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 시리즈의 시작은 소피의 아틀리에였죠.
당시 전 토토리-메루루-신로로나-에스로지를 차례로 즐긴 상태여서 상당히 기대가 높아져 있었습니다.
특히 메루루랑 에스로지를 참 즐겁게 했었으니까요. 기대감에 소피를 발매일 바로 사와서 플레이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실망적인 구석 투성이였습니다.
스토리는 너무 잔잔하고 평화롭기만 해서 캐릭터들이 다들 너무 평면적이기만 했고,
신 시스템으로 나온 퍼즐형 조합은 기존 조합에 비해 즐겁기는 커녕 번거롭게 느껴졌습니다.
기한이 없어진 특성으로 인해 조합에 대해 좀 더 난이도, 파고들 구석을 넣은 게 아닐까 싶기는 했으나,
전 나와있는 보스와 트로피를 취득할 뿐 딱히 그 외의 야리코미를 즐기는 편이 아니다보니 조합에 웬 장애물이 하나 생긴 느낌이었죠.
특히, 기존의 알란드, 황혼 시리즈의 조합법에 비해, 내가 조합 가능한 범위를 재보는게 매우 직관적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에는 현재 가능한 범위 정도까지 조합한 뒤 그걸로 부딪쳐서 새로운 맵, 보스 등을 격파하고 새로운 채집지와 스토리를 즐기는 방식이었으나
신비 시리즈에선 퍼즐형이 도입되며 이 조합 가능한 정도는 가늠해보기가 번거로워졌습니다.
이로 인해서인지, 맵 간의 밸런스가 너무 미흡한 모습을 모여주었습니다.
분명 이전 지역에서는 나름 싸울 만 했는데, 다음 지역 가니 잡몹한테 한방에 드러눕는 일이 비일비재했지요.
(알란드4에선 다시 PP 시스템으로 돌아간다는데, 확실히 그게 가장 직관적이고 좋다고 봅니다.)
그리고 기한 없는 시스템에 거스트 얘들은 샤리에 이어 아직도 적응을 못했는지 전투 밸런스도 엉망인 모습이었습니다.
아틀리에 시리즈 자체가 전투 밸런스가 크게 중요한 게임은 아니긴 합니다. 메루루에서도 2회차부턴 대놓고 지오 토토리 무쌍이었고
토토리에서도 토토리, 로로나 고정에 다른 하나는 고기방패 취급이었으나 여튼 재미만 있으면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소피는 그게 아니라, 그냥...뭐 다 아시겠지만 결국 평타질이 가장 강하게 되는...이상한 전투였지요.
폭탄류 취급이 뭔가 묘한 건 신비 시리즈 내내 이어지는 부분이긴 한데, 이것도 결국 위의 연금술 시스템으로 인해 거스트가 '적정 수준' 잡기가 애매해서 그냥 트리거용 등으로 만들어버린 게 아닐까 하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뭐..그렇게 실망만 가득한 아틀리에였지만 여튼 플래티넘은 땄었습니다.
그리고 피리스의 아틀리에로 넘어갔었습니다만.........참 엉망이었습니다.
아틀리에 잡고 플래티넘 근처조차 안 간 건 피리스가 처음이었어요.
일단 비타판으로 하면서 너무나도 꼬왔던 점은 대략 1~3시간마다 발생하는 강제종료였습니다. 40시간정도 꾸역꾸역 하다가 접어버렸으니 적어도 20~30번정도 당했네요.
진짜 이건 걍 노답이었고..
스토리도 좀..그랬습니다. 오마쥬 정도라면 모를까, 그냥 토토리에서 고대로 틀을 갖고온 게 너무 많았어요.
마을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주인공, 주인공을 아껴주는 언니, 나가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전작의 주인공, 여행...
출시 전에 '초대형 연금' 시스템이라며 새로운 시스템이라고 내세우던 건 토토리에서 했던 배만들기를 시스템화시켰을 뿐이고...
반면 스토리는 기운이 빠져서, 주인공이 그저 여행을 즐기고 새로운 것을 즐길 뿐이라 딱히 매력을 찾기 힘들었구요.
그리고 연금술 시스템은 번거로움이 신비 시리즈에서 극에 달해, 연금 성분량에 촉매에 라인에..이것저것 생각하다가 그만두게 만드는 게 많아졌었죠
물론 이것들을 모두 숙지하게 되면 거기서부터 반대로 야리코미의 재미에 극에 달하겠습다만, 그 전에 일단 재미를 붙여야 하는데...그게 안됐죠.
제가 보스, 트로피 다 잡고도 야리코미 즐겼던 건 메루루 정도뿐이기도 하다보니 피리스의 이런 시스템은 그냥 뭐가 많이 있는데 이걸 다 고려하기도 귀찮고...해서 그냥 넘겨버리게 만들었었죠.
그리고 캐릭터 이벤트도 정말...심히 실망스러웠습니다. 3D 캐릭터들을 엉거주춤하게 화면 향하게 세워놓고 서로 이야기를 하게 하는데,
이럴거면 그냥 알란드때처럼 일러스트를 써야죠. 3D를 했으면 이제 3D에 맞게 시점도 바꾸고 연출도 하고 해야 하는데 많은 이벤트가 이꼴로 진행하는거 보고 정말 실망했습니다.
일러스트로 하면 일러 보며 귀여워하기라도 하는데 다른 것도 아니라 피리스 모델링으로 서로 제자리에 서서 이야기만 하고있으니..
결국 이렇게 계속 실망하며 하다가 강제종료에 못 버티고 접었으니 더이상 말할 것도 생각 안나네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잡은 게 리디&수르. 대학원 들어가기 직전 1주일동안 끝장을 보자는 마음으로 구매한 아틀리에였죠.
사실 이것도 문제는 많았습니다.
일단 제일 ㅄ같은게 DLC입니다.
적어도 이르쨩, 루시아, 배틀믹스의 극의, 그리고 탐험가들의 구전집 정도는 DLC가 아니라 게임 출시때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어야 했습니다.
아니 마지막 시리즈인데 사용가능 캐릭이 6명뿐이라니 말이나 됩니까.
드롯셀이나 프릿츠 중 하나라도 사용하고싶고, 리아네도 쓰고싶었고 코르쨩도 사용하고 싶었습니다.
플라흐타는 대체 왜 못쓰는겁니까. 인형일 때 플라흐타도, 후반에 인간이 된 플라흐타도 쓰고싶었습니다.
루시아는 그림세계에서 늘 같이 다니고있는데 정작 같이 싸우진 못하고 구경만 하나봅니다.
그리고 스승이 멀쩡히 있는데도 파티를 못 하는 작품은 로로나 이후 없던 것 같은데 이걸 DLC로 내는 게 참 이상합니다.
그마저도 신로로나에선 아스트리드를 쓸 수 있게 한 데에다, 애초에 아스트리드라는 캐릭터 자체가 앞에서 열성적으로 가르치고 함께하는 스승이 아니라,
뒤에서만 좀 챙겨주는 어른 스승 포지션이다보니 딱히 이상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이르쨩은 자기 제자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정작 같이 다니는 건 친구인 피리스뿐이니 참 이상합니다.
배틀믹스 이것도 뭐 쓰라고 만든건지 뭔지...전열이 트리거+탱킹, 후열이 딜러 역할을 한다는 배틀시스템은 참신해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후열에서 스킬로 딜하는 수단으로 폴로스킬이 있으면, 아이템으로 딜하는 수단인 배틀믹스가 있는건데
이걸 사실상 스토리부분에선 게임 내내 봉인해놓게 됩니다.
좋은 틀 만들어놓고 dlc로 봉인해버렸습니다.
배틀믹스를 일부러 봉인해버렸지만 게임 구색은 갖춰야하니 결국 시스템이 기댈 건 폴로스킬뿐입니다. 덕분에 스토리 내내 날뛰는 건 결국 폴로스킬이고, 특히 폭탄 하나 던지면 피리스가 죄다 정리해버리는 그림이 게임 내내 이어집니다.
피리스의 1회성 폴로스킬이 힘낼 수 없는 장기전인 보스전이라도 많으면 모를까, 리디 수르는 게임 스토리 길이에 비해 보스전이 많은 것도 아니라서..
그리고 신비한 그림이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할 거였으면 좀 전작에서부터 의미심장한 모습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런 것도 없이 이 겜 스토리에선 뭔가 막히는 게 있으면 전부 신비한 그림으로 해결합니다.
주인공 어머니도 신비한그림으로
팔기올도 신비한그림으로
플라흐타도 신비한그림으로..
신비 시리즈는 개연성보단 신비함, 동화적임 등을 강조하는 시리즈니까 뭐 그러려니 합니다마는 그래도 뜬금없다는 느낌은 없잖아 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이리저리 까긴 했어도, 결과적으론 신비 시리즈 중에선 가장 할만한 아틀리에 시리즈가 나왔습니다.
황혼에서는 그나마 그럭저럭시다가 신비 시리즈부턴 모델링 등에서 외주를 안 돌리게 되었었지요. 근데 그 여파로 소피, 피리스에서 갈수록 노답이 되어가던 캐릭터 이벤트의 3D 진행이 드디어 많이 매끄러워졌습니다.
카메라연출, 개그연출도 좀 제대로 하는 게 보였구요.
또 그동안 뭔가 휘적거리기만 하는 것 같던 배틀연출도 이번작에서야 다시 오래전으로 돌아온 듯 한, 그런 기분을 받았습니다.
각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마무리한다는 점도 잘 느껴졌습니다. 프릿츠와 드로셀은 드디어 가족을 찾았고, 알토도 과거를 정리하곤 플라흐타와 다시 이야기하게 되었지요.
소피도 플라흐타에게 몸을 만들어준다는 꿈을 이루었고, 코르네리아도 마침내 아버지를 찾고, 주인공들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완전히 마무리지은 뒤 여행을 떠납니다.
그동안 알란드에서도, 황혼에서도 마지막 시리즈에 제대로 마무리를 안 해서 욕을 얻어먹곤 플러스판으로 수습하던 걸 생각하면 이건 꽤나 장족의 발전이지요.
특히 이렇게 캐릭터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전작에 나왔던 소피, 이르쨩, 피리스 등의 매력을 여기서야 제대로 보여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소피는 신비한 모습으로 등장한데다, 여전히 다소 맹한 구석도 약간 있지만 연금술에선 이젠 플라흐타마저 넘어선 독보적 인물이 되었다는 점을 보여주었고
(개인적으론 알란드에서 로로나가 마지막에 이런 모습으로 나왔으면 싶었습니다.)
피리스도 전작의 작달막한 모습에서 완전히 변해 건강한 여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행동거지는 아이같은 면이 남아있는 모습 등
전체적으로 캐릭터들이 입체적이 되었습니다.
스토리도 소피, 피리스때보다야 훨씬 나아졌습니다.
다만 어머니의 사망 관련으로 다룰거면 떠들썩하기만 할 게 아니라 분위기를 약간 낮추는 게 어땠을까도 싶은 아쉬움은 있습니다.
낮춘다는 게 뭔가를 가라앉힌다는 게 아니라, 아틀리에 bgm 분위기를 약간 다르게 한다든지(개인적으론 밝으면서도 애잔한 느낌이 섞여있는 에스카 bgm이 어울린다고 느꼈습니다)
시작부터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줄 게 아니라, 좀 중반쯤에서야 보여주면 어땠을까 하는 정도네요.
뭐 어차피 살아있네 하면서 봤다보니 메인스토리에서 주인공, 그리고 아버지가 슬퍼하는 부분에서 공감이 잘 안됐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중간에 팔기올이 쳐들어오고, 오네뜨에게 위기가 오는 등 전체적으로 굴곡을 주려 했다는 건 보여서 마음에는 들었습니다.
DLC부분이 정말...문제라고는 생각은 하는데 그래도 한국어화된 아틀리에 시리즈 중 에스로지 다음으로 할만한 아틀리에 시리즈였던 것 같아요.
소피, 피리스에서 실망한 게 이어졌으면 진짜 아틀리에 자체에 마음을 접었을지도 모르겠는데, 다행히도 일단 발전할 희망은 볼 수 있었습니다.
귀여운 리디랑 수르 볼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이제 알란드의 아틀리에4를 즐겁게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네요.
토토리가 이제 누님을 넘어 원숙한 모습으로 나왔으면 좋겠네요. 외모야 바뀌지 않았다 하더라도..
리디수르의 본게임 가격보다 높은 시즌패스 가격은 누가봐도 경악하게 만들었죠 자체 가격도 그리 낮은 편도 아니고.. 소피가 조용한 마을에서 주위사람하고 꽁냥꽁냥 평화롭게 얘기하고 잔잔한 스토리라 그냥 평범한 치유물 느낌 스토리 임팩트가 그리 쎄진 않은건 공감합니다 근데 일부 이빨빠진 가마들때매 재료별로 사이즈 증가에 따른 모양 패턴도 어느정도 익혀야되는 악랄함에 엔딩도 못보고 손떼버렸죠.... 피리스는 개인적으로는 재밌게 했지만 여러 불편한 점들이 많이 있는건 저도 인정합니다 특히 비타판 피리스가 언제 강종될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는 점은 여러사람들의 많은 증언을 통해 알게 되었죠 피리스에서 약간 무게감 있던 스토리는 리아네 루트 였던거로 기억합니다
아란드부터 즐기셨던분들은 신비시리즈는 대부분 혹평일색이더라구요ㅎㅎ 신비부터는 아마 게임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이 의외로 전혀 틀려서 유저들이 적응하지못하는듯합니다. 반대로 신비부터 즐기고 거슬러올라간 사람들은 불편한 시스템과 연금술의 비중때문에 캐릭터만 빨고 되돌아오는 사람도 많구요. 신작으로 갈수록 보통RPG와 차별화를 두고싶어서 점점 연금술에 비중을 크게 기획하는거 같더군요. 차별화될수록 매니악해져서 유저들이 떠나버리는 아이러니..ㅋㅋ
스토리, 시각적 연출 별로 안 보고 야리코미만 본다면 피리스가 확실히 제일 좋지만, 그렇다고 연출, 스토리를 이전보다 죄다 후퇴시킨 건 그냥 게임 자체를 못 만들었다고 개인적으로 느꼈네요. 야리코미를 늘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게임스토리, 배틀의 재미를 갖다버린 것도 아니니까요..아마 당시 거스트가 다작을 시작한 시기라 상당히 여유가 없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역시 연금이 취향에 안맞으면 급격하게 불호가 되는 겜이 아틀리에라는걸 다시 느꼈네요. 극한의 연금술을 즐기는 사람들은 의외로 샤리랑 피리스를 좋아하고 라이트한 플레이어들은 에스로지나 리디수르를 좋아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전 로로나 이후로 리디수르가 가장 재밌지 않았나 싶습니다. 연금술 요소는 피리스보다 부족하긴 하지만 직관적이면서도 템 만드는 재미는 여전하고, 로로나때처럼 약빤 이벤트도 다시 볼 수 있어서 재밌었어요.
아틀리에 시리즈 애정이 묻어나는 글 잘 봤습니다. 아란드 시리즈부터 해서 그런지 윗분 말씀대로 소피부터 불만이 많은데 저만 그런게 아닌가보군요. ㅠ
소피하면서 느낀 점을 그대로 쓰셨네요. 1시간 정도 하다가 안 맞아서 그만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마리-에리 풍의 아뜨리에를 다시 해보고 싶네요.
저도 시작은 토토리였지만 뒤로 갈수록 재밌더라고요. 이전 시리즈는 기간 제한이 있는 게 정말정말 불만이었죠. 토토리-메루루-소피-리디수르 이런 순으로 했는데 소피가 제일 별로였고 메루루-리디수르 순으로 재밌는 기분. 소피는 그래픽이 영 실망이었죠 ㅋ 비교적 초반부터 촉매를 쓴 여러 방식의 조합으로 맘에 드는 장비도 만들 수 있고, 시간 흐름에서 자유로우니 저한테는 리디수르가 좋았어요 ㅎ