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에 군대안개 괴담보니 생각나서 썰을 플어보자면
내가 있던 부대는 안개가 꽤나 자주 끼는 부대였음
탄약고는 몰라도 위병소는 안개가 아무리 짙게껴도
막사에서 위병소까지 길이 한방향으로 좁게 나있기 때문에
그냥 바닥만 보이면 그대로 직진하면 되기에 앞이 보이든가 말든가 그냥 직진하곤 했음
걷다보면 도착하겄지 뭐 이런식으로
암튼 다들 익숙해져서 앞이 안보여도 대체로 신경을 안썼음
암튼 겨울이었는데 그날은 안개가 특히 많이 껴있었음
위병소 새벽근무였는데 난 어차피 일병 초호봉 짬찌라서
영하의 날씨임에도 그냥 초소가 아닌 밖에서 그냥 서있었음
위병소는 사수 부사수 초소가 꽤 멀리 떨어져 있어서
대화하려면 크게 소리쳐야 해서 어지간해선 대화를 안했음
다만 사수쪽은 위병소가 바로 뒤에 있어서
밤에는 그냥 위병소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음
무엇보다 거기는 따뜻하거든
그날 위병조장이 사수놈 동기라서 사수였던 선임은
날도 춥고 안개때문에 분위기도 쥑여줘서
빠르게 위병소로 들어가버리고
나혼자 새벽 안개낀 부대 대문을 지키고 있었음
근데 뭐 새벽에 누가 오겠음
그냥 안개가 쥑여주고 분위기도 죽여주고 심심하고 춥고
시간도 안가고 눈치볼 사람도 없으니 그냥
그자리에 쪼그리고 앉아있었음
근데 우리부대는 위병소 귀신이란게 있었음
당연히 본사람은 없음 그냥 그런게 있다더라정도
근데 사수새끼 말로는 한놈이 아니라고 함
부사수 초소뒤에는 적사함이 하나 놓여져있는데
안채워놓기때문에 그냥 빈 상자임
쪼그리면 사람하나 들어갈 정도는 됨
암튼 거기를 어떤 조건이 채워졌을때 열면 여자가 있다고 함
솔직히 별로 관심 없었는데
너무 심심한거임
조건이 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사실 관심없어서 잘 안들어서 뭔지도 제대로 모름
아무튼 추워서 대가리가 맛이 갔나
갑자기 그 상자를 너무 열고싶어짐
분위기도 그렇고 기분도 그렇고 이건 뭐가 있을거 같은거야
눈이 자꾸만 상자로 가드라고
결과만 말하자면 아무것도 없었음
상자안엔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있었고
그럼 그렇지 뭐 하며 나는 실망하고 있었는데
안개속에서 발소리가 들리드라고
벌써 다음번 근무자가 왔구나 싶어서
나무 뒤에 숨어서 경계구호를 외치고 교대를 함
원래 교대시간보다 10분은 더 일찍온거임
가야하는데 선임놈이 위병소에서 안나오길래 앞까지 가니까
문열고 나옴
들었으면 나와야지 지는 따뜻한데 있다고 문앞에 있으면서도
밍기적거리며 나오드라
그래도 이제 돌아가서 잘생각+안개도 많이 걷어져서
빠르게 돌아가는데
선임이 하는 소리가
사실 추운데 혼자 놔두는게 양심에 찔려서
밖으로 나오려고 했다함
안개속에서 내가 하던짓이 쪼그려 앉아있다 서성이다 반복하다
상자쪽으로 가서 여는거 보고
많이 심심해보여서 시간도 거의 다 되가니
다음번 근무자오기전에 나오려고는 했다는둥 소리를 하드라고
근데 왜 안나왔냐하면 내가 상자열고 있을때
뒤에 창고에 뭐가 있었다고 하더라고
내가 숨어서 암구호 외치던 나무 뒤쪽에
잘 안쓰는 창고가 있는데 거기는 고양이가 왔다갔다 하는데라
빛나는 눈 봐봐야 고양이거든
거기 먼지쌓인 물건들에 고양이 발자국도 많이 보이고
암튼 거기 창고창문으로 뭐가 지나가는걸 보고 위병조장이랑 쫄아있는 상태였다는데
내가 나무뒤에서 암구호를 외칠때 분명 여자가 가만히 서있었다고 하더라고
원래 겁이 많던 양반이라 또 헛소리하는구나 싶었는데
시발 거기서 올빼미가
놀라긴 했겠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