다는 글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참 재밌는 의견이었네요ㅋㅋㅋ
일단은 위찰네미티아가 소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 트릭스터의 성격이 강한 신이었고 하쿠의 소원도 원하던 바와 다르게 약간 뒤틀려 이루어진 결과 그렇게 된 게 아닐까 합니다.
어쨌거나 마지막 전투가 끝나고 무사히 쿠온을 구출해 낸 하쿠는 동료들 눈앞에서 홀연히 모습을 감추게 됩니다.
(아...)
용어사전 하쿠 항목을 찾아보면,
"...쿠온이 슬픔에 못이겨 폭주해 다시 세계가 위험에 빠졌을 때, 영혼의 세계에서 '위대한 존재'를 만나고 그 힘을 물려받는다. 현세로 다시 돌아와 쿠온을 구하지만 이미 인간을 초월한 하쿠는 모든 일을 해결한 후 동료들 곁을 홀연히 떠난다."
ー라고 나와있는데 아마 온 리야크로 봉인된 건 하쿠오로의 피를 이어받은 쿠온 속의 악의 위찰네미티아이고 하쿠는 하쿠오로의 온전한 하나로서의 위찰네미티아의 신위를 별개로 이어받았으니 봉인의 주박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 보이는 것으로 짐작됩니다(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해석일 뿐입니다).
다만 하쿠오로가 작중 드리워진 발 밖으로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것으로 미루어 보아 하쿠도 무언가 행동에 제약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네요.
위찰네미티아가 되기 전 자신의 정체를 알거나 또는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사람들 앞에는 사사로이 현현할 수 없다거나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거나 등등...
그래서 동료들로부터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곤경에 처한 사람들 앞에만 훌쩍훌쩍 나타나 그들을 도와주는 마시로님의 소문과
동족인 타타리를 구제하러 세상을 떠돌아 다닌다는 결말은 신이 되었지만 원래는 의리있고 털털했던 하쿠에게 은근히 어울리는 엔딩이지 않았나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두 번이나 희생했는데 하쿠오로처럼 사당에 틀어박혀 있으면 너무 슬프잖아요ㅠㅜ
(쿠온과 꿈속에서의 대화를 보고는 또다시 눈물이 펑펑ㅠㅜ 후일담마저 눈물을 흘리게 만든 갓ー겜이었습니다)
길고 긴 제 클리어 소감을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칭송받는자 참2가 7월에 발매가 되었다죠. 반응도 괜찮다고 들었습니다.
부디 이번 참2가 많이 팔려서 무사히 정발이 되었으면 좋겠고
차후 시리즈의 정식 후속작은 아니더라도 제작사가 팬서비스 차원에서 칭송받는자의 세계를 한번 더 경험할 수 있도록 팬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후유증은 오래 갈 것 같지만 얼른 다음 게임을 잡아야겠습니다...
예로부터 겜이나 애니의 후유증은 다른 겜이나 애니로 치료하라는 말이 있잖아요ㅋㅋㅋㅋ
날씨가 많이 덥네요.
여러분들 건강하시고 맛있는 거 많이 챙겨드시고 하시는 일 만큼은 시원하게 잘 되시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저도 얼마 전에 1~3편 다 보고 간딘한 소감을 올렸었는데... 지금은 재미없는 참 시리즈도 추억을 느끼며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참2 한글화 나오면 또 할 생각이고..애니도 다시 봐둘까 생각중이네요 ㅎㅎㅎ 칭송받는 자...나무위키도 정독했었고....제 최애겜 중에 하나입니다. 칭송 시리즈! 개인적으로 칭송4탄도 나오면 좋겠습니다. +_=
앗 얼마전에 클리어 소감 남기셨다니 이렇게 반가울수가 대학5년생님도 칭송시리즈에 푹 빠지셨군요 살면서 이토록 여운이 남는 게임은 칭송받는자가 처음이라 무지 당황스럽네요ㅋㅋㅋ 저도 참 시리즈 모두 구매예정입니다 글에는 다음 게임 잡아서 후유증 빨리 벗어나야겠다고 썼지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하루빨리 후속작 소식이 들려오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봅니다
마지막 하쿠에 관해서는 공식 가이드북에서 그냥 작가가 저런 후유증 남는 엔딩을 좋아해서 저런거지 하쿠는 제대로 살아돌아온게 맞다고 하더군요
아... 작가님... 왜 그랬나요ㅠㅜ 그래도 나나야77님 댓글 덕에 훗날 무사히 만나 티격태격하고 있을 둘을 상상하니 흐뭇해집니다ㅋㅋ
ㅎㅎ재밌게즐기셨다니 좋네요. 참2 정발 가즈아
2,3 의 연계 스토리는 나쁘지 않았는데 1에서 억지로 이어붙인 느낌이 없지않다보니 아쉬운거라고 봅니다. 애초에 칭송받는자는 원래 1부작으로 기승전결을 끝낸 작품이라 마지막 엔딩에서 하쿠로오가 살아온거다 아니다로 의견만 분분했던터라 그에 대한 추가스토리정도는 원했지만 그이후의 외전은 생각하고 있지 않았으니까요. 게다가 칭송1때의 설정과 미묘하게 어긋나는 경우가 있기도 하구요.
네! 말씀대로 1은 1로써 깔끔하게 끝이 났었던 작품이며 2와 3은 텀의 벌어짐 없이 바로 이어지는 하나의 이야기임에도 제가 이 부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소감을 적은 탓에 거짓의 가면 평가만 많이 박해졌네요ㅠㅜ 시리즈 중 두번째! 라는 느낌으로 매우 단순히 구분했기 때문에 저런 소감을 적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합니다 정정하여 클리어 이후 전체 스토리를 곱씹어보니까 3의 프롤로그라는 점에서는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러고보니 시드tlem님 말씀대로 1의 엔딩만 뚝 떼어내서 놓고보면 맥거핀이 발생하는군요ㅋㅋ 쿠야는 과연 누굴보고 오로오로라 외친거며 에루루는 대체 무엇때문에 뒤돌아봤을까요ㄷㄷ
06년도 엿던가 PSP엿나 PS2로 나온 칭송받는자에 2가 개발중이라는 오마케가 있엇는데 그거보고 기다린게 10년이 넘었었는데 2와 3를 하고 10년넘게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고 느낀 게임....인생겜 등극과 함께 후일담이나 후속작좀 나왓으면 하는 작품 1위가 됫네요 ㅜㅜ 날잡아서 3부작 다시 해봐야 겟어요(2가 2회차 연동이 없어서 많이 아쉽...)
10년이나 기다리셨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ㄷㄷ 엔딩 보고 이런 게임 또 없나 눈씻고 찾아봤으나 또 없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GM크로엔님처럼 후일담 같은 이야기가 꼭 좀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