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내일이면 이 지긋지긋한 야간 경비 일을 끝내게 된다.
경비 일은 주간보다 야간이 더 힘들다는 친구들의 만류가 있었지만
이곳은 지역 특성상 건물 크기도 작고 혼자서 근무하다보니
좀 졸린걸 빼면 주간보다 시급도 더 받고 주간마냥 진상들 상대할 일도 없는 일이었는지라
개인적으로 딱히 크게 힘든것을 느끼진 못했다.
다만 지루함과 이딴곳에서 혼자서 근무한다는 엿같은 심리적 압박은
주간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그래서 이 근무의 마지막 날을 기념하여 작은 장난을 쳐보고자 했다.
음, 그래... 뭐가 좋을까? 그래, 나 대신 들어올 신참을 위한 작고 귀여운 괴담집을 써볼까?
그걸 쓴 다음 여기 책상 위 잘 보이는곳에 떡 놔두면 나중에 들어올 놈이
신경쓰여서 읽어본 뒤로 근무 때 바짝 긴장하느라 심심할 틈이 없어지겠지.
이왕 써보는거면 예전에 재밌게 읽었던 그 나폴리탄 규칙인가 뭔가하는것처럼 써보는게 재밌겠다.
무서워서 바짝 긴장한채로 일하는걸 생각하니 미소가 지어지네 히히히.
어디보자. 난 장난칠 때 계획을 세우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버릇이 있지.
특히나 지금처럼 혼자서 근무하는 상황에선 지루해서 저절로 혼잣말이 나오곤 한다니깐...
음, 생각해보니 이거 괜찮은 소재인데?
규칙 1. 근무중에 혼잣말하면 안된다
흐음... 나처럼 심심할때마다 혼잣말 중얼거리는 특이한 버릇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야
혼잣말 늘어놓을 사람은 없을테니까 딱히 신경쓸 일 없는 시시한 규칙이겠구만.
쳇 난 글쓰는 재주가 없는건가? 이거 너무 시시하잖아.
그래 다음 규칙은 좀 더 현실적이고 무서운걸로 해보자고.
규칙 2. 새벽 1시에서 2시 사이에는 지하 2층 복도를 돌아다니면 안된다
원래 그 시간은 건물 전체를 순찰 한바퀴 쭉 도는 시간인데...
신참 녀석은 순찰 계획에 적힌 내용이랑 모순되는 이 규칙을 읽고 혼란스러워하겠지?
뭐 거길 순찰 돌아봐야 실제로 나오는건 좀 많이 징그러운 벌레들 정도밖에 없지만.
그래도 좀 으스스한 장소긴 하지. 또 어디 보자~
규칙 3. 근무중에 잠시 자는것은 괜찮지만 경비실에서 자는 것은 안된다. 그것이 너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 대목부터 이곳에 뭔가 정체불명의 존재가 존재한다는 내용을 적어놓으면 이걸 읽는 것에 좀 더 집중하게 되겠지.
실제론 내가 지어낸 개뻥이지만 신참놈은 그걸 모를테니 엄청 신경쓰일거야.
자기 말고 다른 뭔가가 있다는 사실만큼 신경쓰이는게 없으니깐.
히히, 아까 잠깐 쪽잠 자고난 후라서 그런지 머리가 팽팽 잘 돌아가는구만? 온갖 아이디어가 막 솟아나오네.
여기 경비실 의자는 뭔 마법이라도 걸렸는지 앉기만 하면 잠이 솔솔 온다니깐. 음 그리고...
규칙 4. 근무중에 누군가 말을 건다면 절대 대답해서는 안된다. 그것이 너에게 들러붙게 된다.
이건 뭐냐... 그 빙의같은거려나?
흐흐 신참녀석은 이거 읽는 순간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리는게 아닐까 해서
두리번거리면서 엄청 신경쓰게 될거야. 맞아. 그렇지? 또 하필 죽음을 상징한다는
숫자 4번이기도 해서 더욱 무섭게 느껴질거라고. 또 어디 생각해볼까...
규칙 5. 새벽 4시 이후 해가 뜨기 전까지 경비실 창문 밖으로 검은 형체가 보인다면
무조건 문을 잠궈라. 그렇지 않으면 그것이 들어와 너를 지옥으로 끌고간다.
이건 유치하고 뻔할거같군. 으스스하게 잘 나가다 갑자기 지옥으로 끌고간다는게 너무 유치뽕짝해보이잖아.
그리고 상식적으로 누가 이 시간에 이딴곳으로 혼자 찾아오겠어? 글쎄?
봐봐 밖에 아무도 없잖아. 이미 들어와있어. 흐흐 그래도 신참 녀석이 일에 집중 못하고 괴담에만
신경쓸걸 생각하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네. 맞아. 어디보자...
이제 2시간 반만 있으면 7시 땡치고 퇴근이네?
집에 가서 꿀잠 자게 오늘 커피타임은 생략해야겠다.
입아프니까 혼잣말은 그만하고 이 종이쪼가리를 한쪽에 치워두고 나서
기지개 쭉 핀 다음에 남은 시간동안 폰겜이나 하다 퇴근해야지~!
대충 이 새@끼 완전 개@새@끼구만! 짤
대충 이 새@끼 완전 개@새@끼구만! 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