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시작되기 조금 전의 이야기-
[그래서 고블린에 관해서 입니다만....]
시녀가 말을 걸었을 때, 검의 처녀는 자신의 육체가 의지와는 반대로 단단히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
곧바로 숨을 내쉬고 부드럽게 사지의 긴장을 풀었지만-그건 그렀고 이런 모습을 들켰을 까나?
수증기가 일렁이는 욕실에서 시녀에게 몸을 맡기는 것이 검의 처녀의 일과였다.
부드럽게 전신을 주무르고, 머리를 빗기고, 향유를 바르고, 손톱을 정리하고 ,,,,, 마치 인형처럼 시켜지는 대로 손질 받는 것은 매일 매일의 위로.......인 것은 결코 아니었다.
[......별로 저는 아이가 아닙니다만,]
화제를 바꾸려고 하는 것처럼 검의 처녀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지만 시녀는 [안됨니다.]라며 찰싹 때렸다.
[대주교님은, 눈을 때면 자신에게 너무 무관심해지지 않습니까.]
[그렇게 말씀 하셔도,,,,,]
아래에서 올리는 것처럼 유방을 누르고,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뜨겁게 입에서 흘러 나왔다,
[몸가짐을 청결히 해주기만 한다면 그것만으로 문제없다고 생각 합니다만....]
[또, 곧바로 그런 소리 하신다!]
향유의 차가운 감촉이 등을 따라 내리자 검의 처녀는 [응]하며 조그마하게 소리를 냈다. 그것은 시녀가 일부러 한 것이 명백했고 검의 처녀는 때 쓰는 어린아이 같은 말투가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몸을, 좋아하는 분은 없으시잖아요?]
[대주교님은 자기평가가 낮으시네요.]
이런이런 이라고 말하면서 어이없다는 듯의 시녀의 모습이 손보듯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검의 처녀에게 있어서 반론의 한, 두 가지는 있었다.
시녀의 손끝이 살결을 문지를 때마다, 희미하게나마 오록 볼록하게 느껴지는 것이 스스로도 아플 정도로 알고 있었다.
따뜻해져 열을 띠며 욱신거리는 상처자국이 전신의 여기저기에 존재했다. 분명 눈뜨고 볼 수 없는 모습일 거라고 생각했지만.....시녀에게는 다른 것 같았다.
그것이 아부가 아니라면 아주 조금 이나마 위로받는 기분이 되겠지만.
[모험가 이셨다면, 무구의 정비점검이 중요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계시죠?]
[그건, 뭐...]
[여자의 미모가 가꾸지 않고 오래간다는 것은 허세 좋은 환상이니까요.]
게을러지면 중요할 때 곤란해집니다. 라고 시녀는 말하며 부지런히 검의 처녀의 살결을 문질렀다.
멀고도 그리운 추억의 나날에 사고를 되세기자, 과연 확실히 그랬다.
그녀의 파티를 이끌었던 대장은 싸움의 전이나 후나 무구를 점검하고 검을 확인했었지.....
마구간이나 간이침대에서 잠을 잤던 매일이 굉장히 그립고, 현재의 자신과의 괴리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때의 자신이 이처럼 사치스러움을 마다하지 않는 현재의 자신을 본다면 분명 눈썹을 곤두세우고 화를 냈을 것이다.
-너무나 아깝다. 라고, 사치를 거부하는 것 또한 사치라고요, 라고,,,
[하지만, 귀찮은 걸요.]
즉 그런 것이었다.
검의 처녀는 자신이 어린아이 같은 말투를 쓰고 있다는 것에 눈치체지 못한체 옆에 두었던 종이를 집었다.
습기를 먹어도-조금은 모양이 휘었지만-특별히 문제없다는 것이 양피지의 이점이었다.
가늘고 긴 하얀 손가락을 움직여 가볍게 표면을 만지면서 문자를 읽자, 또다시 시녀가 한숨을 쉬었다.
[정말로, 또 이런 곳에 잉크병과 서류를 가지고 오시고,,,,,]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안되기에....]라며 검의 처녀는 안대가 벗겨진 눈동자를 가늘게 했다.
서방세계의 사법을 책임지는 물의 도시의 대주교가 되면 그 책무도 상당했다. 그녀자신이 법에 의지해 판결을 내리는 겨우 자체는 드문 사안이었지만,
무엇보다 그녀는 최고 책임자였다.
순회신관이 각지의 마을에서 해결한 사안, 해결하지 못한체 판단을 묻는 편지, 여기저기 마을에서 일어난 재판의 판결, 소송의 시비를 묻는 서간, 다수의 범죄들, 현상범의 수배서.
여러 가지의 사람들이나 신관, 부서를 돌고 돌아 마지막으로 오는 곳이 검의 처녀의 문서상자였다.
모든 사안은 그녀가 팬을 집어 이름을 기입하고, 승인의 도장을 찍는 것으로 완료되었다.
물론 전부 확실히 조사된 뒤에 온 것이기에, 확인을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읽어보고-손가락으로 만지고-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성격이었다.
신이 인간에게 법을 하사하여, 그녀에게 법을 내려 준 것이라면, 그것에 응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모험가가 된 것도, 마신왕-으로 여겨지는 것-의 위협과 싸운 것도, 그것이 이유였다.
-당연히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잔뜩 있었지만요.
사색에 잠겼던 의식을 현실로 되돌려, 검의 처녀는 팬을 잉크병에 담궜다가 서명을 했다.
[자자, 다음은 그쪽 손을 주세요. 손톱에 잉크가 묻으면 잘 안 씻겨 지니까요.]
[아앙.....]
그러자 시녀가 낚아채듯이 움켜잡아 오른손에서 서류와 잉크병이 멀어졌다. 희미하게나마 안보이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되면 손으로 더듬으며 찾을 수밖에 없었다.
검의 처녀가 볼을 부풀려도, 시녀는 전혀 개의치 않고 부드럽게 손가락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지식신의 승려님이 말씀하시길 육체는 꼭두각시와 같다, 육체를 매다는 실이 손상되면 큰일 이니까요.]
[일을 하게 해주시지 않으면, 손상될 일은 없을 텐데.....]
[그런 말 하고 있으면, 가슴하고 엉덩이가 쳐지고 말거요?]
[....그런 건가요?]
[그렇고말고요.]
그건 싫다며, 검의 처녀는 몸의 힘을 빼고 몸을 맡기도록 했다.
만약 욕실에 욕조가 있었다면 입까지 잠기고 싶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곳은 사우나였고, 그녀의 얼굴을 가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저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 걸까요.
증기로 빨갛게 상기되었을 달아오른 뺨에 손을 대며 숨을 뱄었다.
이미 오랜 시간동안 자신의 얼굴을 보지 않았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여렸을 적에 수면에서 보았던 맨 얼굴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어떻게든 세월을 겹쳐보아도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것 그렇고 고블린건에 대해서지만.]
[....예.]
검의 처녀는 꾸중을 듣는 아이처럼 움찔거리며 몸을 경직 시켰다. 무슨 말을 듣게 될지 생각하자 가슴속의 심장이 아플 정도로 뛰었다.
마을길드에 의뢰를 했지만, 일이 잘 진척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아니, 알고 있다고 말한다면 지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퇴치하러 가야 한다, 라고 말하지 아닐까.
만약 그렇게 말해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렇게 몸을 떠는 것조차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뜨거운 돌에 부어진 물이 치익지익 하며 증발하는 소리가, 한때 술집에서의 시끌벅적함을 떠오르게 했다.
능멸 받으며, 돌볼 수 없었고, 그저 아래로 시선을 떨 구수 밖에 없었던 잿빛 같았던 나날들.
또다시 그런 나날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자........
[근처에 그런 것을 전문으로 상대하는 분이 계신 것 같습니다.]
-....... 갑작스럽게 들린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말씀을.... 하신다면?]
[그러니까, 고블린, 고블린퇴치 전문가라는 것 같습니다.]
약간 떨렸던 목소리가 노래가 된 것 같다며 시녀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가르쳐주었다.
그건 어떤 인물일까. 어둠속에서 끝난 눈앞에서 희미하게 그 사람을 그려보았다.
애매모호한 윤곽, 번쩍이는 갑옷의 기사나, 숙달된 마도사? 도저히 그렇게 생각되지는 않았다.
[우수한분 인가요.]
[병경에서 가장 뛰어난.....이라고 들었습니다만, 길드쪽에 확인을 해볼까요?]
[그렇네요.] 라며 검의 처녀는 목소리가 상기되는 것을 숨길려고 [부탁드림니다.]라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
[뭐라고 불리는 가요. 그분은.]
[고블린 슬레이어. 라고?]
[고블린 슬레이어...... 고블린, 슬레이어.....]
고블린퇴치 전문가, 고블린킬러의 모험가, 고블린 슬레이어.
그것은 실소하게 만드는 것 같은 우스꽝스러운 이름 이었지만, 검의 처녀에게는 그 말이 다르게 들렸다.
몇 번이나 확인하는 것처럼 반복해서 입으로 읆조린 후, 그녀는 보이지 않는 눈동자를 시녀에게 향했다.
[......부디 그분과 한번 만나고 싶군요.]
잘읽었습니다.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